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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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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8. 12:02 알림 / 엮은이의 글

* 3월호 배송 지연 안내

 - 3월호를 지난 2월 26일 일반 우편으로 발송하였습니다. 아직(3월 8일 기준) 책이 안 왔다는 독자님들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관할 우체국에 문의한 결과 우편 물량이 폭주하여 전국 우체국들도 집배 지연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3월 9일까지는 대부분 배송이 될 거라고 합니다. 이후에도 책을 못 받은 독자님들은 <작은책>으로 연락주시면 재발송하겠습니다. 많이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엮은이의 글

몇 년 새 우리 시대의 참 어른들이 잇따라 우리 곁을 떠나가십니다. 3월호 마감 중에 백기완 선생님의 부고를 받았습니다. 늘 낮고 작고 힘없는 이들 곁에 서서 함께 싸워 주신 선생님. 오래전 작은책 강좌에 오셔서 세상을 바꾸는 올바른 꿈과 사상을 일러 주셨어요. <작은책> 정신과 맞닿은 ‘노나메기’. “너도 나도 더불어 일하며 올바로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고 하셨지요. 그 말씀 따라 <작은책>도 좋은 세상 만들기 위해 애쓰겠습니다.

이번 달 일터에서 온 소식은 네 편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소리 없이 사라지는 인천공항 면세점 노동자들 이야기, 가족 사랑을 실천한다는 대기업 마트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일들, 고객들의 욕설에 ‘멘탈이 너덜너덜해져도 전화벨이 울리면 1초 안에 받아 밝은 목소리로 응대’해야 하는 건강보험공단 상담사들의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으로 오십이 넘어 청소일을 시작했다는 엘지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이순예 씨의 구술은 마음을 찡하게 울립니다. “우리의 일자리로 돌아갈래요.”

엘지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지하철 역사마다 엘지 불매 포스터를 붙이고 있답니다.

“청소노동자 쫓아내면 엘지 제품도 쫓겨나요!”

독자님~. 지하철역에서 이런 포스터를 보면 아직도 힘들게 싸우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이분들이 일터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엘지 제품 불매로 함께해 주세요.

2021년 2월 17일 유이분 올림

 

목차

4 안건모의 사람여행

바다 출근길이 설레는 부부 어부 안건모

30 엮은이의 글

 

살아가는 이야기

28 엄마는 사랑이 참 많았어요 이임순

32 계약서를 쓰는 데 12년 걸렸다 심연

36 깃벘던 일, 아버지의 공책 신혜정

40 안녕, 나 별거하기로 했어 구본희

45 살아온 이야기(3)

돈에 관한 혼돈 속으로(3) 최현숙

51 나는야 뉴욕의 무료 변호사

의뢰인들이 나를 위해 울어 주었다 남수경

55 우리 동네 주치의

범인은 돈가스인가, 생굴인가 추혜인

59 요즘 중딩 교실 이야기

학교는 교육 기관인가, 보육 기관인가 안정선

64 남해 바다 어촌 일기

보물섬 남해 황은주

68 제소라의 아는 여자

꽃보다 ‘유정수’ 제소라

 

일터 이야기

일터에서 온 소식

72 유령도시에서 사라지는 직원들 김금주

76 ‘가족 사랑 실천’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고광진

80 벨이 울리면 1초 안에 받아라 강혜경

86 연대의 힘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이순예

92 작은책 법률 상담소

보이스 피싱 피해금 어떻게 돌려받을 수 있을까 양성우

96 작은책 노동 상담소

너 출입국 사무소에 신고할 거야 박공식

 

100 이동슈의 생활 만화 _ 삼삼한 삶

 

세상 보기

102 낮은 곳, 나의 자리로

입은 하나, 귀는 둘 홍세화

106 공공의료 이야기

귀한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의료 문정주

112 희망의 경제학

교육은 왜 이렇게 됐을까? 정태인

118 생태 이야기

과학이 내일을 위기에서 구하려면 박병상

124 존버 씨의 시간들

알고리즘이 감시하는 세계 김영선

 

쉬엄쉬엄 가요

130 이야기가 있는 사진 최인기

132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남자의 정숙한 몸가짐, 중요합니다! 김현진

136 독립영화 이야기 내 이야기 들어 볼래? 류미례

142 조재도의 시 읽기

144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posted by 작은책
2021. 1. 27. 16:53 알림 / 엮은이의 글

엮은이의 글

어느새 2월을 맞습니다. 1월호가 나가고 독자님들이 연락을 많이 주셨습니다. 새 꼭지와 필진이 기대가 된다는 얘기, 연재가 끝난 꼭지에 대한 아쉬운 마음 등을 전해 주셨습니다. 독자님들 마음 받아 글 한 편 한 편 정성을 다해 싣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님들, ‘희망버스를 기억하시나요? 2011,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김진숙 씨를 응원하기 위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였지요. 고공농성 309일 만에 땅으로 내려왔으나 복직은 되지 않았어요. 배 만드는 노동자였던 김진숙 씨가 해고된 지 35년째입니다. 암 투병 중인 그녀는 복직 없이 정년 없다는 각오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걷고 있습니다. 이번 달 안건모의 사람여행주인공은 김진숙과 함께 걷는 사람들입니다. 김진숙 씨가 왜 걸을 수밖에 없는지, 누가 왜 그 길을 따라나섰는지 희망뚜벅이들을 본문에서 만나 보세요.

청와대사랑채 앞에는 김진숙 복직을 염원하는 분들이 오늘로 25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고, 김진숙 씨와 희망뚜벅이들은 15일째 걷고 있어요. 오늘은 김천역을 지났고, 독자님들이 2월호를 받게 되는 2월 초에는 천안, 평택, 인덕원 근방을 지나게 될 겁니다. 서울이 가까워지면서 희망뚜벅이들이 점점 늘어날 것 같아요.

독자님들, 근처에서 줄지어 뚜벅뚜벅 걷는 사람들을 보시거들랑 손 한번 흔들어 주세요. 걷는 걸음걸음에 희망을 보내 주세요. 김진숙 씨가 외칩니다. “끝까지 함께 웃으며 투쟁!”

2021115

유이분 올림

 

목차

4 안건모의 사람여행

복직 없이 정년 없다 안건모

30 엮은이의 글

 

살아가는 이야기

32 사랑한다면서 왜 화내? 이은주

37 남편 모르게 사랑이 가능할까? 하해영

42 너네 엄마 누구냐? 하채현

45 사춘기 대 갱년기의 전투 김은영

50 살아온 이야기(2)

돈에 관한 혼돈 속으로(2) 최현숙

56 나는야 뉴욕의 무료 변호사

스캐비 쥐를 지킨 남편이 떠났다 남수경

60 우리 동네 주치의

하하하, 그 도시락 저도 알죠 추혜인

64 요즘 중딩 교실 이야기

코로나19 시대 수업, 교사마다 천차만별 안정선

69 남해 바다 어촌 일기

장군은 갑옷을 입고 어부는 갑바를 입는다 황은주

73 제소라의 아는 여자

넝쿨의 여자들 제소라

 

일터 이야기

일터에서 온 소식

78 노조의 힘이 세지면 어떻게 될까요 양경수

84 군위군청, 갑질 행정과 차별은 이제 그만 김동환

92 작은책 법률 상담소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면? 김묘희

96 작은책 노동 상담소

우리 회사 근로자대표가 누구라고요? 박공식

 

100 이동슈의 생활 만화 _ 삼삼한 삶

 

세상 보기

102 낮은 곳, 나의 자리로

민주당으로 가! 한자리 할 수 있잖아! 홍세화

106 공공의료 이야기

구금시설에서 의료제도의 진면목을 본다 문정주

112 희망의 경제학

왜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나 정태인

118 생태 이야기

강력해진 자연의 경고는 귀찮은 소음인가 박병상

124 존버 씨의 시간들

업무상 정신질환, 어떻게 볼 것인가? 김영선

 

쉬엄쉬엄 가요

130 이야기가 있는 사진 최인기

132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개성을 죽일수록 칭송받았던 시대 김현진

136 독립영화 이야기

명랑하고 따뜻한 민주노조의 일상 류미례

142 조재도의 시 읽기

144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posted by 작은책
2020. 12. 30. 15:20 알림 / 엮은이의 글

▲ 표지 그림_ 박소영


엮은이의 글 

 

2021년 새해를 맞습니다. 지난 1년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을 참 많이 바꿔 놓았습니다. 날마다 코로나 확진자가 몇 명인지 검색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느라 작은책도 연말연시 모임이나 행사는 아예 계획하지 않았고요, 다달이 독자분들과 유일한 소통 창구인 글쓰기 모임도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하고 있습니다. 직접 만나지 못해 아쉽지만, 인터넷으로 접속을 하니 멀리 지방에 계신 독자분들도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더군요. 시절에 맞게 독자님들께 다가갈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찾아보겠습니다.

새해부터 안건모의 사람여행연재를 시작합니다. <작은책>과 인연이 있는 분들을 만나 그분들의 삶을 여행하고자 합니다. 1월호 사람여행의 첫 주인공은 제주도에서 집 없이 사는 최성희·최상천 부부입니다. 맘 편히 여행 다니기 어려운 시절이니 <작은책>을 읽으며 함께 사람여행을 떠나기로 해요.

올해도 <작은책>일하는 사람들이 글을 써야 세상이 바뀐다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룹니다. 새로 시작한 꼭지의 필자님들과 함께 다달이 웃고 우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요. <작은책> 자문위원인 정태인 님의 희망의 경제학과 홍세화 님의 낮은 곳, 나의 자리로도 연재됩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작은책>은 작고 낮은 곳에서 독자님들과 함께하겠습니다. 독자님들, 늘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01215

유이분 올림

 

목차

 

4 안건모의 사람여행

제주 니어링 부부 최씨네안건모

24 엮은이의 글

 

살아가는 이야기

26 추접스런 젊은 여자의 김장 체험기 장진영

29 코로나19로 노인 연대가 핀다 고현종

33 1인 가구, 수술 동의서 서명은 어떻게? 권영란

37 아버지 때문에 글을 쓰고 싶었다 전혜진

43 50대 백수 아줌마의 가출, 문제는 이다 김영주

47 살아온 이야기(1)

돈에 관한 혼돈 속으로 최현숙

53 나는야 뉴욕의 무료 변호사

국보 빵잽이 미국 변호사 되다 남수경

57 우리 동네 주치의

조폭 아저씨의 신박한 건강법 추혜인

61 요즘 중딩 교실 이야기

저기요, 고객님? 체온 재게 마빡 좀안정선

66 남해 바다 어촌 일기

물고기들이 자를 들고 다닌다? 황은주

70 제소라의 아는 여자

아는 여자를 시작하며 제소라

 

일터 이야기

일터에서 온 소식

74 우리가 뉴스다 윤미영

80 신나게! 독하게! 당당하게! 정민규

86 한 시간가량 소명했는데 귓구녕이 막혔나 최창덕

92 작은책 법률 상담소

부당 징계에 대항하는 법 김예지

96 작은책 노동 상담소

복귀하니 회사가 사라졌다 박공식

 

100 이동슈의 생활 만화 _ 삼삼한 삶

 

세상 보기

102 낮은 곳, 나의 자리로

낮은 자리, 가장자리가 편해 홍세화

106 공공의료 이야기

병상은 많은데 왜 부족하다는 걸까 문정주

112 희망의 경제학

희망의 경제학을 시작합니다 정태인

118 생태 이야기

근대 문명을 버려야 행복한 생태 문명 박병상

124 어린이 해방과 평화

대우주의 말초는 오직 어린이에게 있습니다 이주영

130 이야기가 있는 사진 최인기

132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소녀들이여, 두려움 없이 말하라 김현진

136 독립영화 이야기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들 류미례

142 조재도의 시 읽기

144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posted by 작은책

<작은책> 202012월호

살아가는 이야기

 

 

재난 지원금 때문에 견디기 힘들었다

김유진/ 대한민국 9급 공무원

 

 

주민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2년차 9급 공무원이다. 내가 일하는 주민센터에는 일종의 법칙(?)이 있다. 민원인들이 한꺼번에 몰려온다는 거다. 어떤 때는 정말 다들 손에 손을 잡고 사이좋게 함께 오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꺼번에 몰리기도 한다. 그 시간 동안에는 정말 물 한 모금 마실 시간도 없고,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빠진다. 점심시간 중에도 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어떤 때는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민원을 봐야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요즘, 잘릴 염려 없고, 어쨌든 입에 풀칠은 하고 사니 나는 운이 좋구나 싶다가도, 한 번씩 인터넷상에서 공무원들을 놀고먹는 철밥통에 세금이나 축내는 한심한 존재로 싸잡아서 얘기하는 댓글들을 보면 좀 억울하기도 하다.

내 경우만 해도 몇 년에 한 번 주민센터에 가서 민원을 볼까 말까 하기 때문에, 뭐 사람들이 그리 있을까 생각들 할 수 있겠다 싶다. 그리고 위에서 얘기한 정적의 시간 동안 주민센터에서 민원을 봤던 사람들에게는 주민센터가 참으로 평화롭고 한가롭게 일하는 곳으로 비치기도 할 테다. 하지만 컴퓨터와 인터넷이 일상화된 지금도 단골 민원인들은 있다. 어떤 민원인들은 마실 삼아 주민센터에 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주 온다. 아침에 번호 대기표의 전원 스위치를 올리면서 오늘은 좀 사람들이 덜 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마치 보름달을 보며 소원 빌듯이 마음속으로 기원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래야 화장실도 제때 갈 수 있고, 점심도 체하지 않게 먹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 악성 민원에 시달릴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요즘 일을 하다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내재되어 있는 화가 참 많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많아서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 길어질라치면 화를 내고, 규정에 맞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해 달라고 떼를 쓰는데 안 된다고 하면 얼굴을 붉히며 언성을 높이고, 직원이 사소한 실수라도 하면 벌레 보는 듯한 눈빛으로 자존감 뭉개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마구, 그야말로, 던진다. 과연 이 세상에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나라는 공무원을 '국민에게 봉사해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렇지만 우리도 이 일을, 먹고살기 위해 직업으로 택한 평범한 '노동자'일 뿐이다. 저 위에 계신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같은 말단 공무원들은 말이다. 비록 '노동자의 날'에 노동자로 대접받지 못하기는 하지만, 월급을 일하는 시간으로 나누어 보면 거의 최저시급이고, 민원인들이 갑질을 하더라도 내 생각이나 주장을 얘기하면 더 힘든 상황에 놓이기도 하는, 그래서 억울하더라도 하고 싶은 말 맘속에 꾹꾹 눌러 담아야만 하는, 감정 노동자이기도 하다.

코로나 상황을 겪으면서 욕도 배부를 정도로 참 많이 먹은 것 같다. 우리가 잘못해서 이렇게 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재난 지원금과 관련된 경우였다. 먼저 전화로부터 시작됐다. 정부에서 1차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고 기사가 난 이후 주민센터로 그와 관련된 문의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지침도 안 내려오고, 우리도 아는 거라고는 기사로 난 정보가 다였는데 말이다. '지침이 안 내려와서 안내를 드릴 수가 없다'는 답변을 하면 알겠다며 전화를 끊는 사람도 있지만, 주민을 위해야 하는 주민센터에서 그것도 모르고 그 정도의 답밖에 못 해 주냐며 다짜고짜 화를 내는 경우도 꽤 있었다. 그 이후 본격적으로 재난 지원금 지급이 시작되면서, 야근에, 주말 출근에,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흘러갔지만, 무엇보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건, 해외 체류 등으로 지원금 수급의 자격이 안 된다거나, 가족이라 세대 분리가 안 되는 등의 사유로 본인들이 원하는 만큼의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 우리에게로 돌아오는 비난의 화살들이었다. 우리도 돈 더 드리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럴 땐 진짜 내 월급이라도 까서 드리고 이제 그만 하시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인간 본성의 밑바닥을 보게 된 경우가 많아, 사람에 대한 회의감과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되는 것 또한 괴로웠다. 물론 좋은 민원인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인한 상처와 힘듦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걸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 내가 너무 나약한 인간인 걸까?

나는, 아니 대부분의 말단 공무원들은, 하루하루 성실히,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해 주길 원한다면, ‘내가 내는 세금으로 너 먹여 살리고 있는데 이러느냐?’와 같은 말은 하지 말아 줬으면 한다. 우리도 세금 누구보다 꼬박꼬박 성실히 납부하고 있고, 돈이라는 건 원래 돌고 도는 존재라, 그 사람들이 말한 세금이 우리 월급에서 차지하는 지분만큼 나도 그들이 벌어들이는 소득에 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각종 부문에서 성실히 소비하고 있는 돈이 흐르고 흘러 그들에게 눈꼽만큼이라도 가는 것이니 말이다.

서류 한 장에도 수고하셨다고 감사하다고 미소 지으며 말씀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는 정말 감사하다. 그런 분들 덕분에 힘을 얻고 열심히 일하게 된다. 작은 미소, 따뜻한 말 한마디의 소중함을 더욱더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posted by 작은책
2020. 7. 23. 14:34 알림 / 엮은이의 글

표지 그림_ 박소영


발행인의 글

 

영웅이냐, 악랄한 친일파냐? 미래통합당과 수구 언론이 고 백선엽 씨를 영웅이라고 호칭하며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광복회와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백선엽 씨를 친일파 중 악랄한 친일파로 분류해 대전현충원에도 안장하는 걸 반대하고 있습니다.

친일인명사전에는 백선엽 씨가 복무했던 간도특설대는 사병까지 전원 친일파로 분류돼 있습니다. 독립군 토벌에 가장 적극적이고 잔혹하고 악랄했기 때문이지요. 백선엽 씨는 6·25전쟁이 끝난 뒤, 동생 백인엽 씨와 사상 최악의 선인학원 비리를 저지르고, 부동산 투자로 현 시세로 2천억이 넘는 덕흥빌딩을 소유하고, 50억이 넘는 자택에서 아주 청빈’(?)한 삶을 살았습니다. 이런 친일파를 옹호하는 수구 정당은 촛불 이후로 조금씩 역사가 바로 잡혀가면서 점점 소수 정당이 돼 가고 있다는 걸 자신들만 모르고 있지요.

작은책 8월호 특집은 작업중지권입니다. 4년 전 구의역 사고, 2년 전 태안 화력발전소 사고 등 하루에 7, 1년에 2400여 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이들이 작업중지권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있었더라면 허망하게 사망했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이른바 한국판 뉴딜을 포스트코로나 시대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내세웠습니다. 김경수 경남 지사는 격차 해소’,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기본소득이 진짜 뉴딜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저는 작업중지권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진짜 뉴딜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님들은 어떠신가요?

2020716

발행인 안건모

 


목차


4 책이 이끄는 여행

다시 왕십리에서 -하명희

12 발행인의 글

 

살아가는 이야기

14 그 쌤 빨리 해고시켜 버렸어야 했는데 -이율현

17 그래서 성공을 못했구나 -최은영

21 베테랑 월급이 50만 원 적다 -한영미

25 코로나19 덕분에 텔레비전을 없앴다 -임지현

28 경비과장이 가슴이 아픈 사연 -손소희

32 돌모루댁의 살림살이

가지가지주먹밥 -윤혜신

37 두꺼비 손글씨 -김상화

38 살아온 이야기

늙은 암소도 챙겨 주었다 -김수련

44 시 읽고 감상하기

시를 보면 시인을 안다 -조기현

47 교장 일기

첫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주는 입학 선물 -최관의

52 한의사 권해진의 살아가는 이야기

혼인 신고를 막는 조건들 -권해진

 

일터 이야기

일터에서 온 소식

57 노조를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김나영

63 직위 해제 당하고 진짜 교사가 됐다 -김석현

69 9개월 만에 강제 퇴사, 입사 반복, 뭔가 이상하다 -김경학

75 작은책 법률 상담소

대여금이냐, 투자금이냐 -김예지

특집_ 작업중지권

80 작업중지권? 2004년이 마지막이었다 -김진영

84 구의역 사고 4주기,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임선재

88 작업중지권 없는 안전한 일터? -서현수

92 오늘은 배달 불가능합니다.”

이럴 때 당신은? -손진우

 

96 이동슈의 생활 만화 _ 삼삼한 삶

 

세상 보기

98 옛 그림 속 여성들

우리 안에, 그대는 없다 - 이종수

104 키워드로 보는 우리 사회

탈진실인국공사태 -고태경

110 어린이 해방과 평화

이발이나 목욕을 때맞춰 해 주시오 -이주영

116 생태 이야기

에어컨으로 식힐 수 없는 더위 -박병상

122 존버 씨의 시간들

신자유주의 시대의 근면 규범 -김영선

128 정작 모르는 유물 이야기

정신을 담은 얼굴, 초상화 -박찬희

134 독립영화 이야기

잊을 수 없는 그 순간 -류미례

140 책 읽고 딴 생각

통찰의 실마리를 주는 실험들 -변정수

144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posted by 작은책
2020. 4. 29. 16:07 알림 / 엮은이의 글


발행인의 글

<작은책>2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199551, 노동절에 맞춰 창간한 <작은책>은 그동안 노동자들의 생활글쓰기를 선도해 왔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글을 써야 세상이 바뀐다는 고 이오덕 선생님의 말씀을 길잡이로 삼고 이 사회의 주류들이 아닌 평범한 서민들이 글을 쓸 수 있도록 모임도 만들고 노동자들이 쓴 글을 찾아 실었습니다. 지금까지 <작은책>에 실렸던 생활글에는 서민들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이달의 책이 이끄는 여행은 하명희 작가가 어서오세요 베짱이도서관입니다(박소영, 그물코)를 읽고 느낀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박소영 관장이 후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묶어 낸 책입니다. 하명희 작가는 그 편지를 읽고 나서 천변을 산책합니다. 독자님들도 함께 산책하면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작은책> 25주년 특집은, 인물을 인터뷰하지 않고 <작은책> 독자 25분을 무작위로 선정해 요즘 뭐 해 먹고삽니까?”라는 주제로 글을 받았습니다. 라이더유니온 위원장도 있고 농사꾼, 글 쓰는 주부, 정년퇴직하고 다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허울 좋은 프리랜서 반백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다 버티면서 먹고살고는 있지만 요즘 모두 코로나19 때문에 더욱 힘들어졌답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서로가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힘을 내면 좋겠습니다.

독자님들, 어제 선거 결과는 잘 보셨나요? 민주당이 압승했습니다. 세월호 막말을 일삼던 몇몇 국회의원이 낙선했네요. 오늘은 세월호 참사 6주기, 올해는 진실이 밝혀질까요?

 

2020416

발행인 안건모 올림



목차

 

책이 이끄는 여행

매화 편지-마음은 어디서 왔을까   하명희

12 발행인의 글

13 원고를 기다립니다

 

작은책 25주년 특집_ 작은책독자 25명에게 물었다.

"요즘 뭐 해 먹고삽니까?”

 

16 먹는 거 하나는 제대로 먹자주의다   박정훈

20 책방만 운영하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고희라

24 너희가 와야 학교는 봄   구자숙

28 오늘 밥값 했냐?”   김영탁

32 <작은책> 때문에 귀농한 사연   도상록

36 지금도 거기 살아?”   김지영

40 돈은 없어도 가오는 있어야지   홍세화

44 12월이면 돈이 왕창(?) 쏟아집니다   류미례

48 연봉은 10분의 1로 줄었지만 도시보다 오백 배는 낫다   이재관

52 재택근무도 가능한 프리랜서   유지향

56 일자리는 너무 많은데…   제희덕

60 허울 좋은 프리랜서 반백수   이명옥

64 월급 도둑이 된 느낌이 들 때   최숙하

68 짧게 깎아 주세요, 초여름까지 버티게”   최인기

72 3만 원짜리 공립학교 강의는 쫌…   이하나

76 보통 1시쯤 일어납니다   이동수

80 어쩌다 보니 치과의사   송필경

84 애들도 없는데, 애들도 없는데”   이현림

88 온라인 개학이면 점심도 온라인으로 나오냐?”   안미선

92 정년퇴직하고 건설 현장 부소장(?)이 되는 방법   이근제

96 연봉 노출 절대 금지게다가 서약서까지?   김진회

100 저는 요즘 핑계부엌으로 먹고삽니다   송추향

104 숲해설가, 가슴은 뛰지만 독립은 글쎄…   신혜정

108 아이한테 위로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백남호

112 백만 년만에 온 부장의 문자에 절이라도 하고 싶다   최은영

 

세상 보기

116 생태 이야기

우리를 감싸는 5월의 바람   박병상

122 존버 씨의 시간들

재난, 비상근무 그리고 공무원 과로사   김영선

128 정작 모르는 유물 이야기

산수화 속으로   박찬희

134 독립영화 이야기

어디 장남도 없이 무덤을 파냐   류미례

140 책 읽고 딴 생각

왜 가장 인권적인 것이 가장 교육적인가       변정수

144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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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 20204월호

살아가는 이야기_ 교장 일기

 

늦고 싶어 늦는 아이는 없다


최관의/ 서울율현초등학교장, 열다섯, 교실이 아니어도 좋아저자

 

 

9, 정문 닫을 시간이야. 3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터덜터덜 걸어오는 게 보여. 눈에 보이는 아이 놔두고 문 닫는 게 매정하다 싶어 기다렸지.

문 닫는다.”

고개 들어 나를 잠깐 보는 것 같더니 다시 느릿느릿. ‘뭐 이런 녀석이 다 있나.’ 하며 지각인 거 모르냐. 얼른 와라라는 말이 목구멍으로 밀고 올라오는 걸 꿀꺽 삼켰어. 잔소리한다고 지각 안 하면 맨날 잔소리하게.

아침은 먹었니?”

아뇨.”

들어가면 우유라도 미리 먹어. 담임선생님께 아침 못 먹었다고 말씀드리고.”

싫어요.”

이왕 늦은 거 천천히 올라가. 넘어질라.”

고개 숙인 채 그 걸음걸이 그대로 걸으며 하는 말에는 귀찮음과 어두움과 건조함이 느껴져. 아침맞이 때마다 아무리 아는 척해도 눈길 주지 않고 나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져 고개 숙이고 혼자 입을 꾹 다물고 등교하는 녀석.

지각하는 아이들만 보면 나도 모르게 불쑥 올라오는 말을 안 하도록 만들어 준 아이가 있어. 아현초등학교에서 5학년 담임할 때 만난 민선이. 민선이는 거의 날마다 지각을 했지. 수업 시작하는 9시에 오면 아주 훌륭한 거고, 1교시 중간이나 2교시, 가끔은 3, 4교시에 오기도 했는데 다행히 결석은 안 해. 우울한 얼굴에 말수는 적고 아이들과 즐겁고 맛있게 어울리지도 않아. 혼자 책 읽는 시간이 많고.


녀석이 늦을 때마다 그저 누구나 습관적으로 하는 말을 했어. 늦었구나.”, 조금 일찍 다녀라.”, 날마다 늦으면 어떻게 하니? 자리에 앉아서 얼른 수업 준비해.”, 내일부터는 조금 일찍 오도록 해 봐.” 내 표정과 말투가 좋을 리 없지. 가끔 무슨 사정이 있는지 물어보지만 민선이는 아무 말 안 했어. 그냥 늦게 자서 그런다는 말을 할 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 마음을 안 연 거야.

그렇게 비슷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5월 하순. 2교시 수업을 하다 우연히 창문 밖을 보니 교문으로 들어서는 민선이가 보여. 2학년 여동생 손을 잡고 쪽문으로 들어서더니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서서 텅 빈 운동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거야, 꽤 오래.

그 순간 나는 민선이가 되었어. 아무도 없는 운동장, 멀리 교실에서는 수업하는 소리만 가끔 들릴 뿐 조용하고 차분하고 엄숙한 학교. 나와 동생만 뚝 떨어져 있어. 저 학교 건물 안에 있는 아이들은 우리 둘과는 달라. 아이들과 선생님은 내게 관심도 마음도 없어. 나는 날마다 늦는 아이고 친구도 없고 옷은 꾀죄죄하게 입고 다니는 그런 아이. 그래도 나는 교실에 가야 해. 따로 갈 데가 없고 집에 있는 건 더 싫고 무섭기까지 해.

언니 손을 앞뒤로 흔들며 까부는 동생에게 무거운 표정으로 별 감정 없이 몇 마디 던지는 민선이. 축 처지고 지치고 무거운 저 발걸음에서 또래 다른 아이들에게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고단함이 묻어나. 한 걸음 한 걸음이 아픔이고 슬픔이야. 집에는 어떤 사정이 있기에, 아침저녁 그리고 밤에 어떤 분위기와 흐름이 있기에 저렇게 어두운 얼굴과 무거운 발걸음으로 학교에 오게 될까. 지각할 때마다 저 지친 발걸음으로 등교했을 텐데.

도대체 나는 뭘 위해 선생을 하지? 내가 사람을 본 거야, 아니면 껍데기만 보고 매달려 사는 거야. 담임으로서 민선이의 저 삶의 무게를 이해하지 못한 채 지식이나 욱여넣고 규칙 잘 지키는 사람 만들겠다고 잔소리나 하다니. 아이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모습을 그려 놓고는 거기에 맞춰 남녀노소 교사든 아니든 누구나 습관적으로 할 수 있고 하는 잔소리나 하고.

그 뒤로 민선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녀석은 집안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 민선이가 아침저녁으로 동생과 밥을 차려 먹는다는 것까지만 알았지. 집안의 흐름과 사는 형편은 그냥 짐작만 했고. 민선이에게 말했어. 늦어도 내게 미안한 마음 갖지 말고 당당하게 들어와라. 학교에 오는 것만으로도 너는 큰 공부 하는 거다. 대신 수업 흐름만은 따라가자. 늦어서 못 한 건 친구들이나 내게 물어서 해 가자. 밥을 못 먹고 올 때는 미리 우유를 먹도록 하고.

난 아이들에게 말했지. 부모님이 일찍 일하러 가셔서 민선이가 아침밥 차려 먹고 동생까지 챙겨서 온다. 어른도 힘들어하는 어려운 일이다. 어찌 보면 늦는 게 당연하다. 밥 먹고 동생 챙겨 학교 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공부니 민선이가 늦는 거에 대해서 너무 마음들 쓰지 않도록 하자. 그리고 비슷한 어려움으로 늦는 사람은 말해 다오.

그러고는 민선이가 당당하게 늦도록 했어. 이상한 아이, 늦는 아이, 게으른 아이라는 어두움을 걷어 내고, 대신 부지런하고 책임감 강하며 손이 야무진 아이 이미지를 만들어 갔지. 아이들과 잘 어울리도록 자리 배치부터 모둠 구성, 현장 학습과 반에서의 역할 등도 신경 쓰고. 늦었다고 잔소리하는 일은 없었어. 오히려 늦게 오면 수업 중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멋지다고 했고. 그런데 지각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줄었어. 나중에는 840분 전에 오기 시작했고 6학년 올라갈 무렵인 2월 어느 날 아침엔 내게 와서 말하기도 했어.

선생님! 오늘 우리 반에서 가장 먼저 왔어요.”

그렇게 6학년으로 올려 보냈고 그해 스승의 날에 민선이로부터 편지를 받았어.

선생님, 오학년 때 지각해도 야단치지 않고 기다려 줘서 고맙습니다.”

지각하거나 공부 못 하는 게 삶의 목표인 아이는 없다는 너무나 당연한 이치를 모르고 사는 나를 깨우쳐 준 민선이! 난 지금도 늦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안 해. 하더라도 아이에게 맞게 하려 노력하지. 민선이가 지금은 서른 살 되었겠다.

posted by 작은책
2020. 3. 25. 15:49 알림 / 엮은이의 글

표지 그림_ 박소영



발행인의 글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현저히 줄었습니다. 지난 314, ‘신규 확진자가 107, 완치된 사람들이 204이라는 뉴스가 나옵니다. 완치자가 확진자 수를 넘어서 조금 안정이 되는 것 아니냐는 희망이 보이기도 합니다. 현재 한국 정부의 감염병 대처 방식은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잘 하는 편입니다. 신천지 신도 일부를 제외한 성숙한 시민들도 외출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구 언론은 코로나19 때문에 대구나 인천 송도가 유령도시가 돼 가고 있다는 등 과장된 뉴스를 쏟아내며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은책> 4월호 책이 이끄는 여행에는 김용심 작가가 조선 시대에 돌던 갖가지 전염병, 역병에 관련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흉년과 역병이 한참이던 때 연산군은 구휼미를 내줘도 모자랄 쌀을 왕실에 바치라고 하는 등 고통받는 백성들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 연산군은 교동도에 유배된 지 3년 만에 역질에 걸려 죽음을 맞았습니다. 그 역사를 보면서 수구보수당 황교안 대표나 심재철 원내대표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코로나19 대책 긴급 추경 예산을 가지고 현금 살포 포퓰리즘이라는 등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서 딴죽을 걸고 있기 때문일까요?

415일은 국회의원 선거일입니다. 코로나19 소식에 묻혀 후보가 누군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어떻게 되는지, 깜깜이 선거가 되지 않을지 걱정스럽습니다. 못된 정치가들은 코로나19 못지않게 위험합니다. 누가 정말 나라를 위하고, 서민을 위하는 국회의원인지 잘 뽑아야 합니다.

 

2020317

발행인 안건모 올림

 

 

 

목차


4 책이 이끄는 여행

조선왕조실록의 전염병과 코로나19 김용심

12 발행인의 글

13 원고를 기다립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14 코로나19! 에잇! 코로나18! 신혜진

18 예약 말고 즉시콜? 최숙하

22 누가 쪼잔한 건지 모르겠다 이근제

26 인도 델리 버스의 커튼 신혜정

31 부억때기 송필경

34 뱃살의 원흉 이동수와 최해옥

40 돌모루댁의 살림살이

코로나19 집밥 윤혜신

46 살아온 이야기

4, 누구나 상처는 있다 김수련

52 두꺼비 손글씨 김상화

53 시 읽고 감상하기 박영수

56 교장 일기

늦고 싶어 늦는 아이는 없다 최관의

61 한의사 권해진의 살아가는 이야기

코로나19 덕분입니다 권해진

 

일터 이야기

65 일터 탐방_ 서울대병원

병원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법 명숙

71 일터에서 온 소식

번드르르한 방송사, 속은 썩었다 김기영

77 작은책 법률 상담소

실업급여, 나도 받을 수 있다 양성우

 

작은책이 만난 사람_ 문지영

81 분리수거하면 세상이 바뀌나? 지금은유지향

 

96 이동슈의 생활 만화 _ 삼삼한 삶

 

세상 보기

98 옛 그림 속 여성들

이토록 장엄한 아름다움 이종수

104 키워드로 보는 우리 사회

거리두기, 최선입니까? 고태경

110 어린이 해방과 평화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올려 보아 주시오 이주영

116 생태 이야기

올해 4월은 잔인할까? 박병상

122 존버 씨의 시간들

성과 장치는 죽음조차 개인화한다 김영선

128 정작 모르는 유물 이야기

조선의 타임캡슐, 백자 박찬희

134 독립영화 이야기

가정사에 스며 있는 베트남전쟁 류미례

140 책 읽고 딴 생각

물신 전체주의 사회 변정수

144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posted by 작은책
2020. 3. 2. 14:42 알림 / 엮은이의 글

▲표지 그림_ 박소영


발행인의 글

3월호를 만드는데 반가운 소식이 들려옵니다. 영남대의료원 본관 옥상 70미터 높이에서 227일 동안 고공농성을 했던 대구 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 박문진 씨가 사측과 합의해서 내려왔습니다. 건강이 악화돼 107일 만에 내려왔던 송영숙 씨와 함께 해고 13년만에 원직 복직하고, 노조 활동의 자유를 보장받게 됐습니다. 정년을 1년 남겨둔 박문진 씨는 실제 업무는 하지 않고 위로금을 받고 곧바로 퇴직하기로 했습니다.

노조 활동을 보장받는데 이렇게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이 사회는 언제나 바뀔까요. 그보다 더 오래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사람은 언제 내려올 수 있을까요? 강남역 사거리 CCTV철탑에서 253일째 (217일 현재) 고공농성 중인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도 지상으로 내려와서 복직하는 날이 올까요? 현재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고 있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정당한 죗값을 받아야 내려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달에 ‘<작은책>이 만난 사람은 삼표레미콘 운전사 최만선 씨입니다. 노동자이면서 차주라는 이유로 노동자가 되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 장애등급 4급인 최만선 씨는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왔을까요. ‘부자 되기 포기를 좌우명으로 삼으니 간땡이가 부어 겁이 없어지더라’, 그래서 꼴값은 하고 살았다고 말합니다. 반어법으로 한, 그이의 말은 뜬구름 잡는 어떤 철학보다도 사유가 깊은 심오한 철학처럼 들립니다.

 

2020217

안건모 올림


목차

4 책이 이끄는 여행

조선의 영원한 역적 천재 허균 이동수

12 발행인의 글

13 원고를 기다립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14 맨땅으로 내몰지 말고 헬멧이나 주라고 이지우

19 몸은 달라도 사랑은최숙하

23 돈 얘기가 먼저부끄러웠다 최성희

27 그림일기를 시작했다 최해옥과 이동수

33 돌모루댁의 살림살이

오곡밥과 나물 윤혜신

39 두꺼비 손글씨 김상화

40 살아온 이야기

파리 근교에서 동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김수련

47 시 읽고 감상하기 신경현

50 교장 일기

이놈의 마스크를 어째 최관의

55 한의사 권해진의 살아가는 이야기

효도하는 법 권해진

59 글쓰기 모임 안내

 

일터 이야기

62 일터 탐방_ 코레일 고객상담센터

동일 유사 업무가 대체 뭐래? 명숙

68 일터에서 온 소식

현장 노동자는 감염 예방 방법을 알고 있다 이향춘

73 작은책 법률 상담소

창작자를 보호하라 김묘희

 

작은책이 만난 사람_ 최만선

77 꼴값은 하고 산다 안건모

 

96 이동슈의 생활 만화 _ 삼삼한 삶

 

세상 보기

98 옛 그림 속 여성들

이별의 순간, 한 남자와 두 여자 이종수

104 키워드로 보는 우리 사회

상상하는 자와 팔로우하는 자 고태경

110 어린이 해방과 평화

어른에게 드리는 글과 어린이날 약속 이주영

116 생태 이야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박병상

122 존버 씨의 시간들

살인 기업의 노동 시간은? 김영선

128 정작 모르는 유물 이야기

발걸음을 끌어당기는 분청사기 박찬희

134 독립영화 이야기

영화로 소망을 이루는 방법 류미례

140 책 읽고 딴 생각

왜 정치는 불평등을 악화시키는가 변정수

144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posted by 작은책

<작은책> 20202월호

일터 이야기

일터에서 온 소식

 

 

자회사만 고집하는 한국가스공사

박인국/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 인천기지 지회장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에 미화원으로 근무한 지 9년차가 되어 갑니다. 20175월 문재인 정권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발표가 있은 후 지금까지 한국가스공사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올바른 정규직 전환을 위해 20179월에 노동조합을 만들 당시만 해도, 희망이 보였습니다. 미화원이라고 하여 단순 미화가 아니고, 청소와 예초, 제초 작업, 집기류 이동 등 관리원에 가까운 노동을 하였습니다. 급여가 삭감되어도 말을 못했고, 소장의 갑질에도 하소연할 데가 없었습니다. 정규직 전환이라는 흐름에 따라 노동조합에 대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은 전국에 본사를 포함하여 15군데가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만 1400여 명에 달합니다. 그래서 지부를 두고 지회를 만들고 지회장, 대의원을 선출하였습니다. 대구 본사에 지회장들이 모여 비정규직 직종을 비서, 기사, 캐드 업무를 하는 파견직과 시설, 미화, 소방, 특경, 전산, 홍보 7개 직종으로 구분하고 직종 대표인 지부장을 선출하였습니다. 공공운수노조 각 지역 국장님이나 본부장님을 통하여 교육을 받고, 공공운수노조의 도움을 받아 노·사 및 전문가 컨설팅협의회(이하 노사전협의회)와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201711월에 1차 회의를 하기 전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분들을 상대로 노동조합 설립 취지와 노동조합이 앞으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가는지에 대해 설명을 하였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설립 초기부터 별도 직군, 별도 임금, 별도 예산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한국가스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였습니다. 대학을 나오고, 시험을 치르고, 호봉을 받고, 성과금을 받는 정규직분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사전에 논의를 하고 합의를 하여 공사에 요구했지만, 공사는 자회사만을 고집하였습니다.

한국가스공사 앞 천막 농성장에 걸린 현수막. 사진 제공한국가스공사비정규직지부


전환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파견 직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계약이 만료되어, 정규직 전환 대상자라는 종이 한 장 받고 퇴사하여 전환만을 기다리는 입장이 되었고, 전산 직종에 근무하시는 분들 중 일부는 전환 제외 대상이라고 해서 노동청 중앙컨설팅에 의뢰를 했더니 전환 대상자이며, 직접고용해야 된다는 답도 받았습니다. 공사 사장이 공석일 때는 사장이 없다는 핑계로, 인사이동 철에는 담당자가 바뀌었다는 핑계로 지루한 싸움을 하였습니다.

20189월 처음으로 3일간 파업을 진행했지만 얻은 것 없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12차 노사전 회의를 기점으로 공사와 전환 회의를 중지하고, 각 직종별 처우 개선을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하였습니다. 미화 직종의 경우 급여 삭감 이유를 밝힐 것을 요구하고, 저희는 단순 미화가 아닌 시설 미화이기 때문에 현실성 있는 임금 설계를 요청하며, 정규직 전환 발표 후 정년퇴직 등으로 나가신 자리에 인력 충원이 안 되고 있어 충원을 요청했습니다.

공사는 순환 보직으로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동안 담당을 하는 관계로 전 담당자의 설계 취지를 확인 안 하는 것인지, 노동조합이 있음에도 아무런 개선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기존 용역업체와 계약이 만료되어 신규 입찰 과정에서 임금을 개선하였습니다. 하지만 인력 충원은 계속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관리소가 늘고, 정규직이 늘어서 더 충원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나간 자리에 충원을 요청한 것에 대해 사측은 타 공공기관보다 많은 인력이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이에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미화 인력에 대한 조사를 하니, 단순 청소만 하는 미화고 공사와 같이 청소 업무와 조경 관리를 같이 하는 곳이 없었으며, 건물 청소의 경우도 건물관리위생협회의 기준보다 적은 인원으로 미화 작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20195월에 다시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임금체계가 바뀌어 남녀 간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고, 남자의 경우 실적급 정산이라는 수당이 생기면서 조합원들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노조에서 남녀 기본급이 상이하니 같이 맞춰 달라는 요구에는 남자의 임금이 총액으로는 많으니 문제없다고 하고, 최저임금은 통상임금으로 따지니 상여금 300퍼센트를 12개로 나누어 지급한다는 것을 월 25퍼센트 지급으로 바꾸어 통상임금에 산입되게 하는 등 사측의 만행에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지부에 건의를 하여, 2019129일 대구 본사 앞에 미화 조합원의 설움을 알리는 투쟁 천막을 치게 되었습니다.

투쟁 천막 설치와 동시에 총무부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이름만 없다뿐이지 자기를 욕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기다리지 못하고 투쟁 천막을 쳤다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이에 저희는 담당자 분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사측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 말하고, 총무부장의 빠른 결론 촉구를 하였습니다.

미화 직종의 문제는 새로운 임금 설계와 인력 충원이라는 결과를 얻었지만, 비정규직 전환 요구에 대해서 사측은 아직도 답이 없습니다. 우리 비정규직 노조는 일방적인 직고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회사안도 하나의 조건만 성립이 되면 검토를 한다고 하였습니다. 자회사의 경우 모회사와 교섭을 할 수 있는 교섭권을 보장한다면 검토를 한다고 하였으며, 설립과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산업통상자원부의 자회사 운영 평가를 어떻게 치를 것인지 등을 사측에 요구하였지만 제대로 된 자료를 안 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물며 직접고용시 정부의 전환 가이드라인에 나오는 권고 사항도 무시한다는 발언을 하여 15차 노사전 회의와 2번의 실무 협의를 마지막으로 중단을 하였으며, 사측의 성의 있는 자료가 나올 때까지 우리 나름의 투쟁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 지난 12일 한국가스공사 시무식 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구 본사에서 게릴라 파업을 벌였다. 사진 제공한국가스공사비정규직지부


이에 지난 12일 본사 조합원만으로 게릴라 파업을 진행하여 2020년 시무식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2020110일 기준 투쟁 천막 33일차, 정규직 전환 요구 선전전 634일차를 보내면서 한국가스공사의 성의 있는 자세를 요청하며, 한 명의 조합원으로서 정규직 전환이 희망 고문이 안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지난 2월 10일부터 가스공자 비정규지부는 전면 파업 중입니다 - 편집자 주

posted by 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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