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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9.29 삼순이 아버지, 맹봉학 씨
- 2009.04.16 [작은책 강좌] 4월 23일(목) 정태인 '술술 넘어가는 노동자 경제 상식'
- 2009.01.29 쪼코형님과 박 주사님(2008년 12월호)
- 2008.12.26 작은책 2009년 1월호가 나왔습니다
- 2008.12.24 생명을 살리는 병원, 노동자는 파리 목숨(2008년 11월호)
- 2008.12.03 작은책 12월호가 나왔습니다
- 2008.10.28 작은책 11월호가 나왔습니다
- 2008.09.30 언론에 나오지 않는 노동자 이야기(2008년 8월호)
삼순이 아버지를 만났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연속극에서 삼순이 아버지로 나온 맹봉학 씨다. <작은책>에서 연예인을 인터뷰하기는 처음이다. 전화를 했더니 “요즘, 본의 아니게 내가 유명 인사가 됐네요” 하고 껄껄껄 웃는다.
대학로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마땅한 곳이 없어 성균관대 앞에 있는 풀무질 책방에서 만나기로 했다. 맹봉학 씨가 풀무질 책방 주인인 은종복 씨하고도 친하니 잘됐다 싶었다. 정확히 두 시에 책방으로 들어온 맹봉학 씨가 은종복 씨와 반갑게 인사를 한다.
맹봉학 씨는 요즘 더 바빠졌다. 어제도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에서 인터뷰를 했고 오늘도 이 인터뷰가 끝나면 이 근처에서 다른 매체와 또 인터뷰가 있단다. 이렇게 바쁜 까닭이 연기자로서 스타가 됐기 때문이 아니다. 가슴 아픈 얘기지만, 배우인데 사회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 저기 여러 매체에서 취재당하는(?) 수준을 보면 거의 사회운동가가 다 됐다. 연기를 해야 먹고사는 배우가 그러기가 쉽지 않다.
“전에 경찰에 소환당해 조사를 받았는데, 그때 벌금 맞으셨어요?”
“두 번 다 안 맞았어요. 뭐, 죄가 있어야죠.”
맹봉학 씨는 유일하게 연예인으로서 집회에 관련해 경찰에 소환을 두 번 당한 사람이다. 한 번은 2008년 촛불 집회 때, 두 번째는 지난해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 때였다.
“영결식 때 도로로 차를 따라 갔는데 사진이 찍혔더군요.”
연예인이 경찰에 출두하면 금방 소문이 나기 때문에 스스로 몸을 낮출 만도 한데 맹봉학 씨는 당당하다. 하지만 역시 그 사건 이후로 영화 섭외가 전혀 안 들어온단다.
“전혀 연락이 없어요. 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사실 영화 하는 사람들은 진보적인 사람들이 많거든요. 근데 촛불 집회 이후로 한 편도 못했어요. 단편 영화는 숱하게 했지만. 하 참 나, 하하하!”
촛불 집회 때 기억나는 게 있냐고 물었다.
“촛불 집회 때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어요. 먹을 걸 갖다 줘요, 고맙다고. 나 하나 나온 게 자기들 백 명 천 명 나온 것보다 더 힘 되니까 고맙다는 거죠. ‘아, 이분들이 지켜보고 있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맹봉학 씨는 푸근한 아버지 역할로 많이 나왔지만 아직 미혼이다. 올해 마흔여덟 살. 왜 결혼을 안 했느냐고 물었더니 “못했다고 봐야죠.” 하고 또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웃는 모습이 그렇게 밝을 수가 없다.
얼굴이 밝지만 맹봉학 씨 어린 시절은 가난했다. 아버지는 열두 살 때부터 일을 했단다. 7남매 가운데 셋째로 태어난 맹봉학 씨는 6ㆍ25 때 남쪽으로 넘어온 아버지가 수원에 자리를 잡은 뒤 태어났다. 친척이 없어 명절 때마다 우울했다. 맹봉학 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혼자 살아 나갈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걸 느꼈단다. 닭을 몇 마리 키웠는데 달걀 한 개를 공책이나 학용품으로 바꿀 만큼 어렵게 살았다. 학교에서 준비물을 사 오라고 하면 집에 돈이 없어 못 사줄 게 뻔해 아예 이야기를 안 했다.
그래도 맹봉학 씨는 늘 희망을 갖고 살았다. 그때 만화를 많이 봤단다.
“만화를 보면, 처음엔 고생하다가 나중에 다 성공하더라고요. 하하하.”
참 잘 웃는다. 꾸밈이 없다. 맹봉학 씨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야간 학교인 산업체 특별 학교를 다녔다. 낮에는 구로공단에 있는 병 공장에서 일했다. 일하다가 손을 다치기도 했다. 다니던 산업체 특별 학교가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맹봉학 씨는 영등포공고 전기과로 들어갔다. 연극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우리 집이 가톨릭 집안이에요. 성당 학생회에서 문학의 밤을 했어요. 그런데 연출가 형이 딴죽을 거는 거예요. 연기를 그거밖에 못하냐고.”
맹봉학 씨는 오기가 생겼다. 가톨릭 학교를 다녀 수사가 되려고 했지만 자기 길이 아니라고 깨닫고는 연극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연극은 재미가 있었다. 첫 작품은 전주 지방연극제에서 한 〈멀고 긴 터널>이었다. 거제도 포로 수용소에 관한 이야기였다.
독립 영화에도 출연했다. 그때 출연한 작품은 영화아카데미에서 직원으로 일하던 김진성 감독(<서프라이즈>, <거칠마루>)의 <환생>이었다. 그이가 맡은 역은 ‘반성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태어나는 두 명의 사형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밖에 <2001 이매진>, <수사반장 트위스트 김>, <트라이앵글 메모리즈>, <잘돼가? 무엇이든>, <바이칼>, <아버지 어금니 꽉 깨무세요> 등 수백 편에 출연했다.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최원석 감독의 단편 영화 <트라이앵글 메모리즈>라고 한다. 맞고 다니는 아들한테 레슬링을 전수하는, 재미있는 역할을 맡았다.
“내가 코믹 배우라는 걸 그때 알았어요. 하하하.”
맹봉학 씨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삼순이 아버지 역할이었다. 2005년에 방영했던 그 연속극은 시청률이 50퍼센트 가까이 됐다고 하니, 우리 국민들은 다 봤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라고 한다.
“대사가 좋았어요.”
가장 깊이 기억에 남는 대사는 삼순이가 사랑에 지쳐 혼자 소주를 마시면서 상상 속의 아버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 한 대사였다.
“미안해, 아부지. (줄임) 끔찍해. 그렇게 겪고 또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하는 내가 너무너무 끔찍해 죽겠어… …. 아주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
그때 삼순이 아버지가 한 말이 시청자들을 울렸다.
“삼순아, 아버지는 가슴이 딱딱해져서 죽었잖아.”
맹봉학 씨는 이 사회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을까. 1987년, 거리에는 짱돌과 최루탄이 날아다니고 데모가 한창이었는데 맹봉학 씨는 연극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얼마 뒤 절차상으로나마 직선제 민주주의로 바뀌었는데 자신은 무임승차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밑바닥에 늘 미안함이 있었다. ‘언젠가는 나도 뭔가 할 거다’ 하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씨앗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발아할 거’라고 했죠. 그럴 때 광우병 소 수입 반대 집회가 열리기 시작했어요. 어른들이 막았어야 하는 일인데 아이들이 자기 먹을거리 때문에 싸우는 걸 보고, 이번에 안 하면 더 큰 죄의식을 느낄 것 같아 참여하게 된 거예요. 이왕 참여한 거 열심히 해 보자… ….”
맹봉학 씨는 현재 강동촛불, 참여연대, 언론행동모임, 강동중증장애인, 강동청소년공부방, 백혈병 단체, 제주도 다니엘, 동자동사랑방 등 일일이 외우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곳에 후원 회비를 내고 있다. 은평시립병원, 아산병원에서는 18년째 중증 환자들과 함께 사이코드라마를 하면서 자원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참여연대에서 주관한 ‘최저 생계비 하루 체험’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보다 앞서 그 하루 체험을 하고는 “황제의 식사가 부럽지 않았다”고 허풍을 친 차명진 의원에게 ‘체험’과 ‘삶’도 구분 못하느냐고 쓴소리도 했다.
맹복학 씨가 이렇게 사회에 관심을 두고 촛불 집회까지 나와 경찰에 두 번 연행되면서 현실은 우울해졌다. 영화 섭외가 뚝 그친 것이다. 후회 안 하느냐고 물었다. 그이는 일분일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후회했다면 이런 인터뷰 안 하죠.”
맹봉학 씨는 이어 말한다.
“사람이 영원히 권력을 잡을 수 없는 거고, 언젠가는 죽잖아요. 반성하면서 좀 더 착하게 살다 보면 죽을 때 덜 후회하고 죽을 텐데… …. 이명박, 자기는 안 죽나? 당장 2년 뒤에 청문회 하고 그럴 텐데. ‘버티면 전두환처럼 살 수 있을 거야’ 이런 생각 가질 수 있겠죠. 세상이 잘못 됐지. 잘못을 저지른 전직 대통령들을 너무 빨리 사면해 줘서 그래요. 망명을 가게 하든지 종신형을 때리든지 해야 돼요.”
이렇게 용기 있는 연예인은 처음 만났다. 왜 이런 분이 아직까지 결혼을 못하고 있을까. 마음에 있는 분들은 용기를 내서 <작은책>으로 연락하시라. ‘소개팅’도 사양하지 않겠단다. 맹봉학 씨는 갑자기 배가 고프다면서 떡볶이를 사 왔다. <작은책> 일꾼 최규화가 연예인이 사 준 떡볶이는 처음 먹는다며 입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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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새로 나온 책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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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는 병원, 노동자는 파리 목숨 | ||||
오도엽의 일터 탐방 | ||||
오도엽/ <작은책> 객원기자 | ||||
추석을 앞둔 9월 10일 강남고속터미널 너머에 있는 강남성모병원을 찾았다. 터미널과 병원을 잇는 육교에 올라서자 웅장한 글씨가 눈을 가로막는다. ‘2009년 5월, 생명을 존중하는 첨단 병원이 개원합니다.’ 이천억 원을 들여 짓는다는 가톨릭 대학교 서울성모병원. △ 9월 9일 정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항의집회를 하고 있는 조합원들. <비정규직 철폐하라>를 외치고 있다. ⓒ 작은책 △ 9월 9일 강남성모병원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조합원들. ⓒ 작은책 △ 농성장 천막에 내걸린 현수막. ⓒ 작은책 △ 어느 환자가 투쟁 중인 조합원에게 건넨 음료수와 <힘내세요. 좋은 결과 있기를 기도하며 응원합니다.>가 적힌 쪽지를 보고 있다. ⓒ 작은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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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진으로 보는 사람 이야기
8 엮은이가 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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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12 남편이 돌아왔다! 유이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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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투쟁기 최지연
49 세상의 중심에서 십대가 외친다
아침엔 출근, 저녁엔 등교 변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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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밖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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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그때 거기, 지금 여기 청계천, 전태일의 거리 민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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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함께 읽고 싶은 책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생각하기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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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나오지 않는 노동자 이야기
오도엽/ <작은책> 객원기자
두 달이 넘도록 촛불이 밝혀지고 있다. 억수와 같이 비가 쏟아져도 촛불은 꺼지지가 않는다. 시청광장을 어기적거리며 돌아다니면 유모차를 탄 아이에서 허리가 굽은 할머니까지 만날 수 있다. 녹음기 마이크를 슬며시 들이대면 갖가지 사연이 흘러나온다. 서울광장은 서민들의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풀어내고 달래는 공간이 되었다. 촛불 문화제에 가면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이런 저런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대전의 콜텍 조합원은 서울 본사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이천의 테트라팩도 다국적 기업과 맞서 아직 싸우고 있다. 반가움은 잠깐이고 답답함이 가슴 가득 밀려든다. 촛불이 미처 비춰 줄 수 없는 설움과 눈물이 너무도 많아 속상할 뿐이다. 서울광장에 모인 기자들의 카메라를 보면서 참담해진 순간도 있었다. 1000일을 넘기며 싸우고 있는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단식이 이제 한 달을 앞두고 있다. 이랜드 노동자들의 싸움도 1년을 훌쩍 넘었다. 지난 여름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쫓겨난 이랜드 노동자들이 농성을 했던 홈에버 상암점에는 다시 농성 천막이 들어섰다.
비정규직법 시행 1년을 앞둔 지난 6월 25일 남대문에 있는 한국주택금융공사 앞을 찾아갔다. 와이셔츠를 입은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가슴에 매단 천에는 하얀 구멍이 뻥 뚫려 있다. 그 밑에 자그마한 글씨로 ‘비정규직의 뻥 뚫린 가슴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공공 기관이다. 서민들의 전세 자금, 연금, 학자금 들을 대출해 주는 곳이다. 5백여 명의 직원이 일을 하고 있고, 이 가운데 백여 명은 계약직 직원이다. 지난해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 대책’이 만들어졌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이나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라는 정책이다.
△ "사람은 일회용품이 아닙니다." 지난 6월 25일 한국주택금융공사 앞에서 시위하는 노동자들.
계약직 직원은 보통 11개월에 한 번씩 재계약을 했다.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2년이 넘은 비정규직은 이제 재계약을 하지 않고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공공 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 계약직 직원들은 꿈에 부풀어 있었다. 비정규직법이 확대 시행되는 오는 7월에는 정규직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무기 계약직이 될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광주지사에서 근무하는 이재석 씨는 지난 3월에 익산센터로 옮기라는 제의를 받았다. 계약직인데 익산으로 옮겼다가 재계약이 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고민이 되었다. 아내도 광주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고용이 안정되지 못한 이재석 씨에게 아내의 수입은 무시할 수 없었다.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전학시키는 일도 부담이었다.
회사에서는 걱정할 게 없다고 했다. 계약직으로 2년 이상 근무했기 때문에 오는 7월에 당연히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될 테니 안심하라고 했다. 서른여덟 이재석 씨는 결심했다. 이제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없는데 뭐가 걱정이냐. 맞벌이를 하던 아내에게는 직장을 그만두라고 했다. 이제 갓 입학한 아들도 전학을 시켰다. 집도 팔고 익산으로 일터를 옮겼다. 익산을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열심히 직장 생활을 시작하였다. 그게 4월 3일이었다. 그리고 석 달이 지났다. 이재석 씨는 어김없이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익산센터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늘 하던 대로 컴퓨터를 켜고 회사 전산망에 접속을 하였다. ‘계약 인력 운용’이라는 제목으로 부사장 이름의 공문이 올라와 있었다. 이재석 씨는 무기 계약직 전환에 대한 대책이 발표된 줄 알고 기뻐서 클릭을 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계약직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공문을 보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인가. 채권추심에 근무하는 계약직 직원을 계약 해지를 한다는 공문이었다. 업무를 없애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 직원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직원으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각 지사와 센터는 신규 직원에 대해서는 6개월 이하의 단기 계약직으로 뽑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주택금융공사 계약직 직원들은 말했다.
“능력이 없어서 쫓겨나거나 성실하지 못해서 계약 해지되었다면 억울하지 않아요. 업무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상관없이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으로 2년 이상이 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 때문에 쫓겨나는 거잖아요.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불안해도 11개월에 한 번씩 자동으로 계약을 갱신했는데 이게 뭡니까.”
또한 계약직 직원들은 공공 부문 개혁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공공 기관 개혁을 하라고 하니 계약직을 희생양으로 삼은 거예요. 정규직을 구조 조정할 수 없으니 계약직 직원들이 정규직이나 무기 계약으로 전환되는 걸 막아 개혁을 했다고 하려는 거 아닙니까. 저희들이 하던 업무는 계속 필요합니다. 저희가 나가는 자리를 단기 계약직으로 충원한다는 게 이명박 정부의 막무가내식 공공 기관 개혁의 실상이에요.” 6월 3일 공문에는 계약 해지자 명단이 없었다. 더는 계약 갱신 없이 모두 해고라는 통보였다. 그날 밤 퇴근을 한 이재석 씨는 차마 아내에게 이달 말로 계약 해지되어 실업자가 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여보, 직장에 다니지 않고 살림만 하는 것도 이제 몸에 익네.”
아내가 된장찌개를 식탁에 올리며 말을 했다. 초등학생 아들과 다섯 살 난 딸아이가 식탁으로 달려와 숟가락을 들었다.
“아빠 화났어?”
딸이 아무런 말도 없이 밥만 먹는 아빠에게 물었다. 딸의 목소리에 이재석 씨는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이재석 씨는 딸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부끄러운 아빠가 되고 말았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이대우 씨는 계약직 직원을 일회용품처럼 한 번 쓰고 버리는 행동이라고 분노를 했다.
“계약직이라지만 회사에서 2년 넘게 근무해 온 직원들이 아닙니까. 최소한 한두 달 시간을 두고 해고 통보를 해야 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모두들 집안의 가장이고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인데, 6월 3일에 달랑 전산망에 공문 한 번 올리고 그달 말에 회사를 나가라는 게 말이나 됩니까. 어디 다른 일자리 알아볼 짬이라도 줘야 맞는 것 아니에요. 계약직 직원들이라지만 대부분 10년 이상 금융계에 근무한 베테랑이에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인데, 정말 자존심을 뭉개는 짓이에요.”
이대우 씨는 평화은행에서 정규직으로 근무를 하다가 아이엠에프 때 은행들이 구조 조정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가로놓인 높은 벽을 하루에도 몇 차례 경험을 했다. 취재를 하고 돌아서는데 계약직 직원들이 물었다. 오늘 몇몇 기자들과 방송 카메라가 왔는데 언론에서 다뤄 주겠냐고 묻는다. 얼마 전에도 공중파 방송에서 취재를 해 갔는데 갑작스레 촛불 집회 관련 내용으로 바뀌어 방영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알 수 없다고 답을 했다. 해고를 앞둔 계약직 직원들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날도, 그 다음날도 텔레비전에도 신문에도 한국주택금융공사 노동자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 "비정규직 법안을 악용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를 규탄한다."
나흘 뒤, 세종로 프레스센터 앞에 전경차가 8차선 도로를 가로막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보 게재에 맞서 성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몰려 나온 날이다. 물대포가 억수처럼 쏟아졌다. 크레인까지 동원하여 경찰과 시민들의 대치 상황을 생중계하던 날이었다. 노란 비옷을 입고 물대포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 이재석 씨로 보였다. 주홍빛 조끼를 입은 기륭전자 노동자도 보였다. 이랜드 노동자도 보였다.
얼굴에 맺힌 물기가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르겠다.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에 맞아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 서울광장에는 한 많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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