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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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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 20202월호

살아가는 이야기

 

 

아이들이 졸업했고 나는 또 조금 컸다

구자숙/ 인천부개초등학교 교사

 

 

아이들이 엄마 키만큼 크는 6년 동안 곁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챙겼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테지만, 나는 학교 공간에서 애달아하며 고생한 사람은 누구일까 생각하면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래서 우리는 급식실을 찾아갔다. 점심 급식 준비로 정신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영양사 선생님과 급식실 조리원님들에게 딱 1분만 시간을 달라고 해서 모두 모시고 인사를 드렸다.

“6년 동안 여러분이 이만큼 키와 몸과 마음을 크게 하는데 가장 많이 기여해 주신 분들입니다. 그동안 맛있는 밥 하루도 빠짐없이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할게요. 자세 바로. 인사.”

19명의 아이들과 함께 고개 숙이며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드리고 얼굴을 드는데 눈앞에 있던 모든 이들이 눈물을 뚝뚝 떨구고 계셨다. 잠시 당황스러웠으나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시간 맞춰 몇백 명의 밥을 짓는다는 게 얼마나 힘들지.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얼마나 많이 담길지. 작은 실수 하나도 큰 사건인 양 떠들어 대는 사람들 덕에 얼마나 노심초사할지. 맛있는 건 얘기 안 하면서 맛없는 건 품평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 밥을 해 낸다는 게 얼마나 마음을 많이 써야 하는 일인지. 그 모든 긴장감과 고단함을 졸업하는 아이들의 감사합니다 한마디에 위로받고 계셨다.

밥 맛있게 먹고 쑥쑥 커 줘서 고맙다고, 중학교 가서도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여기서 20년 일했는데 이렇게 인사하러 와 준 아이들은 너희들이 처음이라고, 너무 고맙다는 급식 조리원님 인사말을 마음에 담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다음은 청소 노동자! 건물이 세 채가 연결된 3층짜리 학교를 단 2명이 어떤 기계의 도움 없이 청소를 하신다. 여름에는 땀을 뚝뚝 흘리며, 겨울에는 추운 날도 편하게 움직이려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수많은 화장실과 길고 긴 복도와 사람들이 드나드는 현관을 돌본다. 구역이 달라 함께 계시는 일이 잘 없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2층 화장실 앞에 함께 계셨다. 너무 반가워서 호들갑을 떨며 종종 달려가 내일 졸업식인데 인사드리러 왔다고 했다.

여러분이 쾌적한 공간에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학교를 늘 깨끗하게 관리해 주신 분들입니다. 이분들 덕에 더 행복하게 학교생활 했습니다. 인사드릴게요. 자세 바로. 인사.”

두 분에게 졸업 축하 인사를 부탁드렸는데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졸업을 축하해. 너희들이 학교를 깨끗하게 써 주어서 청소하는 게 한결 수월했어. 그리고 만날 때 반갑게 인사해 주어서 정말 고맙다.”

고맙다고 인사드리러 갔는데 되레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우리는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아이들 19명과 나는 이렇게 학교를 샅샅이 돌면서 그간 감사했던 많은 이들에게 인사를 드렸다. 물론 아이들은 인사하는 와중에도 앞 친구를 밀거나 뒤 친구를 밀치면서 몸 장난을 치고 그분들이 축하 인사를 하는 와중에도 옆 아이들과 수다를 떨면서 딴짓을 했다. 하지만 고개 숙여 다함께 감사합니다 인사하던 순간 울려 퍼지던 아이들 목소리가 아름다웠고 그 인사를 받던 이들의 얼굴이 기쁨으로 빛났다. 앞으로 6학년을 맡으면 이 활동은 꼭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이들이 졸업했고 나는 또 조금 컸다.

posted by 작은책
2020. 2. 6. 11:13 알림 / 엮은이의 글

표지 그림_ 박소영


발행인의 글

 

모두들 명절 잘 쇠셨나요? 고향이 남쪽인 분들은 사는 게 팍팍해도 마음만 먹으면 명절엔 고향에 내려가서 회포를 풀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고향이 북쪽인 실향민들은 고향을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습니다.

이번 호 책이 이끄는 여행은 글을 쓴 최규화 편집위원이 북녘땅이 보이는 경기 파주시 임진각을 다녀왔네요. 최규화 씨는 우리가 아는 북한은 없다라는 책을 보고 분단의 상징인 임진각을 둘러봤습니다. 책은 재미 통일운동가 신은미 작가가 모두 아홉 번이나 북조선을 다녀온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신은미 작가는 2014년 한국에서 토크콘서트를 할 때 대동강맥주가 맛있다고 했다가 온갖 고초를 겪었지요. 박근혜 정권에게 강제 출국당하고 5년간 입국 금지까지 당합니다. 기가 막힌 세상이었지요.

이번 호에 장영식 사진작가가 사진과 함께 긴 글을 보내왔습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해고자 복직과 노조 파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182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을 만나기 위해, 암 투병 중인데도 부산에서 대구까지 130킬로미터를 걸어서 찾아갔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에 맞서 2011년에 부산 영도조선소 크레인에서 309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인 적이 있지요. 1931년 강주룡, 2011년 김진숙, 2020년 박문진의 고공농성은 닮아 있습니다. 노동문제는 촛불정부에서도 해결할 수가 없는 문제일까요?

 

2020115

안건모 올림

 

4 책이 이끄는 여행

적대평화가 공존하는 그리움의 공간 최규화

12 발행인의 글

13 원고를 기다립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14 꿈꿀 자유, 나의 언어 최숙하

19 아이들이 졸업했고 나는 또 조금 컸다 구자숙

22 친구의 집을 향한 여정 장영식

31 고양이 집사 일기 최해옥

34 돌모루댁의 살림살이

하무스까지 만들었어? 윤혜신

40 두꺼비 손글씨 김상화

41 살아온 이야기(2)

살다가 길을 잃었을 때 김수련

47 일터에서 쓰는 시 이규동

50 교장 일기

교장선생님! 어디 아파요? 최관의

55 한의사 권해진의 살아가는 이야기

눈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권해진

59 글쓰기 모임 안내

 

일터 이야기

62 일터 탐방_ 아파트 전담 집배원

신분이 바뀌니 차도 준다 명숙

68 일터에서 온 소식

자회사만 고집하는 공사 박인국

73 작은책 법률 상담소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시행 김예지

 

작은책이 만난 사람_ 정창수

77 죽음의 시계를 멈춰라 안건모

 

이동슈의 생활 만화 _ 삼삼한 삶

 

세상 보기

98 존버 씨의 시간들

자살의 반복과 경쟁 장치의 폐해 김영선

104 키워드로 보는 우리 사회

무엇이 글의 상상력을 가능케 할까 고태경

110 어린이 해방과 평화

동물을 사랑하기로 합시다 이주영

116 생태 이야기

전기차는 대안이 아니다 박병상

122 옛 그림 속 여성들

그녀는 오지 않았다 이종수

128 정작 모르는 유물 이야기

기억해야 할 청자들 박찬희

134 독립영화 이야기

영화가 드물게 은총을 보여 주는 순간 류미례

140 책 읽고 딴 생각

법을 왜 나만 선의로 이해해 줘야 하는 걸까 변정수

144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posted by 작은책

<작은책> 20201월호

일터에서 온 소식

 

파업 투쟁의 기술

이철의/ 정년을 앞둔 철도노조 조합원

 

 

1125, 철도노조의 파업이 6일 만에 끝났다. 이전의 경고 파업까지 더하면 올해 9일간 파업한 셈이다. 올해 파업은 유난히 여론이 좋지 않았다. 수험생을 볼모로 파업을 하냐?” “다 잘라 버려라. 일할 사람 많다.” 파업 기사에 달린 댓글이 한심했다. 수서발 고속철도 통합이나 안전 인력 충원,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 등 조합의 요구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MB나 박근혜 정부 때는 파업을 응원하는 이들이 많았다. 철도노조 힘내라. 불편해도 괜찮아.” 응원을 하고 10만 명이 모이는 연대 집회까지 열릴 정도였다. 박근혜 정부 말기 촛불 시위 때는 무려 74일이나 파업을 벌였다. 처음에는 연봉제에 반대해서 파업에 나섰는데 나중에 촛불 선봉대가 되었다. 조합원들은 신이 나서 거리를 휩쓸고 다녔다. 하지만 파업이 끝나고 보니 후유증도 컸다. 파업 조합원들은 두 달 넘는 기간 무노동 무임금 신세가 되었다. 필수유지 업무 조합원들은 17개월이나 무노동 무임금에 대한 고통 분담금을 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이렇게 욕을 먹어야 하지? 착한 정권에 반항해서 그런가? 우리는 시민들 반응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20191122일 철도노조 파업 집회. 우리는 비정규직과 함께 철도 공공성과 사회성 강화, 임금인상을 걸고 당당히 파업했다. 사진제공_ 이철의


철도노조는 조합원 2만 명이 넘는 큰 노조이다. 파업도 차근차근 체계적으로 진행한다. 복귀 후 징계 대응이나 법정다툼도 침착하기 이를 데 없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초기, 철도노조는 24일간 파업을 벌였는데 사장이 정말로 화가 났다. 사장보다 대통령이 더 화가 났겠지, 노조 위원장이 숨어 있는 경향신문사에 경찰이 쳐들어간 것을 보면 대통령의 화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정부의 태도가 그러니 회사도 강경 일변도였다. 파업 참여자 12천 명을 전원 징계에 회부한 것이다. 받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징계에는 최소한의 절차가 필요하다. 관리자 7명 정도가 위원이 되어 나름 그럴듯한 심문 절차도 밟는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을 징계하려니 시간과 인력이 허락하지 않았다. 회사는 삼십 분에 한 명씩 속전속결로 해치우려고 하였다. 철도노조 단체협약에 따르면 노동조합 측 인사가 진술인이나 의견 대리인으로 참석한다. 반론권을 행사할 수 있고 징계위원을 기피할 수도 있다. 부당하다고 생각한 징계에 노동조합은 지연 전술로 맞섰다. 절차나 태도를 시비 걸어 징계위원을 기피하거나 진술을 한없이 길게 하여 질질 끌었다. 조합원들은 겁도 없이 징계장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으며 관리자들을 골리기도 하였다. 회사는 징계를 하느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나중에 조합원들 수백 명이 집단 삭발하며 재파업 분위기가 무르익자 탄압이 수그러들었다.

처음 파업했을 때가 생각난다. 1988726, 올림픽을 50여 일 앞둔 때였다. 그때 한 달 300시간에 가까운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참다못한 철도 기관사들이 파업을 벌였다. 기관사들은 일주일에 하루는 쉬자.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쳤다. 기관사 부인들 수백 명이 철도청 청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며 내 남편을 돌려 달라고 호소했다. 조합은 지독한 어용노조여서 조합원들의 권리는 관심 밖이었다. 나중에 들으니 농성에 쓴 장구와 북을 모두 찢고 농성 주동자들을 경찰에 제보했다고 한다. 위원장은 텔레비전에 나와 불법 파업이므로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파업은 열네 시간 만에 진압되었다. 백골단이 쳐들어와 농성하던 기관사들을 몽땅 잡아갔던 것이다. 기관사들은 경찰, 노동부, 안기부 조사를 차례로 받고 개전의 정을 보인 끝에 석방되었다. 가슴에는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 쓴 깃을 달고 기관차에 올랐다. 억울한 심정을 하소연할 데가 없었다.

1994년 전국지하철노조협의회 연대파업 전 결의대회 사진. 사진제공_ 이철의.


1994년 철도 지하철 연대 파업은 말 그대로 교통대란을 만들었다. 그때 나는 주동자로 구속되어 있었는데 아내가 늘 오후에 면회를 왔다. 왜 하필 운동할 때 오냐? 오전에 오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차가 막혀 면회 오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것이었다. 비록 강경 탄압으로 패배했지만 우리는 원없이 싸웠다. 조합원들은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경찰을 피해 흩어졌다. 노장들은 지금도 계곡에 숨어 밥해 먹던 이야기들을 하곤 한다.

2006KTX 승무원과 함께 철도공사 사옥에서 농성하다 연행되는 모습. 사진제공_이철의.


2002, 2003, 2006, 2009, 2013, 2016. 숨가쁜 파업이 이어졌다. 그때마다 구속자와 해고자가 탄생하고 징계와 손해배상 등 탄압이 뒤따랐지만 노동자들은 싸움의 고수가 되어 갔다. 회사 쪽 관리자들은 때가 되면 보직을 바꾼다. 하지만 노동조합 투사들은 파업 때마다 싸움의 기술을 익힌다. 갓 입사한 신입들은 선배들이 싸우는 것을 보며 잔뼈가 굵어 간다. 정의감이 유달리 강하거나 인간성이 좋은 후배들은 파업 끝에 자연스럽게 노조 간부의 길로 들어섰다. 그 결과 민영화 법안을 철회시키고 외주 위탁을 멈추게 하였다. 노동시간도 점점 단축되었으며 직장 민주주의가 진전되었다. 문제를 일으킨 관리자들을 반드시 혼내 주니 성희롱이나 폭언·폭행, 갑질이 사라져 갔다. 민주노조 20년에 철도 현장은 몰라보게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러는 가운데 나는 정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나에게 이번 파업은 마지막이자 송별 파업이 되었다. 파업으로 송별회를 대신해 주니 후배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이번 파업은 특히 자회사 조합원들 수천 명이 함께하였다. KTX 승무원, SRT 승무원, 고객 센터 조합원, 그리고 역무 위탁 조합원들은 파업 기간 동안 대전 철도공사 본사 앞에서 농성을 하는 등 치열하게 싸웠다. 비정규직과 함께하려는 노동조합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앞으로도 철도노조는 철도 공공성과 사람다운 삶을 위한 분투를 계속해 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한국 사회 모든 노동자들과 연대에도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 2019년 1230일 마지막 근무날왼쪽 붉은 게시판에 ‘0’ 표시는 정지 위치를 10센티미터도 안 틀리게 딱 맞췄다는 뜻이다. 철도공사는 이런 나를 평생 징계만 했다. 사진제공_ 이철의


*글쓴이는 2019년 12월 30일 근무를 끝으로 정년퇴직을 하였습니다. - 편집자 주

posted by 작은책
2019. 11. 28. 14:28 알림 / 엮은이의 글

 표지 그림_ 고창수

발행인의 글

 

독자님들, 벌써 2019년 마지막 달이네요. 모두들 새해 첫날에 마음먹은 대로, 계획한 대로 올해 잘 보내셨나요? 지난 2019년 새해 첫날에 계획했던 것들이 과연 몇 가지나 이루어졌을까 점검하는 달입니다. 그리고 다시 내년 계획을 세워야겠지요.

<작은책>은 올해 24살이었습니다. ‘작은책 올해의 인물은 김용균재단 대표인 김미숙 씨입니다. 김미숙 대표는, 지난해 12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을 하다가 석탄 운송 설비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입니다. 고 김용균 씨는 우연히도 <작은책> 나이와 같은 24살이었습니다. 왜 이런 젊은이들이 비정규직으로 세상을 허망하게 마감해야 하나요. 그렇게 산재로 사망하는 노동자들이 1년에 2천여 명이 넘습니다. 그런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김미숙 대표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용균이와 똑같이 산재사고로 죽는 노동자는 없어야 한다며 재단을 만들었습니다.

<작은책> 25주년인 내년에는 몇 가지 꼭지가 달라집니다. <작은책> 창간호를 만들 때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바뀐다는 정신으로 돌아가 일하는 사람들이 쓴 생활글 비중을 더 늘릴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살아온 이야기를 연재했던 송추향 씨 글이 끝나고 대한항공 승무 노동자인 김수련 씨가 1년 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또 어떤 삶이 펼쳐질까요? 새로 꾸리는 <작은책> 1월호를 기대하십시오.

 

20191118

안건모 올림



목차


4 책이 이끄는 여행

세상을 밝히는 잿빛 노동자들 이동수

10 발행인의 글

11 원고를 기다립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12 독서 모임과 페미니즘 김병수

15 공산주의자? 굳이 부정 않겠다 정인권

18 부부 30년 맞짱일기

7천 원 때문에 헤맨 사연 최해옥과 이동수

23 청년으로 살아가기

전세 1! 방 구했다 유지향

27 돌모루댁의 살림살이

연밥 만들려면 먼저 장화를 사세요 윤혜신

32 이야기가 있는 사진 최인기

34 살아온 이야기(18)

이만큼 했으면 다 한 거지 뭐! 송추향

40 교장 일기

믿고 의지하는 학부모와 담임의 관계 최관의

44 한의사 권해진의 살아가는 이야기

아이들은 가능성을 가진 존재 권해진

48 교실 이야기 난이도가 높은 아이들 관계 구자숙

53 산골부부의 시골살이

농산물 연대의 행복은 이런 맛! 조혜원

57 글쓰기 모임 안내

 

일터 이야기

60 일터 탐방_ 남해화학 비정규직

표적 해고당한 민주노총 조합원들 정인열

66 일터에서 온 소식

은수미 시장님, 약속을 지키세요 유미라

71 작은책 법률 상담소

몰래 한 녹음, 불법 아니야? 박시진

 

작은책 올해의 인물_ 김미숙

75 네 손을 놓쳐 버린 게 가장 아프다 안건모

96 이동슈의 생활 만화 이동수

 

세상 보기

98 존버 씨의 시간들 야간 노동 하는 태그팀 커플 김영선

103 키워드로 보는 우리 사회

세월호와 아직 죽지 아니한 자고태경

108 어린이 해방과 평화

뒷간에 글씨를 쓰지 말기로 합시다 이주영

113 여성으로 살아가기 어둠 속에서 춤을 출래 홍승은

118 생태 이야기 자연 잃은 사과나무와 우리의 고통 박병상

 

쉬엄쉬엄 가요

123 오앵의 일상의 온도 오앵

124 정작 모르는 유물 이야기

아리송한 유물, 이건 어떻게 썼지? 박찬희

128 책 읽고 딴 생각 너의 상처는 너에게나 성역 변정수

131 독립영화 이야기 내 안의 금기가 선명해지는 시간 류미례

136 우리말과 국어사전 짚어 보기 삽 이름들을 찾아서 박일환

142 와글와글 아이 글

144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posted by 작은책
2019. 10. 29. 12:49 알림 / 엮은이의 글


표지 그림_ 고창수

 

발행인의 글

 

독자님들, 요즘 유니클로에서 내보내는 광고 보셨나요? 98세의 할머니와 13세인 여자아이가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입니다. 광고에서 아이는 스타일이 완전 좋은데요.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으셨나요?”라고 묻습니다. 할머니는 그렇게 오래전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 광고 자막에만 뜨는 문구입니다.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

85년 전인데 왜 굳이 80년 전이라고 했을까요? 80년 전이면 1939, 일제강점기 때 국가 총동원령을 내리고 강제징용과 위안부를 동원하던 해입니다. 왜 하필 13살 소녀를 내세웠을까요? 위안부로 끌려간 아이 중 가장 어린 아이가 만으로 열세 살이었답니다. 우리는 그 끔찍한 역사를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설마 우리를 조롱하려고 만든 광고는 아니겠지요?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강제징용자 문제라든가 위안부 문제를 연상시키고 조롱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고 단언합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또한 한글 자막에만 ‘80이라는 자막을 특정한 것에는 다분히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합니다.

독자님들, <작은책> 이번호 특집은 위안부였던 이옥선 할머니를 그린 이라는 만화책을 일본어판으로 내는 일본인 쓰즈키 스미에 씨의 이야기입니다. 일본에는 아베를 추종하는 보수 우익들보다 스미에 씨처럼 정의롭고 선량한 이들도 많습니다. 스미에 씨의 눈으로 일본 사회의 모습을 들여다봅니다.

 

20191019

안건모 올림

 

목차

 

4 책이 이끄는 여행

김동준과 전태일, ‘믿음의 몸짓최규화

10 발행인의 글

11 원고를 기다립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12 부부 30년 맞짱일기

결혼 30주년, 참자 참자 참자! 최해옥과 이동수

18 청년으로 살아가기

나물 뜯어 먹고살 수 없어서 유지향

22 돌모루댁의 살림살이

우리가 스페인을 왜 왔지? 윤혜신

28 이야기가 있는 사진 장영식

30 살아온 이야기(17)

꼰대로 살아가도 괜찮겠습니까? 송추향

36 교장 일기

문제는 부모한테 있다 최관의

40 한의사 권해진의 살아가는 이야기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권해진

44 교실 이야기

나중은 끝이 없는 거였어 구자숙

48 산골부부의 시골살이

한 남자, 한 여자의 가을걷이 조혜원

52 글쓰기 모임 안내

 

일터 이야기

55 일터 탐방_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웹툰·웹소설 작가)

내 몸값의 두 배를 팔아도 빚이 쌓인다 정인열

 

62 일터에서 온 소식

민영화 저지 투쟁조끼를 아직도 입는다 남성화

67 작은책 법률 상담소

전셋집에 들어간 비용, 청구할 수 있을까? 양성우

 

작은책이 만난 사람_ 쓰즈키 스미에

71 쓰즈키 스미에가 만난 위안부이야기 안건모

96 이동슈의 생활 만화 이동수

 

세상 보기

98 존버 씨의 시간들 플랫폼 시대의 인간형 김영선

103 키워드로 보는 우리 사회

유령이 된 87년과 개혁 없는 검찰개혁고태경

108 어린이 해방과 평화

어른에게 자리를 사양하도록 합시다 이주영

113 여성으로 살아가기 나는 다만 노래 부르고 싶었을 뿐 홍승은

118 생태 이야기 올해 태풍은 일곱 개로 그치려나 박병상

 

쉬엄쉬엄 가요

123 오앵의 일상의 온도 오앵

124 정작 모르는 유물 이야기 너의 이름은 박찬희

128 책 읽고 딴 생각 수포자들도 볼 만한 수학책 변정수

131 독립영화 이야기 힘들다면, 아직 끝이 안 온 거야 류미례

136 우리말과 국어사전 짚어 보기 하지감자와 수미감자 박일환

142 와글와글 아이 글

144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posted by 작은책
2019. 9. 26. 15:00 알림 / 엮은이의 글



발행인의 글

 

독자님들, 지난 한 달 내내 조국 법무부 장관 소식으로 정신이 없으셨지요? 가짜 뉴스가 너무 많아서, 저는 (이낙연 총리처럼) “좀 더 공정한 채널을 찾아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요즘 기사를 보면 지난 2009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하려고 논두렁 시계’, ‘아방궁 사저같은 온갖 조작, 가짜 기사를 쏟아냈던 때와 비슷합니다. 이번엔 조국 법무부 장관을 쫓아내려고 거의 모든 언론이 나선 형국입니다. 검찰 개혁을 막으려고 쿠데타를 일으킨 검찰이 확인되지도 않은 피의 사실을 흘리고, 언론이 받아쓰고 살을 붙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독자님들, ‘따옴표 저널리즘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지요? ‘발표 저널리즘이라고도 합니다. 이를테면 민심은 이미 조국에 공직 사형선고구속 수사해야이런 제목의 기사가 나온다고 칩시다. 시민들은 제목만 언뜻 보고 , 민심이 이제 조국을 버렸구나하고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을 한 주체가 그 신문사 대표인지, 자한당 황교안 대표인지 생각해 보지 않습니다. 이렇게 누가 한 말을 큰따옴표 안에 넣어 제목으로 달고, 본문에는 그가 주장한 말을 받아쓰는 찌라시언론을 따옴표 저널리즘이라고 합니다.

독자님들, 기껏 한 달 뒤, 길어봤자 몇 년 뒤면, 요즘에 나온 기사가 얼마나 왜곡, 혹은 조작돼 있는지 알게 될 겁니다. ‘논두렁 시계’, ‘아방궁 사저같은 기사들처럼요. 우리는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을 되새기며 <작은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2019919

안건모 올림



목차

4 책이 이끄는 여행

구름의 정거장, 선유도 하명희

10 발행인의 글

11 원고를 기다립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12 절대 자식을 위해 살지 마세요 정설경

16 청년으로 살아가기

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 유지향

20 돌모루댁의 살림살이

도시락 열전 윤혜신

26 이야기가 있는 사진 최인기

28 살아온 이야기(16)

그녀에 대하여; 우리가 엄마라고 부르는 송추향

34 교장 일기

학교는 부모도 모험하며 성장하는 곳 최관의

38 한의사 권해진의 살아가는 이야기

암이면 어떡하죠? 권해진

42 교실 이야기

교장 노릇 열흘 임덕연

46 산골부부의 시골살이

유기농 부부의 단호박 그리고 희망 조혜원

50 글쓰기 모임 안내

 

일터 이야기

53 일터 탐방_ 영남대의료원

보호자 침대는 저절로 생긴 게 아니다 정인열

60 전국학교비정규직 수기 공모 우수작

산재 승인을 이렇게 받았습니다 손태련

 

65 일터에서 온 소식

강사법 적용 이후에 생긴 일 김어진

69 작은책 법률 상담소

직장인 부부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김묘희

 

작은책이 만난 사람_ 김용희, 이재용

73 삼성 골리앗에 맞선 노동자 다윗들 안건모

96 이동슈의 생활 만화 이동수

 

세상 보기

98 존버 씨의 시간들 번아웃과 일터 은어 김영선

103 키워드로 보는 우리 사회 마스크 시위의 존재론 고태경

108 어린이 해방과 평화

당신들끼리도 서로 존대하기로 합시다 이주영

113 여성으로 살아가기

할 수 있는 목요일 오후 3시 홍승은

118 생태 이야기 인류세 종말을 부추기는 아마존 화재 박병상

 

쉬엄쉬엄 가요

123 오앵의 일상의 온도 오앵

124 정작 모르는 유물 이야기 이 탑은 왜 실내에 있을까 박찬희

128 책 읽고 딴 생각 대항표현의 방법을 제시하는 책 변정수

131 독립영화 이야기 잊혀진 이름들을 찾아서 류미례

136 우리말과 국어사전 짚어 보기 싱크홀과 땅꺼짐 박일환

142 와글와글 아이 글

144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posted by 작은책

<작은책> 20199월호

 살아가는 이야기

여름휴가 때 겪은 오싹한 경험

이남림/ 완주 글쓰기 모임 회원

 

 

드라이브하러 나가게 준비하고 있어요.”

친구 소개로 몇 번 만나던 남자한테서 온 전화였다. 나는 그가 매번 알아서 데이트 코스를 척척 짜내는 게 정말 맘에 들었다. 길을 잘 몰랐던 나는 그가 운전해 가는 대로 어디든 좋았다. 시간이 많이 걸려도 드라이브하면서 얘기 나누는 데이트는 꽤 짜릿하고 매력적이었다.

한 시간쯤 지나자 구불구불한 오르막길이 나오기 시작했고 경사는 점점 심해지는 듯했다.

~! 그만 올라가고 어서 다시 돌아가요. 지금 당장!”

그는 갑작스런 내 말에 당황해하며 말했다.

차선이 하나라 차를 돌릴 수도 없는데.”

심장이 뛰고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30여 분을 눈을 꼭 감고 두 손으로 손잡이를 꽉 부여잡은 채로 버텼다. 그리고 드디어 오르락내리락 구불구불한 길이 끝이 났다. 갑작스런 내 행동에 놀라고 당황했을 그에게 나는 3년 전의 끔찍한 기억을 되살려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나는 운전면허를 따고 중고차를 사서 그 복잡한 도로를 기어 다니다시피 했다. 2년쯤 지나 운전에 점점 익숙해진 나는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여름휴가 때 나는 부모님과 언니, 조카 둘과 함께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계곡으로 향했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오가는 차들이 너무 많아 계속 브레이크를 밟으며 조금씩 움직여 갔다. 겨우 도착한 계곡에서 우리는 배부르고 시원한 시간을 보냈다.


돌아오는 길에도 차들이 밀려 거의 줄지어 서서 브레이크만 밟고 있기도 했다. 경사가 심한 길이라 차가 조금씩 움직일 때는 천천히 브레이크를 밟으며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뜨거운 햇살에 익어 버린 아스팔트인 데다가 경사가 심한 길을 계속 오르락내리락해서 그런지 타이어가 타는 듯한 냄새가 났다.

내려오는 중간에 쉼터에서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먹고 다시 출발했다. 차를 타고 몇 초쯤 지났을까?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조금 전까지 잘 듣던 브레이크가 작동되질 않았다. 반대편 차선으로는 차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고, 내 앞에도 차들이 줄지어 가고 있었다. 또 도로 양옆은 경사가 심한 낭떠러지였다. 순간 머리가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무섭고 막막하고 겁이 났다. 가족들 모두 이대로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겠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어떡해! 어떡해! 큰일났어! 브레이크가 안 들어! 모두 벨트 잘 매고 손잡이 꽉 붙잡아요!”

몇 미터 앞 반대편 차선을 보니 작은 건물이 보였다. 그 순간 , 저 건물 쪽으로 핸들을 돌려 건물에 부딪치면 낭떠러지로는 떨어지지 않겠구나라는 판단이 섰다. 그쪽으로 급히 핸들을 틀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많이 오가던 차들이 그 순간엔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다행히 다른 차량과는 아무런 충돌 없이 건물에 바로 부딪칠 수 있었다.

사고 후 너무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울고만 있었다. 차 안에 가족들은 울고불고 더 난리였다.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서 뛰어나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지리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였다. 직원들은 다들 크게 다치진 않은 것 같으니 안심하라며 119를 불러 주었다. 나는 너무나 놀라고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119에 실려 병원에 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천만다행으로 언니만 이마에 몇 바늘 꿰맸을 뿐, 다른 가족들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나는 브레이크가 갑자기 밟히지 않은 순간부터 우리 가족 모두 낭떠러지로 떨어지겠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는 기적처럼 모두 다시 살아났다. 우리는 부둥켜안고 울었다.

나는 그 후로 한동안 운전을 하지 않았다. 한참 지나 다시 핸들을 잡기는 했으나 구불구불한 오르막, 내리막은 아무리 경치가 좋더라도 스스로 운전해서는 절대 가지 않는다.

여름휴가에 관한 오싹한 이야기를 듣고 난 남자 친구는 그 후로는 데이트 코스에 드라이브를 절대 넣지 않았다. 그 당시 난 이 사람이 참 배려가 많은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15년 동안 같이 살아 보니 원래 드라이브 같은 거 전혀 좋아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

 

posted by 작은책
2019. 8. 21. 16:05 알림 / 엮은이의 글


발행인의 글

 

한국의 극단적인 보수 우익들이 정체성의 혼란이 왔나 봅니다. 본래 극우들은 나치, 파시스트같이 인종주의, 국수주의, 맹목적 애국주의를 내세우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극우들이 갑자기 매국노로 변했습니다. 엄마부대·태극기부대 같은 극우들이 어느 날부터 일장기를 흔들면서, 한국에 경제 침략을 가해 제2의 식민지를 꿈꾸는 일본의 아베 수상을 응원하는 사태가 벌어진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무조건 반대하려다 보니까 극우들이 헷갈린 거지요.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할 지점은 다른 데 있습니다. 이번 호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쓴 글에서 볼 수 있듯이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시대는 아직 멉니다. 노동 공약 이행 수준은? 기대 이하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반대하려면 이런 내용으로 비판하면 되는데, , 그러면 극우가 아니겠지요?

<작은책> 이번호 책이 이끄는 여행, 이동수 화백이 김민섭 씨의 책 훈의 시대를 들고 강화도를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급훈, 교훈, 사훈 등 우리를 지배해 온 ’. 저자는 이런 훈들이 이 사회를 천박하게 만들었다고 개탄합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이제 그런 천박한 훈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강화여고 학생들은 교가에 나오는 여성다워라라는 성차별적인 구절을 지혜로워라로 바꾸고, 교정에 있던 돌에 여자다웁게라고 새겨져 있던 문구도 다른 내용으로 바꿨습니다. 이동수 화백은 강화에 살고 있는 류미례 감독을 만나 함께 강화여고를 둘러보고 통일전망대도 다녀왔습니다. 이동수 화백의 너스레를 들으며 강화도를 함께 돌아보시기를 바랍니다.

 

2019817

안건모 올림



2019. 9. 월간 제291

목차


 

4 책이 이끄는 여행

박제가 된 훈이 지배하는 사회 이동수

10 발행인의 글

11 원고를 기다립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12 저는 오빠만 있음 됩니다. 그건 뻥이다! 최성희

17 여름휴가 때 겪은 오싹한 경험 이남림

20 돌모루댁의 살림살이 밥 한번 먹자고! 윤혜신

26 이야기가 있는 사진 김재형

28 살아온 이야기(15)

온갖 우여곡절을 겪는 엄마 송추향

34 교장 일기

모험이 아이들을 키운다 최관의

38 한의사 권해진의 살아가는 이야기

과대광고와 희망 고문 권해진

41 교실 이야기

똥 앞에서 한 점 부끄럼 없기를 곽노근

46 산골부부의 시골살이

모두가 설레는 한가위를 맞았으면! 조혜원

50 글쓰기 모임 안내

 

일터 이야기

53 일터 탐방_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

노조 가입해. 안 그럼 이혼할 거야 정인열

59 전국학교비정규직 수기공모 당선작

입간판에 내 이름은 없었다 나현경

64 전국학교비정규직 수기공모 우수작

학교에서 나쁜 일이 왜 그렇게 많아요? 이재문

69 작은책 법률 상담소

반대할 자유 전다운

 

작은책이 만난 사람_ 박진

73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박진 안건모

96 이동슈의 생활 만화 이동수

 

세상 보기

98 존버 씨의 시간들

금지되어야 할 표현 통상적김영선

103 키워드로 보는 우리 사회

밀레니엄 좌파는 기다리는 데 지쳤다 고태경

108 어린이 해방과 평화

입을 꼭 다물고 몸을 바르게 합시다 이주영

113 여성으로 살아가기

내 사랑은 당신을 위협할 수 없다 홍승은

118 생태 이야기 질병은 창조 대상이 아니다 박병상

 

쉬엄쉬엄 가요

123 오앵의 일상의 온도 오앵

124 정작 모르는 유물 이야기 언제 그곳에 갈 수 있을까 박찬희

128 책 읽고 딴 생각 우리는 스스로 선량하다고 믿는가 변정수

131 독립영화 이야기 대동강맥주가 맛있었다 류미례

137 우리말과 국어사전 짚어 보기 청배와 띨배 박일환

142 와글와글 아이 글

144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posted by 작은책

<작은책> 2019년 8월호

일터에서 온 소식

 

변기 26개 닦고 엉엉 울었다

허지희/ 세종호텔에서 일하고 농성하고 애도 키우는 아줌마

 

 

명동역 10번 출구 세종호텔. 이 출근길을 25년째 다닙니다. 대표전화를 받는 전화교환원으로 20, 호텔방을 청소하는 룸어텐던트로 5년 동안 근무하고 있습니다.

▲ 객실을 정돈하는 세종호텔 룸어텐던트 노동자. ⓒ작은책(정인열)


세종대학교 재단에서 113억 회계 비리로 퇴출되었던 주명건 전 이사장이 세종호텔 회장에 복귀하면서 복수노조, 전환배치, 구조조정, 해고 등 뉴스에서나 보던 일이 우리 회사에서 벌어졌습니다. 전화 통화량을 조사하는 회사의 행동으로 이미 교환실이 아웃소싱되거나 해체될 수 있다는 예감에 2012년 세종호텔 노동조합의 파업과 로비 점거에 참가했습니다만, 내 일자리를 지키기엔 역부족이었나 봅니다. 20년 근속상을 받은 201412195, 타월을 개고 침대 시트를 갈고 청소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룸어텐던트로 발령이 났습니다. 호텔에서 장기 근속한 여직원을 청소 노동자로 발령 내는 것은 흔히 쓰는 퇴출 방법입니다. 둘째 아이의 육아휴직이 남아 있어 고민도 했지만 사표는 내일 써도 되고 다음달에 써도 되니 함께 싸우자는, 지금은 해고된 세종호텔노조 김상진 전 위원장의 말씀에 용기를 내 보기로 했습니다.

발령이 나고 처음 한 일은 교환실 유니폼을 입은 내 마지막 모습을 셀카로 찍는 일이었습니다. ‘20년을 입어 왔지만 다시는 입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목이 뜨거워졌습니다. 마음을 굳게 먹었으나 막상 룸어텐던트의 유니폼과 앞치마를 입었을 때는 서러워 눈물도 나고 타인이 사용한 변기를 닦으려니 장갑을 껴도 손을 댈 수 없었습니다. 2주간의 청소 교육은 타월 개는 법부터 시작했고 단 한 번 욕실 청소하는 법을 보여 주었습니다. 첫째 날에 13, 둘째 날까지 26개의 변기와 욕조, 세면대를 닦았습니다. 청소 교육 이틀 만에 어깨와 허리에 파스가 덕지덕지 붙었습니다. 퇴근길에 만난 남편과 순댓국집에서 소주만 퍼붓고 가게가 떠나가도록 엉엉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 객실 내 화장실을 청소하는 세종호텔 룸어텐던트 노동자. ⓒ작은책(정인열)


이걸 왜 해야 되는데. 흑흑. 울엄마는 이럴 줄 모르고 대학 보내고. 엉엉.”

그러나 다음 날 새벽 은행 계좌에 월급이 입금된 걸 보는 순간, 돈이다. 난 돈 벌러 회사 다니는 사람이다.” 하고 중얼거렸습니다.

돈이 나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혼자라면 오래 버틸 수 없었겠지만, 우리 팀에는 노동조합 조합원이 있어 같이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청소 노하우도 공유하며 중고 신입 막내를 살뜰히 챙겨 주셔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당신들도 힘드신 거 뻔히 아는데, 내게 배정된 층에 오셔서 나 몰래 베드도 갈아 놓고 가시고, 그분들이 내게는 엄마였고 천사였습니다.

초보 룸어텐던트는 객실 타입도 잘 모르고 린넨을 봐도 싱글인지 더블인지 구분을 못해 정리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복도에서 우왕좌왕하는 시간이 청소 시간보다 더 많았습니다. 사드 배치 이전의 명동은 중국인 물결이었는데, 화장품을 사서 알맹이만 슈트 케이스에 담고 제품 케이스로 방마다 두세 곳의 쓰레기 언덕을 만들었고 쓰레기통을 제외한 모든 곳에 쓰레기를 버려 댔습니다. 바닥에 던져진 콘돔을 모르고 집었다가 장갑이 엉망이 되기도 하고 얇은 와인 글라스와 8온스 컵을 씻다가 금이 간 것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전환배치된 날 어용노조 전화교환 직원도 함께 발령이 났는데 팀장은 세종호텔 노동조합원인 내게만 이런저런 이유로 수시로 경위서를 요구했습니다. 20년 동안 교환실에서 써 본 적 없는 경위서를 룸어텐던트가 된 후에는 매달 썼을 정도였습니다. 전 직원 성과연봉제가 어용노조 위원장과 대의원 3명의 직권 조인으로 통과된 후 룸어텐던트 파트는 전에 없던 인스펙터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인스펙터는 룸어텐던트가 청소한 객실을 점검하는 사람인데 원래 인스펙터 업무는 룸어텐던트가 실수로 빠뜨린 것을 채워 주고 보완하는 일이지만 세종호텔 인스펙터의 업무는 사진과 채점입니다. 청소한 객실에서 흠을 찾아 증거로 사진을 찍어 팀장에게 매일 전송하고 객실 청소 상태를 등급으로 매겼고 팀장은 사진과 등급으로 성과연봉제 임금 삭감의 사유를 준비했습니다. 마음은 그러지 말자 생각했지만 인스펙터에게 지적당하거나 사진을 찍히고 나면 더 치밀하고 꼼꼼히 일하게 되어 나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병들어 갔습니다. 테니스엘보와 손목터널증후군은 룸어텐던트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병명이고, 내 경우엔 디스크가 약해 2017년에는 목디스크 수술을 받았고 나중에는 허리디스크도 함께 왔으며 어깨회전근 미세 파열을 안고 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채점된 성과연봉제 첫해 저의 임금은 9퍼센트 삭감. 오랫동안 임금이 동결되었기에 9퍼센트 삭감된 후 월급은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삭감 사유는 딥클리닝 개수 부족. 딥클리닝이란 욕실 천장 곰팡이부터 타일 줄눈까지 락스 작업을 하고, 사다리로 올라가 천장 먼지를 제거하고, 침대를 들거나 밀어 침대 아래 먼지도 제거하고, TV장과 걸레받이를 청소하는 일 등입니다. 타 호텔에서는 딥클리닝 전문 직원을 둔다는데 세종호텔에서는 룸어텐던트에게 시켰습니다.

그 딥클리닝을 하루에 한 방씩 점검받아야 하는데 내 경우는 대학 입학시험문제 출제 교수가 체크인 한 적이 4번이나 있었습니다. 대입 출제 교수가 묵는 방은 가벽을 만들어 직원조차 못 들어가는 출입금지 구역이 됩니다. 딥클리닝 자체가 불가능했음에도 회사는 그걸 임금 삭감 사유라고 내밀었습니다.

반면 어용노조 조합원 중에는 단 한 명이 3퍼센트 삭감되고 나머지는 전원 동결되어 세종호텔 노동조합과 형평성도 없고 차이가 심하게 났습니다. 타 회사의 성과연봉제는 인상되는 연봉제지만 세종호텔의 성과연봉제는, 사원은 최대 10퍼센트까지 계장 이상은 30퍼센트까지 삭감할 수 있는 악법 중의 악법입니다. 그 기준으로 세종노조 계장님 몇 분은 2년 연속 삭감당해 월급이 반토막 난 분도 있습니다.

호텔 직원들은 구조조정으로 퇴사해 나가고 팀장들의 회유와 협박에 회사가 만든 어용노조로 빠져 세종호텔 노동조합은 이제 15명의 소수 노조가 되었답니다. 그러나 오전, 오후 선전전과 매주 목요일의 집회로 9년째 투쟁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수적으로는 열세지만 우리의 목소리를 내며 회사의 부당함을 당당히 말하는 힘이 세종노조의 저력입니다. 그 힘으로 특별감독관이 나오기도 하고 작년에는 잠시나마 교섭이 이뤄지기도 해 일부 조합원이 전환배치에서 복직하는 성과도 이뤄 낼 수 있었습니다.

사법 적폐 임종헌과 사돈이며 친이명박 적폐 판사 박성준이 사위고, 전 외교부 장관 유명환을 재단 이사장에 세워 놓은 주명건 회장의 힘은 영원할 듯했습니다. 그러나 임종헌이 구속된 이후 교육부의 세종대 감사가 실시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시기라 판단하고 세종호텔 노동조합은 호텔 정문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습니다. 김상진 전 위원장의 해고자 복직과 나의 전환배치에 대한 원직 복직과 성과연봉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도 힘들고 농성도 힘들지만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는 뷔페 설거지와 고기 굽기도 했고, 전화교환이든 룸어텐던트든 내 일, 나 자신의 일이기에 나를 위해 싸울 수 있습니다. 어쩌면 세종호텔에서 또 다른 일을 하게 될 수도 있으나 노조와 함께 회사에 할 말 하며 당당하게 내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 세종호텔과 서비스연맹 노동자들이 지난 5월 세종호텔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_세종호텔노조

posted by 작은책
2019. 7. 24. 13:56 알림 / 엮은이의 글

표지 그림_ 고창수


발행인의 글

 

국회 청문회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의 되받아치는 답변이 화제입니다. 자한당 박대출 의원이 언론에서 불공정 보도하는 거 보신 적 있냐고 물었을 때 이낙연 국무총리는 자신은 꽤 오래 전부터 좀 더 공정한 채널을 보고 있다고 말문을 막아버립니다.

공정하지 않은 채널을 보면 제목이 이렇습니다. <“강제징용 보상은 청구권 협정에 포함”- ‘정부 민관서 결론당시 이해찬은 위원장 문대통령은 위원이었다’>, <고노 징용문제로 신뢰 깨져 한국, 내일까지 중재 응하라”>. 제목만 보면 대체 이게 한국 언론에서 나온 소식인지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첫 번째 제목을 보면 마치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문대통령이 강제징용 보상을 청구권 협정에 포함시켰거나, 혹은 찬성한 것처럼 보입니다. 두 번째 제목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한 말을 따옴표로 옮겨 사람들은 제목만 보고 징용문제로 신뢰가 깨졌구나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지난 15일 정미경 자한당 최고위원은 세월호 한 척 가지고 이긴 문재인 대통령이 어찌 보면 이순신 장군보다 더 낫다고 비아냥거렸습니다. 그리고 네티즌의 댓글을 인용했다고 우기면서 그게 왜 막말이냐고 반론보도를 신청한다고 하네요. 요즘 말로 ~!”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많은 소식들을 듣고 볼 수 있는 세상이지만 어떤 소식이 공정한 채널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작은책>은 그런 공정한 채널을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나누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 <작은책>을 보지 않는 분들에게 한번 권해 보시면 어떨까요.

 

2019717

안건모 올림


 

목차

 

4 책이 이끄는 여행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백철

10 발행인의 글

11 원고를 기다립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12 비정한 먹이사슬 이순이

15 부부 30년 맞짱일기

모든 옷 맘대로 처분권 최해옥과 이동수

21 돌모루댁의 살림살이

여름 손님 윤혜신

26 청년으로 살아가기

취업 마지노선 유지향

30 이야기가 있는 사진 장영식

32 살아온 이야기(14)

자식을 두고 갈 때 알려 줄 것들 송추향

38 교장 일기

모험이 가득한 곳, 학교 최관의

42 한의사 권해진의 살아가는 이야기

까칠한 환자가 의사를 바꾼다 권해진

46 교실 이야기

숙떡, 숲떡, 쑥떡! 김미숲

50 산골부부의 시골살이

잡초는 없다? 조혜원

54 글쓰기 모임 안내

 

일터 이야기

58 일터 탐방_ 한국지엠 비정규직

아빠, 우리 집에 언제 놀러와? 정인열

64 일터에서 온 소식

변기 26개 닦고 엉엉 울었다 허지희

69 작은책 법률 상담소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박시진

 

작은책이 만난 사람_ 장혜옥

73 전교조와 함께한 30, 교육운동가 장혜옥 안건모

96 이동슈의 생활 만화 이동수

 

세상 보기

98 존버 씨의 시간들

기술만큼 아름답지 않은 플랫폼 노동 김영선

103 키워드로 보는 우리 사회

근로기준법 이후에 무엇이 오나 고태경

108 어린이 해방과 평화 돋는 해와 지는 해를 보자 이주영

113 여성으로 살아가기 나는 알코올 중독자의 딸이다 홍승은

118 생태 이야기 기후변화 시대의 물 이용법 박병상

 

쉬엄쉬엄 가요

123 오앵의 일상의 온도 오앵

124 정작 모르는 유물 이야기 여러분 눈에는 뭐가 보이나요? 박찬희

128 책 읽고 딴 생각

유대인을 차별하고 탄압하지 않았다면 변정수

131 독립영화 이야기 위안부를 둘러싼 말의 전쟁터 류미례

137 우리말과 국어사전 짚어 보기 활과 관련된 낱말들 박일환

142 와글와글 아이 글

144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posted by 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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