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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
'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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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11. 16:21 Notice


  월간 <작은책>이 창간 15주년을 맞이해 그동안 <작은책> 독자들을 울리고 웃겼던 이야기들을 모아 세 권의 책으로 펴낸다. 일하는 사람들이 가정과 일터에서 일어난 일을 꾸밈없이 드러냈다. 이 시대의 평범한 사람들이 쓴 위대한 자서전. 이 책은 우리 이웃들이 지나온 과거를 보여주는 역사책이자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길을 안내해주는 길잡이이다. 이 책들을 읽으면 누구든지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책을 펴내며_안건모


  작은책에 첫발을 들여놓던 그 첫 마음으로 단행본을 출간한다.
 《우리보고 나쁜 놈들이래!》는 단순한 문학 책이 아니다. 하나마나 들으나마나 한 소리를 끼적거린 수필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 이웃들이 지나온 과거를 보여주는 역사책이자 일하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지혜이자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길을 안내해주는 지침서이다.
  이 책은 1995년 월간 <작은책> 창간호부터 1999년까지 5년에 걸쳐 나온 글 가운데 좋은 글만 뽑은 것이다. 좋은 글이란 감동이 있고 웃음이 있고 재미가 있고 살아나가는 데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글이다. 10여 년 전에 쓴 글을 다시 읽으면서 눈물을 찔끔 흘리다가 가슴이 턱 막히다가 웃음이 빵 터지다가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IMF 여파 때문에 서민들이 풍비박산이 나버린 시절. 끈질기게 목숨을 이어가야 했던 시절.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나. 이명박 시대를 보내는 요즘 서민들의 삶과 어쩌면 그렇게 똑같을 수가 있을까.

  이 책을 보면, 일하지 않고도 돈을 벌어 우리를 지배하는 자들이 하는 이야기도 다시 되새겨보게 된다. ‘고통분담’, ‘선 성장 후 분배’. 그 앵무새 같이 지껄이는 말들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걸 알 수 있다. ‘회사를 내 집처럼 근로자를 가족처럼’이라고 애사심을 부추기던 회사가 노동자를 단칼에 잘라버리는 구조조정을 하고, 그 노동자를 다시 임시직으로 부려먹는 행태를 기억해야 한다. IMF 이후 노동자의 '고통전담'으로 더욱더 돈을 벌어 떵떵거리고 사는 자본가들의 속임수를 깨달아야 한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고 뉘우치는 것은 이제 그만! 그 시절에 우리들이 살았던 발자취를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길을 찾자. 그 길은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이웃들, 후배들, 그리고 우리 자식들이 행복하게 사는 길이 될 것이다.



 

 

책을 펴내며_안건모

  《누가 사장 시켜 달래?》는 2000년 1월부터 2004년 12월까지〈작은책〉에 실렸던 글 가운데 재미있고 감동 있는 글만을 고르고 골라 추렸다.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시리즈 둘째 책이다.
 
그때 쓴 글을 엮느라 다시 꼼꼼히 살펴봤다. 그 당시에 봤을 때보다 글 내용이 눈에 더 잘 들어왔고 그때 봤던 세상까지 다시 보였다. 아, 글쓴이들도 거의 아는 분들이었다. 송승훈, 장영란, 이한주, 안미선, 송경동, 이상석 같은 분들은 지금 책 한두 권씩 낸 분들이다. 아, 이분들이 그때부터 글을 쓰고 있었구나. 전혀 몰랐거나 어렴풋이 알던 분들이었다. 
  그때 그분들이 썼던 글과 지금 글을 견주어보니 세상이 변한 모습이 보였다. 광동고등학교 송승훈 선생은 “보충수업이 사라진 뒤에”라는 글을 썼다. 그 글을 읽고 어? 한때는 보충수업이 없었구나, 지금은 초등학교도 보충수업을 해야 할 정도가 됐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생각하는 송승훈 선생의 착한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장영란 씨가 쓴 글을 보는 것도 새롭다. '농사지으며 정도 늘고'였는데,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살면 식구 사이가 가까워진다고 했다. 나도 귀농을 하면 아내와 사이가 가까워질까? 요즘 서로 소 닭 보듯 살고 있어서 글을 보니 은근히 관심이 쏠린다. 장영란 씨는 노동운동을 하던 남편과 서울에서 살다가 귀농을 했다. 그 뒤 장영란 씨는 책을 서너 권이나 냈다. 지난달 3월에는《농사꾼 장영란의 자연달력 제철밥상》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안미선 씨 글도 실려 있다. 옛날에 다니던 출판사에서 심하게 일하다 손목이 아픈 병을 얻고 회사를 그만두는 과정을 썼다. 요즘도 자주 만나는 안미선 씨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글이다. 그 뒤 안미선 씨는 <작은책〉에 '여성의 일과 삶'을 연재했고 그 글을 모아 출판사 '철수와영희'에서《내 날개 옷은 어디 갔지?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그러고 보니 작은책에 글을 실었던 분들은 거의 책을 냈구나. 흠~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든다. 
  노동자 시인으로 유명한 송경동 시인과 철도노동자 이한주 시인이 쓴 글도 있고, 이상석 선생이 쓴 글도 실려 있다. 이 책을 보면 세월이 가면서 사람들과 세상이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안 바뀌는 건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다. 비정규직은 더욱 어렵게 살고 있다.
  그 밖에도 글을 쓴 사람 가운데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들도 많다. 이들은 모두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적었다. 그 소소한 일상은 우리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민중들의 이야기는 모두 역사다. 내 말이 아니라 조정래 선생 말씀이다. 
 
“역사는 인간이 살아온 이야기이되, 기록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만 간추려 엮어놓은 기록이다”


 

 


책을 펴내며_안건모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시리즈 3권인《도대체 누가 도둑놈이야?》는 내가 <작은책> 발행인으로 일을 할 때(2005년)부터 작년(2009년)까지〈작은책〉에 실렸던 글들을 가려 뽑은 책이다. 내 손을 안 고친 원고가 거의 없을 정도로 애정이 깊다. 
  그때 쓴 글을 다시 읽으니 새롭다. 아, 정청라 씨가 쓴 글도 있었구나. 글을 한두 편 쓴 정청라 씨를 기억하시는 분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도 까맣게 잊고 있었으니. 작은책에서 편집부로 일하던 손소전 씨와 함께 귀농한 친구다. 얼마 전에《청라 이모의 오손도손 벼농사 이야기》라는 책을 냈다. 벼가 고맙고 밥이 고맙고 농부가 고마워 쓴 첫 농사일기라고 했다. <작은책>에 글을 썼던 사람들이 이렇게 책을 내는 걸 보면 참 뿌듯하다.
  이근제, 남창기, 김재영, 박용섭 씨 같은 분들은 살아온 이야기를 연재했다. 글 한 편 못쓰던 분들이 자기 역사를 기록한 것이다. <작은책>은 평범한 분들이 글을 쓰게 하는 재주(?)가 있다. 평범한 독자였던 강정민 씨도 지금 ‘여성의 일과 삶’을 연재하고 있다. 이분 또한 글이라곤 써보지도 않았던 분이다.
  삼성SDI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하다가 ‘명예훼손과 출판물에 관한 법률위반’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죄로 구속된 김성한 위원장 부인 임경옥 씨가 쓴 글을 보면 눈물이 난다. 임경옥 씨는 “삼성족벌의 파렴치한 행위들을 낱낱이 이 사회에 고발하는 것은 멈출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외친다. “남편이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난다”고 했던 임경옥 씨는 지금 남편이 석방돼 같이 지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달라진 건 없다. 삼성은 다시 이건희가 들어앉아 정부 위에서 나라를 흔들고 있다.
  지하철 매표소 노동자가 쓴 글을 보면서 섬뜩했다. 그래, 매표소가 자동화되면서 잘렸던 그때 그 매표소 노동자들은 지금 뭐하지? 90일 넘게 천막 농성을 하던 그이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우리가 너무 빨리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또 양천구청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네 명이 해고되면서도 노동조합을 만들었기에 나머지 노동자들은 그나마 밥 먹을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선생님 우리랑 같이 졸업 못해요?’라는 글도 있다. 일제고사를 거부했다고 파면당한 선생님들 이야기이다. 그 선생님은 또 어떻게 됐을까? 법원 소송에서 이겼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어떻게 살고 있을까?
  우리가 지난 이야기를 잊지 않고 기억해야만 하는 까닭이 있다.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쓰디쓴 과거를 잊지 않고 살아야, 나와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에서 잘 살 수 있다. ‘태정태세문단세’ 하며 조선시대 왕 이름 달달 외우는 게 역사가 아니다. 진보 월간〈작은책〉에서 고르고 고른 ‘우리들 이야기’가 당신이 읽어야 할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