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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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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 20202월호

일터 이야기

일터에서 온 소식

 

 

자회사만 고집하는 한국가스공사

박인국/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 인천기지 지회장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에 미화원으로 근무한 지 9년차가 되어 갑니다. 20175월 문재인 정권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발표가 있은 후 지금까지 한국가스공사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올바른 정규직 전환을 위해 20179월에 노동조합을 만들 당시만 해도, 희망이 보였습니다. 미화원이라고 하여 단순 미화가 아니고, 청소와 예초, 제초 작업, 집기류 이동 등 관리원에 가까운 노동을 하였습니다. 급여가 삭감되어도 말을 못했고, 소장의 갑질에도 하소연할 데가 없었습니다. 정규직 전환이라는 흐름에 따라 노동조합에 대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은 전국에 본사를 포함하여 15군데가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만 1400여 명에 달합니다. 그래서 지부를 두고 지회를 만들고 지회장, 대의원을 선출하였습니다. 대구 본사에 지회장들이 모여 비정규직 직종을 비서, 기사, 캐드 업무를 하는 파견직과 시설, 미화, 소방, 특경, 전산, 홍보 7개 직종으로 구분하고 직종 대표인 지부장을 선출하였습니다. 공공운수노조 각 지역 국장님이나 본부장님을 통하여 교육을 받고, 공공운수노조의 도움을 받아 노·사 및 전문가 컨설팅협의회(이하 노사전협의회)와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201711월에 1차 회의를 하기 전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분들을 상대로 노동조합 설립 취지와 노동조합이 앞으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가는지에 대해 설명을 하였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설립 초기부터 별도 직군, 별도 임금, 별도 예산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한국가스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였습니다. 대학을 나오고, 시험을 치르고, 호봉을 받고, 성과금을 받는 정규직분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사전에 논의를 하고 합의를 하여 공사에 요구했지만, 공사는 자회사만을 고집하였습니다.

한국가스공사 앞 천막 농성장에 걸린 현수막. 사진 제공한국가스공사비정규직지부


전환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파견 직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계약이 만료되어, 정규직 전환 대상자라는 종이 한 장 받고 퇴사하여 전환만을 기다리는 입장이 되었고, 전산 직종에 근무하시는 분들 중 일부는 전환 제외 대상이라고 해서 노동청 중앙컨설팅에 의뢰를 했더니 전환 대상자이며, 직접고용해야 된다는 답도 받았습니다. 공사 사장이 공석일 때는 사장이 없다는 핑계로, 인사이동 철에는 담당자가 바뀌었다는 핑계로 지루한 싸움을 하였습니다.

20189월 처음으로 3일간 파업을 진행했지만 얻은 것 없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12차 노사전 회의를 기점으로 공사와 전환 회의를 중지하고, 각 직종별 처우 개선을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하였습니다. 미화 직종의 경우 급여 삭감 이유를 밝힐 것을 요구하고, 저희는 단순 미화가 아닌 시설 미화이기 때문에 현실성 있는 임금 설계를 요청하며, 정규직 전환 발표 후 정년퇴직 등으로 나가신 자리에 인력 충원이 안 되고 있어 충원을 요청했습니다.

공사는 순환 보직으로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동안 담당을 하는 관계로 전 담당자의 설계 취지를 확인 안 하는 것인지, 노동조합이 있음에도 아무런 개선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기존 용역업체와 계약이 만료되어 신규 입찰 과정에서 임금을 개선하였습니다. 하지만 인력 충원은 계속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관리소가 늘고, 정규직이 늘어서 더 충원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나간 자리에 충원을 요청한 것에 대해 사측은 타 공공기관보다 많은 인력이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이에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미화 인력에 대한 조사를 하니, 단순 청소만 하는 미화고 공사와 같이 청소 업무와 조경 관리를 같이 하는 곳이 없었으며, 건물 청소의 경우도 건물관리위생협회의 기준보다 적은 인원으로 미화 작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20195월에 다시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임금체계가 바뀌어 남녀 간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고, 남자의 경우 실적급 정산이라는 수당이 생기면서 조합원들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노조에서 남녀 기본급이 상이하니 같이 맞춰 달라는 요구에는 남자의 임금이 총액으로는 많으니 문제없다고 하고, 최저임금은 통상임금으로 따지니 상여금 300퍼센트를 12개로 나누어 지급한다는 것을 월 25퍼센트 지급으로 바꾸어 통상임금에 산입되게 하는 등 사측의 만행에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지부에 건의를 하여, 2019129일 대구 본사 앞에 미화 조합원의 설움을 알리는 투쟁 천막을 치게 되었습니다.

투쟁 천막 설치와 동시에 총무부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이름만 없다뿐이지 자기를 욕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기다리지 못하고 투쟁 천막을 쳤다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이에 저희는 담당자 분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사측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 말하고, 총무부장의 빠른 결론 촉구를 하였습니다.

미화 직종의 문제는 새로운 임금 설계와 인력 충원이라는 결과를 얻었지만, 비정규직 전환 요구에 대해서 사측은 아직도 답이 없습니다. 우리 비정규직 노조는 일방적인 직고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회사안도 하나의 조건만 성립이 되면 검토를 한다고 하였습니다. 자회사의 경우 모회사와 교섭을 할 수 있는 교섭권을 보장한다면 검토를 한다고 하였으며, 설립과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산업통상자원부의 자회사 운영 평가를 어떻게 치를 것인지 등을 사측에 요구하였지만 제대로 된 자료를 안 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물며 직접고용시 정부의 전환 가이드라인에 나오는 권고 사항도 무시한다는 발언을 하여 15차 노사전 회의와 2번의 실무 협의를 마지막으로 중단을 하였으며, 사측의 성의 있는 자료가 나올 때까지 우리 나름의 투쟁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 지난 12일 한국가스공사 시무식 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구 본사에서 게릴라 파업을 벌였다. 사진 제공한국가스공사비정규직지부


이에 지난 12일 본사 조합원만으로 게릴라 파업을 진행하여 2020년 시무식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2020110일 기준 투쟁 천막 33일차, 정규직 전환 요구 선전전 634일차를 보내면서 한국가스공사의 성의 있는 자세를 요청하며, 한 명의 조합원으로서 정규직 전환이 희망 고문이 안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지난 2월 10일부터 가스공자 비정규지부는 전면 파업 중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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