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책> 2021년 7월호
일터 이야기
일터에서 온 소식
짓밟고 뜯어내도 뽑히지 않을 겁니다
박지숙/ 지평막걸리 노동자
<작은책> 2021년 7월호
일터 이야기
일터에서 온 소식
박지숙/ 지평막걸리 노동자
4 안건모의 사람여행
꿀벌과 함께 사는 벌꿀 같은 인생 안건모
26 엮은이의 글
28 집 짓기는 밥심보다 술의 힘 조광복
32 설거지, 피할 수 있는 숙명 심영수
36 중학교 2학년, 처음 하는 오티 이율현
38 홈리스 야학을 만나다 김수현
44 그래, 우리 아들 퀴어 강향숙
48 최상을 양보한 의료복지 구본희
54 코로나 시대, 성평등 결혼식 해내기 진솔아
59 노가다꾼으로 살아가기
조선일보 대신 <작은책>에 연재합니다 송주홍
63 살아온 이야기(5)
‘타인의 시선’과의 싸움에서 졌다 최현숙
69 나는야 뉴욕의 무료 변호사
변호사님, 코로나에 걸렸어요 남수경
73 우리 동네 주치의
왕진 가방 속의 친구들 1 추혜인
77 요즘 중딩 교실 이야기
남자 청소년 성의식 교육을 해 보고 싶다 안정선
82 남해 바다 어촌 일기
바다의 맛을 알아 가는 재미 황은주
86 제소라의 아는 여자
‘아는 여자’의 존재 증명 제소라
일터에서 온 소식
90 “경적 한 번, 손짓 세 번” 응원해 주세요! 전영수
96 열심히 일해서 부자 될 거라던 꿈 남기웅
101 직장 내 괴롭힘의 끝판왕 김호정
106 작은책 노동 상담소
포괄임금제라는 몬스터 박공식
110 이동슈의 생활 만화 _ 삼삼한 삶
112 낮은 곳, 나의 자리로
운전할 줄 아세요? 홍세화
116 공공의료 이야기
가정의와 전문의가 협력하는 의료 문정주
122 생태 이야기
있는 공항도 없애야 마땅한 이유 박병상
128 작은책 법률 상담소
페이스북을 고소합니다 전다운
134 이야기가 있는 사진 최인기
136 독립영화 이야기 아름다운 존재들을 담은 아름다운 영화 류미례
140 조재도의 시 읽기
142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엮은이의 글
월간지를 만드는 일이 그래요. 남들보다 한 달 앞서 사느라 아직 겨울인데 봄을 얘기하고, 봄을 느끼고 싶은데 어느새 여름 이야기를 꺼내야 하고요. 시간을 앞당겨 가며 일하느라 여념이 없는 4월호 마감 중, 제주에 사는 <작은책> 독자님이 봄소식 전한다며 유채꽃 가득한 풍경을 사진에 담아 보내 주셨어요. 아, 봄이네요!
해마다 이렇게 예쁜 봄을 아픈 봄으로 맞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그분들 곁에는 연대의 손길을 내어 주는 따뜻한 이들이 있습니다. 성미산공동체에서 마을살이를 하며 ‘느리’라는 별칭으로 살아오던 김우 씨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마을 밖으로 걸어 나옵니다.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그런 사회를 만들었다는 반성을 하고 밀린 숙제라도 하듯 밀양에도 가고 강정에도 가고”, 그러다 끝내 상근 활동가가 되기로 결심을 합니다. 지난겨울 48일 동안 청와대 앞 광장에서 단식 농성에 참여한 김우 씨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봄소식처럼 마음이 따뜻해질 겁니다.
독자님들~. 저희가 독자님들께 드린 새해 약속 중 하나가 전국에 계신 <작은책> 독자님들을 두루 찾아뵙기로 한 거였지요. 제주, 남해에 이어 이달에는 강화도에 사는 독자님들을 만났습니다. 이 이야기는 ‘안건모의 사람여행’ 꼭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지면이 부족해서 다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들은 나중에 다시 나눌 기회가 있겠지요. 다달이 어느 지역에 계신 독자님들을 찾아가서 얘기를 나눌까 고민을 합니다. 먼저 불러 주시면 쌩하고 달려가겠습니다. 소식 주셔요! ㅎ~
목차
4 안건모의 사람여행
10년 버티니 농사꾼 소리 듣더라 안건모
26 엮은이의 글
살아가는 이야기
28 사모관대, 원삼, 족두리는 하지 말어 최애란
32 여섯째 주에는 섹스를 배운다 구본희
39 언제부터 나갈까요? 정설경
43 비로소 약속을 지켰다 김우
47 운동부 폭력 이제 그만 안영민
51 시트콤의 주인공 최성희
57 코로나 시대 도시농업 조기진
61 산업기능요원제도 폐지해 주세요 김선주
65 살아온 이야기(4)
돈에 관한 혼돈 속으로(4) 최현숙
71 나는야 뉴욕의 무료 변호사
공짜 변호사는 양질의 공공서비스다 남수경
75 우리 동네 주치의
단순 추행도 신고해야 한다 추혜인
79 요즘 중딩 교실 이야기
국어를 잘해야 연애를 잘한다 안정선
84 남해 바다 어촌 일기
갑오징어야! 너도 출발해 다오 황은주
88 제소라의 아는 여자
혼자서도 잘만 사는 여자 셋 제소라
일터 이야기
일터에서 온 소식
92 40년 동안 사라진 회사들 김정숙
96 맥주 시장 점유율 1위 OB가 하는 짓 이동철
102 작은책 노동 상담소
용역업체의 꼼수, 3개월짜리 계약서 박공식
106 이동슈의 생활 만화 _ 삼삼한 삶
세상 보기
108 낮은 곳, 나의 자리로
‘시대의 기후’를 읽을 줄 알아야 홍세화
112 공공의료 이야기
‘우리 의사’가 내게 주는 것 문정주
118 생태 이야기
공항을 없애고 줄여 느리게 살기 박병상
124 작은책 법률 사무소
부동산 가계약금, 돌려받을 수 있나요? 박시진
쉬엄쉬엄 가요
128 이야기가 있는 사진 최인기
130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오 헨리와 막걸리 한잔 김현진
134 독립영화 이야기 대놓고 뻔뻔한 건강 비타민 류미례
140 조재도의 시 읽기
142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6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좋은 소식 전해드립니다.
<작은책>이 문화체육관광부가 뽑은 '2021년도 우수콘텐츠잡지'에 선정되었습니다. 2018, 2019년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작은책이 계속 발간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독자님들, 필자님들 덕분입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 3월호 배송 지연 안내
- 3월호를 지난 2월 26일 일반 우편으로 발송하였습니다. 아직(3월 8일 기준) 책이 안 왔다는 독자님들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관할 우체국에 문의한 결과 우편 물량이 폭주하여 전국 우체국들도 집배 지연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3월 9일까지는 대부분 배송이 될 거라고 합니다. 이후에도 책을 못 받은 독자님들은 <작은책>으로 연락주시면 재발송하겠습니다. 많이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몇 년 새 우리 시대의 참 어른들이 잇따라 우리 곁을 떠나가십니다. 3월호 마감 중에 백기완 선생님의 부고를 받았습니다. 늘 낮고 작고 힘없는 이들 곁에 서서 함께 싸워 주신 선생님. 오래전 작은책 강좌에 오셔서 세상을 바꾸는 올바른 꿈과 사상을 일러 주셨어요. <작은책> 정신과 맞닿은 ‘노나메기’. “너도 나도 더불어 일하며 올바로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고 하셨지요. 그 말씀 따라 <작은책>도 좋은 세상 만들기 위해 애쓰겠습니다.
이번 달 일터에서 온 소식은 네 편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소리 없이 사라지는 인천공항 면세점 노동자들 이야기, 가족 사랑을 실천한다는 대기업 마트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일들, 고객들의 욕설에 ‘멘탈이 너덜너덜해져도 전화벨이 울리면 1초 안에 받아 밝은 목소리로 응대’해야 하는 건강보험공단 상담사들의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으로 오십이 넘어 청소일을 시작했다는 엘지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이순예 씨의 구술은 마음을 찡하게 울립니다. “우리의 일자리로 돌아갈래요.”
엘지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지하철 역사마다 엘지 불매 포스터를 붙이고 있답니다.
“청소노동자 쫓아내면 엘지 제품도 쫓겨나요!”
독자님~. 지하철역에서 이런 포스터를 보면 아직도 힘들게 싸우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이분들이 일터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엘지 제품 불매로 함께해 주세요.
2021년 2월 17일 유이분 올림
4 안건모의 사람여행
바다 출근길이 설레는 부부 어부 안건모
30 엮은이의 글
살아가는 이야기
28 엄마는 사랑이 참 많았어요 이임순
32 계약서를 쓰는 데 12년 걸렸다 심연
36 깃벘던 일, 아버지의 공책 신혜정
40 안녕, 나 별거하기로 했어 구본희
45 살아온 이야기(3)
돈에 관한 혼돈 속으로(3) 최현숙
51 나는야 뉴욕의 무료 변호사
의뢰인들이 나를 위해 울어 주었다 남수경
55 우리 동네 주치의
범인은 돈가스인가, 생굴인가 추혜인
59 요즘 중딩 교실 이야기
학교는 교육 기관인가, 보육 기관인가 안정선
64 남해 바다 어촌 일기
보물섬 남해 황은주
68 제소라의 아는 여자
꽃보다 ‘유정수’ 제소라
일터 이야기
일터에서 온 소식
72 유령도시에서 사라지는 직원들 김금주
76 ‘가족 사랑 실천’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고광진
80 벨이 울리면 1초 안에 받아라 강혜경
86 연대의 힘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이순예
92 작은책 법률 상담소
보이스 피싱 피해금 어떻게 돌려받을 수 있을까 양성우
96 작은책 노동 상담소
너 출입국 사무소에 신고할 거야 박공식
100 이동슈의 생활 만화 _ 삼삼한 삶
세상 보기
102 낮은 곳, 나의 자리로
입은 하나, 귀는 둘 홍세화
106 공공의료 이야기
귀한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의료 문정주
112 희망의 경제학
교육은 왜 이렇게 됐을까? 정태인
118 생태 이야기
과학이 내일을 위기에서 구하려면 박병상
124 존버 씨의 시간들
알고리즘이 감시하는 세계 김영선
쉬엄쉬엄 가요
130 이야기가 있는 사진 최인기
132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남자의 정숙한 몸가짐, 중요합니다! 김현진
136 독립영화 이야기 내 이야기 들어 볼래? 류미례
142 조재도의 시 읽기
144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엮은이의 글
어느새 2월을 맞습니다. 1월호가 나가고 독자님들이 연락을 많이 주셨습니다. 새 꼭지와 필진이 기대가 된다는 얘기, 연재가 끝난 꼭지에 대한 아쉬운 마음 등을 전해 주셨습니다. 독자님들 마음 받아 글 한 편 한 편 정성을 다해 싣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님들, ‘희망버스’를 기억하시나요? 2011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김진숙 씨를 응원하기 위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였지요. 고공농성 309일 만에 땅으로 내려왔으나 복직은 되지 않았어요. 배 만드는 노동자였던 김진숙 씨가 해고된 지 35년째입니다. 암 투병 중인 그녀는 ‘복직 없이 정년 없다’는 각오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걷고 있습니다. 이번 달 ‘안건모의 사람여행’ 주인공은 ‘김진숙과 함께 걷는 사람들’입니다. 김진숙 씨가 왜 걸을 수밖에 없는지, 누가 왜 그 길을 따라나섰는지 ‘희망뚜벅이’들을 본문에서 만나 보세요.
청와대사랑채 앞에는 ‘김진숙 복직’을 염원하는 분들이 오늘로 25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고, 김진숙 씨와 ‘희망뚜벅이’들은 15일째 걷고 있어요. 오늘은 김천역을 지났고, 독자님들이 2월호를 받게 되는 2월 초에는 천안, 평택, 인덕원 근방을 지나게 될 겁니다. 서울이 가까워지면서 ‘희망뚜벅이’들이 점점 늘어날 것 같아요.
독자님들, 근처에서 줄지어 뚜벅뚜벅 걷는 사람들을 보시거들랑 손 한번 흔들어 주세요. 걷는 걸음걸음에 희망을 보내 주세요. 김진숙 씨가 외칩니다. “끝까지 함께 웃으며 투쟁!”
2021년 1월 15일
유이분 올림
목차
4 안건모의 사람여행
복직 없이 정년 없다 안건모
30 엮은이의 글
살아가는 이야기
32 사랑한다면서 왜 화내? 이은주
37 남편 모르게 사랑이 가능할까? 하해영
42 너네 엄마 누구냐? 하채현
45 사춘기 대 갱년기의 전투 김은영
50 살아온 이야기(2)
돈에 관한 혼돈 속으로(2) 최현숙
56 나는야 뉴욕의 무료 변호사
스캐비 쥐를 지킨 남편이 떠났다 남수경
60 우리 동네 주치의
하하하, 그 도시락 저도 알죠 추혜인
64 요즘 중딩 교실 이야기
코로나19 시대 수업, 교사마다 천차만별 안정선
69 남해 바다 어촌 일기
장군은 갑옷을 입고 어부는 갑바를 입는다 황은주
73 제소라의 아는 여자
넝쿨의 여자들 제소라
일터 이야기
일터에서 온 소식
78 노조의 힘이 세지면 어떻게 될까요 양경수
84 군위군청, 갑질 행정과 차별은 이제 그만 김동환
92 작은책 법률 상담소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면? 김묘희
96 작은책 노동 상담소
우리 회사 근로자대표가 누구라고요? 박공식
100 이동슈의 생활 만화 _ 삼삼한 삶
세상 보기
102 낮은 곳, 나의 자리로
민주당으로 가! 한자리 할 수 있잖아! 홍세화
106 공공의료 이야기
구금시설에서 의료제도의 진면목을 본다 문정주
112 희망의 경제학
왜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나 정태인
118 생태 이야기
강력해진 자연의 경고는 귀찮은 소음인가 박병상
124 존버 씨의 시간들
업무상 정신질환, 어떻게 볼 것인가? 김영선
쉬엄쉬엄 가요
130 이야기가 있는 사진 최인기
132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개성을 죽일수록 칭송받았던 시대 김현진
136 독립영화 이야기
명랑하고 따뜻한 민주노조의 일상 류미례
142 조재도의 시 읽기
144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표지 그림_ 박소영
발행인의 글
코로나19가 인간들의 일상을 멈춰 세우거나 말거나 자연은 흘러갑니다. 장마도 태풍도 끝나고 가을이 왔습니다. 어릴 때 보던 따가운 햇살과 뭉게구름도 보입니다. 기후변화 때문에 특히 농부와 어부들의 피해가 많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에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었지요. 좋은 소식은 대법원이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함으로써 전교조가 다시 노동조합 지위를 회복할 수 있게 된 소식이었습니다. 대법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언제든지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을 직권 취소할 수 있었지만 외면해 왔습니다. 7년 사이에 무려 서른 명이 넘는 교사들이 학교에서 쫓겨나 거리에서 떠돌았습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제라도 빨리 이들을 복직시키고 해직 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나쁜 소식은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 거부였죠. 의사 수를 늘리자는 정부 방침에 자기들 수익이 떨어질까 봐 온갖 해괴한 논리로 진료를 거부하며 집단행동에 들어갔습니다. 어떤 의대생은 ‘의사 수, 정말 부족하냐’, ‘아픈 데도 진료 받지 못하신 분이 정말 있냐’고 어이없는 팻말을 들고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몰라서 묻냐?”고 되묻고 싶었습니다. ‘전교 1등’ 수준이 그것뿐인가 반문하고 싶었습니다. 10월호 특집에서 자세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독자님들, 그런 후안무치한 자들한테 치료받지 않도록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 9월 16일
발행인 안건모
목차
책이 이끄는 여행
평등 세상을 꿈꾸며 걷는 단양팔경 김용심
13 발행인의 글
살아가는 이야기
15 배를 육지로 올릴 때 황은주
18 궁중족발, 다시 일어서겠습니다 윤경자
22 전교조가 합법노조로 회복한 날 구자숙
28 삼천포에 살아요 구륜휘
30 달려라 밥묵차 성미선
36 아버지, 그동안 정말 애 많이 쓰셨다 진솔아
40 전 13만 원, 아니 14만 원만 받아 주세요 이근제
43 돌모루댁의 살림살이 윤혜신
통통수제비
48 살아온 이야기
승무원이 꿈이었어요 김수련
54 두꺼비 손글씨 김상화
55 시 읽고 감상하기
땅을 파서 먹고살 생각은 어떨까? 이규동
58 교장 일기
오늘 아침엔 뭐 먹었어? 최관의
63 한의사 권해진의 살아가는 이야기
생애주기 권해진
일터 이야기
67 일터에서 온 소식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것 김계월
71 12만 방과후 강사들은 개인사업자가 아닙니다 김경희
77 작은책 법률 상담소
보석 제도란? 양성우
특집_ 의사 집단 진료 거부, 어떻게 볼 것인가
82 ‘전교 1등’들에게 우리가 반격할 차례다 이향춘
88 한국 의사 연봉은 OECD 최고 수준 윤효원
94 의학생들의 국시 거부에서 나타난 문제점 박찬호
100 의사 집단 진료 거부, 어떻게 볼 것인가 우석균
106 의사 파업이 드러낸 의료제도의 현주소 문정주
112 이동슈의 생활 만화 _ 삼삼한 삶
세상 보기
114 옛 그림 속 여성들
신부 나이 열다섯 살 이종수
120 키워드로 보는 우리 사회
미국 프로농구 선수들의 외침 Black Lives Matter 고태경
126 어린이 해방과 평화
산보와 원족 같은 것을 가끔가끔 시켜주시오 이주영
132 생태 이야기
범람하는 치명적 바이러스에서 벗어나려면 박병상
138 존버 씨의 시간들
관행과 실적 그리고 자살 김영선
144 정작 모르는 유물 이야기
동물 그림에 건 희망 박찬희
150 독립영화 이야기
미지의 세계에 들어선 엄마에게 축복을! 류미례
156 책 읽고 딴 생각
‘청소부’가 ‘환경미화원’으로 이름이 바뀐들… 변정수
160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64 지난 호를 읽고
166 편집 뒷이야기
<작은책> 2020년 9월호
일터 이야기
일터에서 온 소식
우리는 어떤 내일에 닿을까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전 기획실장
복직하지 못한 사람 가운데는 이름을 바꾼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 사정을 다 알지 못하더라도 개명까지 할 정도라니, 어떤 절박함이 느껴졌다. 한둘이 아니라서 조금 놀랐다. 해고자도 있고 희망 퇴직한 사람도 있었으니 굳이 해고자에게만 국한시킬 일은 아니었다. 아들과 함께 개명한 형(동료)도 있다. 살면서 이름 바꾸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통상적으로 이해되는 개명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이름 자체가 아니라 그가 처한 저간의 사정이다. 몸부림을 쳐 봐도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운명 앞에 놓였다 싶을 때, 그 시간이 개명의 때가 아닐까 싶다. 쌍용차에도 이름 바꾼 힘까지 보태졌던지 개명한 형들 또한 이번에 모두 복직을 이뤄 냈다. 지난 5월 4일 쌍용차 마지막 해고자들이 복직했다. 자그마치 10년 하고도 11개월 만이다. 2009년 쌍용차 파업 이후 줄곧 공장 밖에서의 삶이 공장 담벼락을 넘어서도 시작된 것이다. 11년 동안 직원들 상대로 피켓 들고 섰던 정문 앞에서 시업 종소리 들으며 공장이 아닌 노조 사무실로 향하던 씁쓸한 어제는 없다. 출근하는 동료들의 얼굴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퇴근하는 동료들의 등을 보며 하루를 마감했던 지긋지긋하던 그 일상도 이제는 안녕이다.
▲ 지난 5월 4일 가진 마지막 복직자들의 기자회견. 사진_ 이창근
입사 동기인 정민이도 11년 만에 복직자 명단에 있었다. 그 사이 펄펄 끓던 서른두 살 청춘의 꿈틀거림은 지렁이처럼 마른 눈물 자국만 남긴 채 온데간데없이 휘발했다. 세월의 바코드라도 찍힌 듯 마른 근육과 까만 피부가 특별히 더 애달팠다. 이제는 40톤 트레일러를 몰지 않아도 되고 4대강 사업 끝물에 올라탔던 육중한 덤프에도 오르지 않아도 된다. 처가댁에 해고자 신분을 속이기 위해 명절 때마다 일 있다는 핑계 들어 더 이상 걸음 끊지 않아도 된다. 정민이는 11년 동안 해고자 신분을 처가와 친인척들에게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누구 하나 묻지 않았던 것일까. 질문 가능한 공간을 피해 왔던 것일까. 이해되지 않지만 해고자 생활 11년은 통상적인 이해 범위를 벗어날 때가 많다. 정민이뿐만 아니라 몇몇 동료들 또한 해고 사실을 용케 숨기며 11년을 살아 냈으니까. 적어도 개명은 사회생활을 전제로 한다지만 있는 이름조차 쓰지 않고 스스로 사회에서 유폐시키는 삶 또한 그 속내가 얼마나 복잡했던가.
복직한 이들은 요즘 빚 갚는 데 여념이 없다. 월세 살던 후배 한 명이 적은 돈 모으고 은행 대출 껴 전셋집으로 들어갔다. 왜 그렇게 기분이 좋던지. 내 일처럼 기뻤다. 장마철만 되면 빗물이 새고 장판은 뜨고 벽지가 곰팡이로 변하는 집에, 그것도 얹혀 살던 또 다른 후배 또한 깨끗한 새 아파트로 전세 이사를 했다는 소식도 무척 기뻤다. 아이가 다섯인데 그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이 복직의 참 의미가 아닐까도 싶었다. 진심으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혼 위기였던 형들의 어두컴컴한 집에 환한 LED 전등이 다시 하나둘 켜지고 있다. 오십 넘어서도 용돈 타 써야 했던 부모님께 이제는 매달 용돈을 드릴 수 있는 생활이 얼마나 축복인가.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피켓 들고 우두커니 서서 지나가는 이들의 냉대와 작은 기사에도 여지없이 달리는 그 악다구니 댓글에도 11년 동안 견뎠다. 비닐 천막 밑으로 흐르던 빗물을 보면서도 마음속에 꼭 쥐었던 그 사소하고 소소한 작고 숱한 다짐들을 하나둘 이뤄 낼 수 있는 이 생활이 얼마나 기쁘고 고마운 일인가. 출퇴근길에서 보는 형들의 웃는 얼굴이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는 요즘이다.
함께했던 동료들끼리 복직해서는 자주 볼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생각이 바뀌었거나 관계가 소원해진 것이 아니라 어쩌면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찾아 봐야 할 곳도 늘었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 또한 길어졌다. 훌쩍 커 버린 아이들과 부쩍 야윈 부모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을 더는 미뤄 두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나중으로 무작정 미뤘던 일들이 하나둘 내 일로 몰려들고 애써 외면했던 경조사에도 이제는 꼬박꼬박 찾아가야 한다. 해고자라서 열외로 살았던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이제는 그 대열에 합류도 해야 하고 끼어도 봐야 한다. 이것저것 핑계 대기에는 사회가 허용하는 나이로부터도 한참을 벗어났고 통용되는 상식도 외면할 염치가 더 이상 없다. 늦게나마 추스를 수 있는 염치가 생겨서 다행이다. 그렇다고 그저 일상이라는 이불을 덮고 아늑하게 드러눕고만 있기에는 바닥이 무척 차갑다. 해결되지 않은 쌍용차 손배 가압류 법정 이자만도 초 단위로 불어나 어느새 40억이 넘었다. 정권이 바뀌고 경찰청장이 바뀌어도 감감무소식인 쌍용차 손배 가압류 문제가 목에 걸린 가시처럼 밥 먹을 때마다 따끔거린다.
▲ 지난 2월 복직 연기 발표에 쌍용자동차 정문에서 항의하는 복직 대기자들. 사진_ 이창근
가해자와 피해자는 기억의 순간이 다르다. 가해자는 가해의 순간이 아닌 과정이 중요하고 그 과정은 자기 행동의 근거와 알리바이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피해의 과정이 아닌 피해 그 순간과 그 이후를 기억한다. 그런 면에서 둘의 화해는 불가능하다. 그저 조정하고 타협할 수밖에 없다. 쌍용차 해고 사태는 그런 점에서 공장 안에서는 회피되고 있다. 직면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런 기회조차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세월의 유속만 믿고 아픔이든 슬픔이든 그저 그 시간 속에서 씻겨 나가기만 바라는 것 같다. 피해자라 느끼는 이들이 있다면 그 위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돕는 것이 우선이다. 가해자 또한 마찬가지다. 4년 먼저 복직한 나로서는 이 내재하는 갈등이 가끔 두렵다. 표면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입 닫고 있는 그 마음 안에 어떤 분노가 자리 잡고 있는지 자주 두렵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손해로 때론 낭패로 다가올 것이고 결국에는 회사 스스로 무너지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복직한 이들의 생의 가장 따뜻한 날들이 길어지길 바라는 마음까지 무너지면 안 되지 않는가.
내 노트북 바탕 화면은 파업 당시 공장 옥상에 걸터앉은 동료들의 사진이다. 모 기자가 찍은 이 사진은 2009년 7월 말의 맑은 여름날이다. 옥상 위로 뭉게구름이 피어나고 비행기가 날아가는 모습이 작게 잡혔다. 지난 해고 기간 동안 나는 이 사진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고 다짐도 했다. 우리는 반드시 내일에 가 닿겠노라고. 그러나 어떤 내일인지는 생각하지 않았고 영글지도 구체적이지도 않았다. 다만 함께 살자는 구호가 자음과 모음이 되어 만들어 내는 어떤 말이었으면 했다. 모두가 복직하고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쌍용차 복직 노동자들의 내일은 어떤 날이어야 할까. 아니 어떤 내일이면 기쁘고 즐거울까.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개인으로 친절과 배려가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면 좋겠다. 우리가 복직 과정에서 축복처럼 받았던 수많은 연대와 사랑과 기쁨이 드디어 우리를 통해 흘러 나갔으면 좋겠다. 장영은 작가의 말처럼 ‘나의 고통을 과장하지 않고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인간의 품위를 가진 사람이었으면 더더욱 좋겠다.
▲표지 그림_ 박소영
발행인의 글
문재인 촛불 정권이 탄생하면서 금방 바뀔 줄 알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도 금방 규명될 줄 알았고, 전교조, 공무원노조가 합법화되고, 해고된 노동자들이 복직되고, 비정규직이 감축되고, 양심수들도 석방되고, 정당한 파업을 한 노동자들에게 회사가 청구한 손해배상도 취하가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어느 것 한 가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국회에서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국회를 마비시키는 미통당 때문이라고 판단해 여당에게 180석 정도,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줬습니다. 여당 의석만으로 법을 뜯어 고칠 정도로 몰아준 것입니다. 이제는 나라가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요? 정기 국회가 열리면, 건국 이래로 사상을 검증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세력을 탄압하는 데 써 먹던 국가보안법은 폐지되는 걸까요?
수구 세력들이 발악을 합니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 나라를 찾은 기쁨을 나눠야 할 뜻 깊은 날에 전광훈 같은 극우 세력들이 광화문을 점령했습니다. 민족이 해방된 날에 제국주의의 상징 성조기를 흔들고, 우리나라를 짓밟았던 일장기, 욱일기까지 등장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도 확산시켰습니다. 대체 어쩌자는 걸까요.
독자님들, 이달 특집은 지난 7월 30일 국회에서 속전속결로 통과된 주택임대차보호법입니다. 서민을 위한 법인데, 왜 수구 미통당과 찌라시 언론에서는 이제 전세는 씨가 마를 것이고, 집값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협박을 하는 걸까요? ‘여러분, 이거 다아 거짓말인 거 아시죠?’
2020년 9월 18일 안건모
목차
책이 이끄는 여행
그들의 마지막 길…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최규화
12 발행인의 글
살아가는 이야기
14 회사 횡포에 맞서 볼 만할까요 -최창덕
19 소성리 부녀회장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 -손소희
25 은혜롭고 평화로운 은평마을이 사라졌다 -박지현
29 돌모루댁의 살림살이
오징어김밥 -윤혜신
35 두꺼비 손글씨 -김상화
36 살아온 이야기
너는 우리와 달라 -김수련
42 시 읽고 감상하기
130원이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박영수
45 교장 일기
교장과 수다 떨 수 있는 학교 -최관의
50 한의사 권해진의 살아가는 이야기
슬기로운 한의사 생활 -권해진
일터 이야기
일터에서 온 소식
55 우리는 어떤 내일에 닿을까 -이창근
61 벼랑 끝에 매달린 울산 북구 체육강사 -김문오
68 기간제 교사는 교사다, 아니다,
정부 입맛대로 정한다 -박혜성
73 작은책 법률 상담소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김묘희
특집_ 주택임대차보호법
78 올겨울 이사 갈 집이 남아 있을까? -이하나
82 겨우 2년 거주제? 반 사회적 범죄 -최창우
86 세입자가 건물주한테 대들 수 있는 법 -이성영
90 감동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최지희
96 내가 방문한 곳은 ‘집’이었다 -이선영
100 이동슈의 생활 만화 _ 삼삼한 삶
세상 보기
102 옛 그림 속 여성들
화가 신씨, 혹은 현모 신사임당 -이종수
108 키워드로 보는 우리 사회
소비자 권력과 여론 -고태경
114 어린이 해방과 평화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시오 -이주영
120 생태 이야기
집중호우에 물꼬 둘러보던 일상으로 -박병상
126 존버 씨의 시간들
아픈 게 내 탓이 아니야 -김영선
132 정작 모르는 유물 이야기
마음과 눈과 손으로 그린 그림, 동물화 -박찬희
138 독립영화 이야기
특별하지 않은 엄마 이야기 -류미례
144 책 읽고 딴 생각
허구인지 실화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소설 -변정수
148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52 지난 호를 읽고
154 편집 뒷이야기
<작은책> 2020년 7월호
일터에서 온 소식
몽둥이로 때리면 맞고 있겠습니까?
김영재/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지역지부 카트분회 조직부장
저는 중소기업만 다니다 노동조합 활동을 해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에 걸쳐 IT 관련 회사를 경영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회사 경영자의 땀과 열정과 어려움도 어느 정도는 압니다. 첫 번째 회사는 IMF 시기를 못 넘기고 폐업하고, 다시 3년 뒤에 100퍼센트 해외 수출하는 회사를 창업했는데 세계 금융 위기 때 환율의 벽으로 폐업했습니다. 개인 파산도 하고요. 가족과도 단절돼 보았습니다. 사람 데리고 하는 사업을 하기가 겁이 나서 택배, 운전, 건설 현장도 나가고 했지만, 50대 중반이 넘자 체력도 달리고 너무 힘들었습니다. 젊을 때는 해외 출장을 많이 다녀 공항이 친근하기도 해서 그곳에서 일자리를 알아 보다 인천공항에서 카트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항공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은 여객이 이용하는 여객터미널과 화물이 세계로 유통되는 화물터미널로 구분되고, 여객터미널은 다시 각 항공사별로 제1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로 나누어집니다. 또한 여객터미널에는 간단하게 랜드사이드(입국·출국 시 사용하는 구역)와 에어사이드(면세점 탑승동의 구역) 및 단기/장기 주차장이 있으며, 적게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수십만 명의 일일 이용자가 각자의 사용 목적으로 소정의 장소에 비치된 카트를 이용합니다.
저희 카트 노동자들은 약 13000대의 비치된 카트를 24시간 수거하고 필요한 곳에 재배치하는 작업을 수행하며 터미널별로 주간조/야간조가 있습니다. 주간조는 랜드조, 교통조, 면세조, 단기조, 유지보수조의 형태로 구분되며, 주간조는 조출/만출의 시간대로 운용됩니다. 단순한 카트 수거 업무에서 1층과 3층간의 수직 이동, 동편과 서편의 수평 이동, 청결 작업, 광고 교체 작업, 카트 수리 등을 담당하며 한 번에 많은 수량의 카트를 이동하기 위하여 카트를 밀어 주는 로보카라는 장비를 사용합니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로보카를 이용해 카트를 운반하는 노동자. 사진 제공_ 인천공항지역지부 카트분회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카트에 광고를 하는 명목으로 (주)전홍과 1차 계약을 하고 (주)전홍은 ACS(주)에게 카트 관리를 전담하도록 2차 하청 계약을 하여 운영 중에 있습니다.
저는 제1여객터미널의 랜드사이드 업무를 담당하며 3일 근무 1일 휴무의 365일 근무 형태로 2018년 11월에 입사하였습니다. 광범위한 면적을 커버하고 이용객의 수요에 따라 하루에 3만 보 이상의 많은 움직임이 필요하고 몸의 거의 모든 근골격을 사용해야 하는 높은 수준의 노동 강도를 감내해야 합니다.
거의 모든 노동자들이 어깨, 허리, 무릎, 발목의 관절과 발바닥의 통증을 갖고 있습니다. 이용객들이 기물과 접촉 사고가 많이 발생합니다. 카트와 로보카가 무거운 쇠붙이이라 접촉 사고가 나서 사람이 다치면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개인에게 변상을 시키고 있습니다.
최근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작년 여름 휴가철에 로보카가 카트를 달지 않은 상태에서 회전 중에 초등학교 여아의 발목 아킬레스건에 접촉해 아이가 중상을 입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가족 여행이 취소되고, 집도 지방인지라 서울에서 수술하고 입원 치료를 받으려면 많은 보상이 필요했지요. 그 뒤 회사의 공식적인 지침은 개인 변상을 원칙으로 하고 해당 직원은 퇴직 처리되었습니다. 노동자들은 여행객이 두렵습니다. 넓은 공항에서 어린아이들이 마구 뛰어 다니기도 하고 시간에 늦은 여행객들도 뛰어다닙니다. 카트와 로보카가 정지 상태에서 접촉을 해도 무조건 저희가 책임져야 합니다.
점심시간이 40분입니다. 근무지에서 구내식당까지 멀어서 항상 허겁지겁 달려가야 합니다. 휴게 시간과 휴식 공간 물론 없었고요. 노조가 만들어지고 MBC 방송국에서 취재하여 알려지고 청와대에 민원 넣고 고용노동부에 진정한 결과 사무실 안에 작은 공간을 마련해 평상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또 조출자들은 오전에 휴게 시간 20분을 보장받게 되는 등 조금 개선이 되었습니다.
화장실은 2분 안에 해결, 출퇴근 지문 누락 시 1시간 공제, 그것도 나중에 1일 공제하겠다더군요. 근무 시간 중 잠깐 쉰다고 앉아 있으면 사진 찍어 공개하고 얼마 전부터 근무 평가를 한다며 현장의 주임들은 노조를 말살하고자 열심입니다.
부당 노동 사례와 노조 말살에 대하여 적어 보겠습니다. 2020년 4월 2일 노조 집행위원들이 모두 참석해 회사와 교섭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틈을 타서 사측 관리자들이 노조 측과 사전 협의도 없이 조합원들에게 위임장을 돌렸습니다. 유급 휴가에 대한 모든 것을 회사에 일임하고, 고용 유지 지원금을 타서 휴직할 것을 위임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위임장은 향후 회사의 입맛대로 가는 수순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업 참여 시 징계하겠다고 위협하고, 회사의 명예 실추, 유언비어 유포라며 경고장도 보내옵니다. 노조를 탈퇴해야 90퍼센트의 유급 휴직을 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행한 적도 없는 근무 평가를 한다고 합니다. 예의, 언행, 모욕, 유언비어, 선동, 분위기 저해 같은 항목을 보면 근로 능력 평가가 아닌 ‘복종해’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작년 11월 노조를 설립할 당시 노조가 싫다, 노조가 도깨비 방망이냐, 그렇게 탄압하더니 한 달도 되지 않아서 대립 노조를 만들고 현재는 타 노조원이 되어 타 노조의 근무 평가를 한다니 코미디 극장도 아니고 말이 됩니까.
현재 위탁 계약 기간은 2018년부터 금년 말까지 3년입니다. 그전에는 1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비정규직의 근로 계약 때문에 저런 많은 부당 노동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음에도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불안과 불평등을 호소하면서도 어떤 해결책도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작년 여름부터 다른 조에서 노조 설립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미약하지만 힘을 합하자고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5월 21일 카트 노동자 파업 결의 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서로 몸 벽보를 붙여주고 있다. ⓒ작은책(정인열)
처음 인천공항지역지부에서도 긴가민가했을 것으로 봅니다. 노조 상담하러 갔더니 카트 쪽에서 매년 와서 노조 만들려고 하다가 회사 때문에 깨지고, 또 20명까지도 모였었는데 회사가 압박해서 깨진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년에 갔을 때 걱정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 우리가 해 보렵니다, 믿어주세요 했습니다. 저희 회사의 평균 연령은 50대 중반이 넘습니다. 두려워하는 직원들을 설득하고 그 나이에 무슨 노동조합이냐 조용히 살다 퇴직하자, 몇 년만 더 근무하자고 반대하는 부인과 자식들을 설득하고, 많은 어려움에 부딪히며 극복하였습니다.
회사의 업종과 색깔에 따라 다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가족 같다 하면서 뒤에서는 신다 버린 헌신짝 취급을 한다면 어느 누가 애사심이 생기며 고객을 웃음으로 대하고 세계 제일의 공항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이 생기겠습니까. 스스로 우러나오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몽둥이로 때린다고 맞고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