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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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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사람들의글쓰기'에 해당되는 글 22

  1. 2019.05.27 도대체 매력이 뭘까?
  2. 2019.04.03 <작은책> 2019년 4월호가 나왔습니다.

<작은책> 2019년 6월호

살아가는 이야기

 

도대체 매력이 뭘까?

엄익복/ 직장인

  

내 나이 올해 마흔 아홉. 낼모레면 오십이다. 결혼을 한 지도 이십 년이 다 되어 간다. 그런데 아직도 아내와 티격태격 싸우는 날이 많다. 나는 가능하면 부닥치지 않고 피하려 하는데, 아내가 공격하듯 나올 때가 있다. 평소에도 무슨 불만이 있는 사람처럼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어 눈치를 보기는 하는데, 유독 화가 난 얼굴로 심각한 분위기를 만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냥 살살 피해야 하는데, 괜히 웃어넘기려고 농담을 했다가 된통 당하곤 한다. 나는 기억도 안 나지만, 아마도 내가 마누라 등쌀에 못 살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나 보다. 그 말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지,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어느 날 아내가 갑자기 그 얘기를 꺼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그런 말이 나와? 나한테 고마운 줄은 모르고, 사람이 참 매력이 없어.”

그런데 그 말을 듣자마자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한참을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분위기가 싸해졌다. 뭐라고 한마디 하고는 싶었는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정말 할 말이 없네하고 혼자 중얼거리며 자리를 옮겼다.

거실 한쪽에 앉아서 책을 뒤적거리고 있는데, 아내가 한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매력이 없다고? 그럼 오십 다 된 남편한테 무슨 매력을 기대한 거지?’ 화가 났다. ‘그러는 지는 무슨 매력이 있나?’ 분풀이하고 싶은 생각이 나기도 했다. 그러다가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나?’ 하며 우울해졌다. 어쩌면 내가 생각해도 내 매력이 뭔지 알 수 없어서 그깟 말 한마디에 충격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에 대해 스스로 자신감이 떨어지기 시작한 지는 꽤 오래되었다. 사십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체력도 약해지고, 배도 나오고, 머리카락도 많이 빠진다. 거울 보기도 싫다. 가끔 머리 속이 허옇게 나온 사진이라도 있으면, 슬쩍 감추고 없애 버리기도 한다. 또 일을 할 때도 무슨 일이든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던 젊은 날의 패기는 사라지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며 의기소침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새로운 프로그램이라도 배울 때는 젊은 친구들에게 물어보면서 같이 해 보려 하지만, 너무 어려워서 눈치만 보고 있을 때가 많다. 늘 하던 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내준 후로는 어떻게 하는 건지 잊어버려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이젠 사람들이 나를 피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젊은 직원들끼리 즐겁게 얘기하는 중에도 내가 끼어들면 뭔가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고, 교육이나 연수를 받을 때도 내가 같은 모둠이 되면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느껴진다. 빈말로라도 익복님이 함께해서 너무 좋다고 말해 주던 사람들도 이젠 찾아볼 수 없다. 나와 같이 일하는 것을 왠지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올해 초 직장에서 부서를 옮기게 되었는데, 같은 팀원들도 새로 옮겨 온 동료가 십팔 년차 부장이라니, 은근히 꺼리는 표정이 역력했다. 정말 어딜 가나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렇다 보니 직장 생활이 가면 갈수록 재미가 없다. 정말 지금보다 돈을 적게 받더라도 뭐든 다른 할 일이 있으면 옮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할 일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직장을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봤자, 내가 참 무능력한 존재라는 걸 확인하는 것밖에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버티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 참 지금까지 뭘 하고 살았는지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 물론 이건 직장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요즘은 아이들이 다 커서 내 시간이 많아졌고, 밖에서는 그래도 반갑게 맞아 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취미 생활로 통기타 동호회도 나가고, 그림 그리는 모임도 나가는데, 이건 정말 재밌다. 사람들과 어울려 노래 부르고, 서로 그린 그림을 보며 이야기 나누는 게 너무 좋다. SNS나 인터넷 카페에 사진과 그림을 올리고, 서로 칭찬의 댓글을 달아 주며 공유하는 것도 정말 즐거운 일이다. 이렇게 사는 게 나름 보람도 있고, 이게 다 나만의 매력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에 자부심을 갖기도 한다.

그런데, 매력이 없다니. 화가 난다. 나만 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공동육아에 대안학교 보내면서 아이들에게도 좋은 아빠고, 청소며 빨래며 온갖 집안일도 다 도맡아 하는데, 이 정도면 남편으로도 괜찮은 거 아냐? 그런데 매력이 없다니. 생각할수록 열받는다. 회사에서 느끼던 소외감이 가정에서도 똑같이 느껴지는 것에 치가 떨린다.

도대체 매력이 뭘까? 어떻게 하면 매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만의 매력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다. 무슨 일이든 열정을 다해 열심히 하는 사람이 매력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지겹고 힘든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매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당당하게 사는 사람이 매력 있는 사람이라면, 매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당장 밥벌이 때려치우고 나와 굶어 죽을 각오라도 해야 하는 걸까? 외모가 멋진 사람이 매력 있는 사람이라면 세상을 다시 태어나야 하고, 돈 많은 사람, 돈 잘 쓰는 사람이 매력 있는 사람이라면 다시 태어날 때 부모까지 잘 만나야 하는데, 그건 하나 마나 한 소리일 뿐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매력 있는 사람들이 참 많다. 하지만 나를 매력 있는 사람으로 봐 주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쳐 부러움을 사기도 하던데, 나는 왠지 더 이상 볼 것 없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러니 아내에게까지 매력 없다는 소리나 듣겠지. 매력은 없지만, 매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은 있어서 괜히 마음만 무겁다. 그냥 우울하다

posted by 작은책
2019. 4. 3. 11:45 알림 / 엮은이의 글

▲표지 그림_ 고창수


발행인의 글

 

당당합니다. 비장한 각오를 한 얼굴입니다. 극우단체 노인들이 기자회견을 빙자한 집회를 합니다. 초등학교 앞에 가서 초등 아이들이 왜 전두환 물러가라!” 소리쳤냐고 항의하는 집회를 연 겁니다. 초등학생들보다 역사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아주 당당합니다. 아니 독재자 전두환이 광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지 초등 아이들이 왜 몰라야 한단 말입니까.

이번 호 세상보기에는 이주영 선생님이 어린이가 정치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 글을 썼습니다. 먼저 18세 투표권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고, 16세 미만 국민도 선출 대상에 따라 투표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투표권이 없는 어린이들을 위해서 민주시민 교육과 정치교육 차원에서 모의투표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치교육을 불순하다고 비난하면서 금지하기 시작한 것은 1905년 을사늑약으로 일제 통감정치가 시작되면서부터라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생들 대상으로 집회를 하는 극우 단체 노인들보다 초등학생들이 오히려 판단을 잘 할 것 같기는 합니다. 너무 심한 말일까요?

독자님들, 완전 봄날이지요? 이번 특집은 남한강 끝자락에 있는 퇴촌면 관음리를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작은 도서관을 꾸려 가는 박소영 씨를 만나 인터뷰했지요. 도서관이 꼭 책만 보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도 뛰어 놀고 동네 주민들 사랑방 구실도 한다는 걸 보여 줍니다. 책을 매개로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면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더 밝아지지 않을까요?

 

2019320

안건모 올림




목차

 

4 책이 이끄는 여행

매향리라는 이야기의 열린 결말최규화

10 발행인의 글

11 원고를 기다립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12 의부증 청산 수업료 임전

16 안녕, 컵라면 김영호

20 오키나와 평화기행, 누가 평화를 말하나 조운주

24 부부 30년 맞짱일기

선녀인가 나무꾼인가 최해옥과 이동수

29 돌모루댁의 살림살이

내가 차려 먹는 내 생일상 윤혜신

34 청년으로 살아가기

꿈 같은 100개 도시 여행 김치우

38 이야기가 있는 사진 이기범

40 살아온 이야기(10)

기념일을 기념하고 있으세요? 송추향

47 한의사 권해진의 살아가는 이야기

저는 실비보험이 없습니다 권해진

51 교실 이야기

극한직업, 초등 1학년 담임 박연미

55 산골부부의 시골살이

오매불망 그리던 건강한 똥간조혜원

59 글쓰기 모임 안내

 

일터 이야기

62 일터 탐방_ 신영프레시젼

공포의 택배 상자 정인열

68 일터에서 온 소식

대법원장만을 섬겼던 법원 조석제

73 작은책 법률 상담소

임차인이 알아야 할 주택임대차보호법 양성우

 

작은책이 만난 사람_ 박소영

77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베짱이 안건모

98 이동슈의 생활 만화 이동수

 

세상 보기

100 존버 씨의 시간들

과로자살의 반복성에 대하여 김영선

105 키워드로 보는 우리 사회 공정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고태경

110 어린이 해방과 평화 어린이가 정치에 참여할 권리 이주영

115 여성으로 살아가기 우연히, 축구 홍승은

120 생태 이야기 공주보 없어도 금강은 농사를 지었다 박병상

 

쉬엄쉬엄 가요

125 오앵의 일상의 온도 오앵

126 정작 모르는 유물이야기

어느 날, 갈돌과 갈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박찬희

130 책 읽고 딴 생각 왜 다이어트에 실패할까 변정수

133 독립영화 이야기 슬픔을 견딘다는 것 류미례

138 우리말과 국어사전 짚어 보기 병아리콩과 호랑이콩 박일환

142 와글와글 아이 글

144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posted by 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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