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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
'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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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16. 19:01 둘레/글쓰기 모임

창원 독자 모임
- 다음 모임은 언제? _ 8월 10일(수) (다달이 둘째 수요일)
- 어디서? _ 창원시 중앙동 101-1 경남오피스텔 203호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창원호텔과 창원 우체국 사이)
* 시각/회비: 밥을 함께 드실 분_늦은 6시~6시30분, 15000원
  
모임과 뒷풀이 참석하실 분_7시30분, 10000원

충남 글쓰기 모임
- 다음 모임은 언제? _ 8월 16일(화) 늦은 7시(다달이 셋째 화요일)
어디서? _ 북카페 ‘다락’(아산시 온양중학교 정문 근처)
-
인터넷 카페 주소는? _ cafe.daum.net/withthepeople

부산 글쓰기 모임
- 다음 모임은 언제? _ 8월 17일(수) 늦은 7시(다달이 셋째 수요일)
어디서? _ 부산실업극복지원센터(지하철 2호선 가야역 2번 출구)
인터넷 카페 주소는? _ cafe.daum.net/gosbook

서울 글쓰기 모임
- 다음 모임은 언제? 8월 20일(토) 늦은 4시(다달이 셋째 토요일)
- 어디서? _ 작은책 사무실(지하철 2, 6호선 합정역 2번 출구)
posted by 작은책
2011. 8. 10. 16:47 알림 / 엮은이의 글



엮은이의 글


  비가 줄기차게 내립니다. 이 비가 끝나면 또다시 숨막히는 더위가 오겠지요. 한진중공업 김진숙 씨가 타워 크레인에서 내려왔다는 소식이나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갔다는 시원한 소식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이달 〈작은책〉에는 한진중공업 김진숙 씨 소식이 많이 있네요. 페이스북에서는 파업을 하고 있는 전북고속버스 운전사들이 자기들 소식도 알려 달라는 글이 올라옵니다. 버스 노동자들, 그동안 많이 참고 살았지요. 우리 독자님들은 그이들이 왜 파업을 하는지 관심을 갖고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달 〈작은책〉은 대박이었죠. 서애련 씨가 쓴 ‘씨발, 동장 나오라 그래’, 이서분 씨가 쓴 ‘엄마는 아빠가 몇 번째 남자야?’를 본 사람들은 버스에서든 지하철에서 폭소가 터졌다고 합니다. 힘들어도 이렇게 웃음이 담긴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제가 타워크레인에 직접 올라가 보고 쓴 ‘일터 탐방’도 현장감이 있어서 좋았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인쇄소 실수로 지난 호에 몇 쪽이 빠진 채 나간 〈작은책〉이 있었나 봅니다. 혹시 그런 책을 받은 독자님들은 귀찮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연락을 꼭 해 주시기 바랍니다.

 
〈작은책〉 독자 모임이 제주도에서도 생겨날 듯합니다. 지난 7월 8일 제주도에 내려가 독자님들을 만났는데 몇몇 분들이 독자 모임을 만들기로 약속했습니다. 전국에 독자 모임이 더 많이 생겨 〈작은책〉을 보면서 사회를 들여다보고,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 더욱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독자님들, 다음 달에 황인오 씨가 쓰는 ‘살아온 이야기’ 연재가 끝납니다. 아직 다음 필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를 연재하고 싶으신 분은 연락 바랍니다. 독자님들이 살아온 이야기가 바로 역사입니다.

                                                                                                                   2011년 7월 15일
                                                                                                                        안건모 올림



차례

4 사진으로 보는 사람 이야기
12 엮은이의 글
13 원고를 기다립니다
14 작은책을 읽고

살아가는 이야기

16 미용실이 싫다 /윤순정
19 촛불이 쥐약이다! /지윤종
22 생일 치르기 /김은경
26 나쁜 엄마 /고경은
30 노동 문제 이야기 하지 마세요 /오세연
34 개수대에서 물 버리는 소리도 반갑다 /김진숙
37 펜글씨 연습 /조상연
38 타조알 선생의 교단 일기
시험│그 아이 /이성수
40 여성의 일과 삶 꿈같은 이야기 /박미경
46 살아온 이야기(32) 뒤늦은 아쉬움 / 황인오
52 와글와글 초딩 글
54 이야기가 있는 들녘 벼도, 닭도 괜찮겠지요 /최용혁
58 글쓰기 모임 뒷이야기
60 사진 한 장 느낌 한 줄

일터 이야기

61 일터 탐방 무료 서비스 /안건모
66 일터에서 온 소식
노동자가 세상의 빛이다 / 한종일
70 희망버스 이야기 이게 뭐야! /강정민
74 일터 한 뼘 소식
76 실업 극복 희망 일기 그럼, 굶냐? /최문정
80 현장 노동법 이야기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변영철

기획 특집

83 강좌 글쓰기는 정치다 /오도엽
103 뒷이야기 /정인곤
105 만화로 보는 세상 /이성열

세상 보기

106 생각해 봅시다 제주 해군 기지가 위험한 이유 /정욱식
110 교육 이야기 그쪽 학생들은 울면서 공부하지 않습니까? /김형태
114 쉬운 경제 이야기 방송, 광고, 민주주의의 삼각 함수(1) /정태인
118 생태 이야기 보호대상종은 개발의 걸림돌인가 /박병상
122 인물 바로 보기 이승만의 ‘정적 1호’ 최능진 /정지환
126 세상의 중심에서 십 대가 외친다 나는 자유인이다 /새봄

쉬엄쉬엄 가요

131 일상 예찬 ‘건당’ 인간들 /김현진
134 영화 이야기 이 영화의 흥행이 궁금하다 /강성률
138 추억 따라 역사 따라 기지촌의 외딴방 /안미선
142 아, 이 시! /오도엽
144 새로 볼 책 함정을 피하는 방법 /곽일용
146 돌아볼 책 대대로 물려주고 싶은 약손문고 /서정홍
148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51 편집 뒷이야기

posted by 작은책


삼순이 아버지를 만났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연속극에서 삼순이 아버지로 나온 맹봉학 씨다. <작은책>에서 연예인을 인터뷰하기는 처음이다. 전화를 했더니 “요즘, 본의 아니게 내가 유명 인사가 됐네요” 하고 껄껄껄 웃는다.

대학로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마땅한 곳이 없어 성균관대 앞에 있는 풀무질 책방에서 만나기로 했다. 맹봉학 씨가 풀무질 책방 주인인 은종복 씨하고도 친하니 잘됐다 싶었다. 정확히 두 시에 책방으로 들어온 맹봉학 씨가 은종복 씨와 반갑게 인사를 한다.

맹봉학 씨는 요즘 더 바빠졌다. 어제도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에서 인터뷰를 했고 오늘도 이 인터뷰가 끝나면 이 근처에서 다른 매체와 또 인터뷰가 있단다. 이렇게 바쁜 까닭이 연기자로서 스타가 됐기 때문이 아니다. 가슴 아픈 얘기지만, 배우인데 사회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 저기 여러 매체에서 취재당하는(?) 수준을 보면 거의 사회운동가가 다 됐다. 연기를 해야 먹고사는 배우가 그러기가 쉽지 않다.

“전에 경찰에 소환당해 조사를 받았는데, 그때 벌금 맞으셨어요?”

“두 번 다 안 맞았어요. 뭐, 죄가 있어야죠.”

맹봉학 씨는 유일하게 연예인으로서 집회에 관련해 경찰에 소환을 두 번 당한 사람이다. 한 번은 2008년 촛불 집회 때, 두 번째는 지난해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 때였다.

“영결식 때 도로로 차를 따라 갔는데 사진이 찍혔더군요.”

연예인이 경찰에 출두하면 금방 소문이 나기 때문에 스스로 몸을 낮출 만도 한데 맹봉학 씨는 당당하다. 하지만 역시 그 사건 이후로 영화 섭외가 전혀 안 들어온단다.

“전혀 연락이 없어요. 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사실 영화 하는 사람들은 진보적인 사람들이 많거든요. 근데 촛불 집회 이후로 한 편도 못했어요. 단편 영화는 숱하게 했지만. 하 참 나, 하하하!”

촛불 집회 때 기억나는 게 있냐고 물었다.

“촛불 집회 때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어요. 먹을 걸 갖다 줘요, 고맙다고. 나 하나 나온 게 자기들 백 명 천 명 나온 것보다 더 힘 되니까 고맙다는 거죠. ‘아, 이분들이 지켜보고 있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맹봉학 씨는 푸근한 아버지 역할로 많이 나왔지만 아직 미혼이다. 올해 마흔여덟 살. 왜 결혼을 안 했느냐고 물었더니 “못했다고 봐야죠.” 하고 또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웃는 모습이 그렇게 밝을 수가 없다.

얼굴이 밝지만 맹봉학 씨 어린 시절은 가난했다. 아버지는 열두 살 때부터 일을 했단다. 7남매 가운데 셋째로 태어난 맹봉학 씨는 6ㆍ25 때 남쪽으로 넘어온 아버지가 수원에 자리를 잡은 뒤 태어났다. 친척이 없어 명절 때마다 우울했다. 맹봉학 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혼자 살아 나갈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걸 느꼈단다. 닭을 몇 마리 키웠는데 달걀 한 개를 공책이나 학용품으로 바꿀 만큼 어렵게 살았다. 학교에서 준비물을 사 오라고 하면 집에 돈이 없어 못 사줄 게 뻔해 아예 이야기를 안 했다.

그래도 맹봉학 씨는 늘 희망을 갖고 살았다. 그때 만화를 많이 봤단다.

“만화를 보면, 처음엔 고생하다가 나중에 다 성공하더라고요. 하하하.”

참 잘 웃는다. 꾸밈이 없다. 맹봉학 씨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야간 학교인 산업체 특별 학교를 다녔다. 낮에는 구로공단에 있는 병 공장에서 일했다. 일하다가 손을 다치기도 했다. 다니던 산업체 특별 학교가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맹봉학 씨는 영등포공고 전기과로 들어갔다. 연극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우리 집이 가톨릭 집안이에요. 성당 학생회에서 문학의 밤을 했어요. 그런데 연출가 형이 딴죽을 거는 거예요. 연기를 그거밖에 못하냐고.”

맹봉학 씨는 오기가 생겼다. 가톨릭 학교를 다녀 수사가 되려고 했지만 자기 길이 아니라고 깨닫고는 연극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연극은 재미가 있었다. 첫 작품은 전주 지방연극제에서 한 〈멀고 긴 터널>이었다. 거제도 포로 수용소에 관한 이야기였다.

독립 영화에도 출연했다. 그때 출연한 작품은 영화아카데미에서 직원으로 일하던 김진성 감독(<서프라이즈>, <거칠마루>)의 <환생>이었다. 그이가 맡은 역은 ‘반성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태어나는 두 명의 사형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밖에 <2001 이매진>, <수사반장 트위스트 김>, <트라이앵글 메모리즈>, <잘돼가? 무엇이든>, <바이칼>, <아버지 어금니 꽉 깨무세요> 등 수백 편에 출연했다.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최원석 감독의 단편 영화 <트라이앵글 메모리즈>라고 한다. 맞고 다니는 아들한테 레슬링을 전수하는, 재미있는 역할을 맡았다.

“내가 코믹 배우라는 걸 그때 알았어요. 하하하.”

맹봉학 씨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삼순이 아버지 역할이었다. 2005년에 방영했던 그 연속극은 시청률이 50퍼센트 가까이 됐다고 하니, 우리 국민들은 다 봤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라고 한다.

“대사가 좋았어요.”

가장 깊이 기억에 남는 대사는 삼순이가 사랑에 지쳐 혼자 소주를 마시면서 상상 속의 아버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 한 대사였다.

“미안해, 아부지. (줄임) 끔찍해. 그렇게 겪고 또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하는 내가 너무너무 끔찍해 죽겠어… …. 아주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

그때 삼순이 아버지가 한 말이 시청자들을 울렸다.

“삼순아, 아버지는 가슴이 딱딱해져서 죽었잖아.”

맹봉학 씨는 이 사회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을까. 1987년, 거리에는 짱돌과 최루탄이 날아다니고 데모가 한창이었는데 맹봉학 씨는 연극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얼마 뒤 절차상으로나마 직선제 민주주의로 바뀌었는데 자신은 무임승차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밑바닥에 늘 미안함이 있었다. ‘언젠가는 나도 뭔가 할 거다’ 하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씨앗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발아할 거’라고 했죠. 그럴 때 광우병 소 수입 반대 집회가 열리기 시작했어요. 어른들이 막았어야 하는 일인데 아이들이 자기 먹을거리 때문에 싸우는 걸 보고, 이번에 안 하면 더 큰 죄의식을 느낄 것 같아 참여하게 된 거예요. 이왕 참여한 거 열심히 해 보자… ….”

맹봉학 씨는 현재 강동촛불, 참여연대, 언론행동모임, 강동중증장애인, 강동청소년공부방, 백혈병 단체, 제주도 다니엘, 동자동사랑방 등 일일이 외우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곳에 후원 회비를 내고 있다. 은평시립병원, 아산병원에서는 18년째 중증 환자들과 함께 사이코드라마를 하면서 자원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참여연대에서 주관한 ‘최저 생계비 하루 체험’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보다 앞서 그 하루 체험을 하고는 “황제의 식사가 부럽지 않았다”고 허풍을 친 차명진 의원에게 ‘체험’과 ‘삶’도 구분 못하느냐고 쓴소리도 했다.

맹복학 씨가 이렇게 사회에 관심을 두고 촛불 집회까지 나와 경찰에 두 번 연행되면서 현실은 우울해졌다. 영화 섭외가 뚝 그친 것이다. 후회 안 하느냐고 물었다. 그이는 일분일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후회했다면 이런 인터뷰 안 하죠.”

맹봉학 씨는 이어 말한다.

“사람이 영원히 권력을 잡을 수 없는 거고, 언젠가는 죽잖아요. 반성하면서 좀 더 착하게 살다 보면 죽을 때 덜 후회하고 죽을 텐데… …. 이명박, 자기는 안 죽나? 당장 2년 뒤에 청문회 하고 그럴 텐데. ‘버티면 전두환처럼 살 수 있을 거야’ 이런 생각 가질 수 있겠죠. 세상이 잘못 됐지. 잘못을 저지른 전직 대통령들을 너무 빨리 사면해 줘서 그래요. 망명을 가게 하든지 종신형을 때리든지 해야 돼요.”

이렇게 용기 있는 연예인은 처음 만났다. 왜 이런 분이 아직까지 결혼을 못하고 있을까. 마음에 있는 분들은 용기를 내서 <작은책>으로 연락하시라. ‘소개팅’도 사양하지 않겠단다. 맹봉학 씨는 갑자기 배가 고프다면서 떡볶이를 사 왔다. <작은책> 일꾼 최규화가 연예인이 사 준 떡볶이는 처음 먹는다며 입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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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02-323-5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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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쟁이 할매                                                                김영수/ 버스 노동자

  시내버스 운전을 하다 보면 별의별 승객들을 본다.

올해 8 무더운 여름날의 일이다. 그날따라 유난히 승객이 많았다. 영도대교 정류장에서 손수레를 덩치는 작은 할매가 버스 계단을 힘들게 올라온다. 60 후반으로 보이는 할매는 한눈에 봐도 짜증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뒤로 승객 명이 타고 마지막에 몸이 불편한 할머니가 올라타자 앞에 앉아 있던 서른쯤  보이는 여성이 자리를 양보했다. 그러자 처음 손수레를 들고 할매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씨발 누구는 비켜 주고 누구는 비켜 주고, 사람 가리 가메 비켜 주는 갑제!
자리를 양보한 여성을 어쩔 몰라 하다가 버스 뒤쪽으로 들어갔고, 자리를 양보 받은 불편한 할머니가 대신 대꾸했다.

“내가 몸이 아파서 그래 하요.
‘욕 할매’는 지지 않고 계속 고함을 질렀다.
“나도 아프고 거다가 짐도 들었다 아이가!

점점 버스 안이 소란스럽게 되자 뒷자리에 있던 승객이 자리를 양보해서 할매는 자리에 앉을 있었다. 이젠 조용하겠구나 생각했다.

버스가 차라서 에어컨 바람이 아주 시원하다. 근데 할매가 갑자기 창문을 연다. 그러자 후텁지근한 바람이 안으로 휙휙 불어 들어왔다. 아줌마가 조용히 말했다.

“에어컨 틀어 놨는데 창문 닫으이소.
 “씨발 여편네들이 에어컨 바람이 좋다꼬 지랄이고? 얼매나 몸에 좋은데.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할매가 욕을 연발하자 모두 아무 못하고 조용히 수밖에 없었다.

종점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으며 동료들에게 조금 전에 못된 할매 얘기를 주니까 동료가 갑자기 아는 체를 했다.

“그 할매 경희어망에서 내리제?
“그걸 어째 아노?
“그랄
할매는 할매밖에 없다. 며칠 전에도 113 기사 운전하는데 모가지 잡고 흔들어 , 가게 처박을 했나.

동료의 얘기를 듣고 며칠 버스 대가 차도를 벗어나 가게를 향해 있는 것을 생각이 났다. ‘범인이 바로 할매였구나!

할매요, 내한테 시비 걸어서 고마운데, 사람들한테 제발 그라지 마소.




  작은책에서는 다달이 한 번 글쓰기 모임을 합니다.

글이란 소설가, 시인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을 건 사람들보다 평범한 서민들이 써야 합니다. 집에서 일하는 주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입시 공부에 시달리는 학생, 늘 스트레스에 찌든 샐러리맨 노동자, 노동자보다 더 힘든 영세사업자,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은 서민들이 써서 서로서로 위안 받고, 살아가는 힘을 받는 것이야 말로 글쓰기의 진짜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모든 교육의 결과는 ‘글’로서 나타납니다. 아무리 교육을 많이 받아도 ‘글’로서 표현하지 못하면 그 교육은 죽은 교육입니다. ‘글쓰기’가 아니라 ‘글짓기’나 또는 ‘논술’이라는 괴상한 교육으로 올바른 글쓰기 교육을 외면했던 우리 교육 현장에서 이제는 글쓰기의 중요성을 깨달아  글쓰기 열풍이 일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쓰기를 제대로 가르치는 곳은 없습니다.
작은책에서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지만 스스로 배울 수 있습니다. 다른 분들이 써 온 글을 평가하고 자기가 써 오고 고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글쓰기를 배웁니다.

글을 쓰고 싶은데 자신이 없는 분.
글을 많이 써 봤지만 잘 쓴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분.
글은 한 번도 쓰지 않았지만 남의 글은 귀신같이 보는 분.
글쓰기 취미도 없고, 글도 못 쓰는데 그냥 사람 만나는 게 좋아 뒤풀이에 참석해 술이나 마시고 싶은 분.
작은책 글쓰기 모임은 이런 분들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한 번 나오면 '기냥' 평생회원이 되고, 웃다가 보면 글쓰기는 저절로 됩니다. 회비는 자기가 먹을 밥값 5천 원(+술값 5천 원)이면 됩니다.
언제- 2009년 9월 19일 토요일 4시
어디서- 작은책 사무실

서울 글쓰기 모임(다달이 셋째주 토요일)
언제- 20010년 1월 16일 토요일 늦은4시
어디서- 작은책 사무실

부산 글쓰기 모임 
언제- 2010년 1월 18일 월요일 늦은7시
어디서 - 부산 진구 가야1동 1-5 실업극복지원센터 3층
문의할 곳 : 김광열 011-568-3370 박선미 010-2827-1162, 작은책 02-323-5391


경남 글쓰기 모임
언제 - 2010년 1월 15일 금요일 늦은7시
어디서- 상남동 노동회관 201호
문의할 곳 _ 강봉수 011-557-0985 작은책 02-323-5391


작은책 서울 사무실 오시는 길 - 서울 마포구 서교동 481-2 태복빌딩 5층 481-2 도서출판 작은책
작은책 323-5391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81-2 태복빌딩 5층
작은책 사무실은 5층이지만 겉에서 보면 4층 건물입니다.

2호선 -첫 번째 방법: 합정역 2번 출구로 나오셔서 왼쪽으로 도세요. 빵가게와 정비공장 사이 마포만두 골목으로 10분만 쭉 가시면(중간에 부동산이 나오는데 거기서 오른쪽으로 가시면 안 됩니다.) 버스 다니는 큰길이 나옵니다. 큰길에서 오른쪽으로(HP컴퓨터 가게를 끼고) 3분 가다 보면 '기분좋은 가게'가 나옵니다. '문턱없는 밥집' 사이에 있는 문으로 들어오세요. (전체시간 13분)

2호선-두 번째 방법(길을 잘 못 찾으시는 분은)-  합정역 2번 출구로 나오셔서 곧바로 5분 가시면 우리은행 사거리가 나옵니다. 거기서 왼쪽으로 7분 가다가 큰사거리 서교가든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바로 서교교회가 나오고 교회 오른쪽에 있는 건물입니다.(이렇게 오실 때는 조금 돌지만 헤맬 걱정이 없습니다) 큰 길가에 있습니다. 1층엔 '문턱없는 밥집'과 '기분좋은 가게'가 있습니다. (전체시간 15분)

6호선 - 1번 출구로 나오세요. 왼쪽으로 4분 가시다 보면 성산초교 사거리가 나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5분 가세요. HP컴퓨터 가게 지나 기분좋은 가게가 나옵니다.(전체시간 10분)

 ::: 부산지하철 2호선 가야역 하차, 2번출구로 나오시거나 가야방면 버스타고 가야시장에서 내려서 서면방향으로 100m 직진 육교가 나옵니다. 육교 왼쪽 골목안으로 쏘옥~오시면 오른쪽에 5층짜리 건물이있어요. 거기 3층 부산실업극복지원센터로 오시면 됩니다

작은책 구독 신청 02-323-5391
작은책은 다달이 3,000원. 1년에 3만6천 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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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책
2009. 11. 10. 09:57 둘레/글쓰기 모임
춥지는 않지만 바람이 거세게 붑니다. 조그만 회오리바람이 일어 나뭇잎들이 빙빙 돕니다. 이제 낼 모레면 수능인데 그날 추우려고 그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을 경쟁으로 내몰려 어쩔 수 없이 봐야 하는 수능 시험. 모두 시험 잘 보라고 응원하고 난리도 아닐 텐데  다른 친구를 누르고 올라야 하는 상대평가에서 그 응원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경쟁을 하지 않고 서로 돕고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는 그런 세상이 얼른 오면 좋겠습니다.


작은책 전국 글쓰기 모임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경남에 이어 부산도 이제 자리를 잡았습니다. 11월 글쓰기 모임 날짜를 알려 드립니다. 글을 쓰고 싶은 분, 사람을 만나고 싶은 분들 누구나 참석하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작은책
대한항공 해고 노동자 류승택 씨
사진으로 보는 사람 이야기

안건모




류승택 씨는 대한항공 소속 김해공장에서 일하다 2005년 9월 14일 해고됐다. 해고 사유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인터넷 언론 기사, 즉 민중의소리에 난 기사를 사내 홈피에 유포했다는 거 하나고, 또 하나는 제 개인 홈피에 회사 문서를 올렸다는 게 이유죠.”

문제가 된 민중의소리 기사는, 2005년 대한항공조종사 노조가 쟁의행위와 관련 준법투쟁을 위해 준비한 리본을, 사측이 ‘절도’한 사실을 보도한 기사이다. 회사는 그것이 회사의 기물이기 때문에 ‘수거해 간 거지 절도가 아니’라고 명예 훼손으로 고발까지 했다. 또 하나는 류 씨의 개인 홈페이지에 ‘대외비입니다’라는 제목의 글, 회사 인사 정책(C-Player, HR Bank 등) 관련 문서를 올렸다는 이유와 개인 홈페이지에 회사로고 무단 사용 및 회사 문서 무단 게재, 위규 사실 시정 상사 지시 불이행 등이다. ‘C-플레이어’는 회사가 ‘3년 동안 가장 일을 못하는 사람을 저 평가자로 분류하는 것이고, 'HR-뱅크'는 대기 발령을 말한다. 인간으로서 모멸감을 받아 스스로 나가게끔 하는 것이다.

“사내 게시판에 보면 조종사는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억지 파업이니 하는 온갖 걸 다 실어 놨거든요 그렇다면 왜 파업을 하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닙니까. 다른 직원들이 조종사노조를 비판하고 조선일보 기사를 퍼올렸듯이 저도 민중의소리 기사를 퍼 올린 거거든요.”

△ 2006년 1월, 단식 투쟁하는 류승택 씨 ⓒ 안건모


류승택 씨는 2005년 10월 5일에 서울로 올라와 해고자 동지회를 만들었다. 그때부터 일인시위를 하면서 법정투쟁을 하기 시작했다. 류승택 씨는 1심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조정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했다.

“판사가 정말 노골적으로 얘기하는 거예요. 무조건 돈을 받고 정리하라는 거예요. 돈은 많이 받게 해 주겠다는 거예요. 난 못한다 했지요. 왜 심리도 안 해 보고 그렇게 판단하냐고 했지요.”

류승택 씨는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패소했다. 맨 처음 회사가 자신을 해고했던 이유는 2심에서는 아예 다뤄지지도 않았다. 류승택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류승택 씨는 경남 하동 골짜기에서 태어났다. 나무껍질 벗겨 먹고 살 정도로 어려운 할아버지 세대와 같은 삶을 살았다. 한반에 1, 2, 3학년이 같이 있는 분교를 다니다가 5학년 때 부산으로 이사했다. 중학교 때 신문을 배달하기도 했다. 공고를 졸업하고 1989년도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자식이 공부를 잘해서 대한항공에 들어갔다고 부모님들은 기뻐했다.

류승택 씨는 군대 갔다 와서 복직해 2005년에 해고당하기 전까지 정말 평범하게 살았다. 1995년 회사가 3조 2교대라는 근무 제도를, 스윙 제도라는 맞교대 형태로 개악하려고 했다. 부산지부 대의원이나 조합원들의 의견은 전혀 들어보려고 하지 않았다. 조합원이었던 류승택 씨는 부당한 회사의 행태에 삭발까지 하면서 항의했다.

△ 대한항공 정문에서 사람들에게 유인물을 나눠 주고 있는 류승택 씨 ⓒ 안건모


“제가 좀 앞섰던 거 같아요. 정직 2개월 징계를 당했지요. 그때 이후로 지금껏 이렇게 살아오고 있지만 지금 생각해도 후회는 안 해요. 오히려 빨리 알아야 할 걸 뒤늦게 알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년이면 해결된다고 믿었다. 아내한테도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3년이 넘어서는 지리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류승택 씨는 가족들한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싸움은 개인의 싸움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내가 아프고, 어머니는 아직도 새벽에 청소일 나가시는데, 힘들고 안타까운 거는 있지만 제가 어차피 시작한 일이고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당한 싸움이기 때문에 그냥 멈춘다는 생각은 안 해 봤어요. 오히려 복직한 뒤에도 노조 민주화 같은 이 사업들은 고스란히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구조조정이 들어오더라도 누군가는 버티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 함께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놔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합니다.”

류승택 씨는, 자본의 탄압도 있지만 어용 노동조합의 행태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자본들도 그 썩은 노조를 이용해야 노동자를 쉽게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대한항공 건물 전경 ⓒ 안건모


“단순한 해고자의 복직 문제가 아니라. 대한항공 노동자들이 새롭게 바로 서는 것은 주체가 서야 할 문제도 있지만 어용노조의 썩은 부분들이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노조가 변하는 계기가 되고 또 세상이 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흔히 말하는 우리 안의 적이 가장 무섭다는 말과 통하는 건지도 모른다. 마치 이명박을 찍어 준 사람들처럼 말이다.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 진보월간 <작은책> www.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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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 16. 15:22 기획 특집




2호선 - 첫 번째 방법: 합정역 2번 출구로 나오셔서 왼쪽으로 도세요. 빵 가게와 정비공장 사이 '마포만두' 골목으로 10분만 쭉 가시면(중간에 부동산이 나오는데 거기서 오른쪽으로 가시면 안 됩니다.) 버스 다니는 큰 길이 나옵니다. 큰 길에서 오른쪽으로('HP컴퓨터' 가게를 끼고) 3분 가다 보면 '기분좋은 가게'가 나옵니다. '문턱없는 밥집' 사이에 있는 문으로 들어오세요. (전체시간 13분)

2호선- 두 번째 방법(길을 잘 못 찾으시는 분은)- 합정역 2번 출구로 나오셔서 똑바로 5분 정도 가시면 '우리은행' 사거리가 나옵니다. 거기서 왼쪽으로 7분 정도 가다가 큰 사거리 '서교가든'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바로 '서교교회'가 나오고 교회 오른쪽에 있는 건물입니다.(이렇게 오실 때는 조금 돌지만 헤맬 걱정이 없습니다) 큰 길가에 있습니다. 1층엔 '문턱없는 밥집'과 '기분좋은 가게'가 있습니다. (전체시간 15분)

6호선 - 망원역 1번 출구로 나오세요. 왼쪽으로 4분 가시다 보면 '성산초교사거리'가 나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5분 가세요. 'HP컴퓨터' 가게 지나 '기분좋은 가게'가 나옵니다.(전체시간 10분)

작은책 전화 (02)323-5391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81-2 태복빌딩 5층
작은책 사무실은 5층이지만 겉에서 보면 4층 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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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배용준 한 명만도 못하냐!(2009년 2월호)
오도엽의 일터 탐방

오도엽/ <작은책> 객원기자

‘여성 크로커다일’을 아십니까? 악어 그림의 상표가 붙은 여성 캐주얼. 이 옷을 만들어 파는 ‘(주)형지어패럴’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아날도 바시니’라는 남성 브랜드를 만들어 한국 최고 연기자 배용준을 전속 모델로 계약한 회사이기도 합니다. 이 회사의 최병오 회장은 패션 업계의 신화로 불리기도 합니다. 나이 서른에 동대문에서 허름한 옷 가게를 열어 사업을 시작했고, 25년 만에 여성 캐주얼 시장의 선두에 섰습니다. 샤트렌, 올리비아 허슬러, 라젤로……. 새로 시장에 선보인 브랜드마다 소비자의 호응이 좋았습니다. 2007년도 우리나라 매출 순위 821위, 순이익은 481위를 차지한 알짜 기업입니다. 전해 대비 매출 성장률이 30퍼센트가 넘더군요. 2008년에는 매출이 5천억을 넘어섰습니다. 2011년에는 매출 1조 원 규모의 종합 패션 전문 기업이 되겠다고 야심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에 최병오 회장이 한 모임에서 강연을 했습니다. 강연을 들은 한 참석자는 ‘이론으로만 떠드는 강사와 달리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과 배려, 그리고 나눔 경영의 철학을 지닌 분’으로 ‘존경스럽다’고 하였습니다. 아, 그렇습니다. ‘인간 존중, 나눔 경영.’ 얼마나 우리 사회가 바라는 경영자의 모습입니까.

존경해야 할 최병오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에 대한 기사가 지난해 12월 9일 언론에 나왔습니다. 한 경제 전문 언론에는 사업 수익의 일부를 교육 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한 후원금으로 쓰겠다면서 국제 구호 단체 유니세프와 나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 기사였습니다. 같은 날, 이 아름다운 행사장 바깥 풍경을 다룬 인터넷 언론의 기사도 있네요. 앗,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형지어패럴 직원이 피켓을 들고, ‘5년 동안 야근하고 일요일 특근한 대가가 해고라니……’ 하면서 울부짖고 있지 않습니까. 설마, 존경스러운 경영자가 있는 회사에서…….

무엇인가 사연이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형지어패럴을 찾아갔습니다. 올해 쉰셋인 이재석 씨는 형지어패럴 샘플실 작업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의자에 앉으라고 하더니 취재수첩을 꺼낼 틈도 주지 않고 말을 쏟아 냅니다.


△ 오도엽 기자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이재석 씨 ⓒ 작은책


“제가 이 분야에서 30년 넘게 일했습니다. 본래 형지어패럴에는 샘플실이 없었어요.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알았던 분이 이곳에서 개발실 부서장으로 있었어요. 저보고 샘플실을 만들려고 하는데 와서 일을 해 달라는 거예요. 5년 전 일이죠. 샘플실은 매장에 내놓을 상품을 미리 만드는 일을 해요. 여기서 만든 샘플 옷을 가지고 품평회를 거쳐 제품을 선정하죠. 옷 패턴이 결정되면 재단도 하고 미싱도 하고 다 해요. 이 작업이 혼자서는 힘들거든요. 보통 둘이 짝이 되어 일을 하는데, 저는 아내와 함께 일했어요. 한 사람 월급만 받으면서 둘이 일을 시작한 거죠.”

이재석 씨는 얼마나 가슴에 맺힌 이야기가 많은지 지난 5년의 이야기를 숨 한 번 고르지 않고 계속 이어갑니다.

“하루 평균 열두 시간씩 회사에서 살며 날마다 잔업을 했어요. 토요일 격주 휴무가 된 지도 한 1년밖에 안 돼요. 명절 휴무 전에는 대체근무도 하고, 공휴일에도 특근을 했어요. 이제껏 근로자의 날에 쉬어 본 적도 없어요. 품평회가 끝나면 보통 샘플실은 잠깐 여유가 있는데, 저희는 그 다음날로 다른 브랜드 샘플 작업을 해야 했어요. 일요일에는 대리점을 방문해 상품 실태 조사를 해요. 제주도만 빼놓고 전국을 다 돌아다녀요. 저는 자가용이 없어 버스나 전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요. 약도 하나 가지고 구석구석에 있는 대리점을 찾아다니려고 하니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죠. 대리점을 못 찾으면 전화를 해서 길을 물어보면 되는데 회사에서 그걸 못하게 해요. 대리점에 찾아간다는 정보가 새면 안 된다고요.”

대리점을 방문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이재석 씨 목소리가 커집니다.

“이 계통, 봉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많이 배우지 못해 학벌이 낮아요. 경력은 수십 년 되지만 직책은 사원이죠. 대리점을 찾아가 명함을 내밀면 점주들이 깔보기도 합니다. 찾아가면 무척 싫어해요. 본사에서 조사를 나오니 좋아할 리가 없죠. 옷 팔기 바쁜데 왜 찾아오냐, 내가 회장하고 친군데 니가 뭐냐, 뭐 이런 모욕을 받기도 해요. 샘플실 업무도 아닌데, 쉬는 날 나가서 욕만 얻어먹는 셈이죠. 내가 나이가 오십인데……(눈시울이 붉어진다). 이런 수모를 당하면서도 소처럼 일만 했어요. 좋은 게 좋다고, 그냥 참고 일만 했어요.”

최병오 회장이 샘플실에 들어오면 이재석 부부에게 미안해 하더랍니다. 두 사람이 일하는데 제대로 임금을 챙겨 주지 못한 걸 안타까워 하며 말을 건넸고요. 이재석 씨 부부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좋았던지, 앞으로 샘플실은 부부 사원으로 채용하라고 했습니다. 회사가 새 브랜드를 출시하며 샘플실 직원을 늘여 갈 때 실제로 부부를 함께 채용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재석 씨 부부는 모범 사원으로 뽑혀 사이판으로 해외 연수를 가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출국에 필요한 서류도 다 준비했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11월 12일, 점심을 먹고 작업실에 들어오니 12월 12일 자 해고 통지서가 놓여 있는 것 아닙니까.

“합당한 이유가 있으면 해고를 받아들이죠. 해마다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고, 거액을 쏟아부어 우리나라 최고 연기자를 전속 모델로 쓰면서, 5년 동안 야간에 특근해 가며 죽도록 일한 저희들을 해고하는 게 이해가 안 돼요. 우수 사원은 뭐 하러 선정합니까? 일을 못한 것도, 회사가 무너질 위기도 아닌데 말입니다. 지난해 가을에 주거래 은행이 바뀌면서 새로 선정된 은행이 무료로 경영 컨설팅인가 뭔가를 했어요. 불필요한 인력이 많다고, 한 100여 명인가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나. 그때부터 이유도 모르고 해고 통지가 날아오기 시작했어요. 500명이던 직원이 지금은 400명 정도예요. 불필요한 존재였다면 왜 야근에 특근은 시킵니까? 이렇게 회사 키운 게 누군데요.”

△ 이재석 씨 차영미 씨 부부와 한수자 씨 이광년 씨 부부. 갑작스런 해고 통보에 웃음을 잃었다. ⓒ 작은책


잘나가던 회사를 컨설팅 한답시고 며칠 오가던 사람의 한마디에 백여 명의 직원이 밥줄을 잃었습니다. 꽥 소리 한 번 못하고 나간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해고 통보를 받은 샘플실 직원 여섯 명만이 회사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모두 부부 사원입니다. 여성들은 십대부터 이 계통에서 일을 한 사람이 많습니다. 수십 년 동안 쌓은 경력이, 배운 사람들의 세치 혀에 ‘불필요’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재석 씨는 받아들일 수 없어 거대한 기업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선 그래요.‘어디 해 봐라. 오륙 년 걸릴 텐데 법적으로 가 봐라. 버틸 수 있나.’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걸 알고 있어요. 큰 회사에 맞서는 게 어렵다는 거 알아요. 이제 와서 슬그머니 돈 좀 줄 테니 나가서 아웃소싱 받아 일하래요. 저희는 다른 거 필요 없다. 첫째도 둘째도 복직이다. 정말 회사가 어렵고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미련 없이 나갈 수 있지만 지금 이거는 아니다. 이랬어요. 제 말이 틀렸나요? 이해가 됩니까?”

틀린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와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직원을 해고하면서, 수십 명의 기자를 호텔로 불러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사업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최병오 회장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강연장에서 ‘인간 존중과 배려’를 강조하시던 최병오 회장은 어디로 가셨단 말입니까. ‘나눔 경영’ 기업 이미지만 좋게 하여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는 ‘쇼’를 하신 건가요? 최병오 회장님, 혹 실수였다면 하루 빨리 해고자를 복직시켜 주십시오.

이재석 씨의 부인 차영미 씨는 해고 통보를 받자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눈물만 펑펑 흘렸답니다. 하나뿐인 아들은 군 입대 자원 신청을 했습니다. 한 명의 입이라도 줄여야 했습니다. 부부가 함께 벌다가 한날한시에 쫓겨났으니,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함께 샘플실에서 일하던 한수자, 이광년 부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수자 씨는 손이 덜덜덜 떨려 일이 안 되더랍니다. 해고를 당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하지만 자신이 해고가 되었다는 사실을 아직도 실감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날 이후로 머리가 텅 비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다가 가끔 현실로 돌아오면 미쳐 버릴 것 같답니다. 정신병자가 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든답니다.

새 옷을 만들 때마다 어떻게 하면 입는 사람이 더욱 편하고 예쁠까만을 생각하며 장인 정신으로 일했던 형지어패럴 샘플실의 세 쌍의 부부. 평생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온 이들은 오십이 넘어 처음으로 해고를 당했습니다. ‘여성 크로커다일’이라는 유명 브랜드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형지어패럴이라는 큰 회사에 있으면 수입은 적더라도 좀 더 안정적이지 않을까 했던 기대가 한순간에 무참히 무너졌습니다.

한마디 더 하겠습니다. 배용준을 전속 모델로 계약했다는 사실을 앞 다퉈 다루던 언론들, 유니세프에 기부하는 사랑의 손길을 대대적으로 떠벌리던 기자님들, 여기 한겨울 거리로 쫓겨난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을 겁니까?

더 큰 추위가 노동자를 덮칠까, 무척 두려운 2009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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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은 끝나지 않았다(2009년 2월호)
일터에서 온 소식

정인열/ 코스콤비정규지부 부지부장

2008년 12월 29일 파업은 475일 만에 끝이 났다. 조합원 76명 중 65명은 3개월 이내에 무기계약직 별도직군제로 고용하고, 그 밖에 11명의 고용 문제는 ‘추후’ 협의 후 합의하기로 했다.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회사의 직접 고용을 투쟁을 통해 얻어 낸 이례적인 성과라고 평할 수 있다. 물론 11명(거기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다)은 해결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절반의 승리와 절반의 패배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타결이 되면 그 긴 시간 동안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눈물이 나고 아주 감격해서 어찌할 줄 모를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 이 글을 쓰는 내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들이 많아서 일까? 아니면 그 이면에 있는 냉혹한 진실 때문일까?

우리가 길바닥에서 먹고 자고 한 여의도는 소돔과 고모라같이 의인하나 없는 곳이었다. 같은 사무실에서 한 가족처럼 일했던 연봉 9300만원의 정규직 동료의 외면과 계속되는 방해는 우리를 더욱더 뼈저리게 춥게 만들었다. 1800만 원 연봉의 비정규직들은 매일 아침 팔뚝질을 하면서, 눈인사도 피하며 출근하는 정규직 동료를 바라만 봐야 했다. 거기에다 타결 막판에 정규직 이기주의를 결국 드러낸 증권선물거래소(코스콤의 원청) 노조 간부들의 반대로 전원 직접 고용 합의가 무산되었을 때의 그 절망감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날은 거래소 앞마당에 앉아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분신이라도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분신도 못하고, 고공시위도 못하고, 어디 가서 한풀이도 못한 채 우리는 힘없이 그 자리를 떴다. 자기들만의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정규직 노동조합 운동이 결국 비정규직의 정당한 요구도 묵살해 버리는 현실을 겪으면서 할 말을 잃었다. ‘우리가 이렇게 싸운다 한들 세상이 바뀌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구나. 노동자가 저 모양이라면……’ 하는 절망에 또 절망이었다.

그래도 거래소와 코스콤 밖을 돌아보면 우리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 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도 않은데 노동자들이 모아 주신 성금은 지금 다시 생각해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앞으로 파업 투쟁 때보다 더 많은 과제들이 남았다. 합의서가 이행될 수 있게 11명을 포함한 전원이 하루라도 빨리 복직하게 하는 것, 임금과 업무 배치 등 노동조건을 협상하는 일, 노동조합 활동에 관한 일 등이다. 뉴스에는 타결되었다고 하나 우리는 언제 또 다시 거래소 앞에서 농성을 시작할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지부에 바라는 게 있다면 상명하복 식으로 일방적 명령 전달을 받는 의사소통 구조가 아닌 모든 조합원이 자유롭게 토론하여 의사 결정을 하고, 지부장은 대장이 아닌 조합원을 대표하고 조합원과 평등한 위치에 있는 그야말로 민주적인 조합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바람이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기나긴 파업 기간 중에 깨달았고 그것이 지금도 가장 절실하다. 민주적인 절차 없이 얻은 성과는 한낱 거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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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24. 15:30 알림 / 엮은이의 글




4 사진으로 보는 사람 이야기
8 엮은이가 독자에게
9 원고를 기다립니다
10 작은책을 읽고
11 따르릉! 작은책입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12 농사꾼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갔네 전상순
15 이슬 먹고 살 수는 없다 신혜진
19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자 마일주
23 역사 속의 이소선 어머니는 살아 계셨다 김혜영
26 여성의 일과 삶
남자가 사람으로 보일 때 유이분
30 타조알 선생의 교단 일기 이성수
32 살아온 이야기(4) 내가 꿈꿨던 서울이 아니었다 황인오
38 오도엽의 일터 탐방
살고 싶어 철탑에 다시 올라왔다
44 사진 한 장, 느낌 한 줄
45 일터에서 온 소식
여보, 당신은 아직 죽지도 못했습니다 이명숙(가명)
48 세상의 중심에서 십 대가 외친다
언제 꿈 꿀 시간이나 줬나요? 김건방
52 이야기가 있는 들녘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김형주

기획 특집 _ 일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
금융 공황과 흔들리는 서민의 삶 박하순
58 강좌
77 뒷이야기 이세경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80 안건모의 삐딱한 글쓰기 내 글이 책에 실렸다
84 깐깐선생의 글 뜯어보기 주어와 술어가 호응해야
88 개구리박사의 다시 보는 좋은 글 멋 부리지 않고 쓰는 글

세상 보기

91 최영주 노무사의 현장 노동법 이야기 희망(?)퇴직한 부부의 산재 신청
93 생각해 봅시다 (1) 이명박과 오바마 사이에 낀 한반도 강정구
98 생각해 봅시다 (2) 청년 실업의 황당한 원인 조석진
101 나라 밖 소식 미국의 경제 위기와 오바마 박경순
105 정태인의 쉬운 경제 이야기 녹색경제학1
109 우리 밖의 우리 사람 인연만 는다 최금희
113 인물 바로 보기 친일인명사전 발목 잡은 장우성 재판 방학진
117 ㅋㅋㅋ 누리꾼 세상 원망소리
118 하종강의 숙제 검사 노동조합은 정치화돼야 한다

쉬엄쉬엄 가요

123 여민락 봉황과 기린과 원앙이 김산하
129 추억 따라 역사 따라 짱돌의 역사 박준성
133 노동자 문화 산책 사랑하라, 봄이다, 사랑하라 박홍규
137 영화 이야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그랜 토리노> 강성률
140 생태 이야기 고향의 뿌리를 흔드는 골프장 박병상
144 함께 읽고 싶은 책 사람은 밥만 먹고 살순 없다 김승태
146 한 뼘 전시회 감상 임영선 개인전 ‘지상에서(ON THE EARTH)’ 최규화
147 한 뼘 책 소개 아미코의 지구별 환경탐사 보고서 유혜림
148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51 독자사업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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