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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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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10. 14:42 기획 특집

posted by 작은책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 대표
사진으로 보는 사람 이야기

안건모




지난 6월 10일 촛불 집회가 한창일 때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머리가 하얗고 양복을 반듯하게 차려 입은 사람이었다. 그이가 들고 있는 피켓에는 ‘한겨레 구독, 조중동 박멸’이라고 씌어 있었다. 그이는 표명렬 씨였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육군본부정훈감을 역임한 표명렬 예비역 장군은 군 개혁을 주장하는 별난 예비역 장군이다.

9월 4일 용산역 근처에 있는 평화재향군인회를 찾았다. 현 ‘재향군인회’에 반대해 2005년에 만든 단체인데 표명렬 씨는 이 단체 상임대표다. 현 재향군인회처럼 상투적인 한미동맹 강화와, 북녘을 불신하고 공격의 대상으로 보는 단체가 아닌 자주국방과 평화통일을 위하여 북녘과 대화와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또한 민주적인 군대 문화를 정착하는 데 주요 사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나라 군대는 극우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해방 이후 친일파들이 정권을 잡게 된 것이 그 원인이다. 그런 군대에서 장군 출신인 표명렬 씨가 군 개혁을 외치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고, 또 작전통수권을 되돌려 받자고 주장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 6월 10일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표명렬 예비역 장군 ⓒ 안건모


표명렬 씨 고향은 전남 완도. 어릴 때는 정말 어려운 시절이었다고 회상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광복을 맞았고 중학교 들어갈 무렵에 6.25전쟁이 터졌으니 얼마나 어려운 시기를 보냈는지 알 수 있다. 중학교를 겨우 나온 뒤 돈이 없어서 1년 쉬고 머슴살이와 가정교사를 하면서 광주고를 다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표명렬 씨는 육군사관학교 18기로 입학했다. 학비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할 여지가 없기도 했지만 그곳은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고 나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표명렬 씨는 간부 생도로서 원칙과 정의를 앞세워 한 치 어긋남이 없이 간부 교육을 받았다. 모두들 지독하다고 고개를 흔들 정도였다. 하지만 표명렬 씨는 육군사관학교가 이 나라를 이끄는 단체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오히려 우리 국군이 해방 정국의 소용돌이를 거쳐 오면서 친일 세력들에게 장악당해 비뚤어진 군대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울분을 토한다.

“민족 교육을 일부러 안 시킨 거야. 민족의식 하면 빨갱이 소리를 들었으니까. 이승만이 권력 기반이 없으니까 물리적인 폭력의 힘을 가진 경찰과 군대를 자기 사람 만들어야 되겠는데 개처럼 말 잘 들을 놈들, 친일을 한 약점 있는 놈들 살려준 거야. 우리 군대를 일본 군대 출신들이 장악한 거야. 21대 육군참모총장까지 일본 육사 출신이었으니까 그 군대가 제대로 되겠어요?”

표명렬 씨는 맹호부대 소총 부중대장으로 월남전에 다녀온 뒤 뜻한 바가 있어 정훈병과로 옮겼다. 그이를 아끼는 사람들이 말렸지만 우리 군대의 가치관과 정통성을 찾고 군대를 개혁하려는 그이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1973년에는 대만 정치심리전학교에 유학을 갔다. 그곳 대만 군대에 있던, 이른바 권력기관에서 파견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 겸손하고 사려가 깊고 온유한 성품을 지닌 것을 보고 또 한번 크게 깨달았다.


△ 평화재향군인회 사무실에서 이야기 중인 표명렬 예비역 장군 ⓒ 안건모


군 생활은 평탄하지 않았다. 87년 1월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때 월권으로 부대원들에게 정훈 교육을 시키라는 육군본부 보안 부대장에게 “야, 이 새끼야! 육군의 정신교육 책임자는 정훈감인 나야! 너는 보안대 일이나 잘해!” 하면서 싸우기도 했다. 광주항쟁 당시에는 군대가 어떻게 무고한 시민들에게 총을 쏠 수 있느냐고 바른말을 한 죄로 강원도 홍천 골짜기에 있는 부대로 귀양 아닌 귀양살이까지 했다.
표명렬 씨는 1987년 군 생활을 마감했다. 그리고 군 개혁을 위해 평화재향군인회를 만들었다.

“우리가 지향하는 건 첫째, 민족ㆍ민주 군대,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군대, 그래서 스스로 움직이는 군대, 리더쉽을 기르는 군대를 만드는 거예요. 일본은 침략을 위해서, 미국은 석유 때문에 이라크를 침략하는 전쟁을 일으켰지만 우리는 방어를 위한 전쟁이에요. 방어 전쟁 사상을 정립해 놓은 건 재향군인회밖에 없어요.”

이렇게 자신감을 드러내는 표명렬 예비역 장군은, 아직까지 냉전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수구 세력들이 안타깝다. 또 ‘우리 민족이 화해와 평화의 길에 들어서는데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려는 일부 언론들의 훼방이 이제는 제발 그쳤으면’ 하고 바란다.


△ 표명렬(오른쪽) 예비역 장군과 최사묵(왼쪽) 평화재향군인회 공동대표 ⓒ 안건모


표명렬 씨는 우리 국군의 시작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광복군이다”하고 잘라 말한다. 또한 육군사관학교의 전신도 ‘화랑의 후예’가 아니라 일제시대 때 만주에 세운 신흥무관학교라고 주장한다. 광복의 역사를 싸그리 부정하고 건국 60년이라고 우기는 이명박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듯 표명렬 씨 열변은 끝이 없었다.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 진보월간 <작은책> www.sbook.co.kr
posted by 작은책
2008. 12. 3. 14:52 알림 / 엮은이의 글

    4  사진으로 보는 사람 이야기
    8   엮은이가 독자에게
    9   원고를 기다립니다
   10  작은책을 읽고

살아가는 이야기
12  남편이 돌아왔다!   유이분
16  쪼코형님과 박 주사님   고화숙
20  수능이 코앞이다  이어정
22  주고받은 이메일  박지호
26  여성의 일과 삶  
      세 친구   안미선
30  삶이 있는 만화  정재훈
32  살아온 이야기(마지막) 희망은 있습니다    김재영
39  오도엽의 일터 탐방  
      절망의 일터    
45  일터에서 온 소식
      나의 투쟁기    최지연    
49  세상의 중심에서 십대가 외친다
      아침엔 출근, 저녁엔 등교    변차경
54  농촌 들녘에서 보낸 편지  
      곶감    김근희
기획 특집 _ 일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
   신자유주의가 어디까지 갈까   우석훈
58  강좌
71  질문과 답변
77  뒷이야기
80   2008년 작은책에서 취재한 투쟁 사업장 현황    편집부

81   만화로 보는 세상  이성열

우리 밖의 우리
  82  함께 읽는 북녘 글  호박씨 닷되  
  85  북녘 남새 요리  토란국
  86  재일 조선인 이야기  꿈 같은 여름방학 (3)   김미자
  90  이주 노동자  이주노동자 단속 현장을 다녀와서    이정원


세상 보기
  93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 문제   정권에 따라 역사의식이 바뀌는 교과부     김한종
  98 박종남 노무사의 현장 노동법 이야기  가슴속에 비현실적인 꿈을 갖자
  100 정태인의 쉬운 경제 이야기  우리가 살 길


그때 거기, 지금 여기
  104 인물 바로 보기  이각종의 사생아들    방학진
  108  여민락  나 때문에 그리 되었소!   김산하
  114  그때 거기, 지금 여기  사람의 공간과 짐승의 공간     오창익


쉬엄쉬엄 가요
  120  우리말 산책  부리나케와 불현듯이  김수업
  122  생명을 살리는 밥상  밥의 꿈   윤혜신
  126  노동자 문화 산책  클림트    박홍규
  130  함께 읽고 싶은 책  서울공화국에서 벗어나기     김승태
  132  새로 나온 책
  135  독자사업부에서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 진보월간 작은책 www.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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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1. 26. 17:44 월간 <작은책>/세상 보기

“정권이 바뀌었다고 역사도 바꾸려 하나”

부산 부흥고, 역사교과서 교체 압력에 역사교사 등굣길 1인시위


지난 11월 25일 아침, 소식을 듣고 찾아간 곳은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부흥고등학교였다. 조금 일찍 학교 정문 앞에 도착해 기다렸지만 예정된 시각인 7시 30분이 지나도 선생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문 말고 다른 문이 있나 해서 정문 안으로 들어서니 자그마한 체구에 다정한 미소를 지닌 여선생님 한 분이 ‘정부는 역사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라’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이 학교의 역사교사인 홍혜숙 선생님. 그녀는 근현대사 교과서를 교체하라는 교육청과 교장의 압력에 맞서 어제(24일)부터 학교 정문에서 등굣길 1인시위를 시작했다. 부흥고는 이른바 ‘좌편향’ 내용으로 교육과학기술부의 수정 권고를 받았던 금성출판사의 근현대사 교과서를 교재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지난 11월 14일 부산교육청 교장단 회의 이후, 그 날로 금성출판사의 근현대사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는 부산의 49개 학교에 근현대사 교과서를 다른 출판사의 교과서로 교체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다. 이 학교에 있는 세 명의 역사 교사 가운데 나머지 두 명은 교장의 압력에 못 이겨 지시를 받아들였지만, 홍 선생님은 ‘정권의 지침에 따라 교육의 중립성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끝까지 거부하다 1인시위까지 마음먹게 됐다고 했다.

필자가 반갑게 알은 체를 하며 다가서니 홍 선생님은 잠시 부끄러운 듯 몸을 돌리다가, 등교하는 학생들이 곁으로 지나가자 다시 당당한 모습을 되찾았다. 필자가 들고 있던 카메라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홍 선생님 바로 앞에 팔짱을 끼고 자리 잡은 학생부장 선생님 때문이었는지, 학생들은 홍 선생님 쪽을 오래 쳐다보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그 곁을 스쳐 지나가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홍 선생님은 종종걸음으로 학생들 앞으로 가서 “야들아, 이거 읽고 가라.” 하고 외치며 학생들의 눈길을 불러 세웠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몇 장 담고 있을 때, 이 학교 사회교사인 김동일 선생님과 국어교사인 안정옥 선생님이 어느새 홍 선생님의 양 옆에 나란히 자리했다. 8시를 지나자 교문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의 수도 훨씬 많아졌다. 낯선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있길래 누군가 싶어서 한 번 나와 봤다는 교무부장 선생님과의 짧은 대화가 끝나갈 무렵, 등교를 하던 한 여학생이 가방에서 보온병을 꺼내들고 홍 선생님 앞으로 다가왔다. “선생님, 추운데 이거 드시고 하세요. 유자차에요.” 하며 선생님들께 차를 한 잔씩 따라 드리고는, 보온병 채로 홍 선생님의 손에 쥐어 드리고 인사를 꾸벅 하고는 교실로 뛰어갔다.

1인시위를 마치고 인터뷰를 위해 진학지도실로 자리를 옮겼다. 홍 선생님은 아까 학생에게서 받은 유자차를 필자에게 한 잔 나누어 주면서, 이 귀한 것을 막 나눠 줘도 괜찮으냐는 필자의 물음에 “애들이 어제 준 초콜릿이며 음료수가 제 책상에 잔뜩 있어요. 애들은 저보고 애국자래요.”라고 대답하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어서 “고등학생의 상식으로 보기에도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하는 얘기가 그만큼 어처구니없다는 거죠.” 하며 교육청과 학교를 향해 마음에 품었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나한테도 ‘금성 말고 다른 책 쓰면 안 되겠냐’ 했던 걸 다 기억하는데, 이제 와서 교장 선생님은 그런 거 지시한 적도 없고 압력 넣은 적도 없대요. 그나마 있었던 교장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와르르 무너졌죠. 교사나 교장이나 공무원이기 이전에 교육자인데, 이건 교육자적 양심의 문제라고 봐요.”

김동일 선생님은 지금 부흥고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과 같은 마찰이 부산 시내 전역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라고 말을 거들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학교에서 교육청의 지시대로 근현대사 교과서가 교체될 것으로 보이고, 이런저런 마찰이 부담스러운 일부 학교들에서는 선택과목인 근현대사 과목을 아예 포기하고 세계사 과목으로 전환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김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 스스로 ‘내 생각은 교육청과 다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래 가지고 어떻게 애들한테 아는 만큼 실천하라고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학교가 아이들한테 비겁을 가르치고 있는 겁니다.”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는 28일에 열리는 학교 운영위원회에 근현대사 교과서를 다른 출판사의 교과서로 교체하는 안이 상정되어 있다고 한다. 물론 그 안은 홍혜숙 선생님을 제외한 나머지 두 교사들의 의견으로 만들어진 안이다. 나머지 교사들의 동의하에 운영위원회까지 상정된 이상 사실상 그 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만, 홍 선생님은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마지막으로 호소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리고 다른 두 선생님의 의견만으로 교과서 교체가 결정된 과정에 대해 법적인 문제 제기까지 준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정권이 바뀌면 역사도 바꿀 수 있다는 발상 자체를 일단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요. 그리고 다양성이 없는 사회는 민주주의가 아니잖아요. 외눈박이가 보는 시각으로 만든 교과서로는 애들한테 진짜 역사를 가르칠 수가 없어요.”라고 당차게 마지막 말을 맺고 1교시 수업이 있다며 교실로 들어가는 홍 선생님의 모습을 보니, 교과서 교체 지시를 받고 너무 속이 상해 남몰래 눈물을 쏟았다던 이야기는 꼭 다른 사람의 이야기 같았다.

‘좌편향’ 교과서와 보온병, 그리고 피켓까지 챙겨 들고 교실로 향하는 홍 선생님에게 김 선생님이 수업 가면서 피켓은 뭐 하려고 들고 가냐고 묻자, 홍 선생님은 밝은 웃음과 함께 돌아보며 대답했다. “수업 할 때 교탁 앞에 세워 놓으려고요. 애들은 다 내 편이잖아요.”

posted by 작은책
2008. 11. 11. 20:14 기획 특집
 
많이 많이 오세요^^
posted by 작은책
2008. 10. 28. 10:06 월간 <작은책>/세상 보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판결문
인물 바로 보기

방학진 /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

  9.11 테러 이후 오만과 독선의 극치를 보여 주었던 부시 대통령이 최근 방한했다. 부시의 모습이 오히려 더욱 겸손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로 이명박 정부는 독재 시대를 방불케 한다. 독재 시대는 독재자만을 낳지는 않는다. 독재에 부역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함께 잉태한다. 일제 식민지 시대가 만 35년을 지속했는데, 이것은 일제의 힘이 조선 민중을 압도할 만큼 거대한 것이기도 했지만 그 같은 권력을 지탱하는 충실한 부역자 즉 친일파들의 역할 또한 무시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쿠데타 세력이 가장 먼저 방송국을 장악하려고 발버둥치는 것처럼 KBS 사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검찰, 경찰, 감사원,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정부 기구를 동원하는 모습을 보니 군대 빼곤 모든 방법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지금 행정부와 국회를 장악한 거대 권력에 맞서 그나마 정의와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켜 줄 마지막 보루를 교과서에서는 사법부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명예 훼손을 저지른 수구 단체 회원들에 대한 민사 2심 재판부의 판결문을 보면, 과연 대한민국 사법부가 그런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05년 8월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 1차 명단 발표 후 사전 편찬의 의의를 왜곡하고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과 윤경로 편찬위원장 등 임원들에 대해 악의적인 비방을 일삼아 온 수구 단체 회원들에 대해 연구소 등이 제기한 민사소송 2심 선고가 지난 7월 16일 있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재판관 조용구, 김성수, 은택)는 피고들에게 연대하여 모두 2천만 원을 연구소와 임원들에게 지급하도록 판결하였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지난 2006년 11월 5일 1심에서 피고들에게 6천5백만 원의 연대 배상 책임을 물은 것에 비해 지나치게 관대한 판결이며 오히려 피고들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임으로써 앞으로 수구 단체들의 악의적이고 모욕적인 인신 공격의 빌미마저 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문제가 되는 판결문 일부를 살펴보면서 반론을 해 보자.

  1. 박정희 전 대통령 등 원고 법인 (민족문제연구소)이 친일 인사로 지명한 사람들 중 일부는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에 크게 기여한 사람들로서 이들을 친일 인사 명단에 포함하게 되면 결국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부인되고, 이는 북한과 한국 내 친북 세력에 이로운 일로서 우리나라와 같이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분단 현실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정치적 의견 내지 논평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건국’이라는 표현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이를 ‘정부 수립’으로 이해하고 판결문을 읽더라도 정부 수립과 발전에 기여한 사람의 친일 행적을 발표하는 것이 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현행 우리 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밝히고 있다. 즉 항일독립운동 역사를 대한민국의 정통성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친일파 청산이 왜 북한에 이로운 일인가. 오히려 우리나라의 역사를 바로잡는 일인데 대한민국에 이로운 일이 아닌가. 판사의 논리는 1948~9년 반민특위 활동 당시 반민특위 활동이 북한에 유리하다는 이승만과 친일파들의 논리와 너무도 닮아 있어 전율마저 느껴진다.

  2. 원고 법인(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 인사 명단 발표에 대하여 북한이 이를 적극 지지ㆍ옹호하면서 ‘친미사대 매국세력 척결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일부 언론과 학계에서 정치적으로 특정 이념이나 사관에 편향된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으며, 그동안 원고들이 진보적 입장에서 정치적 주장과 활동을 해 온 여러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의 원칙에 기초한 우리나라의 체제를 유지ㆍ수호하려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원고 법인의 친일 인사 명단 발표가 우리나라의 체제나 정통성을 부정하는 의도 하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칙에 기초한 우리나라의 체제를 유지ㆍ수호하려는 국민들이 친일 인사 명단 발표가 우리나라의 체제나 정통성을 부정하는 의도 하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는 말은 판결문이라기보다는 마치 수준 낮은 정치인들의 논평쯤으로 보인다. 게다가 북한이 친일 인사 명단 발표에 대해 지지ㆍ옹호했으니 문제가 된다는 주장 역시 논리성을 상실한 한국판 매카시즘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북한이 지지하면 뭐든지 죄가 된단 말인가. 그렇다면 북한이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한국 태권도계 인사들의 활동을 지지하고,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도 힘을 보탰고, 최근에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을 한목소리로 규탄했던 것을 상기해 본다면 한국 태권도계 인사들과 동계올림픽 유치단 그리고 한국의 수많은 독도 관련 단체들도 ‘우리나라의 체제나 정통성을 부정하는 의도 하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지 의심’을 받아야 할까. 

  3. 원고 법인(민족문제연구소)이 우리나라의 건국과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인사를 한때 친일 행적을 보인 적이 있다거나 특정 분야에서 일정 직급 이상의 지위에 있었다는 이유로 친일 여부에 관한 학계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친일 인사 명단에 포함시킴으로써 정치적 논평을 자초

  학계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친일 인사 명단에 포함시킴으로써 정치적 논평을 자초했다는 말 또한 어불성설이다. 어느 학문 세계건 서로 다른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친일인명사전은 정치 행위가 아닌 학술 행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학술 행위를 진행하는 학술 단체를 찾아와 ‘친북 좌파’나 ‘김정일 하수인’이라는 표현을 동원해 공격하는 준정치 단체들의 준동을 오히려 법원이 학문의 자유를 수호하는 차원에서 막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2심 재판부 스스로가 친일인명사전 편찬 사업을 역사적ㆍ학문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익적 활동이라는 점을 무시하고 지극히 정치적인 사안으로 이해하고 내린 결론으로 대단히 실망스런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참여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한때 과거사 청산을 외치던 법조계가 이제는 현 정권의 입맛에 맞춰 언제 그랬냐는 듯 퇴행적인 역사 인식이 반영된 판결을 통해 다시 한번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과거사 청산이 왜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는 사례다.
  ‘정치인은 정책으로 말하고, 기자는 기사로 말하고,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고 했기에 후세의 기록을 위해 다시 한번 해당 재판부 판사들의 이름을 적어 본다. 재판관 조용구, 김성수, 은택.



-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 월간 작은책 www.sbook.co.kr
 
posted by 작은책
2008. 10. 28. 09:58 알림 / 엮은이의 글

    4  사진으로 보는 사람 이야기
    8   엮은이가 독자에게
    9   원고를 기다립니다
   10  작은책을 읽고

살아가는 이야기
12  택시 손님 천태만상   이정민
16  엄마 생신  김명희
20  제발 제발 다시 들어오지 마라!  강정민
24  귀농과 입양   김지영
28  여성의 일과 삶  
      주인 아줌마의 비밀  안미선
32  삶이 있는 만화  정재훈
34  살아온 이야기(11)  엄마 시집 보내 준답니다    김재영
39  오도엽의 일터 탐방  
      생명을 살리는 병원, 노동자는 파리 목숨    
45  일터에서 온 소식
      지금 숙제 내러 갑니다   서분숙    
49  세상의 중심에서 십대가 외친다
      낯선 동양인 꼬마 시절   이한결
53  농촌 들녘에서 보낸 편지  
      탈곡    김근희
기획 특집 _ 일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
   혁명은 다가오는가  손석춘
57  강좌
72  질문과 답변
78  뒷이야기

81   만화로 보는 세상  이성열
우리 밖의 우리
  82  함께 읽는 북녘 글  머슴이 량반을 때린 이야기  
  85  북녘 남새 요리  풋배추 돼지고기볶음
  86  재일 조선인 이야기  꿈 같은 여름방학 (2)   김미자
  90  이주 노동자  비전문 외국 인력 ‘개악’ 방안   이정원


세상 보기
   94 박종남 노무사의 현장 노동법 이야기  ‘모닝’의 질주, 노동의 절망
   96 종합부동산세 문제   종합부동산세   이태경
   100 정태인의 쉬운 경제 이야기  미국 금융 위기, 우리는 어디로?


그때 거기, 지금 여기
  104 인물 바로 보기  기억을 둘러싼 투쟁  방학진
  108  여민락  죽고 사는 것이 괴롭구나  김산하
  114  그때 거기, 지금 여기  청계천, 전태일의 거리     민종덕


쉬엄쉬엄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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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트, 콜텍, 하이텍 노동자들 송전탑 위 고공농성
대법원 판결마저 무시한 정리해고와 위장폐업에 맞선 목숨을 건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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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만 볼트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송전탑 위, 그저 바라보기에도 아찔한 그 곳에서 두 지회장들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 작은책


지난 10월 15일,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의 콜텍지회와 서울지부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의 두 지회장들이 서울 양화대교 옆 한강시민공원의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기타를 만드는 회사인 콜트악기와 그 자회사인 콜텍의 박영호 사장은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을 강요하고, 자신은 해마다 15~42억 원의 배당금을 챙겨왔다. 현재 확인된 그의 재산만 1,191억 원. 그는 우리나라 부자순위 120위까지 올라 있다. 콜트악기는 1992년부터 2005년까지 연속으로 흑자를 내서, 누적흑자가 191억 원에 달하는 회사다. 콜텍도 1996년부터 2007년까지 기록한 누적흑자가 878억 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회사는 1996년보다 세 배 이상 매출액이 증가한 2006년과 2007년, ‘주문량이 없어 정리해고를 해야 한다’며 노동자들을 협박했다. 결국 박영호 사장은 ‘날조된 경영상의 위기’를 빌미로 2007년 충남 계룡의 콜텍 공장을 폐업하였고, 이어 인천의 콜트 공장마저 위장폐업하여 국내의 생산물량을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해외 공장으로 빼돌리고 있다.




△ 노동자들이 만든 선전 현수막에 콜트-콜텍의 박영호 사장과 하이텍알씨디코리아의 박천서 사장의 얼굴이 보인다. 노동자들의 눈물로 저들은 저 웃음을 샀겠지. ⓒ 작은책


무선조종기를 만드는 회사인 하이텍알씨디코리아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시작된 2002년부터 노동부와 법원 등으로부터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시정명령, 시정권고, 유죄판결, 해고자 복직판결 등을 받아왔다. 지난 2008년 1월, 2003년에 부당해고된 조합원 5인에 대한 대법원의 복직 판결이 나자, 회사는 법인분리를 통해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자본금 5천만 원짜리 분할회사로 옮기지 않으면 조합원들을 모두 정리해고 하겠다는 것이었다. 13인의 조합원 전원이 2004년에 ‘우울증을 수반한 만성 적응장애’라는 판정을 받은 산재환자들인 하이텍알씨디코리아의 노동자들은 안 해본 것 없는 8년간의 싸움 끝에 고공농성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피땀으로 만들던 기타 위에 쓰인 <위장폐업 분쇄>.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오로지 일터로 돌아가는 것이다. ⓒ 작은책


두 지회장이 올라가 있는 송전탑에는 지금도 15만 볼트의 전류가 흐르고 있다. 게다가 다음 주부터는 단식까지 시작할 예정이다. 노동자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싸워야만 언론의 주목을 받고, 사회의 관심을 받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10년, 20년씩 겨우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임금을 받고 일하며 수백억 원대의 흑자를 회사에 안겨주고도, 하루아침에 서러운 해고자의 신분이 되어야 하는 사람들. 그들 앞에서 과연 누가 "근로기준법이 근로자를 과보호하고 있다."는 따위의 말을 할 수 있을까? 양화대교 위로 보일 듯 말 듯 펄럭거리는 ‘생존권 쟁취’ 플래카드를 보며, 누구나 자신이 흘린 땀의 가치만큼 인정받고 행복해질 수 있는 날을 간절히 소망해 본다.

△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한 시민이 둔치를 따라 메달아 둔 선전물을 읽어보고 있다. 죄 없이 죄인이 된 당신 이웃들의 이야기를 보며 무엇을 느끼실지. ⓒ 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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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16. 10:43 기획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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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13. 12:06 둘레/글쓰기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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