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책> 2021년 1월호
일터 이야기
작은책 노동 상담소
복귀하니 회사가 사라졌다
박공식/ 이팝 노동법률사무소, 작은책 자문 노무사
박미래 씨(가명, 40세)는 올해 초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경력이 있었기에 일을 시작하고 담당 업무인 회계 경리 업무를 거침없이 해 나갔습니다. 회사는 규모가 상당히 큰 ○○클럽입니다. 박미래 씨는 근로계약서를 요구하고 4대보험 가입을 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박미래 씨가 입사한 지 한 달 뒤에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했습니다. 사유는 ‘사업주 명령 불이행’이었습니다.
해고통지서를 들고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슴이 뛰고 그저 두려웠습니다. 둘레에 상담을 받으면서 조금씩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법대로 해 보자.’ 하고 의지를 다지며 노동위원회라는 곳에 가서 직접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접수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부당해고구제신청이 접수된 것을 알고서는 바로 ‘업무 복귀’를 명령했습니다.
회사는 첫 번째 복귀한 날부터 본격적으로 감시와 견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업무 중 개인 휴대폰 사용 금지, 화장실도 최소 시간으로 다녀올 것, 잡담 금지를 지시하고, 모든 업무에서 배제하고 그날그날 업무만 지시했습니다. 뭐만 하면 꼬투리부터 잡고서 경위서를 쓰라고 했습니다. 박미래 씨는 당당하게 ‘업무 지시에 따라 일을 했는데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하여 작성한다.’라고 썼습니다. 그러면 회사는 경위서를 다시 작성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렇게 경위서 작성으로 하루를 다 보낸 적도 여러 날입니다.
경위서가 여러 장 쌓이자 회사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박미래 씨를 해고했습니다. 박미래 씨는 다시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직접 접수했습니다. 이번에는 더욱 꼼꼼하고 논리적으로 주장을 했습니다. 회사도 어디서 법률 자문을 받는지 반박 서류를 치밀하게 만들어 왔습니다. 박미래 씨는 그보다 더 꼼꼼하고 치밀하게 부당해고 이유서를 노동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노동위원회는 회사의 징계 해고는 부당해고라고 판단했습니다. 회사는 이번에도 복귀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복귀하는 날 출근하니 회사가 그 사이에 이사를 갔습니다. 문 닫힌 회사 건물 앞에서 대표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대표님, 어디로 갈까요?’ 회사는 그제야 박미래 씨에게 문자로 옮겨 간 주소를 보내왔습니다.
박미래 씨가 두 번째 복귀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회사는 코로나로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는 핑계로 일방적 휴직 명령을 내렸습니다. 박미래 씨는 3개월 뒤에 다시 출근했습니다. 회사는 인력 재배치를 한다는 이유로 다시 출근한 박미래 씨에게 회계 업무와는 전혀 다른 재고 업무를 시켰습니다. 박미래 씨는 꿋꿋하게 출근을 하며 무거운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재고 파악 업무를 했습니다.
회사는 다시금 박미래 씨만 콕 집어 해고 통보를 했습니다. 세 번째 해고 사유는 ‘경영상의 이유로 인한 해고’였습니다. 박미래 씨는 계절이 두 번 바뀔 동안 노동위원회를 세 번째 찾아갔습니다. 문래동에 있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를 찾아가는 길이 익숙해질 정도였습니다. 세 번째 판정에서도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라고 했습니다. 회사의 해고 사유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었지요. 부당해고 인정을 받은 날 회사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세 번째 복귀 명령입니다. 박미래 씨는 다시 출근했습니다.
회사는 박미래 씨에게 야간 업소 입구에서 체온 측정 등의 업무를 지시했습니다. 박미래 씨는 일을 하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회사 건물로 들어가려 했지만 이유 없이 거부당했습니다. 박미래 씨는 주변 건물의 화장실을 찾아 어두운 길목을 뛰어갔다 와야 했습니다. 이를 악물었습니다. ‘아 이런 것이 직장 내 괴롭힘이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박미래 씨는 지금도 회사의 괴롭힘에 맞서 힘쓰고 있습니다. 동료들의 감시, 이유 없는 업무 배제, 알 수 없는 업무 배치, 업무 시설 사용의 제한, 부당해고와 싸우는 동시에 직장 내 괴롭힘에 둘러싸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동료들은 괴롭힘인 줄 알면서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외면하고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2019년 7월에 시행되었습니다. 그 인정 요건은 ‘첫째, 가해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 ‘둘째, 그 행태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을 것’, ‘셋째, 피해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 등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법률(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제76조의3, 제109조 제1항)에는 가해자를 직접 처벌하는 내용은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반쪽짜리 규정이라고 합니다. 다만 사업주에게 괴롭힘 신고를 한 이유로 피해자에게 불이익 처우를 한 경우에는 회사를 처벌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피해자가 회사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였음에도 별도의 조치가 없는 경우 고용노동청에 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청은 이 경우에도 ‘사업장 지도 개선 방식’에 머물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에 맞서 싸울 때 동료 근로자들의 외면 그리고 입증 책임의 어려움을 절실하게 마주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인 동료를 외면하지 않고 응원하는 것이 직장 내 괴롭힘에 맞서는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일하는 사람 곁에 열려 있는 <작은책> 노동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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