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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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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트, 콜텍, 하이텍 노동자들 송전탑 위 고공농성
대법원 판결마저 무시한 정리해고와 위장폐업에 맞선 목숨을 건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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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만 볼트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송전탑 위, 그저 바라보기에도 아찔한 그 곳에서 두 지회장들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 작은책


지난 10월 15일,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의 콜텍지회와 서울지부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의 두 지회장들이 서울 양화대교 옆 한강시민공원의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기타를 만드는 회사인 콜트악기와 그 자회사인 콜텍의 박영호 사장은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을 강요하고, 자신은 해마다 15~42억 원의 배당금을 챙겨왔다. 현재 확인된 그의 재산만 1,191억 원. 그는 우리나라 부자순위 120위까지 올라 있다. 콜트악기는 1992년부터 2005년까지 연속으로 흑자를 내서, 누적흑자가 191억 원에 달하는 회사다. 콜텍도 1996년부터 2007년까지 기록한 누적흑자가 878억 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회사는 1996년보다 세 배 이상 매출액이 증가한 2006년과 2007년, ‘주문량이 없어 정리해고를 해야 한다’며 노동자들을 협박했다. 결국 박영호 사장은 ‘날조된 경영상의 위기’를 빌미로 2007년 충남 계룡의 콜텍 공장을 폐업하였고, 이어 인천의 콜트 공장마저 위장폐업하여 국내의 생산물량을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해외 공장으로 빼돌리고 있다.




△ 노동자들이 만든 선전 현수막에 콜트-콜텍의 박영호 사장과 하이텍알씨디코리아의 박천서 사장의 얼굴이 보인다. 노동자들의 눈물로 저들은 저 웃음을 샀겠지. ⓒ 작은책


무선조종기를 만드는 회사인 하이텍알씨디코리아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시작된 2002년부터 노동부와 법원 등으로부터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시정명령, 시정권고, 유죄판결, 해고자 복직판결 등을 받아왔다. 지난 2008년 1월, 2003년에 부당해고된 조합원 5인에 대한 대법원의 복직 판결이 나자, 회사는 법인분리를 통해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자본금 5천만 원짜리 분할회사로 옮기지 않으면 조합원들을 모두 정리해고 하겠다는 것이었다. 13인의 조합원 전원이 2004년에 ‘우울증을 수반한 만성 적응장애’라는 판정을 받은 산재환자들인 하이텍알씨디코리아의 노동자들은 안 해본 것 없는 8년간의 싸움 끝에 고공농성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피땀으로 만들던 기타 위에 쓰인 <위장폐업 분쇄>.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오로지 일터로 돌아가는 것이다. ⓒ 작은책


두 지회장이 올라가 있는 송전탑에는 지금도 15만 볼트의 전류가 흐르고 있다. 게다가 다음 주부터는 단식까지 시작할 예정이다. 노동자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싸워야만 언론의 주목을 받고, 사회의 관심을 받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10년, 20년씩 겨우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임금을 받고 일하며 수백억 원대의 흑자를 회사에 안겨주고도, 하루아침에 서러운 해고자의 신분이 되어야 하는 사람들. 그들 앞에서 과연 누가 "근로기준법이 근로자를 과보호하고 있다."는 따위의 말을 할 수 있을까? 양화대교 위로 보일 듯 말 듯 펄럭거리는 ‘생존권 쟁취’ 플래카드를 보며, 누구나 자신이 흘린 땀의 가치만큼 인정받고 행복해질 수 있는 날을 간절히 소망해 본다.

△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한 시민이 둔치를 따라 메달아 둔 선전물을 읽어보고 있다. 죄 없이 죄인이 된 당신 이웃들의 이야기를 보며 무엇을 느끼실지. ⓒ 작은책

-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 월간 작은책 www.sbook.co.kr

posted by 작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