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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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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12. 15:16 기획 특집

<작은책> 20206월호

300호 특집

 

먹물출신의 노동자 홍보물 도전기

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1981년에 노동운동에 처음 발을 딛었을 때 만난 사람들이 70년대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과 같은 동일방직 해고 노동자들이었다. 나는 지금도 그것이 하늘이 내려 주신 천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동일방직 해고 노동자 124명 중에 절반 정도가 나하고 동갑내기였다. 그 노동자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말이 넌 배운 놈이니까.”, “넌 지식인이니까.”, “먹물이니까.” 등이었다. 대화나 토론을 하다가 그런 지적을 당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대화가 더 이상 진전이 안 되곤 했다.

알짜배기 노동자 출신이 아닌 사람이 계급성을 극복하고 노동자 정서에 충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고민 끝에 생각해 낸 훈련 방법이 무엇이었는가 하면, 그 무렵 비바람 속에 피어난 꽃, 서울로 간 허수아비, 어느 돌멩이의 외침등 노동자 수기와 노동 야학의 졸업 작품집 등에 노동자들이 쓴 글이 많이 나올 때였는데, 그런 글들을 있는 대로 모아서 같은 단어에 대해 노동자들의 정서가 표현된 문장들을 칼로 오려 대학 노트에 붙여 보는 것이었다.

고향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어떤 사람은 새벽에 고향에서 기차 타고 떠나오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지만 한국 농업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활동가도 있다. ‘노동조합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노동조합이 뭘까? 나한테 도움이 되는 걸까?’ 이런 의문을 품는 노동자도 있지만 노동운동에 일생을 걸고 활동하는 노동자도 있다.

구름, , 어머니, 고향이런 수많은 단어들에 대해서 노동자 생각이 담긴 글을 주제별, 단계별로 오려서 대학 노트에 가지런히 붙여 정리하는 작업을 일 년쯤 했다. 그렇게 해 보니까 먹물출신으로서는 노동자 정서에 상당히 친숙해진 편이었고, 그 경험이 지금까지도 나에게는 큰 재산이 됐다고 생각한다.

먹물이 노동자들과 함께 2년쯤 부대낀 뒤에 만든 첫 번째 홍보물이 바로 <일꾼>이다. 하종강


편집 책임자였던 내가 글자 폰트의 크기와 종류를 적어 놓은 흔적이 보인다. ‘노동자도 한자어니까 일꾼이 우리말이다, 그런 호기로운 생각으로 이름을 <일꾼>으로 정했고, 어떻게든 노동자들에게 글을 쓰게 해 보자는 뜻으로 노동자가 쓴 글을 모집하는 광고도 실었다.

이 작업이 점점 발전해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일꾼 노동문제 자료연구실을 설립하고 내가 실장을 맡았다. 노동자들에게 노동문제를 작은 주제로 나누어 정말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교재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노동자 교육의 교재로 사용될 뿐 아니라 노동자가 한번 손에 잡으면 너무 재미있어서 끝까지 다 읽을 수 있도록 해 보자는 취지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일꾼노동문제자료> 시리즈다.

▲ <일꾼노동문제자료> 시리즈. ⓒ하종강


<나는 바르게 계산된 월급봉투를 받고 있나?> 세 번째로 만든 일꾼 노동문제 자료이다. 가능한 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민중이 알아듣지 못하는 글은 지배 세력의 또 다른 도구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쓰는 글은 길거리를 청소하는 청소부나 밭을 매는 노인들도 다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원칙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그림을 많이 사용해 설명했고 관심을 유발하려고 노동문제 상식 퀴즈도 만들어 넣었다. 그때 무보수로 삽화를 담당해 주었던 대학생 후배가 바로 요즘 투쟁 현장마다 따라다니며 사람들 초상화 그려 주고 <작은책>에 만화도 연재하는 이동수 화백이다.

작업이 끝나면 사람들과 같이 식당에 가서 뒤풀이를 했다. 한번은 식당에서 틀어 놓은 텔레비전에 뉴스가 나오는데 부장검사가 나와서 이렇게 말했다.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을 제고시켜야 합니다.” 그 무렵 우리는 그런 거 절대로 그냥 못 넘어갔다. 일행 중 한 명이 내뱉었다. , 인마, 너 말 꼭 그렇게 해야 돼? ‘마약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야 합니다.’ 그렇게 말하면 똑같은 뜻이야.”

TV 뉴스에 나와서 희생자가 더 나올 개연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라고 말하는 소방관이나 라이프 스타일을 컨트롤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하는 의사들이 우리들의 제삿밥이 되곤 했다.

노동자 정서에 충실하고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올바른 교육 교재 하나 만드는 것이 노벨문학상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무렵 내 모습이 최규석 작가의 만화 <송곳>에 잠깐 나온다.

▲ 《송곳》(최규석, 창비)


그 무렵에는 유인물 한 장을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불심검문에 걸려도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되던 시대여서, 노동자들이 부담 없이 갖고 다닐 수 있는 노동교육 교재를 만드는 작업도 해 봤다. 현장에서 보다가 직·반장한테 걸리거나 경찰 불심검문에 걸려도 의심받지 않을 수 있는, 그러나 속에는 나름 무서운 내용을 담고 있는. 그런 노동문제 자료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손바닥 크기쯤 되는 <일하며 산다> 시리즈다.

 

 ▲ <일하며 산다> 시리즈. ⓒ하종강

 

온갖 정성을 들여서 가능한 한 예쁘게 편집을 했다. 사람들이 쉽게 버리지 않도록 지하철 노선도도 넣었다. 나중에 100이라고 가격을 붙인 이유는 불법 유인물로 취급당하지 않도록 합법 출판물로 만들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정암사라는 출판 등록을 내기도 했다. 당시 가리봉 오거리에 있는 공단서점에서도 팔았는데 한 달에 한 번 수금을 하러 가면 이 100원짜리 책을 판 대금을 고스란히 필름 통에 모았다가 건네주던 사람이 지금 노동자교육센터대표를 맡고 있는 김진순 동지다.

이 책들도 삽화는 이동수 화백이 맡았다. 한번 붙잡히면 영원히 헤어날 수 없는 것이 예나 이제나 이 바닥의 생리다.

 ▲ <일하며 산다> 시리즈. 삽화는 이동수 화백이 그렸다. ⓒ하종강


당시 이런 작업들을 할 때는 모두 건방지게도 이것이 한국에서는 최초의 시도다. 어떤 사회에서든지 혁명의 시기에 이런 과정들이 있었다.’ 그런 자부심에 불탔다.

198812월 새로운 노동상담소 일을 시작했다. 그 상담소가 나중에 한울노동문제연구소로 발전했지만 처음에는 사무실 구석에 책상 하나 놓고 시작했다. 거기서도 똑같은 작업을 시도했다. 노동법을 노동자들에게 가능한 한 쉽게 설명하는 교재를 만들어 보자. 그런데 실패했다. 대중적 매체를 만들수록 그걸 만드는 사람은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경망스럽게 쉽게 풀어 쓴다고 해서 쉬운 문장이 되는 게 아니다. 대중 정서에 충실한 글을 쓰려면 정말 그 사람은 전문가여야 한다.

창간 준비호도 두 번이나 만들어 보면서 준비했는데, 쉽지 않았다. 결국 우리 비슷한 놈들끼리 볼 수 있는 걸 만들었다. 그렇게 나온 시리즈가 <한울노동법강좌>이다. 활동하는 노동자들보다는 사법시험 준비하는 사람들이나 사법연수생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말을 나중에 두고두고 들었다. 20113월 연구소 문을 닫을 때까지 53호까지 만들었다.

▲ <한울노동법강좌> 시리즈. ⓒ하종강


이러한 노동문제와 관련된 홍보물을 만들고 글을 쓰는 작업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내가 1994년에 제6회 전태일문학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과 지금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로 일할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그러한 작업들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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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12. 14:45 기획 특집

<작은책> 300호 특집 - 노동자 글쓰기와 선전 홍보

 

<작은책>300호를 맞이했다. <작은책>은 창간할 무렵 전국에 있는 노동조합 소식지를 모아 그곳에 실려 있는 노동자들의 생활글을 주로 실었다. <작은책> 300호는 19951호를 창간할 때 노동자가 글을 써야 세상이 바뀐다는 고 이오덕 선생의 말씀을 잣대로 삼았던 정신을 돌아보고 노동자 글쓰기와 선전 홍보라는 주제로 특집을 만들었다. 핸드폰과 SNS, 그리고 유튜브로 시간을 빼앗겨 종이에 쓰여 있는 글을 읽을 시간이 없는 시민들, 이제 종이 매체는 사라질 것인가. 옛날에 나왔던 노동조합 소식지를 되돌아보고 현재는 어떤 방법으로 선전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앞날을 예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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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 20206월호

일터 이야기

일터에서 온 소식

 

회사가 보낸 가정통신문, 그게 호소문이라고?

신재성/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저는 20175창진에프티라는 보전업체에 입사를 하였고 201871일 업체가 고용승계되면서 현재 마스타씨스템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보전업체는 주로 자동차 자동화 설비 시스템 구축과 유지 보수 등의 업무를 하는 곳입니다. 저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1공장) 도장에서 오버헤드 컨베이어(천장에서 매달린 레일 중 체인을 주행시켜, 운반물을 순환 운반하는 것)와 플로어 대차(하부의 체인을 주행시켜 운반하는 역할) 공정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에는 1, 2, 3차 업체라는 이상한 구분이 지어져 있습니다. 제가 노동하고 있는 이곳도 1차 업체에서 외주업체로 바뀌어 간 케이스이며 상여금, 성과금, 각종 수당 등이 폐지되었고, 기존 관리자 수가 2명에서 8명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또한 업무는 바로 원청인 현대자동차에서 주는 것이고, 1차 업체 때와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 최저임금밖에 없기에 주 평균 65시간을 해 가며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었고 갈수록 처우가 나빠지는 상황 등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원청의 지시로 이루어지는 업무들, 비정규직이라는, 외주화라는 딱지로 갈수록 안 좋아지는 처우들. 참을 수 없어 201711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로 문을 두드렸습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순간 현대자동차 보전 정규직들과 보전업체(마스타씨스템, 성진) 관리자들은 긴장을 많이 한 거 같았습니다. 노조 가입만 한 것인지, 근로자지위확인소송(불법파견)도 걸었는지 파악해 나갔으며, 불법파견을 피하기 위하여 현대자동차는 보전업체를 진성 도급화 하기 위해 더욱 더 우리를 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근무시간 등을 변경했고, 현대자동차 출입 시 출입증만 제시하면 되었는데, 공장 밖 사무실 앞에서 알밤(이중 출입 시스템)이라는 모바일 앱을 깔게 만들어 출퇴근 등을 강제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당함을 느끼며 아침 일찍부터 현대차 공장 앞에서 출근하는 원·하청 동지들에게 선전전으로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 현대자동차 본관 앞 출퇴근 선전전을 하는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2020년 4월 13일). 사진 제공_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사측은 알밤을 안 찍는다는 이유로 경고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공동 투쟁을 하고 있는 성진 조합원들은 정직까지 주며 탄압했습니다. 지노위, 중노위까지 진행된 이중 출입 시스템 문제는 결국 보전 하청 조합원들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굴복하지 않고 계속 선전전을 했고 결국 알밤은 철회되었습니다. 보전 하청 조합원 공동 투쟁으로 이루어 낸 첫 성과였고, 뭉치면 강하다라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힘을 얻어 사측에 임금 인상, 처우 개선 등을 요구했지만 여전히 돌아오는 답은 없었습니다.

저희 작업장은 2.5층 높이에 설치되어 있고, 급배기 팬만 존재하여 여름날이면 40도를 웃돌며, 바로 옆에 세척장이 있어 귀마개를 착용해야만 합니다. 급배기 팬조차 없는 공정은 너무 더워서 여름날은 피해서 작업을 하도록 되어 있더라고요. 하지만 실상은 원청이 시키면 해야만 하는 상황이지요. 울산차 현대공장에서 가장 노후된 작업장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같은 층 문만 열면 현대차 정규직분들이 일하는 공간은 환경도 깨끗하고 에어컨이 나오고 소음 또한 벗어나 있습니다. 불평등하다 생각하여 20192월경 간이 휴게실과 에어컨 설치 등을 원한다고 요구를 했지만 현대차 공장 안에 2층 높이 이상인 곳엔 간이 휴게실을 지을 수 없다는 답변과 환경 및 소음에서 기준치 미달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2층 높이 이상에 정규직 간이 휴게실은 분명 존재하고 있기에 지어 달라는 것이었는데 지을 수 없다니요. 누가 봐도 덥고 시끄럽고 먼지가 많다는 걸 알 텐데, 분명 안전 환경을 받고 개선이 돼야 하는 곳인데. 이것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점이라는 걸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실의 벽을 느꼈고 체념한 채 일을 하였습니다.

최저임금만을 받으며 장시간 노동을 계속하는 동안 52시간 근무제라는 정부의 시행이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장시간 노동을 끊고 드디어 주말이 있는 삶,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기대와는 달리 주 52시간 시행은 대재앙으로 다가왔습니다. 52시간 시행에 관하여 사측에 문의했습니다. 보전 업무는 근무 형태가 어떻게 되는 것이며 임금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사측의 답은, 정부가 시행하는 것이고 근무시간이 주 52시간으로 줄어드는 것이니 임금이 삭감되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니냐며. 웃긴 건, 사측은 기존과 동일한 물량과 기성금을 원청으로부터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럼 줄어든 시간에도 노동자는 물량을 똑같이 완수해야 하는 반면, 사측은 기성금을 동일하게 받았으니 이윤을 더 챙기는 것 아닌가?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우리는 임금 보전을 요구하였지만 사측은 임금 삭감은 피할 수가 없다는 답을 내놓았습니다.

52시간 근무제 계도 기간 연장으로 올해까지 노사간 합의로 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 공동 투쟁을 일으킬 때가 되었습니다. 마스터씨스템과 성진 보전 하청 조합원들은 52시간 임금 보전 확실하게 보장하라고 선전전을 통하여 투쟁했지만, 사측은 주 52시간을 핑계로 더 큰 탄압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서 현대차가 조종하고 있다는 것 또한.

사측은 임금 보전 제시안을 내놓지 않은 채 말도 안 되는 사항만을 더 늘어놓았습니다. 주말 근무 의무화 및 성과 연봉제, 출퇴근 시스템 도입. 기가 찼습니다.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보전 하청 조합원 동지들은 생계도 뒷전으로 미룬 채 각자 호소문을 적으며 지난 46일 공동 전면파업에 나섰습니다. ·석식·출근·퇴근 선전전, 공장 현장 순회 등 가열찬 투쟁을 계속하고 있지만 사측은 묵묵부답입니다. 결국 장기화되는 파업과 진전 없는 교섭을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서 중재하겠다고 요청을 해 왔고 429일 노사는 이에 응하였습니다.

▲ 현대자동차 1공장 의장 식당 앞에서 선전전을 하는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2020년4월22일). 사진 제공_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노동부에 올라가기 전 아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회사에서 우편이 날아왔다고. 뭔가 불안한 느낌이 생겨 내가 확인할 테니 열지 말라고 했고, 이에 다른 동지들의 소식이 전해 들어왔습니다. 바로 사측에서 일괄적으로 직원들에게 파업으로 회사가 손실을 받고 있으며 즉시 중단해야 한다, 장기 파업으로 고용은 더욱 불안하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낸 것입니다. 참으로 황당하고 짜증이 났습니다. 이따위 내용을 가정에서 본다면 뭐라고 생각할까? 노동부 중재 자리에서 물었습니다. 사측은 직원들이 호소문으로 사람들에게 알렸으니 자기네들도 가정통신문으로 호소문식으로 표현했다고 했습니다. 항상 이따위 식으로 응답하는 사측이 싫었고 생계를 위협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가정 파탄에 불씨를 주는 행위 등이 너무나도 화가 납니다. 하는 일은 똑같은데 시간은 줄이고 노동 강도는 높이고 임금은 삭감하겠다면, 하는 일이 같으면 임금을 보전받아야 한다는 최소한의 주장이 전면파업까지 하게 만들 사항인가요? 현대차는 비용 절감, 불법파견 은폐 외주화도 부족하여 바지 사장들을 내세워 주 52시간을 꼼수로 하청 노동자의 임금을 더 강탈하려고 합니다. 1차 하청2차 하청외주화52시간 임금 삭감으로 노동자를 쥐어짠 돈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요? 원청 주머니에? 여전히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노동자 모두 고통받지 않게 우리 모두 단결된 투쟁으로 이겨 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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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 20206월호

살아가는 이야기



지원품, 고맙지만 작은 배려를 해 주면 좋겠다

 

정미영(가명)/ 보험설계 상담

 

보험대리점에서 설계와 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나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다. 업무 특정상 매달 마지막 주가 되면 몰려드는 설계 건으로 각 보험사의 전산과 사투 아닌 사투를 벌인다. 특히 거절된 심사 건이 발생하면 예민해진 신경을 부여잡고 고객에게 필요한 자료를 설명하고 요구하여 재심사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몸과 마음이 더 지치게 된다. 그래서 어렵게 승인 나면 다행인데 그럼에도 인수 거절 나면 고객에게 좋지 않은 소리까지 듣게 되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고 솔직히 화도 난다.

어느 날, 여러 보험사에서 거절 난 심사 건으로 팀장님과 한창 대화 중일 때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주민센터다. 우리 가족 앞으로 쌀이 기증되었으니 신분증을 가지고 방문하란다. 너무 바빠서 당장 가기가 어렵다는 말로 전화를 끊고 나니 갑자기 짜증이 몰려왔다. 그 짜증은 나와 같은 기초생활수급자를 위한 정책에 대한 아쉬움으로 변해 갔다.

남편과의 사별로 갑자기 한 부모가 된 나는 세 자녀를 키우면서 경제적으로 많은 부분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나라에서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선별해서 여러 가지 혜택을 주는 건 너무나 감사할 일이다. 월급에 비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임대료를 지원해 주거나, 의료비·교육비 등의 지원은 소득이 많지 않은 나에겐 너무나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문화누리카드 같은 것은 작게라도 우리가 영화를 보거나 책을 구입하는 등 다른 사람들과 구분 없이 문화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너무나 잘 사용하고 있다. 또한 정해진 시간 안에 사용하면 일정 기간 후 다시 충전되기에(물론 그 기간 안에 신분증을 가지고 주민센터에 가야 하지만 일 년에 한 번이다.)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지원이 항상 감사한 건 아니다. 나는 회사에 고용된 상황이기에 정해진 업무 시간을 지켜야 월급을 받는다. 그렇기에 마음대로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쌀과 같이 무게가 있고 부피가 큰 지원품은 그다지 반갑지 않다. 나처럼 허리와 팔꿈치가 좋지 않은 사람은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수령할 수 있기에 매번 주변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또한 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은 저렴한 가격에 쌀을 살 수 있고 구입한 쌀은 주민센터 직원이 배달해 주기 때문에 따로 지원된 쌀을 시간 내어 힘들게 가져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가끔 크리스마스 같은 때 각 단체(교회와 같은)에서 주는 과일 상자나 복지관에서 주는 라면상자 위에는 불우이웃돕기란 글귀까지 쓰여 있어서 부끄럽고 자존심도 상해 받기를 거부한 적도 있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향해 배가 불렀군하며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내가 불우이웃인 것을 타인에게 알리면서까지 지원품을 받아야 하는지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요즘 쌀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쌀과 라면이 아닌 누구나 평범하게 누리는 문화적인 혜택을 더 받았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여느 가정의 아이들이라면 기본으로 한다는 피아노나 태권도 등을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거나, 아이가 배우고 싶은 것 중 하나 정도 선택하여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거나, 지금 이용하고 있는 문화누리카드의 한도액을 올려 주고 이용 기관을 늘려 아이들과 여가 생활을 지금보다는 풍요롭게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좋겠다(주말 외엔 시간 내기가 어렵고 대중교통으로만 이동 가능한 내가 그나마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영화관을 이용한다거나 책을 구입하고,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여유를 조금이라도 누릴 수 있는 건 문화누리카드가 있어서이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하는 가정이라면 한 부모가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양육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배정해 주었으면 좋겠다.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데 아이가 아프다는 연락이 오면 제일 난감하다.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 주지 못한 아쉬움과 아픈 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출근해야만 하는 형편이 속상해서 남몰래 눈물을 훔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가끔 아이들이 지원받고 있는 드림 스타트에서 우리 가정과 같은 상황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가족 여행을 진행하는데, 이 시스템은 초등학생 때만 이용 가능하고 횟수도 일 년에 한 번 정도이며 모든 비용은 시에서 제공한다. 여러 여건으로 아이들과 여행가기가 어려운 나와 아이에게는 너무나 좋은 프로그램이다. 작년에 작은아이와 23일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참여한 아이들이 우리 아이와 비슷한 상황 속에 있는 아이들이고 함께한 보호자도 같은 상황이다 보니 위축되지 않고 즐겁게 여행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기회를 한 번이 아닌 두세 번으로 늘려 줘서 여느 가정들처럼 여행의 기쁨을 아이와 함께 많이 누리고 싶다.


▲저소득층 양곡 할인 안내 화면. 복지로 홈페이지 갈무리


쌀이나 라면과 같은 지원품을 주는 단체를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솔직히 준다는데 싫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다만 이러한 지원은 매달 일정 금액을 주고 사 먹는 양곡미를 배달해 줄 때 같이 배달해 주는 작은 배려를 해 주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지원품에 배려까지 더해진다면 그것을 받은 나와 같은 사람들이 감사함을 느끼며 좀 더 행복하게 살아갈 힘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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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2. 11:22 알림 / 엮은이의 글

▲표지 그림_ 박소영


발행인의 글

 

6월호가 두툼합니다. 300호 기념으로 특집 기사를 조금 늘렸습니다. ‘노동자 글쓰기와 선전이라는 주제로 엮었습니다. 종이로 나왔던 노보와 소식지는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 활동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선전물이었지요. 이제 그런 소식지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쓰기는 더욱더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에 올려도 글을 쓰지 않고는 소식을 전할 수 없습니다. 생각할 틈이 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영상과 천천히 곱씹어 볼 수 있는 글은 깊이가 다릅니다. 지난해 가장 뜨거웠던 톨게이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우리가 옳다!라는 책으로 기록한 이용덕 씨는 인터넷에 흩어져 있는 정보로는 투쟁의 전체 과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합니다.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에서 25년 동안 선전 일을 맡고 있는 김진영 선전교육실장은 노동조합을 지키는 힘은 선전이라고 강조합니다. 대우조선 노동조합에서 소식지 편집을 맡고 있는 김종필 씨도 노동자에게 글쓰기는 또 다른 투쟁의 방법이며, 힘든 삶을 지탱하게 해 주는 힘이 되는 것이라고 역설합니다.

독자님들, 이달 책이 이끄는 여행은최규화 편집위원이 충남 당진시 송악읍에 있는 당진필경사를 다녀왔습니다. 필경사는 일제 식민지 시대의 민족 해방 운동에 영향을 끼쳤던 심훈의 상록수가 탄생한 곳이죠. ‘의 힘은 참 대단하고, 또 영원히 남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2020518

발행인 안건모


목차

 

4 책이 이끄는 여행

당진, 심훈과 상록수의 길 최규화

 

13 발행인의 글

14 원고를 기다립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15 지원품, 고맙지만 작은 배려를 해 주면 좋겠다 정미영

19 주먹밥과 일해공원의 가치관 홍세화

23 팀장님이 잘리고 퇴직금을 받았다 최숙하

27 30년 부부 맞짱일기

늦잠의 범주와 식사 예절 이동수와 최해옥

33 돌모루댁의 살림살이

이 짜장 대박이네그랴 윤혜신

39 살아온 이야기

사름하다 김수련

45 두꺼비 손글씨 김상화

46 시 읽고 감상하기

7분의 의미 이규동

50 교장 일기

저렇게도 친구가 좋을까 최관의

55 한의사 권해진의 살아가는 이야기

어디서 가지고 놀려고 들어 권해진

 

일터 이야기

60 일터에서 온 소식

이젠 침낭만 있으면 아무 데서나 잘 수 있다 김승화

65 회사가 보낸 가정통신문, 그게 호소문이라고? 신재성

71 작은책 법률 상담소

아동·청소년에 대한 디지털성범죄 박시진

 

300호 특집

76 ‘먹물출신의 노동자 홍보물 도전기 하종강

85 문선공에서 유튜브까지 강연배

90 타협이 아니라 타기팅입니다 류호정

95 기록해야 잊히지 않는다 이용덕

99 노동조합을 지키는 힘은 선전 김진영

104 손글씨 소식지와 핸드폰 메모장 이은순

110 힘들게 쓴 소식지, 왜 안 가져가지? 김종필

 

112 이동슈의 생활 만화 _ 삼삼한 삶

 

세상 보기

114 옛 그림 속 여성들

어느 공주의 사랑 이야기 이종수

120 키워드로 보는 우리 사회

정의당의 선택 고태경

126 어린이 해방과 평화

어린이를 가까이 하시어 자주 이야기하여 주시오 이주영

132 생태 이야기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일상 박병상

138 존버 씨의 시간들

포스트 코로나, 언택트 그리고 노동유연화 김영선

144 정작 모르는 유물 이야기

풍속화, 결정적 순간을 담다 박찬희

150 독립영화 이야기

고양이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 류미례

156 책 읽고 딴 생각

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밤 변정수

 

160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64 지난 호를 읽고

166 편집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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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