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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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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22. 13:34 기획 특집

'쉽게 강연하려고 배운 글쓰기',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8월 25일 목요일 늦은 7시, 서교동 태복빌딩(문턱없는밥집 건물) 2층 강당 
수강료: 1만원 (독자/청소년 5천원) 


 
전국에서 1년에 300여 회를 강연하는 하종강 선생님이 작은책에서 강연합니다. 이번 강연은 하선생님이 늘 하시는 노동에 관한 교육이 아니라 작은책에서 1년 기획한 특집 강좌 <내 인생과 글쓰기> 중 한 강좌입니다. ‘노동자가 글을 써야 세상이 바뀐다’는 철학으로 책을 내고 있는 작은책은 올해 초 홍세화 선생님부터 시작해서, 돌아오는 9월 안재성, 10월 윤구병 선생님까지 기획한 강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주 25일에 강연하는 하종강 선생님은 자세한 소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전국에 있는 노동, 사회단체나 학교 같은 곳에 강연을 하러 다니는 분으로 유명한 분입니다. 낸 책으로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길에서 만난 사람들》,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 같은 책들이 있습니다.

  이번 강연은 노동 강연이 아니라 하종강 선생님의 삶과 글쓰기가 주제입니다. 하종강 선생님은 명강사일 뿐만 아니라 많은 책을 낸 저자이자, 한겨레, 경향신문 같은 매체에 칼럼을 쓰는 칼럼니스트입니다. 하종강 선생님이 어떻게 살아왔고, 처음 글을 쓸 때 어떻게 썼는가, 왜 대중이 글을 써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합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작은책
2011. 8. 22. 12:11 알림 / 엮은이의 글


엮은이의 글

  “지긋지긋합니다.” 글 첫머리부터 꼴통 같은 정권의 행태를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군요. 비 얘기입니다. 정말 지긋지긋하게 내립니다. 마치 열대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기후가 된 듯합니다. 물난리를 당했던 분들은 물에 잠겼던 방이며 살림살이가 마를 새도 없으니 얼마나 속이 터질까요. 그리고 이렇게 햇빛을 받지 못하면 논에 벼가 제대로 익지 않을 겁니다. 다음 달이면 추석인데 농민들은 또 얼마나 안타까울까요.

  “지긋지긋합니다.” 네, 이번엔 정치 이야기입니다. 한마디 안 할 수 없지요. ‘5세훈’ 서울시장이 아이들 공짜 밥 먹이기 싫다고 선거를 밀어붙이는 행태를 보면 정말 역겹습니다. 정권은 부자들 감세로 96조 원이나 퍼 주고, 4대 강에 22조 원이나 퍼붓고, 서울시는 ‘르네쌍스’니 뭐니 해서 5,000억 원을 뿌리고는 660억 원이 아깝다고 180억 원을 날립니다. 억이니 조니 하니까 감은 잘 안 옵니다만 애들이 봐도 웃기는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 스무 살 먹은 아이가 그러더군요. 이번에 처음으로 투표권이 생겼다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서 좋다고요. 그래서 제가 알려 줬습니다. “얘야, 투표권을 남발하지 말아라. 이번엔 투표를 안 하는 게 권리를 행사하는 거다” 하고요. 아이가 웃긴다고 하더군요. 헷갈리는 정치를 하는 꼴통 정치인들 때문에라도 아이들한테 정말 잘 가르쳐 줘야 하겠습니다.

  독자님들, 지난달에 예고해 드렸듯이 이번 달에 황인오 씨의 살아온 이야기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좋은 글을 써 주신 황인오 씨, 고맙습니다. 뒤이어 인천에 사는 신혜진 씨가 연재를 합니다. 사람들의 삶은 누구나 특별하지만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은 신혜진 씨 삶은 또 다른 특별함이 있습니다. 다음 호를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차례

4 사진으로 보는 사람 이야기
10 엮은이의
11 원고를 기다립니다
12 작은책을 읽고

살아가는 이야기

14 민요패 사람들 이미정
17 누나, 내가 감자 팔아 줄게 최만선
22 《재일조선인 아리랑》과 단바망간 기념관 장석림
26 이런 부산 보신 있나요? 김금자
32 녹두죽 전상순
34 타조알 선생의 교단 일기
악마가 되었다│수업 해이성수
36 여성의 일과
말로만 듣던 광장 민주주의? 고희라
40 살아온 이야기(마지막 )
사북은 삶의 뿌리이다 황인오
46 와글와글 초딩
48 이야기가 있는 들녘
이런 공부는 꿈도 꿨다 김영숙
52 글쓰기 모임 뒷이야기

일터 이야기

54 일터 탐방 한이 맺힌 거예요 안건모
60 일터에서 소식 인생을 걸고 만들었다 임미영
64 일터에서 소식
어머니, 우리 회사 잘돼요 방종운
68 일터 소식
72 실업 극복 희망 일기 아오, 웃겨 최문정
76 현장 노동법 이야기 뜨거운 철판 위에 쓰러진 변영철

기획 특집
글쓰기로 ‘출세’한 58 개띠

79
강좌 서정홍
99 뒷이야기 강유진
101 만화로 보는 세상 이성열

세상 보기

102 생각해 봅시다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의 갈림길 미야우치 마사요시
106 생각해 봅시다 부자에게도 무상 급식을 해야 하는 이유 이원영
110 교육 이야기 나이스는 꼼수다 진웅용
114 쉬운 경제 이야기 방송, 광고, 민주주의의 삼각 함수(2) 정태인
118 생태 이야기 4대강의 대형 보에 강물이 고인 뒤박병상
122 인물 바로 보기 이승만은 누구인가 이이화
126 세상의 중심에서 대가 외친다 일곱 동안의 비극 지강호영

쉬엄쉬엄 가요

131 일상 예찬 오랜만에 웃었다 김현진
134 영화 이야기 병자호란을 서부극으로 재해석한 뚝심 강성률
138 추억 따라 역사 따라 인신매매 괴담 안미선
142 , ! 서정홍
144 새로 빈곤과 차별이 있는 곳에 아마미야가 간다 안건모
146 돌아볼 책 침묵은 금이 아니다 김지연
148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51 편집 뒷이야기

posted by 작은책
2011. 8. 16. 19:01 둘레/글쓰기 모임

창원 독자 모임
- 다음 모임은 언제? _ 8월 10일(수) (다달이 둘째 수요일)
- 어디서? _ 창원시 중앙동 101-1 경남오피스텔 203호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창원호텔과 창원 우체국 사이)
* 시각/회비: 밥을 함께 드실 분_늦은 6시~6시30분, 15000원
  
모임과 뒷풀이 참석하실 분_7시30분, 10000원

충남 글쓰기 모임
- 다음 모임은 언제? _ 8월 16일(화) 늦은 7시(다달이 셋째 화요일)
어디서? _ 북카페 ‘다락’(아산시 온양중학교 정문 근처)
-
인터넷 카페 주소는? _ cafe.daum.net/withthepeople

부산 글쓰기 모임
- 다음 모임은 언제? _ 8월 17일(수) 늦은 7시(다달이 셋째 수요일)
어디서? _ 부산실업극복지원센터(지하철 2호선 가야역 2번 출구)
인터넷 카페 주소는? _ cafe.daum.net/gosbook

서울 글쓰기 모임
- 다음 모임은 언제? 8월 20일(토) 늦은 4시(다달이 셋째 토요일)
- 어디서? _ 작은책 사무실(지하철 2, 6호선 합정역 2번 출구)
posted by 작은책
2011. 8. 10. 16:47 알림 / 엮은이의 글



엮은이의 글


  비가 줄기차게 내립니다. 이 비가 끝나면 또다시 숨막히는 더위가 오겠지요. 한진중공업 김진숙 씨가 타워 크레인에서 내려왔다는 소식이나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갔다는 시원한 소식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이달 〈작은책〉에는 한진중공업 김진숙 씨 소식이 많이 있네요. 페이스북에서는 파업을 하고 있는 전북고속버스 운전사들이 자기들 소식도 알려 달라는 글이 올라옵니다. 버스 노동자들, 그동안 많이 참고 살았지요. 우리 독자님들은 그이들이 왜 파업을 하는지 관심을 갖고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달 〈작은책〉은 대박이었죠. 서애련 씨가 쓴 ‘씨발, 동장 나오라 그래’, 이서분 씨가 쓴 ‘엄마는 아빠가 몇 번째 남자야?’를 본 사람들은 버스에서든 지하철에서 폭소가 터졌다고 합니다. 힘들어도 이렇게 웃음이 담긴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제가 타워크레인에 직접 올라가 보고 쓴 ‘일터 탐방’도 현장감이 있어서 좋았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인쇄소 실수로 지난 호에 몇 쪽이 빠진 채 나간 〈작은책〉이 있었나 봅니다. 혹시 그런 책을 받은 독자님들은 귀찮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연락을 꼭 해 주시기 바랍니다.

 
〈작은책〉 독자 모임이 제주도에서도 생겨날 듯합니다. 지난 7월 8일 제주도에 내려가 독자님들을 만났는데 몇몇 분들이 독자 모임을 만들기로 약속했습니다. 전국에 독자 모임이 더 많이 생겨 〈작은책〉을 보면서 사회를 들여다보고,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 더욱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독자님들, 다음 달에 황인오 씨가 쓰는 ‘살아온 이야기’ 연재가 끝납니다. 아직 다음 필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를 연재하고 싶으신 분은 연락 바랍니다. 독자님들이 살아온 이야기가 바로 역사입니다.

                                                                                                                   2011년 7월 15일
                                                                                                                        안건모 올림



차례

4 사진으로 보는 사람 이야기
12 엮은이의 글
13 원고를 기다립니다
14 작은책을 읽고

살아가는 이야기

16 미용실이 싫다 /윤순정
19 촛불이 쥐약이다! /지윤종
22 생일 치르기 /김은경
26 나쁜 엄마 /고경은
30 노동 문제 이야기 하지 마세요 /오세연
34 개수대에서 물 버리는 소리도 반갑다 /김진숙
37 펜글씨 연습 /조상연
38 타조알 선생의 교단 일기
시험│그 아이 /이성수
40 여성의 일과 삶 꿈같은 이야기 /박미경
46 살아온 이야기(32) 뒤늦은 아쉬움 / 황인오
52 와글와글 초딩 글
54 이야기가 있는 들녘 벼도, 닭도 괜찮겠지요 /최용혁
58 글쓰기 모임 뒷이야기
60 사진 한 장 느낌 한 줄

일터 이야기

61 일터 탐방 무료 서비스 /안건모
66 일터에서 온 소식
노동자가 세상의 빛이다 / 한종일
70 희망버스 이야기 이게 뭐야! /강정민
74 일터 한 뼘 소식
76 실업 극복 희망 일기 그럼, 굶냐? /최문정
80 현장 노동법 이야기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변영철

기획 특집

83 강좌 글쓰기는 정치다 /오도엽
103 뒷이야기 /정인곤
105 만화로 보는 세상 /이성열

세상 보기

106 생각해 봅시다 제주 해군 기지가 위험한 이유 /정욱식
110 교육 이야기 그쪽 학생들은 울면서 공부하지 않습니까? /김형태
114 쉬운 경제 이야기 방송, 광고, 민주주의의 삼각 함수(1) /정태인
118 생태 이야기 보호대상종은 개발의 걸림돌인가 /박병상
122 인물 바로 보기 이승만의 ‘정적 1호’ 최능진 /정지환
126 세상의 중심에서 십 대가 외친다 나는 자유인이다 /새봄

쉬엄쉬엄 가요

131 일상 예찬 ‘건당’ 인간들 /김현진
134 영화 이야기 이 영화의 흥행이 궁금하다 /강성률
138 추억 따라 역사 따라 기지촌의 외딴방 /안미선
142 아, 이 시! /오도엽
144 새로 볼 책 함정을 피하는 방법 /곽일용
146 돌아볼 책 대대로 물려주고 싶은 약손문고 /서정홍
148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51 편집 뒷이야기

posted by 작은책


삼순이 아버지를 만났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연속극에서 삼순이 아버지로 나온 맹봉학 씨다. <작은책>에서 연예인을 인터뷰하기는 처음이다. 전화를 했더니 “요즘, 본의 아니게 내가 유명 인사가 됐네요” 하고 껄껄껄 웃는다.

대학로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마땅한 곳이 없어 성균관대 앞에 있는 풀무질 책방에서 만나기로 했다. 맹봉학 씨가 풀무질 책방 주인인 은종복 씨하고도 친하니 잘됐다 싶었다. 정확히 두 시에 책방으로 들어온 맹봉학 씨가 은종복 씨와 반갑게 인사를 한다.

맹봉학 씨는 요즘 더 바빠졌다. 어제도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에서 인터뷰를 했고 오늘도 이 인터뷰가 끝나면 이 근처에서 다른 매체와 또 인터뷰가 있단다. 이렇게 바쁜 까닭이 연기자로서 스타가 됐기 때문이 아니다. 가슴 아픈 얘기지만, 배우인데 사회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 저기 여러 매체에서 취재당하는(?) 수준을 보면 거의 사회운동가가 다 됐다. 연기를 해야 먹고사는 배우가 그러기가 쉽지 않다.

“전에 경찰에 소환당해 조사를 받았는데, 그때 벌금 맞으셨어요?”

“두 번 다 안 맞았어요. 뭐, 죄가 있어야죠.”

맹봉학 씨는 유일하게 연예인으로서 집회에 관련해 경찰에 소환을 두 번 당한 사람이다. 한 번은 2008년 촛불 집회 때, 두 번째는 지난해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 때였다.

“영결식 때 도로로 차를 따라 갔는데 사진이 찍혔더군요.”

연예인이 경찰에 출두하면 금방 소문이 나기 때문에 스스로 몸을 낮출 만도 한데 맹봉학 씨는 당당하다. 하지만 역시 그 사건 이후로 영화 섭외가 전혀 안 들어온단다.

“전혀 연락이 없어요. 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사실 영화 하는 사람들은 진보적인 사람들이 많거든요. 근데 촛불 집회 이후로 한 편도 못했어요. 단편 영화는 숱하게 했지만. 하 참 나, 하하하!”

촛불 집회 때 기억나는 게 있냐고 물었다.

“촛불 집회 때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어요. 먹을 걸 갖다 줘요, 고맙다고. 나 하나 나온 게 자기들 백 명 천 명 나온 것보다 더 힘 되니까 고맙다는 거죠. ‘아, 이분들이 지켜보고 있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맹봉학 씨는 푸근한 아버지 역할로 많이 나왔지만 아직 미혼이다. 올해 마흔여덟 살. 왜 결혼을 안 했느냐고 물었더니 “못했다고 봐야죠.” 하고 또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웃는 모습이 그렇게 밝을 수가 없다.

얼굴이 밝지만 맹봉학 씨 어린 시절은 가난했다. 아버지는 열두 살 때부터 일을 했단다. 7남매 가운데 셋째로 태어난 맹봉학 씨는 6ㆍ25 때 남쪽으로 넘어온 아버지가 수원에 자리를 잡은 뒤 태어났다. 친척이 없어 명절 때마다 우울했다. 맹봉학 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혼자 살아 나갈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걸 느꼈단다. 닭을 몇 마리 키웠는데 달걀 한 개를 공책이나 학용품으로 바꿀 만큼 어렵게 살았다. 학교에서 준비물을 사 오라고 하면 집에 돈이 없어 못 사줄 게 뻔해 아예 이야기를 안 했다.

그래도 맹봉학 씨는 늘 희망을 갖고 살았다. 그때 만화를 많이 봤단다.

“만화를 보면, 처음엔 고생하다가 나중에 다 성공하더라고요. 하하하.”

참 잘 웃는다. 꾸밈이 없다. 맹봉학 씨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야간 학교인 산업체 특별 학교를 다녔다. 낮에는 구로공단에 있는 병 공장에서 일했다. 일하다가 손을 다치기도 했다. 다니던 산업체 특별 학교가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맹봉학 씨는 영등포공고 전기과로 들어갔다. 연극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우리 집이 가톨릭 집안이에요. 성당 학생회에서 문학의 밤을 했어요. 그런데 연출가 형이 딴죽을 거는 거예요. 연기를 그거밖에 못하냐고.”

맹봉학 씨는 오기가 생겼다. 가톨릭 학교를 다녀 수사가 되려고 했지만 자기 길이 아니라고 깨닫고는 연극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연극은 재미가 있었다. 첫 작품은 전주 지방연극제에서 한 〈멀고 긴 터널>이었다. 거제도 포로 수용소에 관한 이야기였다.

독립 영화에도 출연했다. 그때 출연한 작품은 영화아카데미에서 직원으로 일하던 김진성 감독(<서프라이즈>, <거칠마루>)의 <환생>이었다. 그이가 맡은 역은 ‘반성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태어나는 두 명의 사형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밖에 <2001 이매진>, <수사반장 트위스트 김>, <트라이앵글 메모리즈>, <잘돼가? 무엇이든>, <바이칼>, <아버지 어금니 꽉 깨무세요> 등 수백 편에 출연했다.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최원석 감독의 단편 영화 <트라이앵글 메모리즈>라고 한다. 맞고 다니는 아들한테 레슬링을 전수하는, 재미있는 역할을 맡았다.

“내가 코믹 배우라는 걸 그때 알았어요. 하하하.”

맹봉학 씨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삼순이 아버지 역할이었다. 2005년에 방영했던 그 연속극은 시청률이 50퍼센트 가까이 됐다고 하니, 우리 국민들은 다 봤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라고 한다.

“대사가 좋았어요.”

가장 깊이 기억에 남는 대사는 삼순이가 사랑에 지쳐 혼자 소주를 마시면서 상상 속의 아버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 한 대사였다.

“미안해, 아부지. (줄임) 끔찍해. 그렇게 겪고 또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하는 내가 너무너무 끔찍해 죽겠어… …. 아주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

그때 삼순이 아버지가 한 말이 시청자들을 울렸다.

“삼순아, 아버지는 가슴이 딱딱해져서 죽었잖아.”

맹봉학 씨는 이 사회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을까. 1987년, 거리에는 짱돌과 최루탄이 날아다니고 데모가 한창이었는데 맹봉학 씨는 연극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얼마 뒤 절차상으로나마 직선제 민주주의로 바뀌었는데 자신은 무임승차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밑바닥에 늘 미안함이 있었다. ‘언젠가는 나도 뭔가 할 거다’ 하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씨앗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발아할 거’라고 했죠. 그럴 때 광우병 소 수입 반대 집회가 열리기 시작했어요. 어른들이 막았어야 하는 일인데 아이들이 자기 먹을거리 때문에 싸우는 걸 보고, 이번에 안 하면 더 큰 죄의식을 느낄 것 같아 참여하게 된 거예요. 이왕 참여한 거 열심히 해 보자… ….”

맹봉학 씨는 현재 강동촛불, 참여연대, 언론행동모임, 강동중증장애인, 강동청소년공부방, 백혈병 단체, 제주도 다니엘, 동자동사랑방 등 일일이 외우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곳에 후원 회비를 내고 있다. 은평시립병원, 아산병원에서는 18년째 중증 환자들과 함께 사이코드라마를 하면서 자원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참여연대에서 주관한 ‘최저 생계비 하루 체험’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보다 앞서 그 하루 체험을 하고는 “황제의 식사가 부럽지 않았다”고 허풍을 친 차명진 의원에게 ‘체험’과 ‘삶’도 구분 못하느냐고 쓴소리도 했다.

맹복학 씨가 이렇게 사회에 관심을 두고 촛불 집회까지 나와 경찰에 두 번 연행되면서 현실은 우울해졌다. 영화 섭외가 뚝 그친 것이다. 후회 안 하느냐고 물었다. 그이는 일분일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후회했다면 이런 인터뷰 안 하죠.”

맹봉학 씨는 이어 말한다.

“사람이 영원히 권력을 잡을 수 없는 거고, 언젠가는 죽잖아요. 반성하면서 좀 더 착하게 살다 보면 죽을 때 덜 후회하고 죽을 텐데… …. 이명박, 자기는 안 죽나? 당장 2년 뒤에 청문회 하고 그럴 텐데. ‘버티면 전두환처럼 살 수 있을 거야’ 이런 생각 가질 수 있겠죠. 세상이 잘못 됐지. 잘못을 저지른 전직 대통령들을 너무 빨리 사면해 줘서 그래요. 망명을 가게 하든지 종신형을 때리든지 해야 돼요.”

이렇게 용기 있는 연예인은 처음 만났다. 왜 이런 분이 아직까지 결혼을 못하고 있을까. 마음에 있는 분들은 용기를 내서 <작은책>으로 연락하시라. ‘소개팅’도 사양하지 않겠단다. 맹봉학 씨는 갑자기 배가 고프다면서 떡볶이를 사 왔다. <작은책> 일꾼 최규화가 연예인이 사 준 떡볶이는 처음 먹는다며 입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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