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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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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사람들의글쓰기'에 해당되는 글 2

  1. 2020.02.06 <작은책> 2020년 2월호가 나왔습니다.
  2. 2019.05.27 도대체 매력이 뭘까?
2020. 2. 6. 11:13 알림 / 엮은이의 글

표지 그림_ 박소영


발행인의 글

 

모두들 명절 잘 쇠셨나요? 고향이 남쪽인 분들은 사는 게 팍팍해도 마음만 먹으면 명절엔 고향에 내려가서 회포를 풀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고향이 북쪽인 실향민들은 고향을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습니다.

이번 호 책이 이끄는 여행은 글을 쓴 최규화 편집위원이 북녘땅이 보이는 경기 파주시 임진각을 다녀왔네요. 최규화 씨는 우리가 아는 북한은 없다라는 책을 보고 분단의 상징인 임진각을 둘러봤습니다. 책은 재미 통일운동가 신은미 작가가 모두 아홉 번이나 북조선을 다녀온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신은미 작가는 2014년 한국에서 토크콘서트를 할 때 대동강맥주가 맛있다고 했다가 온갖 고초를 겪었지요. 박근혜 정권에게 강제 출국당하고 5년간 입국 금지까지 당합니다. 기가 막힌 세상이었지요.

이번 호에 장영식 사진작가가 사진과 함께 긴 글을 보내왔습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해고자 복직과 노조 파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182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을 만나기 위해, 암 투병 중인데도 부산에서 대구까지 130킬로미터를 걸어서 찾아갔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에 맞서 2011년에 부산 영도조선소 크레인에서 309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인 적이 있지요. 1931년 강주룡, 2011년 김진숙, 2020년 박문진의 고공농성은 닮아 있습니다. 노동문제는 촛불정부에서도 해결할 수가 없는 문제일까요?

 

2020115

안건모 올림

 

4 책이 이끄는 여행

적대평화가 공존하는 그리움의 공간 최규화

12 발행인의 글

13 원고를 기다립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14 꿈꿀 자유, 나의 언어 최숙하

19 아이들이 졸업했고 나는 또 조금 컸다 구자숙

22 친구의 집을 향한 여정 장영식

31 고양이 집사 일기 최해옥

34 돌모루댁의 살림살이

하무스까지 만들었어? 윤혜신

40 두꺼비 손글씨 김상화

41 살아온 이야기(2)

살다가 길을 잃었을 때 김수련

47 일터에서 쓰는 시 이규동

50 교장 일기

교장선생님! 어디 아파요? 최관의

55 한의사 권해진의 살아가는 이야기

눈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권해진

59 글쓰기 모임 안내

 

일터 이야기

62 일터 탐방_ 아파트 전담 집배원

신분이 바뀌니 차도 준다 명숙

68 일터에서 온 소식

자회사만 고집하는 공사 박인국

73 작은책 법률 상담소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시행 김예지

 

작은책이 만난 사람_ 정창수

77 죽음의 시계를 멈춰라 안건모

 

이동슈의 생활 만화 _ 삼삼한 삶

 

세상 보기

98 존버 씨의 시간들

자살의 반복과 경쟁 장치의 폐해 김영선

104 키워드로 보는 우리 사회

무엇이 글의 상상력을 가능케 할까 고태경

110 어린이 해방과 평화

동물을 사랑하기로 합시다 이주영

116 생태 이야기

전기차는 대안이 아니다 박병상

122 옛 그림 속 여성들

그녀는 오지 않았다 이종수

128 정작 모르는 유물 이야기

기억해야 할 청자들 박찬희

134 독립영화 이야기

영화가 드물게 은총을 보여 주는 순간 류미례

140 책 읽고 딴 생각

법을 왜 나만 선의로 이해해 줘야 하는 걸까 변정수

144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posted by 작은책

<작은책> 2019년 6월호

살아가는 이야기

 

도대체 매력이 뭘까?

엄익복/ 직장인

  

내 나이 올해 마흔 아홉. 낼모레면 오십이다. 결혼을 한 지도 이십 년이 다 되어 간다. 그런데 아직도 아내와 티격태격 싸우는 날이 많다. 나는 가능하면 부닥치지 않고 피하려 하는데, 아내가 공격하듯 나올 때가 있다. 평소에도 무슨 불만이 있는 사람처럼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어 눈치를 보기는 하는데, 유독 화가 난 얼굴로 심각한 분위기를 만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냥 살살 피해야 하는데, 괜히 웃어넘기려고 농담을 했다가 된통 당하곤 한다. 나는 기억도 안 나지만, 아마도 내가 마누라 등쌀에 못 살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나 보다. 그 말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지,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어느 날 아내가 갑자기 그 얘기를 꺼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그런 말이 나와? 나한테 고마운 줄은 모르고, 사람이 참 매력이 없어.”

그런데 그 말을 듣자마자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한참을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분위기가 싸해졌다. 뭐라고 한마디 하고는 싶었는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정말 할 말이 없네하고 혼자 중얼거리며 자리를 옮겼다.

거실 한쪽에 앉아서 책을 뒤적거리고 있는데, 아내가 한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매력이 없다고? 그럼 오십 다 된 남편한테 무슨 매력을 기대한 거지?’ 화가 났다. ‘그러는 지는 무슨 매력이 있나?’ 분풀이하고 싶은 생각이 나기도 했다. 그러다가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나?’ 하며 우울해졌다. 어쩌면 내가 생각해도 내 매력이 뭔지 알 수 없어서 그깟 말 한마디에 충격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에 대해 스스로 자신감이 떨어지기 시작한 지는 꽤 오래되었다. 사십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체력도 약해지고, 배도 나오고, 머리카락도 많이 빠진다. 거울 보기도 싫다. 가끔 머리 속이 허옇게 나온 사진이라도 있으면, 슬쩍 감추고 없애 버리기도 한다. 또 일을 할 때도 무슨 일이든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던 젊은 날의 패기는 사라지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며 의기소침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새로운 프로그램이라도 배울 때는 젊은 친구들에게 물어보면서 같이 해 보려 하지만, 너무 어려워서 눈치만 보고 있을 때가 많다. 늘 하던 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내준 후로는 어떻게 하는 건지 잊어버려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이젠 사람들이 나를 피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젊은 직원들끼리 즐겁게 얘기하는 중에도 내가 끼어들면 뭔가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고, 교육이나 연수를 받을 때도 내가 같은 모둠이 되면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느껴진다. 빈말로라도 익복님이 함께해서 너무 좋다고 말해 주던 사람들도 이젠 찾아볼 수 없다. 나와 같이 일하는 것을 왠지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올해 초 직장에서 부서를 옮기게 되었는데, 같은 팀원들도 새로 옮겨 온 동료가 십팔 년차 부장이라니, 은근히 꺼리는 표정이 역력했다. 정말 어딜 가나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렇다 보니 직장 생활이 가면 갈수록 재미가 없다. 정말 지금보다 돈을 적게 받더라도 뭐든 다른 할 일이 있으면 옮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할 일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직장을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봤자, 내가 참 무능력한 존재라는 걸 확인하는 것밖에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버티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 참 지금까지 뭘 하고 살았는지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 물론 이건 직장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요즘은 아이들이 다 커서 내 시간이 많아졌고, 밖에서는 그래도 반갑게 맞아 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취미 생활로 통기타 동호회도 나가고, 그림 그리는 모임도 나가는데, 이건 정말 재밌다. 사람들과 어울려 노래 부르고, 서로 그린 그림을 보며 이야기 나누는 게 너무 좋다. SNS나 인터넷 카페에 사진과 그림을 올리고, 서로 칭찬의 댓글을 달아 주며 공유하는 것도 정말 즐거운 일이다. 이렇게 사는 게 나름 보람도 있고, 이게 다 나만의 매력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에 자부심을 갖기도 한다.

그런데, 매력이 없다니. 화가 난다. 나만 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공동육아에 대안학교 보내면서 아이들에게도 좋은 아빠고, 청소며 빨래며 온갖 집안일도 다 도맡아 하는데, 이 정도면 남편으로도 괜찮은 거 아냐? 그런데 매력이 없다니. 생각할수록 열받는다. 회사에서 느끼던 소외감이 가정에서도 똑같이 느껴지는 것에 치가 떨린다.

도대체 매력이 뭘까? 어떻게 하면 매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만의 매력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다. 무슨 일이든 열정을 다해 열심히 하는 사람이 매력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지겹고 힘든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매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당당하게 사는 사람이 매력 있는 사람이라면, 매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당장 밥벌이 때려치우고 나와 굶어 죽을 각오라도 해야 하는 걸까? 외모가 멋진 사람이 매력 있는 사람이라면 세상을 다시 태어나야 하고, 돈 많은 사람, 돈 잘 쓰는 사람이 매력 있는 사람이라면 다시 태어날 때 부모까지 잘 만나야 하는데, 그건 하나 마나 한 소리일 뿐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매력 있는 사람들이 참 많다. 하지만 나를 매력 있는 사람으로 봐 주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쳐 부러움을 사기도 하던데, 나는 왠지 더 이상 볼 것 없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러니 아내에게까지 매력 없다는 소리나 듣겠지. 매력은 없지만, 매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은 있어서 괜히 마음만 무겁다. 그냥 우울하다

posted by 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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