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작은책
'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

Recent Post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2020. 8. 7. 16:45 기획 특집

<작은책> 20208월호

특집_ 작업중지권

 

오늘은 배달 불가능합니다.” 이럴 때 당신은?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하루의 고된 노동을 마치고 귀가한 당신. 때마침 종일 내리던 비가 폭우로 바뀐 창밖을 바라보며 신속하게 배달 앱을 켭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신중하게 고심하여 메뉴를 고른 당신은 배달 전송 버튼을 누릅니다. 그러나 잠시 후 곧 도착할 저녁 식사를 기대한 당신에게 반갑지 않은, 문자가 돌아옵니다.

오늘은 비가 많이 와 배달이 불가능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문자를 받아 든 당신은 이성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문자를 받은 즉시 배달업체에 전화를 하여 불같이 화를 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다행히(!) 이런 일은 현실에선 좀체 벌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의 배달 요청을 거부하는 일은, 날씨가 어떻든 간에 건당 수수료를 받아 삶을 유지하는 배달 노동자에게 생계가 달린 문제이니까요. 그가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고자 단행한 배달 거부(작업중지)는 곧바로 배달 음식점과의 계약 해지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간 배달 노동자들이 폭염과 폭우 등 악천후 상황에서 배달을 거부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안전운임료를 요구하며 다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잠시 얘기를 다른 곳으로 돌려 보겠습니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한국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모두들 아시겠지만, 한동안 정부는 코로나19 예방 대책으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전염병 예방 대책이 통용되지 않는 공간이 있습니다. 급격히 증가한 택배 물량으로 하루 2천만 배송 건이 쏟아지는 물류센터입니다.

최근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가 보장되지 않는 일터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으로, 택배업체나 물류센터가 또 다른 전염병의 진앙지가 되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유례없는 폭염이 예상되고 있는 올해, 더 빨리 찾아온 더위 속에서 바삐 물류를 옮기는 일은 그 자체로 고역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로 땀이 흘러내리고, 숨이 턱턱 막히는 공간에서 마스크를 쓰며 바삐 몸을 놀리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아찔합니다. 게다가 휴식 시간이나 휴게 공간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전염병보다 무서운 고용이라는 밥줄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이곳에서도 일을 멈춘다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연 이런 상황에서 일을 멈추는 것이 불온한 상상인가, 우리는 이 사회에 묻고 함께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은 모든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인의 이름을 앞세워 김용균법이라고 더 많이 불리게 된 산안법이 개정되었고, 그에 따라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이 보다 분명해졌기 때문입니다.

산안법은 일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유해·위험에서 노동자를 보호·예방해야 할 사업주의 다양한 의무를 담고 있어, 노동자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는 법 조항은 좀체 찾아볼 수 없지만 유일하게 이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

▲ 안전보건공단의 작업중지권 카드뉴스 갈무리 화면.

이처럼 산안법은 급박한 위험이라는 제한된 상황을 설정하고 있지만,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추가 조항을 통해 노동자의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으면, 작업중지나 대피로 인한 해고 등 불이익 처우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거나, 눈이 내려서 빙판이 생긴 날,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지열과 강한 태양열로 인해 정신이 아찔한 상황에서 급박한 위험을 이유로 잠시 배달을 멈추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닐까요? 고객의 요청에 따른 빠른 배송을 철칙으로 생각하는 택배회사라고 하지만, 전염병이라는 위험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당한 업무 지시는 급박한 위험이므로 업무를 거부하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정부의 산재 사망 통계만으로도 OECD 1위를 달리며, 하루에도 6~7명의 노동자가 일터에 출근했다가 퇴근하지 못하는 위험 사회에서, 안전 조치나 보건 조치가 미흡한 상황에서 방어적 차원에서라도 노동자가 스스로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자신뿐 아니라 동료의 목숨을 지킬 수도 있다는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행사되고 권장되어야 합니다. 누구나 위험하면 일단 멈추고, 이를 감수하라고 요구하는 부당한 업무 지시를 거부·거절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일터에서 불온한 행동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상식이 되려면, 지금보다 훨씬 권장되어 일상의 행위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목숨을 지키기 위해 실시한 작업중지, 업무 거부와 거절을 근거로 해고나 계약 해지를 들먹이며 겁박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함께 이를 방어하고 지켜 내야 할 것입니다.

법 제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암묵적인 제약이 되고 있는, 노동자의 작업중지의 경계를 허무는 것은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행동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때 우리도 이를 응원하고, 함께 싸워야 하지 않을까요

posted by 작은책
2020. 4. 29. 16:07 알림 / 엮은이의 글


발행인의 글

<작은책>2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199551, 노동절에 맞춰 창간한 <작은책>은 그동안 노동자들의 생활글쓰기를 선도해 왔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글을 써야 세상이 바뀐다는 고 이오덕 선생님의 말씀을 길잡이로 삼고 이 사회의 주류들이 아닌 평범한 서민들이 글을 쓸 수 있도록 모임도 만들고 노동자들이 쓴 글을 찾아 실었습니다. 지금까지 <작은책>에 실렸던 생활글에는 서민들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이달의 책이 이끄는 여행은 하명희 작가가 어서오세요 베짱이도서관입니다(박소영, 그물코)를 읽고 느낀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박소영 관장이 후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묶어 낸 책입니다. 하명희 작가는 그 편지를 읽고 나서 천변을 산책합니다. 독자님들도 함께 산책하면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작은책> 25주년 특집은, 인물을 인터뷰하지 않고 <작은책> 독자 25분을 무작위로 선정해 요즘 뭐 해 먹고삽니까?”라는 주제로 글을 받았습니다. 라이더유니온 위원장도 있고 농사꾼, 글 쓰는 주부, 정년퇴직하고 다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허울 좋은 프리랜서 반백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다 버티면서 먹고살고는 있지만 요즘 모두 코로나19 때문에 더욱 힘들어졌답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서로가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힘을 내면 좋겠습니다.

독자님들, 어제 선거 결과는 잘 보셨나요? 민주당이 압승했습니다. 세월호 막말을 일삼던 몇몇 국회의원이 낙선했네요. 오늘은 세월호 참사 6주기, 올해는 진실이 밝혀질까요?

 

2020416

발행인 안건모 올림



목차

 

책이 이끄는 여행

매화 편지-마음은 어디서 왔을까   하명희

12 발행인의 글

13 원고를 기다립니다

 

작은책 25주년 특집_ 작은책독자 25명에게 물었다.

"요즘 뭐 해 먹고삽니까?”

 

16 먹는 거 하나는 제대로 먹자주의다   박정훈

20 책방만 운영하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고희라

24 너희가 와야 학교는 봄   구자숙

28 오늘 밥값 했냐?”   김영탁

32 <작은책> 때문에 귀농한 사연   도상록

36 지금도 거기 살아?”   김지영

40 돈은 없어도 가오는 있어야지   홍세화

44 12월이면 돈이 왕창(?) 쏟아집니다   류미례

48 연봉은 10분의 1로 줄었지만 도시보다 오백 배는 낫다   이재관

52 재택근무도 가능한 프리랜서   유지향

56 일자리는 너무 많은데…   제희덕

60 허울 좋은 프리랜서 반백수   이명옥

64 월급 도둑이 된 느낌이 들 때   최숙하

68 짧게 깎아 주세요, 초여름까지 버티게”   최인기

72 3만 원짜리 공립학교 강의는 쫌…   이하나

76 보통 1시쯤 일어납니다   이동수

80 어쩌다 보니 치과의사   송필경

84 애들도 없는데, 애들도 없는데”   이현림

88 온라인 개학이면 점심도 온라인으로 나오냐?”   안미선

92 정년퇴직하고 건설 현장 부소장(?)이 되는 방법   이근제

96 연봉 노출 절대 금지게다가 서약서까지?   김진회

100 저는 요즘 핑계부엌으로 먹고삽니다   송추향

104 숲해설가, 가슴은 뛰지만 독립은 글쎄…   신혜정

108 아이한테 위로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백남호

112 백만 년만에 온 부장의 문자에 절이라도 하고 싶다   최은영

 

세상 보기

116 생태 이야기

우리를 감싸는 5월의 바람   박병상

122 존버 씨의 시간들

재난, 비상근무 그리고 공무원 과로사   김영선

128 정작 모르는 유물 이야기

산수화 속으로   박찬희

134 독립영화 이야기

어디 장남도 없이 무덤을 파냐   류미례

140 책 읽고 딴 생각

왜 가장 인권적인 것이 가장 교육적인가       변정수

144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posted by 작은책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