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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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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4. 29. 16:55 기획 특집

<작은책> 25주년 특집_ <작은책> 독자 25명에게 물었다.

요즘 뭐해 먹고삽니까?”

 


먹는 거 하나는 제대로 먹자주의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IMF의 영향을 받지 않은 두 부류가 있다. 엄청난 부자. 그리고 엄청나게 가난한 자.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경기가 좋든 안 좋든 자신의 삶이 바뀌지 않는 양극단의 사람들이다. 단칸방과 재래식 화장실, 바퀴벌레, 연탄으로 불을 때고, 가스레인지로 물을 데워서 겨울을 견뎠던 나에게 IMF는 먼 세상 이야기였다. 좋은 게 있다면 더 이상 나빠질 게 없기에 걱정도 불행도 없었다. 보통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 돈을 열심히 버는 게 꿈이 되지만, 이왕 뭔가 바꿔 보려면 내 삶보다는 세상을 바꿔 보고 싶었다. 덕분에 나의 물질적 욕망은 똥물이 튀지 않는 화장실과 보일러와 베란다가 있는 임대아파트다. 가난이 익숙한 탓에 가난한 활동가의 삶도 딱히 대단하다거나 힘들지는 않았다. 덕분에 코로나19로 인한 타격도 종종 하던 강연이 취소된 거 외에는 별 타격이 없다.

주말에 배달해서 받는 월급 70만 원과 한겨레21,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세 군데의 기고로 얻는 소득 35만 원이 내가 버는 정기적 소득이다. 105만 원으로는 조금 빠듯해, 강연과 방송 출연으로 얻는 출연료로 130~140만 원 정도를 번다. 불만이 있다면 오르지 않는 원고료지만, 길바닥에서 배달해서 얻는 하루 일당이 원고료보다 적기 때문에 글 쓰는 것만큼 가성비 좋은 알바도 없다. 평소에 생각했던 것을 마감을 만나면 끄적이면 그만이다. 세상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주목하지도 잘 알지도 못하는 세계에서 살다 보니 글감은 내 삶 주변에 널려 있다. 가성비를 생각해 되도록 2시간을 넘지 않고 글을 쓰려고 해서, 편집 노동자들이 고생하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글쓴이 박정훈 씨. 사진_ 라이더유니온 페이스북.


생계비를 벌기 위한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나머지는 내가 하고 싶은 노조 활동에 쓰는데 이렇게 살다 보면 사람 성격이 안 좋아지기도 한다. 특히 배달 산업에 대한 인터뷰나 자문을 요청할 때 짜증을 내기도 하는데 주로 내게 묻는 사람들은 월급 받고 하는 질문이지만, 나는 공짜로 알려 주기 때문이다. 라이더유니온을 처음 만들었을 때는 1시간 동안 전화통을 붙잡고 배달 산업 구조 전체를 물어 놓고는 라이더유니온한마디 안 넣었던 기자도 있었다. 이런 무료 노동이 쌓여서 라이더유니온이 알려지고 그 덕분에 나 역시 사회적으로 알려져 강연도 하고 기고도 하게 되니 완전히 공짜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돈인 조합원을 붙잡고 인터뷰를 하면서 한 푼도 주지 않는 몇몇 언론사의 행태는 묵과하기 힘들었다. 취재원을 사서 공적인 뉴스를 내보낼 수는 없다는 저널리즘적 가치가 있을 수 있지만, 언론사가 어차피 기업의 광고로 돌아가고 발행 부수와 조회 수가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닌가. 한 시간 인터뷰에 100만 원을 주는 건 말도 안 되지만, 최소한 최저임금과 교통비를 주는 건 정보를 왜곡되게 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돈 한 푼 안 나오는 일들을 하는 사람들과는 생각은 하지 않고 기쁜 맘으로 을 같이할 수 있다.

라이더유니온 로고. 이미지 출처_ 이더유니온 페이스북.


이렇게 쓰고 보면 참 불행하게 산다고 걱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내일 쓸 돈을 모을 생각을 하지 않으면, 오늘을 위해 돈을 쓸 수 있다. 먹는 거 하나는 제대로 먹자주의자8천 원, 1만 원짜리 밥도 아깝지 않게 먹는다. 날 아는 사람은 그렇게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아 가성비가 떨어질 거라 여길지도 모르지만(나도 속상하다) 맛있는 밥은 그 자체로 행복이다. 요즘 고기를 끊었더니 직접 해 먹지 않으면 식비로 더 써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곤란하긴 하지만 적어도 밥 먹는 데 돈 아끼지 말자는 주의다. 김치와 밥으로 끼니를 해결하던 어린 시절의 한풀이일 수도 있겠다. 먹는 것 다음으로 많이 나가는 돈은 월세, 그 다음으로 많이 나가는 돈이 후원금이다. 12개 단체에 매달 CMS 회비를 낸다. 내가 하지 못하는 운동에 월 1만 원이라도 후원할 수 있는 건 큰 기쁨이다. 매달 후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면, 안 보내 주셔도 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걸 빼는 것도 시민단체 상근자들에게는 일이라 그냥 놓아둔다.

욕심을 버리고 유유자적 살자는 게 아니다. 이렇게 살려면 공동체에 의존하면서 살아야 한다. 우리 집 전세금의 절반은 SH공사의 무이자 대출로 해결했다. 나머지 절반의 전세금은 청년희망통장으로 마련했다. 베란다도 없고, 10평에 불과하지만 전세금 떼일 염려 없는 임대아파트에도 당첨됐다. 임대아파트에 필요한 보증금은 공익활동가협동조합 동행에 대출 신청으로 해결할 예정이다. 근로장려세제를 비롯한 각종 복지 정책들도 프리패스다. 국민들이 내는 소중한 세금과 연대로 생존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정보를 가진 사람이 복지 혜택도 받는 현실이다. 각 기관의 홈페이지에 매번 접속하고 긴 안내문을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야 한다. 공인인증서를 깔고,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각종 서류를 떼서 제출해야 한다. 컴퓨터도 있고 프린터도 있고 팩스도 있고 스캐너도 있고 이걸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면 쉬운 일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복지 신청을 하다가 좌절하고 포기한다. 그리고 열심히 일해야지 왜 나랏돈을 받아먹으려고 하냐, 나라가 해 준 게 뭐냐고 따져 묻는다. 여기다 대고 나라가 해 주는 게 얼마나 많은데,라고 해 봐야 소용없다. 공동체의 힘으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은 공동체에 그만큼 기여하게 되어 있다. 가난한 이들이 타인을 보다 잘 느낄 수 있도록 보편적 복지의 확대를 소망한다.

posted by 작은책
2020. 4. 29. 16:07 알림 / 엮은이의 글


발행인의 글

<작은책>2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199551, 노동절에 맞춰 창간한 <작은책>은 그동안 노동자들의 생활글쓰기를 선도해 왔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글을 써야 세상이 바뀐다는 고 이오덕 선생님의 말씀을 길잡이로 삼고 이 사회의 주류들이 아닌 평범한 서민들이 글을 쓸 수 있도록 모임도 만들고 노동자들이 쓴 글을 찾아 실었습니다. 지금까지 <작은책>에 실렸던 생활글에는 서민들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이달의 책이 이끄는 여행은 하명희 작가가 어서오세요 베짱이도서관입니다(박소영, 그물코)를 읽고 느낀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박소영 관장이 후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묶어 낸 책입니다. 하명희 작가는 그 편지를 읽고 나서 천변을 산책합니다. 독자님들도 함께 산책하면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작은책> 25주년 특집은, 인물을 인터뷰하지 않고 <작은책> 독자 25분을 무작위로 선정해 요즘 뭐 해 먹고삽니까?”라는 주제로 글을 받았습니다. 라이더유니온 위원장도 있고 농사꾼, 글 쓰는 주부, 정년퇴직하고 다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허울 좋은 프리랜서 반백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다 버티면서 먹고살고는 있지만 요즘 모두 코로나19 때문에 더욱 힘들어졌답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서로가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힘을 내면 좋겠습니다.

독자님들, 어제 선거 결과는 잘 보셨나요? 민주당이 압승했습니다. 세월호 막말을 일삼던 몇몇 국회의원이 낙선했네요. 오늘은 세월호 참사 6주기, 올해는 진실이 밝혀질까요?

 

2020416

발행인 안건모 올림



목차

 

책이 이끄는 여행

매화 편지-마음은 어디서 왔을까   하명희

12 발행인의 글

13 원고를 기다립니다

 

작은책 25주년 특집_ 작은책독자 25명에게 물었다.

"요즘 뭐 해 먹고삽니까?”

 

16 먹는 거 하나는 제대로 먹자주의다   박정훈

20 책방만 운영하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고희라

24 너희가 와야 학교는 봄   구자숙

28 오늘 밥값 했냐?”   김영탁

32 <작은책> 때문에 귀농한 사연   도상록

36 지금도 거기 살아?”   김지영

40 돈은 없어도 가오는 있어야지   홍세화

44 12월이면 돈이 왕창(?) 쏟아집니다   류미례

48 연봉은 10분의 1로 줄었지만 도시보다 오백 배는 낫다   이재관

52 재택근무도 가능한 프리랜서   유지향

56 일자리는 너무 많은데…   제희덕

60 허울 좋은 프리랜서 반백수   이명옥

64 월급 도둑이 된 느낌이 들 때   최숙하

68 짧게 깎아 주세요, 초여름까지 버티게”   최인기

72 3만 원짜리 공립학교 강의는 쫌…   이하나

76 보통 1시쯤 일어납니다   이동수

80 어쩌다 보니 치과의사   송필경

84 애들도 없는데, 애들도 없는데”   이현림

88 온라인 개학이면 점심도 온라인으로 나오냐?”   안미선

92 정년퇴직하고 건설 현장 부소장(?)이 되는 방법   이근제

96 연봉 노출 절대 금지게다가 서약서까지?   김진회

100 저는 요즘 핑계부엌으로 먹고삽니다   송추향

104 숲해설가, 가슴은 뛰지만 독립은 글쎄…   신혜정

108 아이한테 위로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백남호

112 백만 년만에 온 부장의 문자에 절이라도 하고 싶다   최은영

 

세상 보기

116 생태 이야기

우리를 감싸는 5월의 바람   박병상

122 존버 씨의 시간들

재난, 비상근무 그리고 공무원 과로사   김영선

128 정작 모르는 유물 이야기

산수화 속으로   박찬희

134 독립영화 이야기

어디 장남도 없이 무덤을 파냐   류미례

140 책 읽고 딴 생각

왜 가장 인권적인 것이 가장 교육적인가       변정수

144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posted by 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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