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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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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 2017년 11월호


살아가는 이야기


독일에서 강아지 기르기


조숙현/ 28년째 독일에 살고 있는 아줌마

 

 

11월이 되니 지난해 우리 곁을 떠난 개 니키가 더욱더 생각납니다. 니키는 20013월에 태어나 2016년에 11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16년 전, 어느 날 신문에 니키 입양 광고가 났어요.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독일인이었습니다. 당시 입양할 강아지를 찾던 우리 가족은 옳다구나 싶어 신문 광고를 보자마자 그 집으로 총 출동했답니다.


독일에서는 전문 브리더에게 강아지를 살 수도 있고, 동물 보호소에서 입양을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보호소에서 입양을 하는 조건은 꽤 까다롭습니다. 보호소에 한 달 정도 가족들이 다 같이 가서 입양하고자 하는 강아지와 산책도 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식구가 될 수 있는지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보호소 직원이 집에 찾아와 강아지를 기를 수 있는지 집 상태를 보기도 해요. 집에 정원이 없다면 대형견을 기르는 데 탈락 사유겠지요. 출근하고 나면 집에서 강아지와 함께해 줄 사람이 없는 것도 강아지를 입양하는 데 탈락 사유라고 합니다. 아무튼 꽤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저희는 여러 보호소를 탐방하던 중이었습니다. 때마침 니키 입양 광고는 정말 저희에게 행운의 기회였습니다.


세 번째 방문하던 날 니키의 입양이 확정되어 니키는 우리 집 막둥이가 됐습니다. 독일에서 강아지를 기르려면 절차도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어요. 강아지는 세금도 내야 합니다. 훈데슈토이어(Hundesteuer)라고 하는데, 지역마다 조금씩 달라요. 견종에 따라 다르기도 합니다. 대형견, 맹견은 세금을 많이 내야 하고, 맹견은 따로 자격 검증(?) 같은 것을 받아야 키울 수 있어요. 저는 일반 믹스견을 키웠기에 맹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맹견은 지역에 따라 세금이 1000유로가 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니키는 일 년에 120유로의 세금을 냈습니다. 그리고 훈트패스(Hundpass)도 만들었어요. 외국에 데리고 다니려면 강아지도 여권이 있어야 합니다. 여권에는 니키 사진과 그동안 맞은 각종 예방 주사 기록이 들어 있어요. 특히 광견병 예방 주사는 의무입니다. 그리고 니키는 목 옆에 마이크로 칩을 이식했어요. 마이크로 칩은 니키를 잃어버렸을 때 쉽게 찾을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귀에 번호를 문신하는 방법도 있지만 보통 칩을 이식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독일에서 기르는 강아지들은 목줄에 훈데마르케(Hundemarke)라고 부르는 쇠로 만든 동그란 번호표를 달고 다닙니다. 그 지역에 등록한 세금 번호이자 일련번호입니다. 많은 지역에서 목줄과 번호표는 의무입니다. 그래서 강아지를 잃어버릴 경우, 이 훈데마르케나 마이크로칩을 스캔해서 주인을 찾아 줍니다.


제가 사는 곳은 강아지를 산책시킬 때 목줄과 리드 줄을 하지 않으면 40유로의 벌금을 냅니다. 경우에 따라 5만 유로까지 벌금이 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목줄에 세금 번호표가 없어도 벌금을 내고, 배변을 치우지 않고 가도 벌금을 내야 합니다. 강아지를 기르려면 나와 주변인을 위해서 그만큼 의무도 다해야 하겠지요. 그리고 독일은 동물 보호법도 강력해요. 동물 보호법 제17조 제13항을 보면 제대로 먹이지 않고 돌보지 않은 경우 징역 3년에 벌금 내야 하고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됩니다. 고의로 강아지를 해하려고 하면 25천 유로의 벌금을 물리고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합니다. 유기해도 마찬가지로 25천 유로의 벌금형입니다. 강아지를 훔치거나 사기로 팔거나 해도 징역형입니다. 강아지를 사랑하고 키웠던 사람으로서 동물 보호법 제17조는 정말 대찬성입니다. 더 강력해져도 좋을 법입니다.



강아지를 기르는 많은 사람들이 보험을 들기도 합니다. 저는 책임 보험을 들었습니다. 강아지가 남의 집 물건을 망가뜨렸거나 남에 집 개를 물었을 경우 등 강아지로 인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 주는 보험이죠. 니키가 죽을 때까지 한 번도 적용한 적 없는 보험입니다. 다행히도 니키는 정말 얌전한 강아지였습니다. 그리고 강아지 의료 보험도 있습니다. 의료 보험에 들면 응급실, 입원, 수술, 예방 주사. 약값이 처리됩니다. 견종의 나이와 체중에 따라 보험료 책정이 달라져요. 보통 한 달에 20~30유로 정도 하고 치료비가 3000유로 이상 나오면 자가 부담 비용이 30~40유로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설마 니키가 뭐 그리 아프겠나 싶어서 안 들었는데,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했습니다. 니키는 새끼를 한 번 낳게 한 후에 중성화 수술을 했어요. 그렇게 하는 게 건강에 좋다고 해서 했는데도 유선 종양이 생겨 한쪽 유선을 다 없애는 수술을 했는데, 나중에 다른 쪽도 문제가 생겨 또 수술했습니다. 벌레에 물린 후에 피부에 염증이 생기고 괴사한 일이 있어서 수술. 털이 긴 장모종인데 겨울이라 털을 깎아 주지 않아서 상처를 좀 늦게 봤어요. 다리를 다쳐서 엑스레이도 찍고 CT도 찍고, 16년을 길렀으니 별일이 다 있었겠지요. 아무튼 우리는 농담 삼아 너한테 소형 자동차 한 대 값이 들어갔다!”라곤 했습니다. 지금은 지인들이 강아지를 기르겠다고 하면 의료 보험 꼭 들라고 말해 줍니다.


독일에서 강아지를 기르는 일은 많은 의무와 책임이 뒤따르는 일입니다. 한 생명을 집으로 데려오는 일이니까요. 본인이 선택해서 데려온 생명이니 그 생명이 다할 때까지 책임을 져 주는 게 견주의 도리입니다.


니키의 마지막은 참 힘들었습니다. 치매가 생겨 집도 잘 못 찾고, 배변도 아무데나 하고, 마지막 몇 주는 하반신에 마비가 와서 걷는 것도 불편해졌어요. 매일 아침 수의사가 첫 환견으로 니키를 돌봐 주었습니다. 니키가 더 이상 아픔이 없는 세상으로 떠난 날, 화장을 해서 분골구에 담아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지금도 니키는 자신이 좋아하던 테이블 위에서 우리 가족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작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