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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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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거민들에게 살인 테러 자행한 이명박 정권 규탄한다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규탄 성명


  지난 1월 20일 아침, 우리는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건물에서 농성을 하고 있던 철거민들을 경찰특공대가 과잉 진압하는 과정에서, 시너 폭발에 따른 화재로 철거민 다섯 명과 경찰특공대원 한 명이 숨졌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정말 우리가 21세기의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는 것이 맞는가 하는 의심이 들 만큼 놀랍고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후안무치한 경찰의 책임 회피와 은폐 공작을 보면서, 우리는 이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마음 아파 할 시간도 없이 다시금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지난 세기 군사독재정권 아래에서나 있었을 법한 살인적 진압 작전과 경찰들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한 사건 조작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 경찰이 농성을 시작한 지 세 시간 반밖에 지나지 않은 시각에 이미 경찰특공대 투입을 결정했다는 내부 문서가 발견되었다. 경찰은 철거민들이 도로에 화염병을 던지는 등 테러 행위를 했기 때문에 조기 진압을 결정했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했지만,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손에 들기도 전에 이미 그들은 살인적 진압 계획을 세워 놓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60여 통의 시너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도 화재에 대한 대비 하나 없이 농성장을 침탈했다. 아래층으로 향하는 문을 막아둔 채 옥상으로 경찰특공대를 투입시키는 바람에 철거민들이 건물 아래로 뛰어내릴 수밖에 없었음에도 건물 아래에는 매트리스 하나 있지 않았다. 그리고 목격자들은 하나같이 경찰특공대를 태운 컨테이너가 기중기에 의해 건물 옥상으로 내려지면서 철거민들이 농성하고 있던 망루를 건드렸고 그 충격으로 인해 폭발이 일어난 것 같다고 입을 모았지만, 경찰은 철거민들이 들고 있던 화염병 때문에 불이 났다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경찰이 사망자들을 두 번씩 죽이고 있는 작태는 정말 치가 떨리도록 뻔뻔스럽다. 사건이 일어난 지 열두 시간도 되지 않아 유가족의 동의도 없이 시신을 부검해 놓고는,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망자가 입고 있던 옷에서는 주민등록증이 버젓이 발견되었다. 부검 결과도 발표하지 않고, 20여 명에 이르는 부상자들이 어디에 입원해 있는지, 얼마나 다쳤는지조차 밝히지 않는 경찰의 은폐 공작을 보면서 정말 사망자와 부상자들의 가족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과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전 · 현직 경찰관 모임인 ‘무궁화클럽’의 대표조차 “이번 참사는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과잉 충성에서 빚어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온 국민들의 비난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가운데, 경찰과 한나라당의 뻔뻔한 언행은 끝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경찰특공대의 투입을 최종 승인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그래도 법질서는 중요하다”며 계속해서 진압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국철거민연합과 민주노동당을 배후 세력으로 지목하며 ‘반국가단체’ 라는 말까지 입에 담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모두 잘 알고 있다. 제 집 한 칸 지키자던 사람들을 테러리스트로 몰아세우고, 살인 진압 명령을 내린 리모컨을 쥔 자가 누구인지. 바로 뉴타운과 개발 이익에 미친 건설 재벌과 그들의 ‘사권력’이 되어 버린 공권력이 합심하여 이 나라에서 가장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죽인 것이다. 이 나라의 권력이란 가진 자들의 이익 추구에 방해가 되는 것들은 무엇이든 처단해야 할, 진압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만행을 통해 국민들은 똑똑히 알게 되었다.

  경찰이 “그래도 법질서는 중요하다”며 철거민들의 목숨을 빼앗으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그 ‘질서’는 못 가진 자들이 가진 자들의 밑에서 고분고분 빼앗기는 질서, 고분고분 쫓겨나가는 질서만을 말할 뿐이다. 하지만 그 어떤 법도 살아남을 권리에 앞서지 못한다. 한겨울 보금자리를 뺏기고 거리로 내몰린 철거민들의 살아남을 권리를 통째로 빼앗고, 그것도 모자라 뻔뻔스러운 사건 조작과 정당성 주장을 일삼고 있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또 다시 촛불을 들고 나선 국민들의 뜨거운 저항을 절대로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 철거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살인 진압 규탄한다!
― 살인 진압, 은폐 공작 책임자를 처벌하라!
― 노동자 민중 다 죽이는 이명박 정권 규탄한다!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 진보월간 <작은책> www.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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