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책> 2021년 3월호
일터 이야기
일터에서 온 소식
유령도시에서 사라지는 직원들
김금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롯데면세점노동조합 위원장
사라지는 직원들.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 인천공항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나는 2019년 1월 28일부로 인천공항 2터미널 롯데면세점 매장으로 발령받아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영업시간은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이고, 보통 하루 2교대로 근무한다. 인천 영종도에 6시 30분까지 도착하려면 적어도 새벽 4시쯤에 일어나 준비하고 나와야 한다. 그동안 나는 공항리무진을 이용하여 출근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공항 이용자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리무진도 멈추게 되었다. 리무진을 운전하던 기사분들은 어찌 되었을까. 코로나 이후 주변에서 직원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이후 나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다닌다. 리무진을 타면 출퇴근 시간이 50분밖에(리무진 이용 시간만) 걸리지 않았는데 셔틀버스를 타면 거의 두 배의 시간이 걸리니 출퇴근은 더 힘들었다.
공항에는 식당, 카페, 서점, 편의점 등 다양한 편의시설들이 있는데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문을 연 식당은 점심시간이면 공항공사 직원들을 비롯하여 보안직원 등 그나마 아직 출근하는 직원들이 꽉 들어차 방역 차원의 거리두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직원 식당을 이용하거나 베이커리에서 빵이나 샐러드를 사서 휴게실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게 된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아직 휴점하지 않은 매장 역시 매우 소수의 직원들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직원 혼자 계산하랴, 커피 내리랴 바쁘다. 커피 한 잔 사려 해도 시간이 꽤 걸리는 등 모든 것이 불편해졌다. 특히 매장들이 휴업을 하고 직원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마음은 매우 불안하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직원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공항을 청소하시는 청소노동자, 면세점에서 판매하던 판매노동자들이 그렇다. 그래도 면세점 판매노동자들 중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고용유지지원금도 받으면서 쉬고 있고, 특히 나같이 운 좋은 대규모 사업장의 정규직은 영업시간은 그대로 둔 채 노동자 개인이 주 3일, 주 4일로 근로시간만 단축하여 근무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구조조정과 같은 인위적인 인원 감축은 없다.
그러나 올해 들어 모두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 내가 일하던 매장의 직원은 입점 브랜드 직원을 포함하여 하루 출근 인원이 대략 60~70여 명이었는데 지금은 20여 명이 채 되지 않는다. 거의 노동조합이 없는 영세 사업장의 직원들이다. 작년 여름을 기점으로 절반의 직원이 사라졌고 현재의 20여 명이 일터를 지키는 최소의 마지노선이 된 것이다.
직원을 해고하는 업체를 비난할 수도 없다. 출국객이 없어 판매되는 상품이 없으니 매출 관리, 재고 관리 할 일이 없으니 직원이 필요 없는 것이다. 판매 상품 중 건강식품, 초콜릿, 김치 등 유통기한이 있는 제품들은 전부 없애야 하는데, 그 손해도 업체에서 감수해야 한다. 상품 재고는 남아 있는데 직원을 다 해고해서 무인 매대가 존재하는 곳도 있다.
한 직원에게 물어봤다.
“몇 분이 그만둔 거예요?”
“나 혼자 남았어요. 한 달에 일주일만 출근해요. 그래도 감사한 일이죠. 그만둔 직원들은 회사에서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채용한다고 했어요.”
‘문서로 받아 두셨어요?’ 하고 물으려다 말았다. 올해 백신 접종을 하면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는 있으나 여전히 국가 간 이동은 요원할 것 같고, 그 업체가 부도나지 않고 버티고 있어야 직원들이 다시 돌아오지 싶어, 내 질문이 부질없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뜨지 못하는 비행기들이 계류장에 빼곡히 서 있는 것도 매우 기괴한 모습이다. 공항에 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비행 전광판이 수시로 몇 페이지씩 넘어가는데 이제는 한눈에 볼 수 있다. 하루에 출항하는 비행 편은 스무 편 정도니까… 내가 근무하는 2터미널의 상황이 이 정도니 훨씬 더 많은 직원이 근무하던 1터미널의 직원들은 또 어떻게 되었을까. 인천공항 상황만 봐도 이 지경인데 국회나 정부에서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하여 선별이니 어쩌니 하고 싸우는 모습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코로나 이전 이맘때 겨울이면 검정 패딩을 입은 저승사자 같은 모습의 직원들 수백 명이 인천공항 3층 셔틀버스 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던 모습을 기억한다. 겨울 찬바람이 부는 고요한 인천공항은 참으로 기괴한 느낌이다. 오히려 북적대는 저승사자들을 보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한 것을…
나는 오늘도 아무도 없는 유령도시로 끌려가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