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작은책
'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

Recent Post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작은책> 2020년 9월호

살아가는 이야기


소성리 부녀회장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

손소희/ 사드 반대하는 성주 주민

 

 지난 528일부터 29일까지 밤새도록 군대와 경찰이 합동으로 소성리에서 군사작전을 펼치듯 업그레이드된 사드 장비를 소성리로 추가 반입했다. 성주 주민, 김천 시민, 평화 지킴이들 100여 명은 사드 장비 추가 반입을 저지하기 위해 사드 기지로 오르는 진밭교를 막았는데, 8000명은 족히 돼 보이는 경찰은 통행을 차단하고 주민을 고립시켜 밤새도록 감금했다. 해가 밝아 출근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길을 열어 주지 않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밤새도록 갇혀 있던 사람들은 생리적인 현상도 억압당해, 급기야 한 여성은 도로 한복판에서 담요를 두르고 볼일을 보는 수치와 모욕을 감내해야 했다.

2016년 사드 배치가 소성리로 결정되고 난 이후부터 늘 그러했지만, 소성리의 연로한 할머니들이 치욕스럽게 밤을 지새워야 했고, 소성리는 월례 행사처럼 수모를 겪었다. 가슴에 불덩이를 안고 산 지가 벌써 4년이다.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소성리 할머니들과 평화 지킴이들은 63일 성주경찰서를 찾아가 성주경찰서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경찰들이 우르르르 달려나와서 우리의 앞길을 막았다. 할머니라고 봐주지 않았다. 경찰들이 막는 바람에 우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뙤약볕 아래서 한참 동안 연좌 농성을 해야 했고, 연로한 할머니들은 건물 현관 그늘진 자리로 모시자고 했지만,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참 후에 건물 현관 옆 경사로를 조금 비워서 할머니들이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성주경찰서 안에서 항의를 하고 있는 소성리 주민들. 사진 제공_ 소성리주민대책위


경찰 한 사람이 할머니들에게 다가와 괜히 실없는 말을 걸었다. "다른 성주 주민들은 가만히 있는데, 왜 소성리 주민들만 맨날천날 이 난리인지 모르겠다"며 깐죽거리고 비아냥거리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말을 했다. 할머니들은 용케 그 말을 알아듣고는 노발대발 화를 냈다. 소성리 주민들을 마치 별난 사람 취급하는 데 화가 나고 무시당한 기분이었다. 경찰에게 사과를 요구하면서 강하게 항의했다.

소성리로 사드가 들어오는 바람에 마을은 경찰들의 군홧발에 엉망진창이 되고 주민들은 전쟁 위험을 안고 불안하게 살아갈 걱정이 태산인데, 그 경찰의 말은 소성리를 폄훼하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할머니들의 항의에 경비과장이 그 경찰을 불러왔고, 그는 정중히 사과하기는커녕 소성리 주민들을 걱정해서 한 말이라고 둘러대어, 오히려 할머니들의 부아를 돋우었다. 그때 마침 소성리 부녀회장 순분 씨는 뙤약볕에서 오래 앉아 있어 현기증이 나고 혈색이 안 좋았다. 경찰도 걱정이 되었는지 119 구급대원을 불러서 혈압을 재고, 머리에 시원한 아이스팩을 올려 주었다.

아이스팩을 머리에 대고 있던 순분 씨는 사과 같지 않은 말로 부아만 돋우는 경찰에게 화가 나서 바닥을 향해 아이스팩을 내던졌는데, 하필 아이스팩이 바로 앞 건물 기둥을 맞고는 옆에 서 있던 여경의 얼굴로 튀어 버렸다. 의도치 않게 엉뚱한 사람이 맞았으니 순분 씨도 놀랐고, 미안한 마음에 여경을 향해 사과를 했다. 정보과 형사와 경비과장이 나와서 여경의 상태를 살피고는 괜찮다고 했지만 순분 씨는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에 다시 한번 사과를 했다. 정말 괜찮은 줄 알았다. 아이스팩은 녹아서 물컹한 상태였기에, 다른 이들도 여경의 얼굴을 살펴보고는 얼굴에 살짝 튄 정도라서 다친 데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 일은 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

우리는 성주경찰서 이정수 서장에게 소성리 주민들과 평화 지킴이들에 대한 인권 침해와 폭력 진압을 사과하라고 요구하면서 날마다 저녁 시간에 성주경찰서 앞에서 피켓팅과 집회를 이어 갔다. 그러나 서장은 사과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우리는 한 달 가까이 성주경찰서 앞에 진을 치고 항의하며 경찰들의 만행을 선전했다. 그러다 72일 오전에 성주경찰서 이정수 서장에게 사과를 받아냈다. 그렇게 작은 승리를 거두었다.

성주경찰서 앞에서 항의를 하고 있는 소성리 주민들. 경찰은 우산을 쓰고 주민들은 땡볕에 있다. 사진 제공_ 소성리주민대책위


그런데 승리의 기쁨을 맛보기도 전에, 지난 72일 오후 미군들의 똥오줌과 쓰레기를 수거할 쓰레기 수거 차량과 분뇨차를 사드 기지로 들여보내기 위해서 경찰 병력 500여 명이 소성리로 들어왔다. 또다시 10시간 넘게 진밭교에서 치열하게 싸워야 했다. 여성들이 바리케이트로 우르르 들어가 시간을 끌면서 막고 저항했다.

오전에는 사과하고 오후에는 소성리로 병력을 배치하느라, 경찰서장은 똥줄이 많이 탔었나 보다. 그래서 억지 춘향으로 사과를 했었나 보다. 우리는 10시간을 저항하면서 마음껏 성주경찰서장을 비웃었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 갑자기 고령경찰서에서 소성리 부녀회장에게 전화가 왔다. 조사받으러 오라는 연락이었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이라고 했다. 성주경찰서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고령경찰서로 사건이 접수되었다고 했고, 정보과 형사는 아이스팩으로 맞았던 여경이 고소했다고 알렸다. 정보과 형사는 여경이 까칠하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요즘은 상급자라도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고, 자신들이 말려도 그 여경이 고소를 했다면서 개인의 탓으로 돌렸다.

728일 오후 2시 순분 씨는 고령경찰서로 조사를 받으러 갔다. '특수'가 붙은 사항이라 가볍지 않았다. 변호사의 입회하에 조사를 받았다. 부녀회장이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간다는 소식을 들은 할머니들도 봉고차를 타고 고령경찰서로 향했다. 부녀회장만 고소했다니까 더 괘씸하고 억울하고 속이 터졌다. 성주대책위 이종희 위원장도 참외를 따다가 고령경찰서로 쫓아오고, 박수규 대변인도 하우스 공사 하다가 고령경찰서로 달려왔다. 소성리에서 사드 반대 하는 동지 열댓 명이 소성리 부녀회장이 조사받는 동안 고령경찰서 마당에 설치된 흡연 구역 정자를 차지하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담배 피우러 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지루한 시간을 여럿이 함께 모여 우스갯소리를 해 가면서 화기애애하게 보냈다.

순분 씨는 자신의 일로 여러 사람들이 일도 못하고 경찰서에 와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마음이 힘들고 미안하다고 했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그게 어디 당신의 일이냐고, 다 같이 했는데 우리도 같이 조사받아야지, 하면서 위로하며 서로 힘이 되려고 노력했다.

이제 첫 조사가 끝났다. 조사를 받으면서 확인한 건 여경의 고소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성주경찰서가 이미 내사를 진행했던 거다. 소성리 주민들은 부녀회장을 홀로 싸우게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는 경찰 조사를 마치고 다함께 고령에서 제일 유명한 돼지국밥집으로 향했다.

posted by 작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