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그림_ 고창수
발행인의 글
1970년대 ‘국민학교’ 반공 연설대회를 보는 줄 알았습니다. 김준교 자유한국당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지난 14일 대전에서 열린 합동 연설회에서 “신성하고 위대한 대한민국을 짓밟고 더럽히고, 북한 김정은의 노예로 팔아먹으려는 짐승만도 못한 저 종북 주사파 정권을 처단해야” 한다며 “저딴 게 무슨 대통령이냐”고 악을 바락바락 쓰고 있었습니다. 연설하는 이도 그렇지만, 거기에 태극기를 흔들면서 호응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참 부끄러웠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친일파를 비롯한, 4·3항쟁, 5·18 광주항쟁 등의 가해자들을 처단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결과가 이렇게 부끄럽고 참담한 세상을 불러왔습니다. 그런 역사를 청산하지 못하면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세상을 바꾸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호 특집 ‘작은책이 만난 사람’의 주인공은 풀무질 책방 일꾼 은종복 씨입니다. 1993년부터 시대의 흐름과 함께 26년 운영하던 책방 이야기와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책을 좋아했고, 오로지 ‘세상을 맑고 밝게’ 하려고 애쓴 사람인데 1997년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적이 있었다지요. 아, 그러고 보니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도 ‘내란음모 조작’ 사건으로 아직도 감옥에 있군요.
이번 호에 ‘책이 이끄는 여행’을 쓴 김용심 씨가 마침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한 말을 인용했네요.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아직은 무기를 놓지 말자. 사회 불의는 여전히 규탄하고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새겨들을 말입니다.
2019년 2월 20일
안건모 올림
목차
4 책이 이끄는 여행
재즈, 축제, 그리고 《흰》 김용심
10 발행인의 글
11 원고를 기다립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12 나는 그(놈)들이 한 일을 기억하고 있다 김경리
15 슬픔의 무게는 같다 전영순
17 부부 30년 맞짱일기
부부싸움으로 이룬 부부산성 최해옥과 이동수
24 돌모루댁의 살림살이 새로운 명절 윤혜신
30 청년으로 살아가기
도망치는 것은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유지향
34 이야기가 있는 사진 이기범
36 살아온 이야기(9)
중2,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송추향
43 한의사 권해진의 살아가는 이야기
환자는 평등합니다 권해진
47 교실 이야기
슬픔을 아는 사람이 어른이 된다 박태찬
51 산골부부의 시골살이
노동자 시어머니와 산골 며느리 조혜원
55 글쓰기 모임 안내
일터 이야기
58 일터 탐방_ 유성기업
내 동생 광호가 왜 그랬을까 정인열
64 일터에서 온 소식
얘들아, 오늘도 점심 라면이래 곽지현
70 일터에서 온 소식
용균이에게 미안하고 죄스럽다 이준석
75 작은책 법률 상담소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이 있다고? 김묘희
작은책이 만난 사람_ 은종복
79 풀무질 책방 일꾼 은종복 안건모
100 이동슈의 생활 만화 이동수
세상 보기
102 존버 씨의 시간들
존버 씨의 시간들 김영선
108 어린이 해방과 평화 어린이 놀 권리 선언 이주영
113 여성으로 살아가기 이야기 안내자 홍승은
118 생태 이야기 이맘때 딸기는 외면하고 싶다 박병상
쉬엄쉬엄 가요
123 오앵의 일상의 온도 오앵
124 정작 모르는 유물이야기 주먹도끼의 또 다른 이름 박찬희
128 책 읽고 딴 생각
열등감이 만들어 낸 가짜 역사 변정수
131 독립영화 이야기
지금, 이곳에서 바라본 세계의 지도 류미례
137 우리말과 국어사전 짚어 보기 가여운 돼지들 박일환
142 와글와글 아이 글
144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