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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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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 2018년 6월호

살아가는 이야기


내 일당보다는 더 줘야지

이근제/ 건설노동자

 

○○건설 마트현장으로 일을 나갔다. 나는 일반공이다. 오전에 뿌레카라는 연장으로 콘크리트를 깨어 내고, 오후에는 콘크리트 타설을 하기 위해 거푸집() 작업을 했다. 거푸집 일은 목수들이 하는 일이다. 일을 끝내고 반장이 작업 확인서에 일당을 쓰면서 오늘 고생했다고 우리 소장님이 만 원 더 쓰라고 해서 더 썼어한다. 내 일당은 12~13만 원이다. ‘뿌레카 작업에 목수 일까지 했으니 당연히 내 일당보다는 더 줘야지.’

 거푸집 작업을 하는 건설현장 노동자들 작은책


목수는 기공이라고 해서 17~18만 원 받고, 뿌레카 작업은 힘든 일이라 14~15만 원은 받는다고 들었다. 인력사무소로 오면서 작업 확인서를 봤다. 만 원 더 썼다고 해서 14만 원인 줄 알았더니 13만 원이다. 12만 원을 쓰려고 했다는 말이 아닌가? 기분이 팍 상한다. 나는 관리자가 일일이 시키지 않아도 무슨 일이든 다 알아서 척척 해낸다. 그래서 자기가 일을 편하게 하려고 인력사무소에 이근제 보내 주세요요구하기도 하고, 나한테 친구야 내일 우리 현장으로 와사전 예약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우를 해주기는커녕 덜 주려 하다니, 괘씸하기까지 하다.

하루가 지났다. 경운기 엔진을 얹어 만든 1톤 롤러로 땅을 다지는 다짐 일을 시켰다. 돌 머리에서는 사람 힘으로 돌려야 하기 때문에 힘들고, 기계를 잘 못 다루어 쑤셔 박기도 하고, 다치기도 한다고 들었다. 혹시 다치지나 않을까 싶어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배워 둘 겸 일을 했다. 사고는 내지 않았지만 저녁 무렵에는 팔이 아팠다. 반장이 일당을 적으면서 말한다.

“12만 원 쓸게.”

, 12만 원?’

오늘 15만 원짜리야. 그런데 처음 이곳 와이현장에 와서 일했던 사람이 일한 시간이 얼마 안 되었다고 14만 원을 받아가서 그것이 굳어졌지만.”

…….”

작업 확인서를 봤다. 15만 원짜리라는 말까지 했건만 13만 원이다. 어제도 기분 나쁘게 하더니 오늘도……. 내가 착각 속에 빠져 사는지 모르지만, 나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일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만난 지 두어 달도 안 됐을 때부터 마트소장이 텍크와이현장에 가서 반장을 하라고 했을 정도니까. 그런데 맨날 우리 소장님을 입에 달고 사는 반장이 소장 돈 벌어 줄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건설에서 반경 300미터가량 되는 곳에 텍크’, ‘’, ‘와이’, ‘에스’, ‘마트이렇게 공장 건물 다섯 동을 짓는데 마트현장은 건설사 이름만 빌려 하는 개인 사업자다.

 경기도 시내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작은책


기분 나쁘게 한 것이 어제오늘 일만이 아니다. 힘들지 않은 일할 때는 가끔 12만 원으로 써 주었다. 같은 건설사인 텍크와이현장으로 가는 사람들은 13만 원을 받아 오는데 말이다. 이참에 일당 때문에 내 서운했던 감정을 내일은 말해야겠다. 같은 건설사에 일을 나오면서 나만 적게 받으면 기분이 무척 나쁘다고.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렇게 말할 수 없겠다는 마음이 든다. 내가 말 한마디 잘못하면 그쪽으로 가는 사람들 일당이 깎일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 말을 해야 가장 현명한 방법이 될지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내 스스로가 일을 너무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내 욕심이라는 생각도 든다. 일당이 보통 12만 원이니까. 가장 서운하게 생각했던 뿌레카 작업을 하면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인력 소장한테 정확하게 알아봐야겠다. (일에 따라 일당이 대충 정해져 있다.)

아침에 현장을 배정받으면서 소장님한테 물었다.

소장님 뿌레카 작업을 하면 얼마를 받나요?”

큰 거로 하면 보통 14~15만 원 받고, 작은 거는 13~14만 원 받아요.”

나는 작은 것으로 했다. 그렇다면 내 욕심이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마트반장이 관리하는 이라는 현장에 가서 바닥 버림 콘크리트를 쳤다. 일한 시간은 대략 4시간 정도, 작업은 3시 조금 넘어 끝났다. 반장이 일당을 12만 원을 쓰겠다고 한다. 콘크리트 타설은 17만 원이다. 적어도 13만 원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일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그러라고 하면서 말했다.

어저께 같은 경우 15만 원짜리야.”

, 나도 마음 같아선 맨날 13만 원 써 주고 싶어. 어저께 너 있을 때 소장님이 말했잖아. 사무실에서 잡부 일당을 많이 준다는 말이 나왔다고. 나도 이거(확인서 써 주는 것) 하고 싶지 않아. 소장님이 했으면 좋겠어. …….”

나는 내가 일을 해 주는 만큼 일당을 못 받고 있다는 마음이 자꾸 든다. 한편으로는 이해를 하려고 하지만 말이다. 반장도 기분 나쁘지 않고, ‘텍크와이쪽으로 가는 사람들 일당도 깎아 먹지 않게 할 말을 며칠 동안 고민했다. ‘앞으로 나한테 사전 예약 하지도 말고, 인력에도 나를 찍어서 보내 달라는 말도 하지 말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거 같다. 그러면 텍크와이쪽으로 가는 사람들 일당에 대한 말을 꺼내지 않고도 내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반장도 알아먹을 테니까.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내일은 말을 해야겠다.

posted by 작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