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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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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영화가 재미있다

   김미자/ 우리말 교사



  “한국 영화가 참 재미있고 좋아요. 난 스트레스가 쌓이면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봐요. 그러면 속이 푹 풀려서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일하자!는 그런 기분이 돼요” 하던 우리 한국어 수강생이 나한테 다가와 ‘한국 영화를 100배 즐기는 방법’이란 강연을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래서 난 지난 6월 14일 토요일에 우메다 변두리에 있는 오사카 한국문화원까지 강연을 들으러 갔다. 강사는 일본 정부의 대신관방 심의관, 문화청 문화부 등을 역임하시고, 현재 교토조형예술대학교 교수이자 영화 평론가이신 데라와키 겐이란 분이었다.

  나는 그이를 교육 문제를 다룬 텔레비전 프로에서 몇 번이나 본 적이 있어 낯익은 감이 들어 되게 흥미스러웠다. 보아 하니 한국 영화를 꽤 잘 아시지 않는가? 이분이 이렇게 한국 영화에 도통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강연을 들어 보니까 강사가 한국 영화를 보게 된 지 그리 오래 되진 않았다. 어느 날, 그이가 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갔는데 몸짱 도둑이 현관에 서 있어 숨이 넘어 갈 정도로 깜짝 놀라 뒷걸음쳤다. 조심스레 봤더니 다름 아니라 그게 바로 등신대 배용준 포스터였단다. 벌써부터 ‘한류’ 팬이 돼 정신이 빼 나간 그 집 사모님이 집 한 채를 온통 ‘한류 스타’ 사진과 포스터로 장식해 놓았단다. 

  그때까지만 하여도 일본 영화는 보되 한국 영화는커녕 헐리우드 영화도 보지 않았던 사람이었는데, 아내가 하도 권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따라 보게 됐단다. 그런데 말이다. 남을 잡으려다 제가 잡힌 꼴로 푹 빠져 버려 한국 영화를 거슬러 보게 돼 불과 5년도 안 됐는데도 이젠 연간 300편을 본다는 당당한 광이 됐단다. 오죽 빠졌으면 이렇게 영화를 볼 수 있을까? 그는 주로 2000년 이후의 영화를 집중적으로 봤는데 같은 인간으로서 공감,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커서 그랬다.

  그러던 2004년 1월, 역사적으로 의의 깊은 일본 문화 전면 개방을 맞이했다. 이걸 계기로 한국과 일본은 문화 레벨 교류를 통해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듣건대 거기에는 한국 정부의 문화관광부 장관이었던 이창동 감독과 일본 정부 문화청 장관 가와이 하야오 씨 들의 꾸준한 노력이 컸다고 한다. 당시 일본 정부 문화청 문화부장이었던 데라와키 씨도 문화청 장관 가와이 씨를 따라 적극적으로 문화 교류를 위하여 한몫을 하게 됐다. 모든 건 부산에서 시작됐단다. 처음 방문한 나라, 처음 걷는 부산의 거리, 시내가 온통 영화제로 들끓던 광경에 감격과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건 일본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잖는가. 가뜩이나 도쿄국제영화제가 영향력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였으니 말이다.

  놀라움과 초조감에 빠진 그이 곁에서 한국 측은 영화제 운영에 관한 모든 프로세스를 아낌없이 보여 주었다고 한다. 그때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찰한 게 큰 도움이 되었고, 계속 산더미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침이 됐다고 했으며, 지금도 우의 깊게 교류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이는 이번 강연에서 일본 사람들이 왜 한국 영화를 이처럼 보게 됐느냐를 다음과 같이 말하며 강의를 끝맺었다. 

  1998년 김대중 정권이 탄생하여 본격적으로 민주화가 이루어져 단계적이나마 일본 문화가 개방됐다는 것에서 가장 좋은 조건이 마련됐다고 했다. 아울러 2002년에는 한일 공동 개최 월드컵을 대성공으로 끝내고, 2003년에 노무현 대통령이 정권을 잡자 민주화가 성숙돼, 그것이 2004년 일본 문화 전면 개방으로 이어져 그 이후로 일본과 한국이 평화지향, 문화 존중, 인권 중시 같은 기본적 가치관을 거의 완전히 공유하게 된 데에 있다고 했다.

  강사는 그러니 두 나라 국민이 사회에 대한 같은 고민이나 같은 개혁의식을 가졌더라도 별로 이상한 현상이 아니잖는가, 더구나 몇천 년 전부터 자꾸 왕래를 해 온 이웃 나라인데 한국 영화를 보는 게 일본 영화를 보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잖는가 하고 몇 번이나 거듭 말했다.

  나는 강연을 들으면서 우리나라 유구한 역사 가운데 고작 몇십 년 동안만이 이웃 나라 일본에 의해 잘못된 관계가 돼 버린 것임을 새삼스레 생각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여러모로 움직인 결과 오늘의 열매를 맺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강연회 강사가 선택한 한국 영화 상위 1위부터 5위까지를 참고로 적겠다.
 

  1. 박하사탕  2. 살인의 추억  3. 오아시스  4. 나쁜 남자  5. 괴물
  난 여기서 위에서 순위 매겨진 작품을 그가 어떻게 해설했는지는 아예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에 사는 사람들 반응이 궁금하다.


  내가 고른 한국 영화 (2000년~2006년 작품)

  1.왕의 남자  2. 역도산  3. 웰컴투 동막골 4. 공동경비구역JSA 5. 오아시스 6. 너는 내 운명

 
-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 월간 작은책 www.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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