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작은책
'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

Recent Post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주52시간노동문제점'에 해당되는 글 1

  1. 2020.06.12 회사가 보낸 가정통신문, 그게 호소문이라고?

<작은책> 20206월호

일터 이야기

일터에서 온 소식

 

회사가 보낸 가정통신문, 그게 호소문이라고?

신재성/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저는 20175창진에프티라는 보전업체에 입사를 하였고 201871일 업체가 고용승계되면서 현재 마스타씨스템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보전업체는 주로 자동차 자동화 설비 시스템 구축과 유지 보수 등의 업무를 하는 곳입니다. 저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1공장) 도장에서 오버헤드 컨베이어(천장에서 매달린 레일 중 체인을 주행시켜, 운반물을 순환 운반하는 것)와 플로어 대차(하부의 체인을 주행시켜 운반하는 역할) 공정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에는 1, 2, 3차 업체라는 이상한 구분이 지어져 있습니다. 제가 노동하고 있는 이곳도 1차 업체에서 외주업체로 바뀌어 간 케이스이며 상여금, 성과금, 각종 수당 등이 폐지되었고, 기존 관리자 수가 2명에서 8명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또한 업무는 바로 원청인 현대자동차에서 주는 것이고, 1차 업체 때와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 최저임금밖에 없기에 주 평균 65시간을 해 가며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었고 갈수록 처우가 나빠지는 상황 등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원청의 지시로 이루어지는 업무들, 비정규직이라는, 외주화라는 딱지로 갈수록 안 좋아지는 처우들. 참을 수 없어 201711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로 문을 두드렸습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순간 현대자동차 보전 정규직들과 보전업체(마스타씨스템, 성진) 관리자들은 긴장을 많이 한 거 같았습니다. 노조 가입만 한 것인지, 근로자지위확인소송(불법파견)도 걸었는지 파악해 나갔으며, 불법파견을 피하기 위하여 현대자동차는 보전업체를 진성 도급화 하기 위해 더욱 더 우리를 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근무시간 등을 변경했고, 현대자동차 출입 시 출입증만 제시하면 되었는데, 공장 밖 사무실 앞에서 알밤(이중 출입 시스템)이라는 모바일 앱을 깔게 만들어 출퇴근 등을 강제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당함을 느끼며 아침 일찍부터 현대차 공장 앞에서 출근하는 원·하청 동지들에게 선전전으로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 현대자동차 본관 앞 출퇴근 선전전을 하는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2020년 4월 13일). 사진 제공_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사측은 알밤을 안 찍는다는 이유로 경고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공동 투쟁을 하고 있는 성진 조합원들은 정직까지 주며 탄압했습니다. 지노위, 중노위까지 진행된 이중 출입 시스템 문제는 결국 보전 하청 조합원들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굴복하지 않고 계속 선전전을 했고 결국 알밤은 철회되었습니다. 보전 하청 조합원 공동 투쟁으로 이루어 낸 첫 성과였고, 뭉치면 강하다라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힘을 얻어 사측에 임금 인상, 처우 개선 등을 요구했지만 여전히 돌아오는 답은 없었습니다.

저희 작업장은 2.5층 높이에 설치되어 있고, 급배기 팬만 존재하여 여름날이면 40도를 웃돌며, 바로 옆에 세척장이 있어 귀마개를 착용해야만 합니다. 급배기 팬조차 없는 공정은 너무 더워서 여름날은 피해서 작업을 하도록 되어 있더라고요. 하지만 실상은 원청이 시키면 해야만 하는 상황이지요. 울산차 현대공장에서 가장 노후된 작업장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같은 층 문만 열면 현대차 정규직분들이 일하는 공간은 환경도 깨끗하고 에어컨이 나오고 소음 또한 벗어나 있습니다. 불평등하다 생각하여 20192월경 간이 휴게실과 에어컨 설치 등을 원한다고 요구를 했지만 현대차 공장 안에 2층 높이 이상인 곳엔 간이 휴게실을 지을 수 없다는 답변과 환경 및 소음에서 기준치 미달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2층 높이 이상에 정규직 간이 휴게실은 분명 존재하고 있기에 지어 달라는 것이었는데 지을 수 없다니요. 누가 봐도 덥고 시끄럽고 먼지가 많다는 걸 알 텐데, 분명 안전 환경을 받고 개선이 돼야 하는 곳인데. 이것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점이라는 걸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실의 벽을 느꼈고 체념한 채 일을 하였습니다.

최저임금만을 받으며 장시간 노동을 계속하는 동안 52시간 근무제라는 정부의 시행이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장시간 노동을 끊고 드디어 주말이 있는 삶,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기대와는 달리 주 52시간 시행은 대재앙으로 다가왔습니다. 52시간 시행에 관하여 사측에 문의했습니다. 보전 업무는 근무 형태가 어떻게 되는 것이며 임금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사측의 답은, 정부가 시행하는 것이고 근무시간이 주 52시간으로 줄어드는 것이니 임금이 삭감되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니냐며. 웃긴 건, 사측은 기존과 동일한 물량과 기성금을 원청으로부터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럼 줄어든 시간에도 노동자는 물량을 똑같이 완수해야 하는 반면, 사측은 기성금을 동일하게 받았으니 이윤을 더 챙기는 것 아닌가?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우리는 임금 보전을 요구하였지만 사측은 임금 삭감은 피할 수가 없다는 답을 내놓았습니다.

52시간 근무제 계도 기간 연장으로 올해까지 노사간 합의로 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 공동 투쟁을 일으킬 때가 되었습니다. 마스터씨스템과 성진 보전 하청 조합원들은 52시간 임금 보전 확실하게 보장하라고 선전전을 통하여 투쟁했지만, 사측은 주 52시간을 핑계로 더 큰 탄압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서 현대차가 조종하고 있다는 것 또한.

사측은 임금 보전 제시안을 내놓지 않은 채 말도 안 되는 사항만을 더 늘어놓았습니다. 주말 근무 의무화 및 성과 연봉제, 출퇴근 시스템 도입. 기가 찼습니다.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보전 하청 조합원 동지들은 생계도 뒷전으로 미룬 채 각자 호소문을 적으며 지난 46일 공동 전면파업에 나섰습니다. ·석식·출근·퇴근 선전전, 공장 현장 순회 등 가열찬 투쟁을 계속하고 있지만 사측은 묵묵부답입니다. 결국 장기화되는 파업과 진전 없는 교섭을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서 중재하겠다고 요청을 해 왔고 429일 노사는 이에 응하였습니다.

▲ 현대자동차 1공장 의장 식당 앞에서 선전전을 하는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2020년4월22일). 사진 제공_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노동부에 올라가기 전 아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회사에서 우편이 날아왔다고. 뭔가 불안한 느낌이 생겨 내가 확인할 테니 열지 말라고 했고, 이에 다른 동지들의 소식이 전해 들어왔습니다. 바로 사측에서 일괄적으로 직원들에게 파업으로 회사가 손실을 받고 있으며 즉시 중단해야 한다, 장기 파업으로 고용은 더욱 불안하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낸 것입니다. 참으로 황당하고 짜증이 났습니다. 이따위 내용을 가정에서 본다면 뭐라고 생각할까? 노동부 중재 자리에서 물었습니다. 사측은 직원들이 호소문으로 사람들에게 알렸으니 자기네들도 가정통신문으로 호소문식으로 표현했다고 했습니다. 항상 이따위 식으로 응답하는 사측이 싫었고 생계를 위협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가정 파탄에 불씨를 주는 행위 등이 너무나도 화가 납니다. 하는 일은 똑같은데 시간은 줄이고 노동 강도는 높이고 임금은 삭감하겠다면, 하는 일이 같으면 임금을 보전받아야 한다는 최소한의 주장이 전면파업까지 하게 만들 사항인가요? 현대차는 비용 절감, 불법파견 은폐 외주화도 부족하여 바지 사장들을 내세워 주 52시간을 꼼수로 하청 노동자의 임금을 더 강탈하려고 합니다. 1차 하청2차 하청외주화52시간 임금 삭감으로 노동자를 쥐어짠 돈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요? 원청 주머니에? 여전히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노동자 모두 고통받지 않게 우리 모두 단결된 투쟁으로 이겨 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작은책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