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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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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02 사회 진보의 길을 찾는 진재연 씨(2008년 8월호)4

   사회 진보의 길을 찾는 진재연 씨
   안건모 글 · 사진


 

  올해 나이 서른세 살이 된 진재연 씨는 한탄강 근처 전곡이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은 평범했다. 고등학교 때 전교조 선생님을 만나 영향을 받은 뒤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등 평범했던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 조중동에서 흔히 말하는, 배후인 전교조 선생님들은 늘 이렇게 평범한 아이들의 삶을 삐딱한(?) 길로 이끈다. 자기만 위해 사는 삶이 아니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말이다.
  진재연 씨는 대학을 들어가자마자 자연스레 야학 동아리를 찾았다. 도원동 철거민 투쟁 현장에서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때는 1997년 노동자대투쟁 때였다. 5월 1일 노동절 때부터 집회에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최류탄이 터지는 매캐한 길에서 경찰과 맞서 싸울 때 무서우면서도 짜릿했고 희열을 느꼈다. 진재연 씨는 그렇게 자연스레 사회에 대해서 배웠다. 졸업을 한 뒤 진재연 씨는 지하철 철도 용역 노동조합에서 비정규직 조직 활동가로 일했다. 하지만 오래 가지는 못했다. 8개월 정도 일하고 나와 2004년 1월부터 사회진보연대라는 단체에서 상근을 한다.

△ 2008년 7월 10일 인터뷰 모습

  진재연 씨가 살아온 서른세 해 짧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것은 2006년 1월부터 평택 대추리 지킴이로 들어가 살던 때부터였다. 그 당시 대추리는 전쟁 아닌 전쟁 중이었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평택을 주한미군의 중심 기지로 합의하고 대추리와 도두리 일대  74만 평을 강제로 수용했다. 주민 100여 명은 강제 수용을 거부하며 그때까지 버텨오고 있었다. 여기에 평택 범대위를 비롯한 시민 사회단체와 학생, 노동자들이 그 대추리를 평화마을을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을 때였다.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남들은 무서워서 집회 한 번 참석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진재연 씨는 평택 ‘지킴이’로 가서 살기로 마음먹었다.
  “대추리는 언론에서 늘 봐서 알고 있었어요. 폭력적인 진압이 있을 거라 말들이 많았어요. 그건 무섭지 않았는데 엄마한테 내가 평택 가서 산다고 했는데 그 말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는 거예요. 근데 엄마는 그곳이 어떤지 모르는 거죠. 그래서 평택을 들어갔는데 그곳의 삶은 제 삶에 있어서 가장 큰 의미가 있었어요”
  진재연 씨는 그곳에서 대추초등학교 안에 있던 도서관 관장 일을 맡는다. 아이들과 같이 책읽기 모임도 하고 같이 놀아주기도 했다. 그곳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인터뷰해 한겨레 21에 연재를 하기도 했다. 2006년 5월 4일 노무현 정부는 군과 경찰을 동원해 강제로 철거를 하기 시작했다.
  “5월 4일 아이들 운동회 날이었어요. 아이들이 학교는 당연히 못 갔죠. 도서관이 초등학교 안에 있었는데 경찰이 대추초등학교를 무너뜨리면서 창문으로 포대 자루에 책을 막 담아서 밖으로 던질 때 경찰하고 싸우면서 울기만 했어요.”
  정부는 군과 경찰 병력 1만 5천 명을 투입해 마을을 강제로 철거했다. 그 과정에서 경찰은 항의하던 시민들과 학생들을 방패로 찍고 군홧발로 짓밟으며 500여 명을 연행했고, 법원은 16명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친 사람도 많았다. 강제 철거로 주민들은 결국 2007년 3월 29일부터 이주를 하기 시작했다.
  “온동네가 눈물바다였어요. 이삿짐 싸면서 울고……. 3월 24일 935일째 마지막 촛불 집회 때는 사회자가 눈물을 터뜨렸어요. 그때 주민들이 전부 울었어요.”
  진재연 씨는 그때 생각이 나는지 목이 메어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2007년 4월, 진재연 씨는 다시 서울로 올라온다. 진재연 씨는 ‘이랜드일반노조 월드컵분회지원대책위원회’로부터 이랜드 노동자들이 투쟁했던 이야기를 책으로 내자는 제안을 받고 김순천 씨 외 12명과 인터뷰 형식으로 책을 내는데 함께한다. 그것이 지난 6월 나온《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후마니타스)라는 책이다.

△ 2008년 7월 11일 이랜드 상암점에서 열린 이랜드 일반노조 문화제에서 파업기금을 보태기 위해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 책을 팔고 있는 진재연 씨(오른쪽)

  살아온 삶이 짧아 별로 할 말이 없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진재연 씨. 노조활동가로서, 사회진보연대 회원으로서, 평택 지킴이로서 살았던 짧은 삶이었지만 사회 진보를 위해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발걸음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작은 발걸음이 모여 이 사회가 바뀌고 역사가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 진재연 씨는 여전히 그 길을 걸을 것이다.


-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 월간 작은책 www.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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