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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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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5. 27. 13:54 알림 / 엮은이의 글

표지 그림_ 고창수


발행인의 글

 

민통선평화교회 이적 목사님이 감옥에서 <작은책>에 편지를 보내 왔습니다. 이 목사님은 지난 2018 7, 10월 두 차례, ‘전쟁광 맥아더 동상 화형식 퍼포먼스를 하고, ‘미국의 내정 간섭 중단, 신식민지 체제 폐기를 주장하며 집회한 죄목으로 구속된 분입니다. 편지 내용은, 지난 4 29일자 <한겨레>에 나온 김병익 씨의 칼럼 ‘4·19세대의 시효를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김병익 씨는 그 글에서 우리의 완고한 반공주의도 한반도 평화 체제 지향으로 진전했다고 진단합니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고, 마이카족의 아파트 문화가 대세를 이루었다 풍요의 사회에 이르렀다고 자랑스러워합니다.

이적 목사님은, 김병익 씨의 글은 가소로운 자기기만의 자족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합니다. ‘반공주의가 한반도 평화 체제 지향주의로 진전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묻습니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골고루 분배되지 않고 일부 고소득자들에게만 돌아가는데 그것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이냐고 묻습니다. 또 아파트를 짓는다고 농지가 강제 수용되고 농민들이 살던 기반에서 쫓겨나 폭망 신세로 전락되고 있는 게 보이지 않느냐고 반문합니다.

감옥엔 아직도 양심수가 있고, 우리 둘레엔 비정규직,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노인들 등 약자가 너무나 많습니다. 일자리가 없는 노인들을 조직해 노년유니온노동조합을 설립한 공상가가 있습니다. 이번 호 특집에서 만나 봅니다.

 

2019 5 16

안건모 올림

 



목차

 

4 책이 이끄는 여행

소설 속을 걷다, 용두각을 찾아서 - 하명희

10 발행인의 글

11 원고를 기다립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12 도대체 매력이 뭘까? - 엄익복

16 부부 30년 맞짱일기

남편의 착각과 아내의 바람 - 최해옥과 이동수

22 돌모루댁의 살림살이

추억의 음식 짜장면 - 윤혜신

28 청년으로 살아가기

죽을죄를 저지른 건 아니었구나 - 유지향

32 이야기가 있는 사진 - 최인기

34 살아온 이야기(12)

연애 몇 번 해 보셨어요? - 송추향

42 한의사 권해진의 살아가는 이야기

한 달 늦은 어버이 생각 - 권해진

45 교실 이야기

긴장의 끈을 놓지 말자 - 최관의

49 산골부부의 시골살이

나물 노동 마치고 퇴근합니다! - 조혜원

53 글쓰기 모임 안내

 

일터 이야기

56 일터 탐방_ 쌍용양회공업

어릴 적 부르던 교가, 기가 막힌다 - 정인열

64 일터에서 온 소식

자본가들이 짜 놓은 꼼수 - 윤채원

69 작은책 법률 상담소

신속한 분쟁 해결 제도 - 양성우

 

작은책이 만난 사람_ 고현종

73 노년이 행복한 공상가 - 안건모

98 이동슈의 생활 만화 - 이동수

 

세상 보기

100 존버 씨의 시간들 재난과 노동 인권의 현실 - 김영선

105 키워드로 보는 우리 사회

중국에 등장한 신형 디지털 빅브라더 - 고태경

110 어린이 해방과 평화

어린이를 경제적 억압에서 해방하라 - 이주영

115 여성으로 살아가기 가만히 잊히는 방에 앉아 - 홍승은

120 생태 이야기 벌써 모기가 나타났다는데 - 박병상

 

쉬엄쉬엄 가요

125 오앵의 일상의 온도 - 오앵

126 정작 모르는 유물 이야기

백제의 길을 걸으며 - 박찬희

130 책 읽고 딴 생각

도쿄에는 17세기에 상수도가 깔렸다 - 변정수

133 독립영화 이야기 기억 저 편의 그 눈동자 - 류미례

138 우리말과 국어사전 짚어 보기 개맛과 조개사돈의 비밀 - 박일환

142 와글와글 아이 글

144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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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 20195월호

쉬엄쉬엄 가요

책 읽고 딴 생각_ 바벨탑 공화국(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19)

 

 

 

모두가 용이 될 수는 없다

변정수/ 출판 편집자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뉴스가 되곤 하는 갑질을 그저 예외적인 일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오히려 워낙 일상화되어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 뿐이지, 크고 작은 갑질을 예사로 당하고 사는 게 대다수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벨탑 공화국에서 강준만은 우리는 사람들의 좋지 못한 의도와 행위들의 결과로 갑질이 창궐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지만, 그건 결코 진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갑질은 우리가 옳거니와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것들의 의도하지 않은결과에 의해 생겨나며 좋지 못한 의도와 행위도 실은 그런 의도하지 않은결과의 산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갑질을 낳는 옳거니와 바람직하다고 여기는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바로 개천에서 난 용을 보면서 열광하는 동시에 꿈과 희망을 품계층 이동의 가능성을 보면서 이 세상이 살 만한 곳이라는 확신마저 갖는모습이다. “모두가 다 용이 될 수는 없으며, 용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과 희생을 감내해야 하며, 용이 되지 못한 실패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좌절과 패배감을 맛봐야 하는지는 안중에도 없다며 “‘개천에서 용 나는모델을 깨지 않는 한, 지금의 과도한 지역간 격차, 학력·학벌 임금 격차, 정규직·비정규직 격차와 그에 따른 갑질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경고한다.


이 책 제목의 바벨탑탐욕스럽게 질주하는 서열 사회의 심성과 행태, 그리고 서열이 소통을 대체한 불통 사회를 가리키는 은유이자 상징이다. 이는 바벨탑은 결국 무너진다는 것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상생을 거부하는 탐욕을 건전한 상식으로 만든 사회, 그 상식을 지키지 않는 게 오히려 문제가 되는 사회 이게 바로 대한민국의 민낯이거니와 국민 다수가 이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 해도 그건 내 손톱 밑의 가시보다 하찮은 일이라는 사고방식에 중독되어 있는것이 바벨탑 공화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환기하면서 바벨탑의 붕괴로 가는 길이라 진단한다.

욕망의 바벨탑의 이면은 모욕의 바벨탑이기도 하다. “낮은 서열의 사람을 모욕하는 걸 자기 존재 증명으로 삼으려는 사람이 많은 건 물론이려니와 모욕의 강도를 높여 나가는 걸 자신의 위계가 올라가는 것과 동일시하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사코 모든 사람을 일렬종대로 세워 서열을 매기고 그 격차를 크게 벌려야만 직성이 풀리는이유를 삶의 만족과 보람은 나의 내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남과의 사회경제적 비교에서만 나오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저자가 바벨탑 공화국의 실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회적 현상으로 지목하는 건 서울 초집중화이다. 거칠게 간추리면 지방을 희생한 대가로 서울이 모든 자원을 독식하는 갑질이야말로 이 나라를 온통 서열 사회로 몰고 가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적잖은 사람들이 개천에서 난 용의 첫 번째 조건을 우선 서울에 진입하는 것이라 여기곤 한다는 점에서 크게 무리한 주장도 아니다. 그 결과 지방은 점점 더 황폐화되는데. 그 피해가 지방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우선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령 도시 인구가 20만에서 10만으로 줄었다고 해도 그 도시의 도로나 수도, 전선, 통신망을 절반으로 줄일 수는 없는 일이고 어느 도시나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인프라 비용때문에 똑같은 면적에 절반의 인구가 살게 되면 재정 효율성은 급격히 떨어질수밖에 없다. 그건 결국 누구의 부담으로 돌아올까.

더 의미심장한 건 지방이 식민화되면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로 만들어지는 사회적 자본조차 약화된다는 지적이다. 워낙 한국 사회의 사회적 신뢰가 바닥이기는 하다. “겨우 한 자릿수 신뢰도를 갖고 있는 권력기관, 10퍼센트대의 신뢰도를 갖고 있는 언론과 종교, 20퍼센트대의 상호 신뢰도를 갖고 있는 국민, 이게 바로 대한민국의 민낯이라니까. 그런데 저신뢰 사회의 부정적 효과는 지금과는 다른 사회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지방에서 사회적 자본의 약화는 지방 소멸에 대해 저항하는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주체가 파편화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통찰은 비단 지방민뿐 아니라 모든 사회적 소수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난제를 단적으로 웅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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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 2019년 5월호

생각해봅시다

생태 이야기


마냥 흔쾌할 수 없는 도쿄올림픽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일본 도쿄는 다시 축제 분위기에 달아오를 것인가? 56년 만에 개최하는 하계올림픽을 대비해 우리나라도 출전 선수를 선발하고 훈련에 돌입할 텐데, 나이 들어 그런가, 마음이 편하지 않다. 국가대표로 선발될 젊디젊은 선수들은 일단 뿌듯하더라도 색다른 마음 준비가 더 필요하겠다.

작년 105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부지에 보관하는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겠다는 정부 주장에 동의해 물의를 빚었다. 허용 기준치 이하로 희석하겠다지만 아무리 희석해도 방사능 총량은 줄지 않는다. 규제위원회가 오염수의 위험성을 모를 리 없다. 늘어나는 오염수를 감당할 수 없으니 양해하겠다는 건데, 일본 어민들의 반대가 거셌다고 한다. 우리와 일본을 포함한 세계 환경단체의 반대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정작 우리 정부와 올림픽위원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올림픽 성화 봉송을 후쿠시마에서 시작하려는 일본 올림픽위원회는 후쿠시마에서 개최할 소프트볼과 야구 경기를 지원할 자원봉사자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운다는 소식이다. 핵발전소 폭발 이후 9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후쿠시마의 새로운 희망을 국제사회로 전파하겠노라 기염을 토하지만 자원 봉사자가 목표의 3분의 1에 미치지 않는다는 거다. 시민사회의 관심이 아직 미약하기 때문일까? 일본 올림픽위원회는 그렇게 짐작한다지만, 도쿄에 비해 지원하는 젊은이들이 지극히 적은 현상은 무엇을 의미할까?

일본 올림픽위원회는 한술 더 떴다. 국제적 문제 제기를 외면하는 건지, ‘도쿄 2020 음식 제공에 관한 기본 전략에서 경악할 계획을 밝혔다. 올림픽 기간 동안 후쿠시마를 비롯해 지진과 핵발전소 폭발로 피해를 입은 이와테, 미야기 지역에서 식재료를 구해 선수촌 식당에 다양한 식단을 제공하겠다는 게 아닌가? 그런 방침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세계의 건장한 젊은이들에게 선전포고를 날린 셈인데, 우리나라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2011년 핵발전소 폭발 이후, 후쿠시마 농산물과 그 농산물로 가공한 제품들을 먹어서 후쿠시마에 힘을 실어 주자!”던 민간 캠페인이 있었다. 그 여파로 유명 방송인과 연예인이 백혈병으로 사망하거나 시달려야 했는데, 8년이 지난 지금, 안전해졌을까? 그럴 리 없다. 1986년 폭발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의 땅과 대기는 지금도 일반적 허용 기준치를 5배 넘나든다. 핵발전소 폭발로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과 그 위험성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시민 거주 공간은 기준치 이내라고 홍보하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 생활하수가 모이는 지역이라면 여전히 위험 수준이다.

우리 정부도 방사능 허용 기준치를 연간 1밀리시버트로 규정했는데, 이하의 수치를 보이므로 안전하다고 주장할 수 없다. 나라마다 제각각인 방사능 허용 기준치는 그 나라의 시민의식을 반영한다. 시민이 반사능에 민감하다면 엄격하겠지만, 아니라면 그 나라의 핵 산업의 입김에 좌지우지된다는 뜻이다. 그런 기준치는 대개 ALARA(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원칙에 따른다. 방사능 위험성을 주목하며 탈핵운동에 앞장서는 동국대학교 의과대학의 김익중 교수는 무리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으로 해석한다.

연간 1밀리시버트의 방사능을 받는다면? 만 명당 1명이 암에 걸릴 확률이라고 전문가는 풀이한다. 암에 걸린다고 무조건 사망에 이르지 않지만, 살아나려면 경제적이나 신체적으로 힘겨운 치료 과정을 감내해야 한다. 소프트볼과 야구 경기가 예정된 후쿠시마는 현재 안전하다 확신할 수 없는데, 내년엔 나아질까? 그럴 리 없다. 방사성 물질에서 내뿜는 방사능을 1년 만에 줄일 방법은 없다. 사고 이후 황급히 집을 떠난 후쿠시마 시민들은 되돌아오려 하지 않는다. 주거 지역의 방사능 허용 기준치를 1밀리시버트에서 20밀리시버트로 완화한 사실에 분노할 따름이다.

1986년 체르노빌에서 핵발전소가 폭발한 이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공유하는 벨라루스는 직격탄을 맞았다. 폭발을 알았어도 대규모 행사를 강행했는데, 하필 그 방향으로 바람이 불어 방사능 낙진이 집중된 게 아닌가. 벨라루스는 아직도 기형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방사성 물질이 호흡이나 음식으로 몸에 들어간 게 원인이었는데, 후쿠시마 핵발전소 4기가 연속 폭발한 일본은 예외였을까? 일본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겉흙 1400만 제곱미터를 걷어 냈지만 오염된 흙을 모두 들어낼 엄두는 내지 못한다. 대신 꾐수를 고안했다.


킬로그램당 100베크렐을 도저히 맞출 수 없는 일본은 8000베크렐 이하인 흙을 도로포장에 활용하기로 기준치를 슬그머니 완화한 것이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5000베크렐 이하인 흙에서 생산한 농산물의 판매를 허용했다. 사고 이후 걷어 낸 흙을 커다란 자루에 담아 산더미로 쌓아 놓고 있는데, 당국은 170년이 지나야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기준치로 낮아질 거라 기대하는 모양이다. 그때까지 속절없이 기다릴 수 없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다. 세슘이 있는 흙 위에 콘크리트를 덮는다면 괜찮을까?

베타선을 방사능으로 방출하는 세슘의 반감기는 30년이다. 30년 뒤에 방사능 선량이 반으로 줄어들지만 독성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전문가는 반감기가 최소 10번 계속되어야 안전해진다고 주장하는데, 베타선은 콘크리트를 통과하지 못하지만 사람 피부는 능히 통과한다. 30년 이상 틈이 벌어지지 않는 도로포장은 없는데, 폭발된 핵발전소에서 내놓은 방사성 물질이 세슘만이 아니다. 간단한 장비로 검색하지 못할 뿐, 세슘보다 반감기가 길고 독성이 강한 물질이 많다. 폭발 전에 아무리 깨끗하더라도 핵발전소를 이중 삼중 안전시설로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이유가 그렇다.

문제는 음식을 통해 몸으로 들어오는 방사성 물질이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위험해지는 방사성 물질이 몸속에서 방사능을 내놓는다면 아무리 낮은 수치라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물론 허용 기준치 이하라는 걸 올림픽을 앞둔 일본 당국은 유난히 강조하겠지만, 그런 말에 마음을 놓을 환경단체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우리나라를 찾은 후쿠시마 농부들은 환경단체 활동가의 손을 잡고 제발 후쿠시마 농산물이나 그 가공식품을 멀리할 것을 당부했다. 오염된 농토에서 재배한 농산물이 올림픽 선수촌 식당에 납품된다면? 우리는 일본 정부의 태도를 주목하고 대비해야 한다.

일본은 음식의 방사능 허용 기준치를 우리나라처럼 킬로그램 당 100베크렐로 정했는데, 김익중 교수는 그 수치를 고속도로 제한속도에 비교한다. 제한속도를 시속 1000킬로미터로 규정한다면 속도위반 차량이 없더라도 도로는 매우 위험해지겠지. 몸에 들어오는 방사성 물질이 플루토늄이라면 더욱 끔찍하다. 반감기가 24천 년인 플루토늄은 60만 명을 폐암으로 사망케 할 방사능을 가진다고 전문가는 강조한다. 철보다 무거운 플루토늄은 후쿠시마 앞바다에 쌓였을 텐데, 설마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는 해산물을 선수촌에 공급하는 건 아니겠지?

세계 51개국이 일본의 농수산물의 수입을 규제하는 현실이건만 일본은 한국만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바 있다. 1심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일본 현지 실태 조사보고서 작성을 중단하고 제출하지 않아 패소했다. 국가가 제 기능을 상실한 결과였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 다행히 2심에서는 한국이 승소했다. 2심에서 이긴 게 기적이라고는 하지만 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소비자가 원산지를 확인하고, 정부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후쿠시마산 해산물을 먹지 않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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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30. 14:51 알림 / 엮은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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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 2019년 5월호

일터탐방_ 양주시립예술단

 

양주시에 노조가 없는 까닭

정인열/ <작은책기자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전문 성악인들과 연주자들이 경기도 양주 시내 한 교차로에 서서 민중의 노래(영화 <레 미제라블> 삽입곡)’를 부른다. 이 곡은 박근혜 퇴진 촛불항쟁 때 광화문에서 불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노래다. 박근혜는 감옥에 있는데 이들은 무슨 일로 길거리에서 음악회를 하는 것일까?

이들은 양주시 시립합창단과 교향악단(이하 양주시립예술단) 단원들이다. 그런데 지난 11일부로 60명 전원이 해촉됐다(합창단 25, 교향악단 35). 예술단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양주시가 사업을 종료하고 양주시의회는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합창단은 2003년에, 교향악단은 2009년에 창단되어 시민들에게 해마다 20회 이상 연주를 들려주었는데 갑작스런 사업 종료로 시민들은 올해부터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됐다.

양주시 교향악단, 합창단 2016년 송년음악회 모습. 사진양주시 공식 블로그 갈무리.

양주시립예술단 단원이자 공공운수노조 양주시립예술단지회(이하 지회) 조합원 김용원 씨(37)와 송수진 씨(31)를 만나 이유를 들어보았다. 합창단에서 베이스 파트를 맡은 김용원 씨는 2017년에, 교향악단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는 송수진 씨는 2016년에 각각 모집 공고를 보고 입단했다.

시립(단원)이라는 것은 (음악 전공자로) 거의 최고죠. 공인된 느낌? 레슨도 많이 들어오고 경쟁률도 엄청나고요.”

▲ 2016년 양주시 교향악단합창단의 '찾아가는 시민음악회' 홍포 포스터. 사진양주시 공식 블로그 갈무리.

이들은 정기연주회 외에도 찾아가는 시민음악회’, ‘파크 콘서트등의 무대에 서며 양주시 곳곳에서 연주를 해 왔다. 연주회를 위해 주 23시간씩 함께 모여 연습을 하고 받는 임금은 50만 원. 타 지자체 예술단보다 20만 원가량 적은 금액이다.

상임단원들은 지방공무원 8급 대우에 복지카드도 나오고요, 저희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계약직이죠.”

2회 연습에 월 50만 원을 받는다면 임금이 많다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합주하는 시간말고 개인적으로 연습하는 노동시간이 있다.

합창단은 보통 (곡을) 외워 오라고 해요. 가사가 다 외국어인데 내 시간 내서 외워야죠. 어려운 곡들도 있는데 그때는 스트레스죠.”

악기의 경우 악기 유지관리비와 개인 연습실 사용료 등 지출이 크지만, 양주시에서는 보조해 주지 않는다.

한번은 연습 때 만든 단이 무너져서 튜바가 쓰러졌어요. 해외에서 수리해야 하는데 천만 원 정도 드는 거예요. 그래서 문화관광과(담당 부서)에 얘기를 했거든요. 시는 예산이 없다고 해서 결국 50만 원 받고 끝냈어요.”

단원들은 이런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임금인상이나 상임단원으로 처우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연주를 해왔지만 점점 참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2012년 교향악단에 부임한 김OO 지휘자는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교향악단을 데리고 다른 단체명으로 시와 관련 없는 외부 연주를 했다. 2014년에만 연 10회 이루어졌고, 2015년과 2016년에는 지휘자의 아들들이 포함된 음대 입시생들의 협연에도 동원됐다.

관객이 학부모들로 열 명도 안 되고, 학예회 수준이었어요.”

김 지휘자는 찬성한 단원들을 동원했다고 주장하지만, 지휘자가 있는 데서 거수로 투표가 이루어져 불이익을 받을까 반대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고 지회는 주장하고 있다. , 지회는 시외 공연을 위해 양주시교향악단 근무시간에 외부 공연 연주곡을 연습하는 날도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단원들은 김 지휘자에게 시청 모르게 하는 연주는 하지 말 것’, ‘협연 학생들에게 돈 받지 말고 양주 출신의 젊은 연주자들을 선발하여 양주에서 협연자 음악회를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양주시가 먼저 나서서 해야 할 일들이지만 시는 예술단에 대한 기본 관리·감독조차 하지 않았다. 예술단을 총괄하는 단무장은 역시 시외 연주를 강요했다.

양주시립교향악단 송수진 씨와 합창단 김용원 씨.  작은책(정인열)

2017년 참다못한 수석단원들이 문화관광과에 찾아가 호소했다. 송수진 씨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이런 일로 찾아오지 말라고 했대요. 심지어 누가 찾아갔는지 지휘자한테 전했고요.”

시외 공연에 반대한 단원들은 경고를 받거나 평정(오디션)으로 수석단원에서 일반단원으로 강등됐다. 이들은 평정 부정심사 의혹도 제기한다.

평정 점수를 당사자한테 공개 안 해요. 어떤 심사위원이 어떤 점수를 줬는지 저도 알아야 뭘 잘못했는지 아니까요. 다른 데는 다 알려줘요.”

김 지휘자가 레퍼토리도 다르게 구성한 사례도 폭로했다. 특정 단원에게 어펴운 파트를 집중시켜 실수를 유발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송수진 씨가 말한다.

지휘자가 트럼펫 수석을 자르려고 마음을 먹고 트럼펫 솔로만 세네 줄 나오는 서곡을 2개 넣었어요. 틀리면 실력 미달로 어떻게 하려고 했었나봐요. 우리 트럼펫 주자들 따로 모여서 진짜 독기를 품고 연습했죠.”

보통 서곡-교향곡으로 구성되는 연주회는 지휘자의 권력으로 서곡이 2개인 이상한 구성이 되었고, 이를 견제해야 할 단무장이나 담당 부서 역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지회는 밝혔다.

합창단 단역시 고통받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2015년 부임한 이OO 지휘자는 단원들에게 막말과 고성, 반말을 일삼았다. 김용원 씨가 말했다.

저한테 쌍놈의 새끼라고 소리 질렀어요. 지휘자가 너무 소리질러서 지휘자님, 그만 좀 하셨으면 좋겠습니다했거든요. 어린이합창단하고 협연할 때도 꺼져!’ 하는 거예요.”

양주시 합창단이 연주하고 있다.   사진양주시 공식 블로그 갈무리. 

합창단 단원들도 교향악단 단원들처럼 지휘자에게 시정 요구를 했지만 소용없었다. 거의 대부분 단원들이 탄원서에 서명하고 시에 제출했지만 이 지휘자는 대표격으로 탄원서를 제출하러 간 단원 4명에 대해 해촉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해촉당하면 다른 데 시험 볼 때 불이익을 받아요.”

해고 위협을 느낀 단원 3명은 개인사정 등을 이유로 사임하고 김민정 씨만 버텼다. 이 지휘자는 김민정 씨를 연습과 공연에서 두 달간 배제시켰다. 김용원 씨가 증언한다.

매일 저희 연습실 대기실에 앉아 있었어요. 혼자 배제돼서 연습실에 못 들어가는 게 얼마나. 누나도 울었죠.”

합창단 단원들은 2018918일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하고 양주시립예술단지회를 설립했다. 김민정 씨는 노조 지회장이 됐다. 곧이어 교향악단 단원들도 노조에 가입했다.

시의회는 양주시립예술단이 20181212일 송년음악회를 끝으로 연간 일정을 마치자 곧바로 양주시립예술단 운영예산 전액(75천여만 원, 1218)을 삭감했다. 이어서 시는 예술단 전원에게 1226일 해촉 통보를 했다.

▲ 송수진 씨가 양주시로부터 받은 해촉통지서.  사진제공_ 공공운수노조 양주시예술단지회. 

양주시립예술단은 전원 비상임단원으로 해마다 평정에 통과하면 자동 재위촉됐다. 근로계약서도 없이 시는 단원들을 프리랜서처럼 위촉했다. 하지만 이 아무개 단원이 낸 부당강등 구제신청에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20186, 201811).

지회는 2018년 송년음악회 준비 때부터 시와 시의회가 예술단 사업을 종료할 계획이었다고 보고 있다. 적어도 공연 2주 전에는 포스터가 나오고 시 전역에 홍보가 되어야 하는데, 이성호 시장은 홍보 결재를 공연 7일 전에 했고, 협조 공문 발송은 6일 전에야 시작되어 홍보 기간도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결국 항상 관람객으로 꽉 들어차던 객석이 송년음악회에는 100석도 채우지 못했고, 이를 빌미삼아 정덕영 시의원은 예산 삭감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회는 노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해촉됐다고 주장한다.

양주시에 노조가 하나도 없어요. 청소용역 노조가 있었는데 지금 시장이 노조 없애면 처우 개선해 주겠다 했대요. 공공연히 다 퍼진 얘기예요.”

▲ 양주시 홈페이지. 양주시와 시의회는 단순히 사업 종료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양주시 홈페이지 갈무리.

황영희, 김종길 의원도 예산 심의 때 노조 만든 곳에 예산 세워 줘야 하냐며 노골적으로 노조를 반대했다. 하루아침에 해촉 당한 단원들은 해촉 철회, 양주시립예술단 정상화를 요구하며 시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리고 이들의 장기인 음악으로 시위했다. 이들의 투쟁 소식이 알려지자 양주시민사회단체는 대책위를 꾸렸고 전국 예술단체들도 연대하기 시작했다.

지난 38일 세계여성의날 집회에서 양주시 합창단원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작은책(정인열)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예술단체들도 다 노조가 있더라고요.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서울시향, 성남, 제주, 광주 전부. 솔직히 놀랐어요.”

지회의 요구는 양주시민을 위한 음악을 하는 것뿐이다. 지휘자의 사적 용도로 쓰이는 예술단이길 거부하고, 폭언과 갑질에서 벗어나 음악에만 집중해 시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예술단이 되고 싶다.

심장 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이들은 오늘도 거리에서 음악으로 투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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