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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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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 20194월호

작은책 법률 상담소

 


임차인이 꼭 알아야 할 주택임대차보호법


양성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세입자분들이 꼭 알고 있어야 할 주택임대차보호법

ⓒ이동수


내 집이 아닌 전세나 월세 형태로 거주하는 세입자분들은 임대차 기간 동안 집주인인 임대인과 적지 않은 문제들을 겪게 됩니다. 일례로, 계약기간이 만료되었음에도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당장 집을 구하지 못해 계약기간을 조금 더 연장하고 싶지만 임대인이 계약기간이 종료되었으니 나가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겪게 되는 경우 임차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상대적으로 열악한 입장에 있는 주택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기본적인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아니 적어도 임대차계약에 관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주택임대차보호법이라는 것이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그 내용을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려야 합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어려운 문제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약기간이 종료되었음에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세입자들이 겪는 문제 중 대표적인 유형은 계약기간이 끝났는데도 전셋집이 나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입니다. 보증금을 돌려 달라고 하면 집주인은 도리어 법대로 하라면서 집이 나가야 돈을 돌려줄 수 있지 않냐고 역정을 내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이럴 때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전세계약이 종료된 후 이사를 가기 전 임차권 등기를 해 놓는 방법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대차가 끝난 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아니한 경우 임차인은 임차주택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 등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시에 임차인이 임차권등기 이전에 이미 우선변제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 우선변제권은 그대로 유지되며, 임차권 등기 이후에는 이미 취득한 우선변제권을 상실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임차권 등기 신청을 하면 이사를 가더라도 전세보증금을 다른 일반 채권자들에 비해서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를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임차권 등기 신청 절차나 방법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 드리지 않겠지만 통상 등기 신청 후 2주에서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늦어도 이사를 가기 한 달 전에는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을 해서 이사 직전까지 결정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이동수


두 번째 방안은 전세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6개월 정도 소요되며 임대차계약 사실, 보증금 지급 사실, 임대차 종료 사실만 제대로 입증된다면 패소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물론 소송을 진행하기 전에 내용증명 등을 보내 그 지급을 요청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고, 임대인이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에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승소할 경우 상대방에게 소송 비용 일부를 부담시킬 수 있습니다. 


1년만 계약한 임대차계약, 1년을 더 임차하여 살고 싶다면?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면, 임대차 기간을 1(2년 계약 후 다시 1년 연장 계약을 한 사안도 동일함)으로 했는데, 여러 사정의 변경으로 인해 계약기간을 1년 더 연장하고 싶은 경우입니다. 보통 집을 계약하면 2년 단위로 하는데 이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2년 미만 즉 1년만 계약하더라도 세입자는 최소 2년의 거주 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집주인은 1년만 계약한 세입자에게 2년 거주를 요구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세입자인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1년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 다시 1년의 계약 갱신을 원하면 추가적으로 1년 거주가 가능한 것이고, 임차인이 원하지 않으면 1년 계약이 끝나는 즉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동수


앞서 임차인이 겪을 수 있는 문제를 살펴봤는데요, 임대인과의 관계에서 주택임대차 문제로 부당한 문제를 겪고 있다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내용을 살펴보면서 상황을 풀어 갈 필요가 있음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작은책

<작은책> 20194월호

살아가는 이야기


의부증 청산 수업료

임전/ 숲해설가

 

 

몇 년 전, 부부 동반 모임에서 남편 친구 부인이 지인의 권유로 사주를 보고 온 얘기를 했다. 상담을 해 주시는 분이 친구 부인에게 어떻게 그렇게 참고 살았냐며 눈물을 흘리더란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마음이 찡했다.

공부를 하기 전엔 사주 보는 사람들을 스스로 자기 일을 결정하지 못하는 비주체적인 인간이라 생각해 무시했다. 그리고 사주를 미신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사주는 음양오행, 우주와 천문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느 영성수련 단체의 권장 도서인 얼굴경영이라는 책을 보았다. 모 디지털대에서 얼굴경영 공부를 했다. 얼굴경영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잘 모른다. 관상이라 말하면 얼른 알아듣는다. 사는 데 따라 얼굴이 달라지니 마음 경영을 잘해서 얼굴도 바꿀 수 있다는 뜻으로 얼굴경영이라고 말한다. 교수는 3초 안에 사람의 얼굴을 읽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사주와 접목해서 공부하면 사람 얼굴이 더 잘 보이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동네 평생학습원에서 사주 공부를 시작했는데 처음엔 도대체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 어려운 걸 배우겠다고 했을까?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쉽게 그만두지도 못했다.

처음엔 뭔 소린지 모르겠더니 이론을 외우고 공부를 하면서 조금씩 이해가 되고 사주에 대한 재미를 알아 갔다. 사주에 대해 알아 가니 현장에 가서 내 사주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친구 부인이 말한 곳을 가 보기로 했다. 막상 가 보니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는 곳은 아니었다. 한복 입은 할아버지가 앉아 계셨다. 나의 사주는 일주인 병화가 약해서 병화를 생해 주는 나무 목이 들어간 이름이 좋다고 해서 이름도 바꾸고 호도 만들었다.

사주 공부를 계속하던 작년 어느 날, 밤에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사무실도 아니고 현장에서 일하는 것도 아닌데 어디라고 말은 안 하고 나중에 얘기해 준다고만 했다. 일단 전화를 끊긴 했지만 찜찜하고 의심스러웠다. 나중에 얘기해 준다고 했지만 물어보자니 그렇고 속만 끓였다.

얼마 후 군대 간 아들이 휴가를 나왔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여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모처럼의 가족 나들이인데 남편은 밥만 먹고 금방 일어나서 가야 한다고 했다. 개 눈엔 똥만 보인다고, 의심의 눈초리로 보니 그것도 촉수에 걸렸다.

다음 날 상도동의 철학관으로 달려갔다. 처음엔 여자가 없다고 하더니, 잘 좀 보라는 나의 채근에 종이로 만든 동그란 통에 자그마한 주사위 같은 것을 넣고 흔들었다. 통의 머리 부분을 쥔 손목에 스냅을 주어 꺾더니 주사위 하나를 꺼내서 보기를 몇 번 하였다. 밖에서 여자가 자꾸 불러내는구먼. 여자를 떼려면 부적을 써야 해라고 말했다. 그러면 그렇지.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생각하며 부적을 써 달라고 했다.

할아버지가 부적을 쓰고 있는데 손님이 왔다. 아들과 어머니로 보였다. 오래된 단골인 듯 근황을 주고받았다. 아들이 아기를 낳아 이름을 지으러 왔다고 했다. 대기실이 따로 있는 데가 아니어서 그분들은 내가 상담을 하는 옆에서 기다렸다. 할아버지는 부적을 쓰면서 그들과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았다. 속으로 마음이 불편했다. 부적은 정성을 다해서 써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고객과 이바구를 하면서 쓰고 있다니?’ 더 가관인 일은 다음에 일어났다. 아들을 낳은 젊은 사람을 건너다보며 바람을 피우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책상 밑으로 다리를 뻗어 할아버지의 다리를 툭 쳤다. 그리고 그분들에게 밖에서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두 개의 부적 중 하나는 집에 있는 베개에 넣고 다른 하나는 사무실에 있는 베개에 넣으라고 했다. 일단 집에 있는 베개에 두 개를 넣었다. 문득, 내가 남편이 바람피우는 걸 눈으로 본 것도 아니고 확인한 것도 아닌데 부적을 써 왔다는 게 코미디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사 여자가 있다고 해도 그렇지, 남편은 성의 자기 결정권이 있고 본인의 인생이 있는 것인데, 부인이라고 해서 남편의 인생에 끼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 사람밖에 안 되는구나 하는 부끄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스스로 자존심이 상해 의부증 환자를 청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의 의부증의 역사는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었다. 과부인 내가 총각인 남편과 결혼하여 스스로가 꿀린다는 생각을 했다. 이 사람이 나를 버리고 떠나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을 달고 살았다. 결혼 전에 안양에서 야학을 같이하던 여자랑 잠깐 사귀었다는데 결혼 초 남편이 늦거나 하면 그 여자랑 다시 만나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했다. 그 여자네 집에 한 번 찾아간 적도 있었다. 이렇다 할 물증이나 뭣도 없으면서 남편을 의심하는 마음에 찾아간 것이다. 그 여자는 내가 왜 찾아왔을까 이상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는데 쇠고기뭇국도 끓여 주고 최대한 예를 갖춰 잘 대해 주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부끄럽다.

부적을 쓸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 돈이 모자랐다. 철학관에서 일부를 내고 나머지는 계좌 이체로 보냈지만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를 앉혀 놓고, 다른 손님을 바라보며 바람을 피면 안 된다고 떠들면 무슨 상담이 오고 갔는지 나팔을 부는 꼴이 아닌가? 상담은 내담자의 비밀을 보장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할아버지 책상을 둘러엎고 올 것을. 철학관에서 일부 낸 것은 그렇다 치고 나머지는 나 몰라라 할 것을. 후회하는 마음에 약이 오를수록 의부증 환자 청산 수업료로 쓴 것치곤 적당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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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 2019년 4월호

일터 탐방_ 신영프레시젼

 

공포의 택배 상자

정인열/ <작은책> 기자

 

 소통은 성공의 기초적 수단이다

신영프레시젼 사옥 계단에 적혀 있는 표어다. 신영프레시젼은 LG전자 스마트폰 금형 설계와 제작, 사출부터 조립까지 일괄 생산하는 중견기업이다. 그런데 회사는 소통을 강조하는 표어와는 전혀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 노동자들과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대량 해고하고, 20년간 이어 온 사업도 정리하겠다며 250명이던 노동자들을 다 내보냈다. 해고노동자들은 서울지방노동위에서 부당해고 판정까지 받았지만 회사는 201812월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노동자들 50명이 서울 독산동 사옥에 남아 청산 철회와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2018127일부터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금속노조 신영프레시젼분회 조합원 김정숙, 이순영, 최진숙, 이희태 씨를 지난 35일 사옥에서 만났다. 사무실 한쪽에는 택배 상자들이 쌓여 있다.

 

신영프레시젼 사옥 계단에 적혀있는 표어.   작은책(정인열)

 

등기를 안 받기 시작하니까 회사에서 꼼수를 써서 택배를 보낸 거죠. 택배는 수취 확인 안 하고 놓고 가도 되니까요.”

택배 상자 안에 담긴 내용물은 해고 통지서. 처음 회사는 등기우편으로 해고장을 보냈다가 수령을 거부하는 이들이 생기자 수취 확인이 필요 없는 택배로 보냈다. 발송인 난에도 회사명을 기입하지 않았다. 그것도 모르고 받아 본 노동자들 73명은 20187월에 해고됐다.

▲ 생산 공장과 대표이사실이 있는 신영프레시젼 사옥.  작은책(정인열)

 

신영프레시젼은 자본금 12억 원(1999~2001)으로 시작해 15년간(2003~2017) 연평균 매출 1500억 원 이상, 연평균 당기순이익은 2016년까지 91억 원에 이르는 안정적인 기업이었다. 그러다 LG전자가 2014년부터 베트남 등 해외 공장을 가동하면서 스마트폰 국내 생산량이 점차 줄기 시작했다. 삼성과 LG 스마트폰의 국내 생산량이 10년 만에 5분의 1로 줄면서(한겨레, 2019213일 보도) 신영프레시젼도 물량 부족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2017년 처음으로 약 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리고 회사는 20179월부터 유급순환휴업, 권고사직, 정리해고 등을 통해 노동자들을 감축했다. 하지만 분회는 정리해고도, 청산도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희태 분회장이 말했다.

 

▲ 불 꺼진 신영프레시젼 공장.   작은책(정인열)

 

단 한 사람도 회사 상황을 설명하거나 미안하다는 자리조차 없었어요. 여기 누님들 정말 10, 20년 넘게 성실히 일해 온. 제가 봤으니까요. 그런데 해고장만 배달됐거든요.”

신영프레시젼은 대표적인 여성사업장으로 이 분회장만이 유일한 남성 조합원이다. 이들이 노조를 만들게 된 이유는 남녀차별때문이었다. 사출 업무를 하는 생산부 노동자들은 주야 2교대로 일을 하다 2017년부터 주야 3교대로 일할 것을 통보받았다. 노동시간이 줄어들자 최저시급을 받던 노동자들의 임금도 줄었다. 이직하려는 남성 직원들이 생기자 회사는 남성에게만 임금 보전을 해 주었고, 여성들은 계속 최저시급을 적용했다.

남녀차별 불평등하다고 면담 신청을 했죠. 하지만 기다리라고만 했어요. 한밤중에 관리부장한테 단체로 문자 폭탄도 보냈지만 우리 말을 들어주지 않았어요.”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각자 방법을 알아보다 금속노조 서울남부지역지회로 가서 노동 상담을 받았다. 임금차별부터 그동안 쌓였던 일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생산부 노동자들은 사출기에서 물건이 나오면 컨베이어벨트에 일렬로 서서 분류, 조립, 검사, 포장을 했다. 사출기에서 나오는 열 때문에 실내 온도는 40도에 이르렀고 화상 사고는 일상이었다. 휴대폰 반조립을 하는 제조부는 시간당 400~450개를 생산하는 것이 정량이었지만 관리자는 매일 목표치를 높여 700~800개까지 해야 했다. 목표치를 달성하려다 보니 출근 시간보다 30분 일찍 가서 일하고 점심시간에도 일을 했다. 이렇게 일한 시간은 임금으로 받지 못했다. 10년을 일한 숙련자라도 신입 사원과 똑같이 최저시급을 받았다.늙은 소는 일을 못하니 채찍질 해야 한다, 자기들이 공주인 줄 안다는 등 막말도 들었다.

얘기하다 보니까 눈물콧물까지 다 흘리게 되더라고요. 나중에는 막 승질나서 욕도 나왔죠(웃음).”

회사와 달리 금속노조 서울남부지역지회는 이들의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공감했다.

같이 고민해 주시고, 해결책도 같이 찾아 주시고. 우리 의견 존중해 주는 게 회사하고는 다르더라고요.”

신영프레시젼 노동자 이희태,김정숙,이순영,최진숙 씨(왼쪽부터).   작은책(정인열)

 

그렇게 201712, 노동자들은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신영프레시젼분회를 설립했다. 그리고 회사에 노동인권을 포함한 현장 개선안과 영업망 확보 및 사업 다각화 등 회사 경영 발전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는 정리해고와 명예퇴직을 감행하고 청산 선언을 해 버렸다.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 잠도 못 자고 시간에 쫓겨 생활한 반면 신창석 회장 일가는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지회에 따르면 신창석 회장 일가는 연봉 3억 원에 지난 20년간 배당금으로만 860억 원을 받았고, 또 사측 교섭대표는 청산 시 부채를 정리한 후 자산을 현금화한 금액만도 약 75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노조에 밝혔다. 게다가 회사는 경영 발전 대책은 내놓지 않고 2012년부터 업종과 상관없는 골프장 사업에만 총 477억 원을 투자했다.

회사가 뒷짐만 지고 있을 때 노동자들은 열심히 발로 뛰어다녔다. LG전자 여의도 본사, 목동과 성수동의 신창석 회장 집, 춘천의 로드힐스 골프장, 청와대 및 정부 관계부처에 각종 집회까지 다녔다. 이순영 씨는 운동화 밑창만 세 번을 갈았다. 이들은 51일 노동절이 뭔지, 노동조합이 뭔지도 몰랐고 멀리했던 사람들이다. 사측 관리자들이 분회가 생기기 전 금속노조에 직가입한 몇몇 직원에 대해 조심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들(금속노조 직가입 조합원)은 알게 모르게 수군거리고 자꾸 뭔가를 전파한다고 하는 거예요. 제가 듣기에는 분명히 이상한 간첩이었어요. 그래서 관리자한테 제가 생각하기에는 우리 회장님이 그렇게 나쁜 것 같지 않은데요? (노조하는 사람들이란) 참 이상하네요라고 말했다니까요.”

그랬던 이순영 씨는 부분회장이 되어 앞장서서 노조 활동을 하고 있다. 김정숙 씨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오는데 이규철 사무장(금속노조 서울남부지역지회)이 소식지를 돌리잖아. 그냥 휭 지나쳐 왔지. 그런데 회사가 이렇게 갑자기 엎어질지는 몰랐지. 일단 고용이 안정됐으니까. 월급 잘 나오고 했으니까.”

독산역 주변에 설치된 노동 상담소 천막을 보면 피해 다녔던 여성노동자들은 지난 38일 세계여성의날 집회에도 참석해 율동을 선보였다. 그리고 여성사업장 구조조정에 아무 대책 없는 정부를 비판하며 레이테크코리아, 성진씨에스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하얀 소복을 입고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세계여성의날 집회에 참석해 율동을 선보인 신영프레시젼 노동자들(3월 8일).작은책(정인열)

 

세계여성의날 행진을 하는 모습. 이들이 소복을 입은 이유는 해고됐기 때문이다(3월 8일). 작은책(정인열)

 

자동차업계, 조선업계도 어려우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도 엄연한 가장이거든요. 여성노동자들을 정말 하찮게 생각하는 건지. 그러면서 일자리 창출한다 어쩐다 하잖아요? 있는 일자리도 못 지키면서 진짜.”

늙은 소라고 무시당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의식은 저만치 앞서 있는데, 자본가들의 젠더의식은 아직도 60~70년대에 머물러 있는 모양이다. 정부 역시 여성노동자를 가장으로 인정하고 하루빨리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posted by 작은책
2019. 4. 3. 11:45 알림 / 엮은이의 글

▲표지 그림_ 고창수


발행인의 글

 

당당합니다. 비장한 각오를 한 얼굴입니다. 극우단체 노인들이 기자회견을 빙자한 집회를 합니다. 초등학교 앞에 가서 초등 아이들이 왜 전두환 물러가라!” 소리쳤냐고 항의하는 집회를 연 겁니다. 초등학생들보다 역사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아주 당당합니다. 아니 독재자 전두환이 광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지 초등 아이들이 왜 몰라야 한단 말입니까.

이번 호 세상보기에는 이주영 선생님이 어린이가 정치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 글을 썼습니다. 먼저 18세 투표권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고, 16세 미만 국민도 선출 대상에 따라 투표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투표권이 없는 어린이들을 위해서 민주시민 교육과 정치교육 차원에서 모의투표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치교육을 불순하다고 비난하면서 금지하기 시작한 것은 1905년 을사늑약으로 일제 통감정치가 시작되면서부터라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생들 대상으로 집회를 하는 극우 단체 노인들보다 초등학생들이 오히려 판단을 잘 할 것 같기는 합니다. 너무 심한 말일까요?

독자님들, 완전 봄날이지요? 이번 특집은 남한강 끝자락에 있는 퇴촌면 관음리를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작은 도서관을 꾸려 가는 박소영 씨를 만나 인터뷰했지요. 도서관이 꼭 책만 보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도 뛰어 놀고 동네 주민들 사랑방 구실도 한다는 걸 보여 줍니다. 책을 매개로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면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더 밝아지지 않을까요?

 

2019320

안건모 올림




목차

 

4 책이 이끄는 여행

매향리라는 이야기의 열린 결말최규화

10 발행인의 글

11 원고를 기다립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12 의부증 청산 수업료 임전

16 안녕, 컵라면 김영호

20 오키나와 평화기행, 누가 평화를 말하나 조운주

24 부부 30년 맞짱일기

선녀인가 나무꾼인가 최해옥과 이동수

29 돌모루댁의 살림살이

내가 차려 먹는 내 생일상 윤혜신

34 청년으로 살아가기

꿈 같은 100개 도시 여행 김치우

38 이야기가 있는 사진 이기범

40 살아온 이야기(10)

기념일을 기념하고 있으세요? 송추향

47 한의사 권해진의 살아가는 이야기

저는 실비보험이 없습니다 권해진

51 교실 이야기

극한직업, 초등 1학년 담임 박연미

55 산골부부의 시골살이

오매불망 그리던 건강한 똥간조혜원

59 글쓰기 모임 안내

 

일터 이야기

62 일터 탐방_ 신영프레시젼

공포의 택배 상자 정인열

68 일터에서 온 소식

대법원장만을 섬겼던 법원 조석제

73 작은책 법률 상담소

임차인이 알아야 할 주택임대차보호법 양성우

 

작은책이 만난 사람_ 박소영

77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베짱이 안건모

98 이동슈의 생활 만화 이동수

 

세상 보기

100 존버 씨의 시간들

과로자살의 반복성에 대하여 김영선

105 키워드로 보는 우리 사회 공정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고태경

110 어린이 해방과 평화 어린이가 정치에 참여할 권리 이주영

115 여성으로 살아가기 우연히, 축구 홍승은

120 생태 이야기 공주보 없어도 금강은 농사를 지었다 박병상

 

쉬엄쉬엄 가요

125 오앵의 일상의 온도 오앵

126 정작 모르는 유물이야기

어느 날, 갈돌과 갈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박찬희

130 책 읽고 딴 생각 왜 다이어트에 실패할까 변정수

133 독립영화 이야기 슬픔을 견딘다는 것 류미례

138 우리말과 국어사전 짚어 보기 병아리콩과 호랑이콩 박일환

142 와글와글 아이 글

144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posted by 작은책
2019. 3. 6. 11:31 알림 / 엮은이의 글

저희 <작은책>이 문화체육관광부가 뽑은 2019년도 '우수콘텐츠잡지'에 선정되었습니다.

2018년도에 이어 2년 연속입니다.

<작은책> 독자 여러분과 도움주시는 필자분들이 계셔서 가능했습니다.

서로서로 축하를 나눠요! ^^


posted by 작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