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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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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거민들에게 살인 테러 자행한 이명박 정권 규탄한다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규탄 성명


  지난 1월 20일 아침, 우리는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건물에서 농성을 하고 있던 철거민들을 경찰특공대가 과잉 진압하는 과정에서, 시너 폭발에 따른 화재로 철거민 다섯 명과 경찰특공대원 한 명이 숨졌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정말 우리가 21세기의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는 것이 맞는가 하는 의심이 들 만큼 놀랍고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후안무치한 경찰의 책임 회피와 은폐 공작을 보면서, 우리는 이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마음 아파 할 시간도 없이 다시금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지난 세기 군사독재정권 아래에서나 있었을 법한 살인적 진압 작전과 경찰들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한 사건 조작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 경찰이 농성을 시작한 지 세 시간 반밖에 지나지 않은 시각에 이미 경찰특공대 투입을 결정했다는 내부 문서가 발견되었다. 경찰은 철거민들이 도로에 화염병을 던지는 등 테러 행위를 했기 때문에 조기 진압을 결정했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했지만,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손에 들기도 전에 이미 그들은 살인적 진압 계획을 세워 놓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60여 통의 시너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도 화재에 대한 대비 하나 없이 농성장을 침탈했다. 아래층으로 향하는 문을 막아둔 채 옥상으로 경찰특공대를 투입시키는 바람에 철거민들이 건물 아래로 뛰어내릴 수밖에 없었음에도 건물 아래에는 매트리스 하나 있지 않았다. 그리고 목격자들은 하나같이 경찰특공대를 태운 컨테이너가 기중기에 의해 건물 옥상으로 내려지면서 철거민들이 농성하고 있던 망루를 건드렸고 그 충격으로 인해 폭발이 일어난 것 같다고 입을 모았지만, 경찰은 철거민들이 들고 있던 화염병 때문에 불이 났다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경찰이 사망자들을 두 번씩 죽이고 있는 작태는 정말 치가 떨리도록 뻔뻔스럽다. 사건이 일어난 지 열두 시간도 되지 않아 유가족의 동의도 없이 시신을 부검해 놓고는,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망자가 입고 있던 옷에서는 주민등록증이 버젓이 발견되었다. 부검 결과도 발표하지 않고, 20여 명에 이르는 부상자들이 어디에 입원해 있는지, 얼마나 다쳤는지조차 밝히지 않는 경찰의 은폐 공작을 보면서 정말 사망자와 부상자들의 가족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과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전 · 현직 경찰관 모임인 ‘무궁화클럽’의 대표조차 “이번 참사는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과잉 충성에서 빚어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온 국민들의 비난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가운데, 경찰과 한나라당의 뻔뻔한 언행은 끝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경찰특공대의 투입을 최종 승인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그래도 법질서는 중요하다”며 계속해서 진압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국철거민연합과 민주노동당을 배후 세력으로 지목하며 ‘반국가단체’ 라는 말까지 입에 담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모두 잘 알고 있다. 제 집 한 칸 지키자던 사람들을 테러리스트로 몰아세우고, 살인 진압 명령을 내린 리모컨을 쥔 자가 누구인지. 바로 뉴타운과 개발 이익에 미친 건설 재벌과 그들의 ‘사권력’이 되어 버린 공권력이 합심하여 이 나라에서 가장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죽인 것이다. 이 나라의 권력이란 가진 자들의 이익 추구에 방해가 되는 것들은 무엇이든 처단해야 할, 진압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만행을 통해 국민들은 똑똑히 알게 되었다.

  경찰이 “그래도 법질서는 중요하다”며 철거민들의 목숨을 빼앗으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그 ‘질서’는 못 가진 자들이 가진 자들의 밑에서 고분고분 빼앗기는 질서, 고분고분 쫓겨나가는 질서만을 말할 뿐이다. 하지만 그 어떤 법도 살아남을 권리에 앞서지 못한다. 한겨울 보금자리를 뺏기고 거리로 내몰린 철거민들의 살아남을 권리를 통째로 빼앗고, 그것도 모자라 뻔뻔스러운 사건 조작과 정당성 주장을 일삼고 있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또 다시 촛불을 들고 나선 국민들의 뜨거운 저항을 절대로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 철거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살인 진압 규탄한다!
― 살인 진압, 은폐 공작 책임자를 처벌하라!
― 노동자 민중 다 죽이는 이명박 정권 규탄한다!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 진보월간 <작은책> www.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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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1. 26. 17:44 월간 <작은책>/세상 보기

“정권이 바뀌었다고 역사도 바꾸려 하나”

부산 부흥고, 역사교과서 교체 압력에 역사교사 등굣길 1인시위


지난 11월 25일 아침, 소식을 듣고 찾아간 곳은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부흥고등학교였다. 조금 일찍 학교 정문 앞에 도착해 기다렸지만 예정된 시각인 7시 30분이 지나도 선생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문 말고 다른 문이 있나 해서 정문 안으로 들어서니 자그마한 체구에 다정한 미소를 지닌 여선생님 한 분이 ‘정부는 역사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라’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이 학교의 역사교사인 홍혜숙 선생님. 그녀는 근현대사 교과서를 교체하라는 교육청과 교장의 압력에 맞서 어제(24일)부터 학교 정문에서 등굣길 1인시위를 시작했다. 부흥고는 이른바 ‘좌편향’ 내용으로 교육과학기술부의 수정 권고를 받았던 금성출판사의 근현대사 교과서를 교재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지난 11월 14일 부산교육청 교장단 회의 이후, 그 날로 금성출판사의 근현대사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는 부산의 49개 학교에 근현대사 교과서를 다른 출판사의 교과서로 교체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다. 이 학교에 있는 세 명의 역사 교사 가운데 나머지 두 명은 교장의 압력에 못 이겨 지시를 받아들였지만, 홍 선생님은 ‘정권의 지침에 따라 교육의 중립성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끝까지 거부하다 1인시위까지 마음먹게 됐다고 했다.

필자가 반갑게 알은 체를 하며 다가서니 홍 선생님은 잠시 부끄러운 듯 몸을 돌리다가, 등교하는 학생들이 곁으로 지나가자 다시 당당한 모습을 되찾았다. 필자가 들고 있던 카메라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홍 선생님 바로 앞에 팔짱을 끼고 자리 잡은 학생부장 선생님 때문이었는지, 학생들은 홍 선생님 쪽을 오래 쳐다보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그 곁을 스쳐 지나가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홍 선생님은 종종걸음으로 학생들 앞으로 가서 “야들아, 이거 읽고 가라.” 하고 외치며 학생들의 눈길을 불러 세웠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몇 장 담고 있을 때, 이 학교 사회교사인 김동일 선생님과 국어교사인 안정옥 선생님이 어느새 홍 선생님의 양 옆에 나란히 자리했다. 8시를 지나자 교문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의 수도 훨씬 많아졌다. 낯선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있길래 누군가 싶어서 한 번 나와 봤다는 교무부장 선생님과의 짧은 대화가 끝나갈 무렵, 등교를 하던 한 여학생이 가방에서 보온병을 꺼내들고 홍 선생님 앞으로 다가왔다. “선생님, 추운데 이거 드시고 하세요. 유자차에요.” 하며 선생님들께 차를 한 잔씩 따라 드리고는, 보온병 채로 홍 선생님의 손에 쥐어 드리고 인사를 꾸벅 하고는 교실로 뛰어갔다.

1인시위를 마치고 인터뷰를 위해 진학지도실로 자리를 옮겼다. 홍 선생님은 아까 학생에게서 받은 유자차를 필자에게 한 잔 나누어 주면서, 이 귀한 것을 막 나눠 줘도 괜찮으냐는 필자의 물음에 “애들이 어제 준 초콜릿이며 음료수가 제 책상에 잔뜩 있어요. 애들은 저보고 애국자래요.”라고 대답하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어서 “고등학생의 상식으로 보기에도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하는 얘기가 그만큼 어처구니없다는 거죠.” 하며 교육청과 학교를 향해 마음에 품었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나한테도 ‘금성 말고 다른 책 쓰면 안 되겠냐’ 했던 걸 다 기억하는데, 이제 와서 교장 선생님은 그런 거 지시한 적도 없고 압력 넣은 적도 없대요. 그나마 있었던 교장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와르르 무너졌죠. 교사나 교장이나 공무원이기 이전에 교육자인데, 이건 교육자적 양심의 문제라고 봐요.”

김동일 선생님은 지금 부흥고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과 같은 마찰이 부산 시내 전역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라고 말을 거들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학교에서 교육청의 지시대로 근현대사 교과서가 교체될 것으로 보이고, 이런저런 마찰이 부담스러운 일부 학교들에서는 선택과목인 근현대사 과목을 아예 포기하고 세계사 과목으로 전환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김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 스스로 ‘내 생각은 교육청과 다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래 가지고 어떻게 애들한테 아는 만큼 실천하라고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학교가 아이들한테 비겁을 가르치고 있는 겁니다.”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는 28일에 열리는 학교 운영위원회에 근현대사 교과서를 다른 출판사의 교과서로 교체하는 안이 상정되어 있다고 한다. 물론 그 안은 홍혜숙 선생님을 제외한 나머지 두 교사들의 의견으로 만들어진 안이다. 나머지 교사들의 동의하에 운영위원회까지 상정된 이상 사실상 그 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만, 홍 선생님은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마지막으로 호소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리고 다른 두 선생님의 의견만으로 교과서 교체가 결정된 과정에 대해 법적인 문제 제기까지 준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정권이 바뀌면 역사도 바꿀 수 있다는 발상 자체를 일단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요. 그리고 다양성이 없는 사회는 민주주의가 아니잖아요. 외눈박이가 보는 시각으로 만든 교과서로는 애들한테 진짜 역사를 가르칠 수가 없어요.”라고 당차게 마지막 말을 맺고 1교시 수업이 있다며 교실로 들어가는 홍 선생님의 모습을 보니, 교과서 교체 지시를 받고 너무 속이 상해 남몰래 눈물을 쏟았다던 이야기는 꼭 다른 사람의 이야기 같았다.

‘좌편향’ 교과서와 보온병, 그리고 피켓까지 챙겨 들고 교실로 향하는 홍 선생님에게 김 선생님이 수업 가면서 피켓은 뭐 하려고 들고 가냐고 묻자, 홍 선생님은 밝은 웃음과 함께 돌아보며 대답했다. “수업 할 때 교탁 앞에 세워 놓으려고요. 애들은 다 내 편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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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28. 10:06 월간 <작은책>/세상 보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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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진 /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

  9.11 테러 이후 오만과 독선의 극치를 보여 주었던 부시 대통령이 최근 방한했다. 부시의 모습이 오히려 더욱 겸손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로 이명박 정부는 독재 시대를 방불케 한다. 독재 시대는 독재자만을 낳지는 않는다. 독재에 부역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함께 잉태한다. 일제 식민지 시대가 만 35년을 지속했는데, 이것은 일제의 힘이 조선 민중을 압도할 만큼 거대한 것이기도 했지만 그 같은 권력을 지탱하는 충실한 부역자 즉 친일파들의 역할 또한 무시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쿠데타 세력이 가장 먼저 방송국을 장악하려고 발버둥치는 것처럼 KBS 사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검찰, 경찰, 감사원,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정부 기구를 동원하는 모습을 보니 군대 빼곤 모든 방법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지금 행정부와 국회를 장악한 거대 권력에 맞서 그나마 정의와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켜 줄 마지막 보루를 교과서에서는 사법부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명예 훼손을 저지른 수구 단체 회원들에 대한 민사 2심 재판부의 판결문을 보면, 과연 대한민국 사법부가 그런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05년 8월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 1차 명단 발표 후 사전 편찬의 의의를 왜곡하고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과 윤경로 편찬위원장 등 임원들에 대해 악의적인 비방을 일삼아 온 수구 단체 회원들에 대해 연구소 등이 제기한 민사소송 2심 선고가 지난 7월 16일 있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재판관 조용구, 김성수, 은택)는 피고들에게 연대하여 모두 2천만 원을 연구소와 임원들에게 지급하도록 판결하였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지난 2006년 11월 5일 1심에서 피고들에게 6천5백만 원의 연대 배상 책임을 물은 것에 비해 지나치게 관대한 판결이며 오히려 피고들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임으로써 앞으로 수구 단체들의 악의적이고 모욕적인 인신 공격의 빌미마저 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문제가 되는 판결문 일부를 살펴보면서 반론을 해 보자.

  1. 박정희 전 대통령 등 원고 법인 (민족문제연구소)이 친일 인사로 지명한 사람들 중 일부는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에 크게 기여한 사람들로서 이들을 친일 인사 명단에 포함하게 되면 결국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부인되고, 이는 북한과 한국 내 친북 세력에 이로운 일로서 우리나라와 같이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분단 현실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정치적 의견 내지 논평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건국’이라는 표현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이를 ‘정부 수립’으로 이해하고 판결문을 읽더라도 정부 수립과 발전에 기여한 사람의 친일 행적을 발표하는 것이 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현행 우리 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밝히고 있다. 즉 항일독립운동 역사를 대한민국의 정통성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친일파 청산이 왜 북한에 이로운 일인가. 오히려 우리나라의 역사를 바로잡는 일인데 대한민국에 이로운 일이 아닌가. 판사의 논리는 1948~9년 반민특위 활동 당시 반민특위 활동이 북한에 유리하다는 이승만과 친일파들의 논리와 너무도 닮아 있어 전율마저 느껴진다.

  2. 원고 법인(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 인사 명단 발표에 대하여 북한이 이를 적극 지지ㆍ옹호하면서 ‘친미사대 매국세력 척결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일부 언론과 학계에서 정치적으로 특정 이념이나 사관에 편향된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으며, 그동안 원고들이 진보적 입장에서 정치적 주장과 활동을 해 온 여러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의 원칙에 기초한 우리나라의 체제를 유지ㆍ수호하려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원고 법인의 친일 인사 명단 발표가 우리나라의 체제나 정통성을 부정하는 의도 하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칙에 기초한 우리나라의 체제를 유지ㆍ수호하려는 국민들이 친일 인사 명단 발표가 우리나라의 체제나 정통성을 부정하는 의도 하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는 말은 판결문이라기보다는 마치 수준 낮은 정치인들의 논평쯤으로 보인다. 게다가 북한이 친일 인사 명단 발표에 대해 지지ㆍ옹호했으니 문제가 된다는 주장 역시 논리성을 상실한 한국판 매카시즘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북한이 지지하면 뭐든지 죄가 된단 말인가. 그렇다면 북한이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한국 태권도계 인사들의 활동을 지지하고,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도 힘을 보탰고, 최근에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을 한목소리로 규탄했던 것을 상기해 본다면 한국 태권도계 인사들과 동계올림픽 유치단 그리고 한국의 수많은 독도 관련 단체들도 ‘우리나라의 체제나 정통성을 부정하는 의도 하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지 의심’을 받아야 할까. 

  3. 원고 법인(민족문제연구소)이 우리나라의 건국과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인사를 한때 친일 행적을 보인 적이 있다거나 특정 분야에서 일정 직급 이상의 지위에 있었다는 이유로 친일 여부에 관한 학계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친일 인사 명단에 포함시킴으로써 정치적 논평을 자초

  학계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친일 인사 명단에 포함시킴으로써 정치적 논평을 자초했다는 말 또한 어불성설이다. 어느 학문 세계건 서로 다른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친일인명사전은 정치 행위가 아닌 학술 행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학술 행위를 진행하는 학술 단체를 찾아와 ‘친북 좌파’나 ‘김정일 하수인’이라는 표현을 동원해 공격하는 준정치 단체들의 준동을 오히려 법원이 학문의 자유를 수호하는 차원에서 막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2심 재판부 스스로가 친일인명사전 편찬 사업을 역사적ㆍ학문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익적 활동이라는 점을 무시하고 지극히 정치적인 사안으로 이해하고 내린 결론으로 대단히 실망스런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참여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한때 과거사 청산을 외치던 법조계가 이제는 현 정권의 입맛에 맞춰 언제 그랬냐는 듯 퇴행적인 역사 인식이 반영된 판결을 통해 다시 한번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과거사 청산이 왜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는 사례다.
  ‘정치인은 정책으로 말하고, 기자는 기사로 말하고,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고 했기에 후세의 기록을 위해 다시 한번 해당 재판부 판사들의 이름을 적어 본다. 재판관 조용구, 김성수, 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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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도 불온서적으로 선정하라

  아내와 가까운 곳에 여행을 다녀온 뒤 집에 와서 며칠 지난 한겨레를 펼쳤다. 오잉? 이게 뭐야? <국방부 ‘홍보’ 덕분에… ‘불온서적’ 판매 불티 나네>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불온서적? 별 웃기는 짬뽕들이 다 있군. 잃어버린 10년이니 어쩌구 하더니 정신을 잃어버렸나 보다.

  기사를 읽어봤다. 대중성 높은 인문교양서와 수십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까지 ‘불온도서’로 선정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인터넷 서점에서 다섯 배에서 일곱 배가 더 팔린다는 소식이다. 그 기사엔 장하준 교수가 쓴 <나쁜 사마리아인들> 책이 ‘불온도서’로 선정됐다고 나와 있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책은 나도 샀는데 아직 읽지는 못했다. 무척 많이 팔린 책으로 알고 있는데 불온도서라고? 정부 하는 짓들이 하도 그러니까 무덤덤하다. 그런가보다 하고 월요일 치 신문을 들췄는데 어라? <우석훈, 진중권 등, 국방부 조처에 익살․조롱>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기사에 정태인 선생 이름이 나온다. 정태인 교수가 지난 2일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올린 글에 “(여러 사람과 함께 쓴)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책도 불온서적 목록에 들어갔다”고 하면서 “아무래도 제목의 선정성이 선정 기준이었던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책은 작은책 12주년 기념으로 내가 강연을 기획해서 정태인, 홍세화, 하종강, 이임하, 박준성 선생이 강연한 내용을 ‘철수와 영희’ 출판사에서 책으로 펴 낸 것이다. 강연한 사람 가운데 나도 물론 포함돼 있다. 그런데 그 책이 불온서적 목록에 들어갔다고? 천박한 천민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온하다는 말을 들으니 이거 참 영광(?)이군 하면서도 은근히 열 받는다. 역사도 모르는 무식한 자들에게 재단을 당하다니. 그런데 ‘불온’이라는 말이 뭘까? 궁금해서 사전을 찾아보았다. 두 가지 뜻이 있었다. 하나는 ‘온당하지 않음’이라는 뜻이고 두 번째는 ‘(일부 명사 앞에 쓰여)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음’이라는 뜻이란다. 아하, 그러니까 내용은 둘째치고 자기들 체제에 순응하지 않으면 불온한 거군.

  8월 6일 휴가가 끝나고 회사로 나와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를 했다. 내가 누구인지 자세히 밝히고 그 책이 불온도서 선정이 된 기준이 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담당하는 부서 바꿔 드릴게요” 하면서 정보 본부 보안과라는 곳으로 전화를 돌려준다.

  “보안과 김○○입니다.”

  “김 뭐라고요?”

 나는 이름을 먼저 알고 싶어서 물었더니 대답은 안 하고 누구냐고 묻는다. 다시 설명했다. “이번에 국방부에서 불온서적 목록을 발표했는데 그 책 가운데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를 쓴 저자 가운데 한 사람인 안, 건, 모입니다. 실례지만 전화 받는 분 성함이 어떻게 되죠?”

  “아, 김 서기관이라고 아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어 하는 말이 그런 건 민원실을 통해서 하란다.

  “민원실을 통해서 거기를 바꿔준 겁니다. 전 단 한 가지, 불온도서 선정 기준이 뭔지 알고 싶어서 그럽니다. 그거만 알려 주시면 됩니다.”

  “아, 그 내용 홈페이지에 다 나와 있어요.”

  “내가 지금 국방부 홈페이지를 열어 놓고 있는데 어디에 나와 있지요?”

  “아, 제가 확인을 못했습니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건 확실한가요?”

  “그건 잘 모르고 대변인실에 확인을 한번 해 보세요.”

  “거기가 담당 부서라면서요?”

  “아, 저는 책임자가 아니라 실무자라서 잘 몰라요. 그리고 제가 지금 회의를 가야되거든요. 죄송한데 전화 끊겠습니다.”

  삐, 삐, 삐! 소리가 들렸다. 어? 전화를 끊어? 이 사람이 내가 얼마나 집요한지 모르는군. 다시 민원실로 전화를 했다. 이번엔 대변인실을 바꿔 달라고 했다.

다시 아까와 똑같이 물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이 하는 말이, 그건 정보본부 보안과가 담당이라고 했다.

  “거기서 대변인실로 전화하라고 해서 거기로 한 겁니다.”

  “아, 죄송합니다. 아마 직원 분이 아니라서 잘 모르고 그랬나 봅니다.”

아니, 직원이 아닌 사람이 왜 전화를 받아? 우리나라 국방부가 이 정도야? 불온도서 선정보다 내부 직원 선정이나 잘해라. 속으로 생각하면서 집요하게 물었다. 그랬더니 두 시간 안에 다시 전화를 드릴 테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점심을 먹은 뒤에도 전화가 안 온다. 세 시간이 넘었다. 다시 전화를 했다. 이번엔 공보 담당이라는 곳으로 전화번호를 알려 준다.

  “돌릴 테니 혹시 끊어지면 748-6728로 다시 하세요.”

  돌린다더니 삐, 삐, 삐 소리가 들린다. 다시 전화를 돌렸다. 똑같은 내 소개를 하고 똑같은 질문을 했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전화 받은 곳은 문화부란다.

  “이리로 하시면 안 돼요. 여긴 문화부입니다. 748-2340으로 하세요”

  “전화를 엉뚱한 곳으로 돌리네요. 속이는 거 같아 영 기분이 안 좋네요”

  ‘지금 장난하는 거야?’ 하는 말 대신에 부드럽게 말했다. 나이 드니까 성질 많이 죽었다. 역시 전화를 돌려준다고 하더니 삐, 삐, 삐 소리가 들려 온다. 또 전화를 끊었다. 허 이것 봐라. 일부러 그러는 거야, 시스템이 엿 같아서 그런 거야? 국방부 시스템이 이 정도야? 이래 가지고 나라 지키겠냐? 오기가 생긴다. 우리나라를 지키려면 내가 포기하면 안 될 듯싶다. 다시 알려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다.

  “네, 죄송합니다. 담당자가 전화 통화중이라서 좀 이따 하세요. 아, 잠깐만요. 전화 통화가 끝났네요. 바꿔 드릴게요”

  드디어 보안 정책 과장이라는 사람과 통화가 됐다. 이름을 알고 싶어서 물었지만 가르쳐 주지 않는다. 켕기는 게 있나? 왜 자기 이름을 떳떳이 밝히지 못할까. 음, 이름이 알려지면 이북에서 테러 대상자로 찍힐까 봐 그런가 보다.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다치면 안 되지. 내가 이해를 해야지. 다시 내 소개를 하고 불온도서 선정 기준을 물었다. 열심히 설명을 한다.

  “우리 군대에 세 가지 정도 근거가 있는데요. 대통령령으로 정한 군인 복무 규율이 있고 국방부 훈령으로 나온 병영 생활 규정이 있는데요…….”

  그러면서 ‘허가되지 않은 불온서적물은 반입을 금지하고 불온 표현물 소지와 전파를 할 수 없고 취득시에는 신고를 해야 하고 국방부 훈령으로 된 군사보안업무시행규칙에는 부대에 반입, 반출하는 모든 자료는 부서장이 보안상 검토를 실시하고…….’ 한참 설명하기에 잠자코 들었다.

  “네, 그건 알겠습니다. 당연히 부대에 그런 규칙이 있어야 하죠. 그런데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라는 책이 불온도서 목록에 올랐죠? 그 기준이 뭐죠?”

결국 정책 과장이라는 사람은 그 선정 기준을 말했다.

  “그 기준이라는 게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적단체로 규정된 단체에서 군대에 도서보내기 운동을 한 책을 기준으로 한 겁니다.”

  “이적단체요? 한총련을 말하나요?”

  나는 한총련이 이적 단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들은 말이 있어서 넘겨짚었다.

  “그것도 포함합니다. 엄연히 93년도에 이적단체로 법원에서 판결이 났죠. 그런 책들이 장병들의 정신․전력을 약화, 저하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판단해서 불온도서 목록으로 선정한 거죠. 어느 부분이 그렇냐고 물으면, 그것이 몇 페이지 몇 줄에 나와 있는 게 아니고…….”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는 왜 불온도서 목록에 올랐죠?”

  “그게 전체로 보면 문제가 없습니다. 한두 줄 문장에 그런 게 나오죠.”

아니, 금방 몇 페이지 몇 줄에 나와 있는 게 아니라고 하더니 이번에 한두 줄 문장이 그렇단다. 이랬다 저랬다 도대체 논리가 없다. 말이 바뀌는 것도 우습지만 책을 전체로 봐야지 한두 줄 문장으로 판단한단 말인가? 이 사람도 조선일보 애독자인가 보다.

  “책은 읽고 하나요? 다 읽으셨습니까?”

  “선정한 곳에서 다 읽었습니다.”

  “그럼 한홍구 선생님이 쓴 <대한민국사>는 <한겨레 21>에 나온 글을 책으로 낸 건데 <한겨레 21>도 불온 도서 목록에 올라야 하겠네요. 그 책은 왜 오르지 않았지요?”

  “한겨레 21이요?”

  “네, 한겨레에서 나온 주간지 모르시나요? <대한민국사>는 그 책에 나온 글을 책으로 엮은 거죠.”

  “사실 불온도서가 더 많죠. 우리나라에 그것밖에 안 되겠습니까. 검토할 시간이 없었던 거죠. 그리고 이번에 불온도서 목록 발표는 언론에 저희가 고의적으로 낸 게 아닙니다. 비공개로 군내에서만 문서 작성을 해서 발표한 걸 한 신문사 기자가 공개한 거죠.”

  “불온도서가 더 많은데 찾아내지 않으면 직무 유기 아닌가요? 그리고 불온도서 선정이 정당하면 신문사에서 발표한 게 왜 문제가 되죠? 오히려 널리 알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만일 그게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불온도서 목록을 취소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할 생각은 없나요?”

  그 사람 대답은 ‘(사과할 생각이)없습니다’였다. 그러면서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한다. 허허허 웃음이 나온다. 뭐가 죄송한 거지? 자기들이 올바로 판단했으면 죄송할 일이 없을 텐데. 오히려 정당한 판단이었다고 주장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경찰에 알려 불온 서적을 낸 출판사, 그 책을 파는 서점,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을 잡아들여야 하는 거 아닌가? 알라딘이나 예스 24시 같은 인터넷 서점에서 국방부 추천도서, 아니 ‘불온서적’ 판매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왜 안 잡아들이나? ‘철수와 영희’ 출판사는 책 주문이 들어와 인쇄를 또 하고 있다. 그 책을 읽는 사람들은 왜 안 잡아들이나? 하긴 그러려면 수십만 명을 잡아들여야 할 테니 아마 엄두가 나지 않을 거다.

  요즘 세간에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국방부 장관을 비웃는 글들이 엄청 떠돌아 다닌다. <88만원 세대>를 쓴 우석훈 씨는 “금서 목록에 내 책이 들어가지 않은 것을 보고 ‘이 시대착오의 세상에 너무 말랑말랑하게 쓴 것 아닌가’ 깊이 반성했다”고 비꼬았고 진중권 교수는 “내 책이 병영에 들어가 병사들의 정신세계를 감염시켜도 무방하다는 말이냐”며 조롱하고 있다. 어떤 이는 ‘머리 숱 없는 어느 대통령이 통치할 때 전형적인 친자본주의 이론가인 막스 베버의 책도 불온서적 목록에 올렸는데 그 사연인즉, 대머리 대통령의 검열관들이 '막스'를 '맑스'로 오인했던 것’이라는 보기를 들면서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오함과 무식함의 내공을 어찌 따르랴.’고 했다. 덧붙여 ‘최소한 불온서적을 선정하겠다고 팔을 걷어부친 마당에 이 정도의 열정과 노력은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고 웃겨 한여름 더위를 잠깐이나마 잊게 하고 있다. 아참, 그러고 보니 왜 우리 <작은책>은 불온서적 목록에 선정이 안 된 거야? 우리 <작은책>이 반정부, 반미제국주의, 반자본주의 책이라는 걸 정녕 모른다는 말인가?

  책 내용도 모르고 불온도서 목록을 선정하는 국방부. 내가 일하고 있는 작은책 사무실로 와 보면 입이 째지겠다. 작은책에는 국방부가 선정할 만한 불온도서 같은 책 말고는 없으니까 말이다.

  불온도서 목록에 올라도 항의를 받고, 안 오른 사람한테도 비꼬는 투의 항의(?)를 받는 짓을 벌인 국방부. 전라도 표준말로 으째야쓰까잉!

작은책 발행인 안건모

posted by 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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