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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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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8. 30. 14:31 태복빌딩 꼭대기

<작은책> 20199월호

 

지난 호를 읽고

 

 

교장 일기를 읽는 재미로 <작은책>을 기다리는 까닭이 하나 더 늘었다. “준비물을 아이가 들고 가야 아이에게서 배움과 깨달음이 더 많이 일어난다라고 한 대목을 읽으면서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들이 이 글을 읽어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 진해졌다. “훌륭한 교사는 학부모나 교육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아이들이 적절한 난이도의 모험을 하도록 만드는 사람이라는 말처럼, 대한민국에 훌륭한 교사가 넘쳐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았다.

- 이영균

 

항상 잊지 않고 보내 주신 <작은책>을 보면서 많은 소식을 접하고 있고, 항상 감사하게 읽고 있습니다. 몇 달 남지 않은 수형생활 마지막까지 꼭 응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무더운 여름에 고생하시는 작은책 직원 모두의 건강과 행운을 빌어 봅니다.

- 곽동이

 

허지희 님 글로 세종호텔 상황을 겨우 알게 되었습니다. 일하는 나이는 지났지만, 아이들 키우는 지금 세대들 힘들게 한 세대 같아 미안한 마음 들어요. 명박이 등장부터는 국민 잘못이 더 큽니다. 어리석고, 탐욕스런 그런 사람인 줄도 모르고 뽑았으니까요. 기득권들이 촘촘하게 지들만 잘살려고 끼리끼리 힘을 가지고 공정한 대가를 주지 않고 탐욕으로 운영했잖아요. 곳곳에 아픔을 주는 짓으로. 분명히 그네들은 대대로 다른 아픔으로 힘들 거예요. 공평한 건 돈뿐이 아닐 겁니다. 그런 경영자들 아래서 현재 견디느라 힘드시겠네요. 기운 내시고요. 아프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 인천 할머니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자녀에게 죽으라는 말을 들음 너무나 절망스러울 거 같아요. 그러나 그 말은 돌려 들으면 나 힘드니깐 내 말에 관심 좀 가져 줘, 내 말도 좀 들어 줘이지 않을까요? 사실은 제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아이에게 그런 말을 했답니다. 순간 너무나 화가 나고 나를 존중해 주지 않은 딸아이를 향한 분노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라, 해서는 안 될 말을 해 버리고 말았어요. 엄청 후회하고 딸아이에게 사과를 했지만 그 상처는 어쩌면 우리 딸이 사는동안 평생 갈지도 모르죠.

사춘기를 겪는 아이는 감정을 조절하거나 표현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을 테니, 생각과 다른 말이 나올 수도 있을 거예요. 세상 전부인 엄마에게 그런 말을 한 딸의 마음도 편치 않을 거라 생각해요. 다만 시기가 그런 시기인 듯.

기회가 된다면 제가 술 한 잔 사 드릴테니 딸아이로 맘 상하심 연락 주세요. 그래도 글을 읽다 보면 송추향 님은 크게 절망하거나 좌절하신 게 없어 보여서 정말 다행이에요. 응원하겠습니다~!

- 정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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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 20199월호

일터 이야기

일터 탐방_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

 

노조 가입해. 안 그럼 이혼할 거야

정인열/ <작은책> 기자

  

▲ 서울톨게이트 지붕 위에서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이들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6월 30일부터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작은책(정인열)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지붕 위에서는 고공농성이 벌어지고 있다. 비정규직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약 1500명이 지난 6월 대량 해고됐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50대 여성과 장애인이다. 630, 이중 43명이 지붕 위로 올라갔고, 전국에서 모인 해고자들은 바로 옆 교통센터에 모여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의 사연을 듣기 위해 지난 726일 시사만화가 이동수 씨와 함께 농성장을 찾았다.(이동수 화백은 <작은책>에 생활 만화와 삽화를 그리고 있다.)

교통센터 주변은 크고 작은 텐트들로 가득 차 난민촌을 방불케 했다. 간밤에 비바람까지 몰아쳐 젖은 옷가지들과 비품들이 널려 있었다. 현재 해고자들은 민주노총 조합원 약 600, 한국노총 조합원 약 900명이다. 이들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도로공사를 상대로 공동투쟁과 공동교섭을 하고 있다. 천막에서 민주노총 소속 박혜숙(순천영업소), 김원표(양평영업소), 이진희(청북영업소) 씨와 한국노총 소속 김병종(고창영업소), 이원종(대소영업소) 씨와 인터뷰를 했다.

▲ 경기도 성남시 서울톨게이트 옆 교통센터에 전국 톨게이트해고자들이 모여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작은책(정인열)


이들은 부스 요금수납 말고도 화물차 과적 단속 및 통행료 미납 관리, 하이패스와 전자카드 관리 등의 민원 처리를 한다. 본래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한국도로공사의 직접고용 정규직이었다(기간제로 입사한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무기계약 전환). 한국도로공사는 전국의 톨게이트 영업소를 직접 운영하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비핵심 업무 외주화명목으로 외주화를 시작했고, 2009년 이명박 정권 때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모든 영업소가 외주화됐다. 김병종 씨와 이진희 씨가 말한다.

그때 남자 수납원들은 정규직 되고 여성 수납원만 외주화됐어요.”

외주업체 사장들은 도로공사 본부·지사 임직원 출신으로, 희망퇴직 시 남은 정년 기간만큼(보통 5~6) 수의계약을 맺어 수익을 보장받았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커지자 점차 공개입찰을 통해 법인 위탁업체와 계약을 맺기 시작했지만, 지난 5월만 해도 대부분 영업소는 전직 도로공사 임직원들이 운영했다.

외주업체는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 2013~2014년 국정감사에서 신기남 의원실이 발표한 한국도로공사 희망퇴직자 수의계약 외주운영 실태한국도로공사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임직원 출신 사장들이 서류까지 조작하며 임금을 착취하고 사업비를 부당 편취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노동자들에게 써야 할 피복비, 식대, 교통비는 물론 상여금과 퇴직금 및 각종 수당(시간외, 야간, 휴일근로, 연차수당 등)을 떼어먹거나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근무하지도 않는 친인척 등을 직원으로 신고하고 근태기록 및 업무 일지를 조작해 인건비를 청구하기도 했다.

요금수납원들은 사장(업체)이 바뀔 때마다 고용불안에 떨어야 했는데, 장애인과 새터민을 채용하기 위해 기존 수납원들을 해고했기 때문이다. 장애인과 새터민을 채용하면 정부로부터 고용지원금이 나오는데, 업체 사장들은 고용지원 기간이 끝나면 해고하거나 괴롭혀서 스스로 나가도록 했다. 한쪽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인 김병종 씨가 말한다.

중증은 60만 원까지 받는데 저는 경증이라 (고용지원금이) 30만 원 될 거예요. 저희(고창영업소)14명 중 12명이 장애인이었어요. 지방으로 갈수록 장애인 비율이 높아요.”

도로공사는 이런 불법행위들을 눈감아 주거나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다. 신기남 의원실은 불법행위로 가져가는 이익을 업체당 한 해 4억 원으로 추산했다. 반면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 허덕였다. 심야노동을 하며 43교대로 일했지만, 임금인상 체계가 없어 10, 20년을 일해도 신입 직원과 급여가 같았다. 많게는 하루 1천 대 차량의 수납 업무를 했고, 영업소 사무실에서 민원 등을 처리하는 주임들은 교대자가 없어 화장실 갈 시간도 없었다. 특히 하이패스 차량 정보 인식 오류로 인한 미납요금을 처리하느라 초과근무를 하고도 일한 만큼 임금을 못 받았다. 고객들을 대면하거나 전화로 미납요금을 독촉하면 고객들은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난 뒤에는 근무 부실을 인정하는 경위서를 써내고 부족분은 자비로 충당했다.

이렇게 외주화 때문에 생긴 폐해는 고스란히 전국 354개 영업소 7천여 명 노동자들에게 돌아갔다. 2010년 한국노총 산하 전국톨게이트노동조합이 생기고 2015년에는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생겼다. 2013년 톨게이트 노동자들 800여 명이 먼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고 1, 2심 법원은 각각 2015년과 2017년 노동자들이 한국도로공사의 직원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도로공사는 직접고용 방식이 아닌 자회사 채용을 추진했다. 박혜숙 씨와 김병종 씨가 말한다.

평소에도 티타임 때마다 자회사가 좋다고 세뇌시켰어요. 자회사로 안 가면 해고한다고 협박도 했고요.”

직접고용을 희망한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도로공사는 자회사 전환을 강행하고 30퍼센트 임금 인상과 기타공공기관 지정 등을 제안했다. 톨게이트 노동자 약 6500명은 자회사 전환에 동의해 지난 71일부로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에 고용됐고 이를 거부한 약 1500명은 해고자로 남았다. 이들은 왜 자회사를 거부하는 걸까? 이원종 씨가 말한다.

용역업체나 자회사나 같은 거예요. 자회사도 낙찰률이 있어요. 그럼 정규직이 아니잖아요. 낙찰률이 88퍼센트면 나머지는 누구를 주는 건가요? 결국 명예퇴직자들한테 가는 구조 아닌가요?”

임금 인상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도로공사는 자회사로 전환한 노동자들의 임금을 20퍼센트 인상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건 사실 기존 법인 위탁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받던 금액이다.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직접고용 정규직화 요구에 대해 입사 시험도 안 친 주제에 떼를 써서 정규직원과 똑같이 대우해 달라고 한다며 비난한다.

정규직에는 일반직과 실무직이 있어요. 실무직에 도로관리, 청소, 조리원, 사무원 등이 있고요. 실무직은 일반직처럼 공채 시험을 치르지 않아요. 저희 요구는 우리를 실무직에 넣어 달라는 거예요.”

▲ 한국도로공사 교통센터 풍경 스케치. 입구에 적힌 표어와 해고노동자들의 모습이 대비된다. 이동수


현재 투쟁하는 조합원들 대부분은 최근 노조에 가입한 사람들이다. 노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들이 모두 집을 떠나 청와대와 서울톨게이트를 오가며 노숙을 하고 있다. 몸과 마음은 지칠 때도 있지만 가족들의 지지와 격려가 큰 힘이 된다. 홀로 아이 셋을 키우는 이진희 씨는 특히 상황이 여의치 않다. 그녀는 스물두 살 첫째에게 동생들을 부탁하고 집을 나섰다. 자녀들에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투쟁하는 게) 엄마로서 너희들한테 해 줄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힘이 닿는 데까지 하고 싶다고 애들에게 말했죠. 애들이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래요.”

박혜숙 씨는 오히려 남편이 적극 지지한단다. 박 씨의 남편도 민주노총 조합원이다. 예전에 그이는 남편이 노조에 참여하는 게 싫어 집회 현장까지 가서 끌고 나온 적도 있었다. 그런데 자회사 전환 사태가 벌어지자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노조 가입해서 직접고용 하고 와. 안 그럼 이혼할 거야.”

한국노총 소속 톨게이트노조는 민주노총과 달리 상급단체로부터 아무런 지원 없이 투쟁하고 있다. 자회사에도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생겼다. 한국노총은 수적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자회사를 선택했으므로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톨게이트노조는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톨게이트 비정규직 노동자 김병종, 박혜숙, 김원표, 이진희 씨(왼쪽부터). 작은책(정인열)


인터뷰 도중 소나기가 내렸다. 빗속에서도 이들은 서로를 격려했다. 이원종 씨가 남자들만 있었으면 벌써 집에 갔을 거예요. 여성분들이 정말 대단합니다.” 하고 말했다. 이에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대답했다. 상급단체 연대도 없이 홀로 투쟁하는 톨게이트노조도 대단해요. 함께 투쟁해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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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 20199월호

교실 이야기

 

똥 앞에서 한 점 부끄럼 없기를

 

곽노근/ 고양 상탄초등학교 교사

 

 

아침을 거른 적은 없다. 어느 순간부터 내 장은 튼튼하고 건강해져 일을 열심히 잘한다. 아침을 거른다면, 속이 더부룩하고 너무 불편해 오전 중에 꼭 일을 치르게 된다. 쉬는 시간에, 틈을 봐서 허겁지겁 5분 정도 만에 끝내야 한다. 나는 진득하게 오래 누는 버릇이라 그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하기는 너무 버겁다. 하지만 허겁지겁, 되는 만큼 후다닥, 마무리하고 나온다. 아무리 내 똥이 급해도, 수업은 해야 하지 않은가. 급한 불은 껐으니.

첫 문단과 제목만 봐도 알겠지만, 그래, 똥 얘기다. 나는 똥 얘기 하는 걸 좋아한다. 사실 똥 얘기, 더 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다. 어릴 때는 똥을 지금처럼 잘 누지 않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밖에 안 눴던 이야기, 술 먹고 난 다음 날은 하루에 다섯 번 넘게 누기도 했던 이야기 등등. 그러나 이 자리가 내 똥 눈 이야기를 풀어놓는 자리는 아니니까, 여기서 그치련다. 여하튼 나는 똥 얘기 하는 걸 좋아한다. 똥 얘기는 사람들의 가면을 벗겨 주니까. 더러워하면서도, 사람들을 천진하게 웃게 해 주니까. 금기의 아슬아슬한 영역을 똥이 건드려, 시원하게 해 주니까.

그렇다고 무슨 내가 똥 얘기만 하고 사는 건 아니다. 똥 얘기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자리라고 여겨진다면, 당연히 애초에 꺼내지 않는다. 사람들과 어느 정도 친해지고 나서, 혹은 똥 얘기 꺼내면 감정의 벽이 확 무너질 것 같다고 판단되면 꺼낸다. 그마저도 수줍은 나의 성격 탓에 상황을 보고 또 본 후, 내 몸이 시킬 때 꺼낸다. 벌써 똥 얘기만 세 문단째다. 불편한 분이 계시다면 죄송하지만 그냥 넘기시길 권한다. 앞으로도 계속 똥 얘기만 할 것이므로.


학교에서도 물론 나는 아이들에게 똥 얘기를 한다. 어른들에게 똥 얘기는 조금 조심스럽지만 아이들에겐 상대적으로 덜하다. 아이들은 백이면 백 좋아한다. “단어만 나와도 아주 자지러지고 죽을려 그런다. 그렇게 좋아하는 아이들을 두고 내 어찌 똥 얘길 안 할 수 있겠는가. 아이들과 똥 얘기는 일상이다.

선생님, 어디 가세요?”

, 똥 싸러.”

(까르르 웃으며) 또 똥 싸러 가세요?”

, 당연하지!”

(또 배시시 웃으며) 선생님, 즐똥하세요!”

그래, 고마워. 즐똥할게!”

급식실에서 급식을 마치고 나오면, 언제나 나를 맞아 주는 네 명 정도의 4학년 우리 반 여자 아이들이 있다. 나를 졸졸졸 따라온다. 그러면 나도 뒤돌아 그 아이들 뒤를 졸졸졸 따라가면서 서로 장난을 주고받는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른다. 교사용 화장실. 위 대화는 그 내가 화장실을 가기 전 이 아이들과 항상, 매일 주고받는 대화다. 물론 실제 점심시간에 교사용 화장실에서 똥을 누진 않는다. (물론 아주 가끔은.) 그저 소변보고, 손을 닦고 할 뿐이다. 그러나 저렇게 똥 얘기를 농담 삼아 섞으니 분위기가 얼마나 화기애애하고 즐겁고 유쾌한가.

그 유쾌함을 위해 다소 도발적으로 나가기도 한다. 이전 학교에서는 교실에서 급식을 했는데, 밥 먹는 동안 플래시 노래를 많이 틀어 줬다. 이번엔 어떤 노래를 틀까 목록을 컴퓨터로 보고 있는데, 아이들이 꽂힌 제목이 있었다. 바로 내 똥꼬’. 선생님, 저거 틀어요!라는 말을 나는 놓치지 않고 잡아챘다.

 

내 똥꼬 _ 박진하 시/ 백창우 곡

 

똥 누러 뒷간에 가면

똥은 뿌지직 잘도 나온다

끙 끙 끄 응

조금만 힘줘도 잘도 나온다

자랑스런 내 똥꼬

 

플래시 영상엔 똥 누는 장면, 똥 장면들이 그려져 있다. 또 틀자 해서 또 틀었다. 그래, 원하는 만큼 틀어 주마. 처음엔 재밌어 하던 아이들도 밥 먹으며 똥 노래를 계속 보고 들으니 거북했는지, 몇몇 아이들은 고만 보자 한다. 그렇지만 장난기 많은 친구들 몇몇은 또 보자 한다. 그래서 꿋꿋이 또 틀었다. 힘든 아이들이 늘어 갔다. 너무했나. 그러나 나는 간사하게 속으로 낄낄대며 웃었다.

그래서 벌을 받았나. 어떤 아이가 똥을 지렸다. 누군지는 모른다. 대변기가 있는 두 번째 칸. 똥은 대변기 뚜껑, 대변기 모서리, 양옆 벽, 벽 뒤 등등 산발적으로 묻어 있었다. 그 아이는 똥으로 그림을 그린 게 틀림없었다. 같은 학년 선생님들은 모두 고민했다. 그날은 금요일이었는데, 냄새는 심했고, 이 상태로 주말을 맞을 학교를 떠나기엔, 똥의 자태와 냄새가 너무 추악했다. 행정실에 전화해 보니 청소하시는 여사님(학교에서 이 직종에 일하시는 분의 호칭을 고작 여사님으로밖에 표현 못하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땅히 더 나은 호칭을 찾지 못해 부끄럽게도 부득이 이 단어를 쓴다.)은 이미 퇴근하신 후였다. 어찌해야 하나, 어찌해야 하나, 머리를 맞대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군대 가기 전 발령받은, 그리고 군대를 전역하고 얼마 전 다시 발령받은, 그 당시 신규였던 승현(가명)샘은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제가 치울게요.”

마지못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었다. 그게 뭐 그리 큰일이냐는 듯,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듯. 승현샘은 바로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렸으며 걸레를 찾아 나섰다. 나도 뒤따라가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렸으며 걸레를 찾아 나섰다. 이내 화장실에서 호스를 꽂고 두 번째 칸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호스의 물과 걸레로 똥의 그악스러운 자태는 생각보다 금세 사라졌다. 승현샘이 주도적으로 했고, 나는 뒤처리만 살짝 했다. 승현샘 이전엔, 누구도 똥을 직접 닦고 치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교사들은 그렇게 고상하지 않다. 아이들이 통으로 엎은 반찬 찌끄러기들을 치워야 하고, 속이 안 좋아 게워 낸 아이들의 토를 치워야 하고, 교실에 들어온 벌과 사투를 벌여야 한다. 그렇지만 똥은 아니었다. 똥을 치우지 않을 만큼은, 고상했다. 그리고 그 정도 고상함을 가진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교사들이 똥을 직접 닦고 치울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 욕먹을 일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왠지 부끄러웠다. 똥을 좋아한다던 내가, 결국 현실의 똥 앞에서 주저하다니. 똥에 대한 사랑이 부족함을 깨달았다. 글을 쓰면서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앞으로 똥 얘기를 부끄럼 없이 할 수 있을까. 똥 앞에서 한 점 부끄럼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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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 20199월호

 살아가는 이야기

여름휴가 때 겪은 오싹한 경험

이남림/ 완주 글쓰기 모임 회원

 

 

드라이브하러 나가게 준비하고 있어요.”

친구 소개로 몇 번 만나던 남자한테서 온 전화였다. 나는 그가 매번 알아서 데이트 코스를 척척 짜내는 게 정말 맘에 들었다. 길을 잘 몰랐던 나는 그가 운전해 가는 대로 어디든 좋았다. 시간이 많이 걸려도 드라이브하면서 얘기 나누는 데이트는 꽤 짜릿하고 매력적이었다.

한 시간쯤 지나자 구불구불한 오르막길이 나오기 시작했고 경사는 점점 심해지는 듯했다.

~! 그만 올라가고 어서 다시 돌아가요. 지금 당장!”

그는 갑작스런 내 말에 당황해하며 말했다.

차선이 하나라 차를 돌릴 수도 없는데.”

심장이 뛰고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30여 분을 눈을 꼭 감고 두 손으로 손잡이를 꽉 부여잡은 채로 버텼다. 그리고 드디어 오르락내리락 구불구불한 길이 끝이 났다. 갑작스런 내 행동에 놀라고 당황했을 그에게 나는 3년 전의 끔찍한 기억을 되살려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나는 운전면허를 따고 중고차를 사서 그 복잡한 도로를 기어 다니다시피 했다. 2년쯤 지나 운전에 점점 익숙해진 나는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여름휴가 때 나는 부모님과 언니, 조카 둘과 함께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계곡으로 향했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오가는 차들이 너무 많아 계속 브레이크를 밟으며 조금씩 움직여 갔다. 겨우 도착한 계곡에서 우리는 배부르고 시원한 시간을 보냈다.


돌아오는 길에도 차들이 밀려 거의 줄지어 서서 브레이크만 밟고 있기도 했다. 경사가 심한 길이라 차가 조금씩 움직일 때는 천천히 브레이크를 밟으며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뜨거운 햇살에 익어 버린 아스팔트인 데다가 경사가 심한 길을 계속 오르락내리락해서 그런지 타이어가 타는 듯한 냄새가 났다.

내려오는 중간에 쉼터에서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먹고 다시 출발했다. 차를 타고 몇 초쯤 지났을까?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조금 전까지 잘 듣던 브레이크가 작동되질 않았다. 반대편 차선으로는 차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고, 내 앞에도 차들이 줄지어 가고 있었다. 또 도로 양옆은 경사가 심한 낭떠러지였다. 순간 머리가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무섭고 막막하고 겁이 났다. 가족들 모두 이대로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겠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어떡해! 어떡해! 큰일났어! 브레이크가 안 들어! 모두 벨트 잘 매고 손잡이 꽉 붙잡아요!”

몇 미터 앞 반대편 차선을 보니 작은 건물이 보였다. 그 순간 , 저 건물 쪽으로 핸들을 돌려 건물에 부딪치면 낭떠러지로는 떨어지지 않겠구나라는 판단이 섰다. 그쪽으로 급히 핸들을 틀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많이 오가던 차들이 그 순간엔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다행히 다른 차량과는 아무런 충돌 없이 건물에 바로 부딪칠 수 있었다.

사고 후 너무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울고만 있었다. 차 안에 가족들은 울고불고 더 난리였다.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서 뛰어나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지리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였다. 직원들은 다들 크게 다치진 않은 것 같으니 안심하라며 119를 불러 주었다. 나는 너무나 놀라고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119에 실려 병원에 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천만다행으로 언니만 이마에 몇 바늘 꿰맸을 뿐, 다른 가족들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나는 브레이크가 갑자기 밟히지 않은 순간부터 우리 가족 모두 낭떠러지로 떨어지겠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는 기적처럼 모두 다시 살아났다. 우리는 부둥켜안고 울었다.

나는 그 후로 한동안 운전을 하지 않았다. 한참 지나 다시 핸들을 잡기는 했으나 구불구불한 오르막, 내리막은 아무리 경치가 좋더라도 스스로 운전해서는 절대 가지 않는다.

여름휴가에 관한 오싹한 이야기를 듣고 난 남자 친구는 그 후로는 데이트 코스에 드라이브를 절대 넣지 않았다. 그 당시 난 이 사람이 참 배려가 많은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15년 동안 같이 살아 보니 원래 드라이브 같은 거 전혀 좋아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

 

posted by 작은책
2019. 8. 21. 16:05 알림 / 엮은이의 글


발행인의 글

 

한국의 극단적인 보수 우익들이 정체성의 혼란이 왔나 봅니다. 본래 극우들은 나치, 파시스트같이 인종주의, 국수주의, 맹목적 애국주의를 내세우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극우들이 갑자기 매국노로 변했습니다. 엄마부대·태극기부대 같은 극우들이 어느 날부터 일장기를 흔들면서, 한국에 경제 침략을 가해 제2의 식민지를 꿈꾸는 일본의 아베 수상을 응원하는 사태가 벌어진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무조건 반대하려다 보니까 극우들이 헷갈린 거지요.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할 지점은 다른 데 있습니다. 이번 호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쓴 글에서 볼 수 있듯이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시대는 아직 멉니다. 노동 공약 이행 수준은? 기대 이하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반대하려면 이런 내용으로 비판하면 되는데, , 그러면 극우가 아니겠지요?

<작은책> 이번호 책이 이끄는 여행, 이동수 화백이 김민섭 씨의 책 훈의 시대를 들고 강화도를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급훈, 교훈, 사훈 등 우리를 지배해 온 ’. 저자는 이런 훈들이 이 사회를 천박하게 만들었다고 개탄합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이제 그런 천박한 훈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강화여고 학생들은 교가에 나오는 여성다워라라는 성차별적인 구절을 지혜로워라로 바꾸고, 교정에 있던 돌에 여자다웁게라고 새겨져 있던 문구도 다른 내용으로 바꿨습니다. 이동수 화백은 강화에 살고 있는 류미례 감독을 만나 함께 강화여고를 둘러보고 통일전망대도 다녀왔습니다. 이동수 화백의 너스레를 들으며 강화도를 함께 돌아보시기를 바랍니다.

 

2019817

안건모 올림



2019. 9. 월간 제291

목차


 

4 책이 이끄는 여행

박제가 된 훈이 지배하는 사회 이동수

10 발행인의 글

11 원고를 기다립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12 저는 오빠만 있음 됩니다. 그건 뻥이다! 최성희

17 여름휴가 때 겪은 오싹한 경험 이남림

20 돌모루댁의 살림살이 밥 한번 먹자고! 윤혜신

26 이야기가 있는 사진 김재형

28 살아온 이야기(15)

온갖 우여곡절을 겪는 엄마 송추향

34 교장 일기

모험이 아이들을 키운다 최관의

38 한의사 권해진의 살아가는 이야기

과대광고와 희망 고문 권해진

41 교실 이야기

똥 앞에서 한 점 부끄럼 없기를 곽노근

46 산골부부의 시골살이

모두가 설레는 한가위를 맞았으면! 조혜원

50 글쓰기 모임 안내

 

일터 이야기

53 일터 탐방_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

노조 가입해. 안 그럼 이혼할 거야 정인열

59 전국학교비정규직 수기공모 당선작

입간판에 내 이름은 없었다 나현경

64 전국학교비정규직 수기공모 우수작

학교에서 나쁜 일이 왜 그렇게 많아요? 이재문

69 작은책 법률 상담소

반대할 자유 전다운

 

작은책이 만난 사람_ 박진

73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박진 안건모

96 이동슈의 생활 만화 이동수

 

세상 보기

98 존버 씨의 시간들

금지되어야 할 표현 통상적김영선

103 키워드로 보는 우리 사회

밀레니엄 좌파는 기다리는 데 지쳤다 고태경

108 어린이 해방과 평화

입을 꼭 다물고 몸을 바르게 합시다 이주영

113 여성으로 살아가기

내 사랑은 당신을 위협할 수 없다 홍승은

118 생태 이야기 질병은 창조 대상이 아니다 박병상

 

쉬엄쉬엄 가요

123 오앵의 일상의 온도 오앵

124 정작 모르는 유물 이야기 언제 그곳에 갈 수 있을까 박찬희

128 책 읽고 딴 생각 우리는 스스로 선량하다고 믿는가 변정수

131 독립영화 이야기 대동강맥주가 맛있었다 류미례

137 우리말과 국어사전 짚어 보기 청배와 띨배 박일환

142 와글와글 아이 글

144 새로 나온 책 편집부

148 지난 호를 읽고

150 편집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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