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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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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


  나는 2003년 참여정부 때 해고됐다가 그해 원직 복직됐다. MB가 취임한 후 2009년 여름, KT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할 때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한 이유로 그해 가을 인천에서 삼천포로 징계와 동시에 전보되었다. 그런데 회사가 사택을 제공하지 않아 KT삼천포지사 앞 인도에서 텐트 노숙으로 겨울을 지냈다. 노동위원회의 부당 징계 부당 전보 판정으로 2010년 봄에 원대 복귀하자마자 두 번째로 해고됐다. 지금 1년 8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올가을, 국정 감사에서 이미경 의원이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삼성백혈병 산재 문제를 따지며 근거 자료로 KT사례가 제시됐다.

  2002년 12월에 치러진 KT노조 선거에 관리자(수도권강남망건설국 총무과장)가 상부의 지시를 받아 강성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고 회사가 미는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밤낮으로 과로하며 술을 먹다가 2003년에 ‘간경변’으로 쓰러졌다. 결국 2005년 간 이식 수술을 받았으나 2007년 뇌림프종에 걸려 2008년에 사망했고, 유족이 산재 신청을 제출하자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승인 뒤 유족보상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한 사건이었다. 그동안 무수한 의혹이 제기되던 KT노조 선거에 대한 회사 지배 개입(부당노동행위)이 9년이나 지나서 국정 감사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내가 노조위원장으로 출마했던 2008년 12월 선거 생각이 난다. 후보자 등록을 위한 조합원 추천 서명 작업을 방해하기 위해, 회사 관리자가 31개 팀장들에게 ‘회사 측 후보자에 대한 서명은 괜찮지만 민동회(민주동지회, KT내 민주노조를 지향하는 유일한 조합원 현장 조직) 후보자의 출입이나 추천 서명은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자신에게 보고하라’는 사내 메신저를 보냈다. 이 사실이 발각돼 법원으로부터 2009년에 부당노동행위로 벌금 200만 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다.

  어쩌면 9년 전에 선거 개입을 무리하게 하면서 병에 걸려 사망한 관리자나, 3년 전 선거에 지배 개입한 혐의로 벌금 200만 원을 부과받은 관리자도 자본의 지시를 관철시키면서 발생한 동일한 피해자일 뿐일 것이다. 자본은 아직도 어떤 상처도 받지 않고 끄떡없이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선거에서 민주 후보 진영에서 회사 측의 지배 개입을 감시하도록 근로감독관의 파견을 요구하는 기자 회견을 했던 사실과 후보 추천 서명지를 각 후보 선거대책본부가 합의해 공동으로 은행 금고에 임시 보관한 것(회사가 추천 조합원을 알게 되면 각종 불이익 및 압박을 가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 기아자동차에서 대리 투표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 등을 보면 이미 KT에서 회사 개입과 투개표 조작을 통한 노조 무력화 수법이 주요 사업장에 전파됐음을 알 수 있다. 

  자,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들이 권력과 자본의 힘을 총동원해 민주노조를 무력화시켰다면, 우리는 역으로 사회적 연대의 힘으로 전략적 사업장에 민주노조를 세우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KT노조는 1994~1996년(5대 유덕상 집행부)을 제외하고 내리 5번씩이나 선거에서 민주노조가 패했다. 그 과정 속에 해외 민영화가 되었으며 10여 차례 이상의 정리 해고로 3만여 조합원들이 잘려 나갔다.

  KT노조 선거 투개표소는 전국에 489개나 퍼져 있다. 그리고 3년 전 선거에서 참관인을 배치하지 못한 투개표소는 150여 군데가 넘었다. 투개표 참관인도 세우지 못한 채로 내가 42.79퍼센트를 득표했다는 것은 사실상 민주노조의 승리를 의미한다. 참관인을 세운 투개표소에서는 민주노조 측이 대부분 압승을 했고 참관인이 없는 곳에서는 어용 세력이 몰표를 거두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삼척동자도 다 안다. 전국에 산재한 분산 투개표 제도는 통합 투개표를 시행하는 사회보험노조나 투개표소가 130여 개인 철도노조와 달리 KT가 민주노조를 세우기가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조합원의 성향 파악이 용이하고 참관인을 세우기가 어려움) 중의 하나다. 계속해서 통합 투개표 제도 도입을 요구했으나 회사가 관리하고 있는 어용 집행부는 항상 묵살했다. 여기서 결정적인 문제는 선거를 감시하는 참관인 문제이다. 10여 년간 지속된 조합원 회유와 탄압 속에 전국의 투개표소를 제대로 감시할 참관인을 조직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용 집행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함에도 선거를 코앞에 둔 10월 13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해 선거관리규정을 더욱더 개악했다. 민동회 40여 명 조합원들의 출입을 경찰과 청경 그리고 구사대를 동원해 원천 봉쇄한 가운데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원이라면 소속을 달리하더라도 전국의 투개표소를 참관할 수 있었던 규정을 ‘지방본부별로 제한’(예를 들어 서울 조합원이 충남이나 강원도에 투개표 참관을 할 수 없도록 함)했으며, ‘지부 선관위의 의결을 거쳐 참관인을 퇴장시킬 수 있는 규정’을 도입했고, 투표 용지도 선거인명부에 등재된 조합원 수와 동일하게 제작해야 함에도 ‘예비 투표 용지를 3퍼센트 추가로 제작’(투표 용지 바꿔치기 합법화함)하도록 했고, IT업체라는 특성과 어울리지 않게 인터넷과 통신 매체 등을 이용한 ‘어떠한 선거 운동도 금지’했으며, ‘선거 운동 기간도 기존 20일에서 15일’로 5일을 단축시켰다. 

  민주노조 진영(장현일 선본)에서는 개악된 선거관리규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지난 11월 9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제출했다. 더불어 투개표를 감시해 달라는 청구 취지도 포함시켰다. 이러한 법률적 대응과 함께, 조합원들이 용기를 내 투개표 참관을 하도록 하는 시민 사회  연대체인 ‘KT노조 공정 선거 감시단’을 만들었다. 민주노총과 민주. 진보 정당들 그리고 민중의 힘을 비롯한 단체들이 속속 결합하고 있다. 참여 의사가 있는 개인이나 단체는 KT노조 선거 공정 선거 감시단 상황실(02-701-0070)로 연락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2011년 올해에만, KT에서 일하던 노동자들 14명이 자살 및 돌연사 등으로 죽었다. 그리고 낙하산 인사가 취임한 2009년 이후로 45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현장은 피폐화됐다. 얼마 전 방영된 〈PD수첩〉(10월 11일: KT인력퇴출프로그램, 11월 8일: 분신사망한 KTcs 전해남 지부장 편)은 현재 KT의 모습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죽음의 행렬을 멈추게 하기 위해 KT 내부를 민주화시키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직장을 민주화시키기 위해서 노동조합부터 먼저 민주노조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해외 투기 자본의 돈벌이 수단(해외 민영화 10년간 2조 4천억이 국부 유출됨)으로 전락한 KT가 다시 통신 공공성을 회복하고 국민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된다.

  많은 분들이 노조 선거 공정 선거 감시단에 참여해 죽어 가고 있는 KT 노동자들을 살려 내고, KT를 민주적이고 인간다운 직장으로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11월 14일 선거 공고가 났고, 11월 30일 하루 동안 투표가 시행될 예정이다. 적극적인 연대와 공정 선거 감시단 참여를 요청한다.
posted by 작은책
2011. 11. 24. 11:06 알림 / 엮은이의 글

 



■ 엮은이의 글

  나라 주권이 넘어가느냐 마느냐 하는 아주 심각한 때 이 글을 쓰게 됩니다. 한미 FTA 이야기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과 맺은 한미 FTA 협상안을 국회에서 비준해 주면, 3개월 내 미국에 ISD 조항의 ‘재협상을 제안하겠다’고 꼼수를 부렸습니다. ISD는 ‘투자자-국가소송제’라는 뜻의 약자입니다. 간단하게 사례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수돗물 장사를 합니다. 한 달 수돗물 값이 갑자기 올라 우리 월급의 반이 됩니다. 서민들은 수돗물 사 먹을 돈을 아끼느라 빗물을 받아 놓았다가 먹기도 하고, 빨래도 합니다. 미국 기업이 장사가 안 되겠죠? 당장 우리나라 정부에 항의를 합니다. 정부는 빗물을 못 받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킵니다. 그러지 않으면 그 기업은 우리나라에게 소송을 겁니다. 판단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가 하지요. 그 센터가 누구 편을 들지는 불을 보듯 뻔하고요. 그렇게 되면 우리는 빗물조차 못 받아 쓰게 됩니다.

  소설 쓰지 말라고요? 지난 2000년에 볼리비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입니다. 그 미국 기업은 벡텔이라는 기업이고요. 아, 그러면 그 ISD조항을 재협상하면 된다고요? 오바마가 총 맞았나요? 그걸 해 주게? 그런데도 이명박 ‘가카’가 국회에서 한미 FTA를 일단 비준해 달라는 겁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그걸 비꼬는 패러디가 쏟아졌습니다. “일단 김태희를 나와 혼인시켜 달라. 3개월 안에 김태희 씨에게 결혼 허락을 받겠다”는 말에 뒤집어졌습니다. 노회찬 전 의원은 “싫더라도 일단 당선시켜 주십시오. 대통령 취임하면 3개월 내에 재선거하겠습니다”라는 말로 비꼬았네요.

  독자님들, 가카가 하는 말은 꼼수가 아닙니다. 제가 바둑을 둬 봐서 좀 아는데, 바둑에서 나오는 꼼수는 정말 그럴듯하거든요. 가카가 하는 짓은 바둑 18급짜리가 9단한테 던지는 막수입니다. ‘씨바, 넘 유치해!’

                                                                                                                 2011년 11월 16일
                                                                                                                        안건모 올림


■ 차례


4 사진
10 엮은이의 글
11 원고를 기다립니다
12 작은책을 읽고

살아가는 이야기

14 재수 없는 날 _ 상희
18 본색을 드러낸 선생님 _ 김경희
22 회갑보다 중요한 날 _ 김현주
25 공무원이 봉이냐? _ 서애련
28 축구를 그만둔 한국의 메시 _ 고경은
32 쫄다구 형님! 제 말 좀 들으세요! _ 김영도
36 타조알 선생의 교단 일기 : 주먹이 운다│바담풍 _ 이성수
38 여성의 일과 삶 : 한 발을 디디고 거침없이 고고씽! _ 박미경
44 살아온 이야기(3) : 조금만 더 버티면 이긴다! _ 신혜진
50 와글와글 초딩 글
52 이야기가 있는 들녘 : 올해도 쌀 다 팔았습니다 _ 김성만
56 글쓰기 모임 뒷이야기

일터 이야기

58 일터 탐방 :
고기 280킬로그램 볶아 보셨어요? _ 정인열
64 일터에서 온 소식 : 3~4일 정도면 되겠지? _ 김정훈
68 일터에서 온 소식 : 용기 있는 대리운전기사 콜 ! _ 송재성
72 일터에서 온 소식 : KT를 바꿔라! _ 조태욱
76 실업 극복 희망 일기 : 난 유리 같은 여자예요 _ 최문정
80 현장 노동법 이야기 : ‘판례’를 무시하는 판사들 _ 변영철

기획 특집
혁명은 글쓰기와 함께 온다

83 강좌 _ 윤구병

103 뒷이야기 _ 이명옥

105 만화로 보는 세상 _ 이성열

세상 보기

106 생각해 봅시다 : 김진숙과 송경동 _ 박노자
110 교육 이야기 : 1정 연수 괴담기 _ 설은주
114 쉬운 경제 이야기 : 끝장토론 마지막 호소 _ 정태인
122 생태 이야기 : 우주여행은 그저 꿈일 때 아름답다 _ 박병상
126 인물 바로 보기 : 《실학파와 정다산》을 쓴 최익한 _ 송찬섭

쉬엄쉬엄 가요

131 일상 예찬 : 나는 이만하면 충분해 _ 김현진
134 영화 이야기 : 신비한 주술과 생생한 현실의 만남 _ 강성률
138 추억 따라 역사 따라 : 백두대간 완주보다 더 흐뭇한 것 _ 박준성
142 아, 이 시! : 밤새 잘 기셨소 _ 오도엽
144 새로 볼 책 : 싱싱한 유기농 만화 _ 윤지은
146 돌아볼 책 : 오타쿠와 레닌 사이 _ 곽일용
148 새로 나온 책 _ 편집부
151 편집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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