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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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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4.26 봄나물 잔치(작은책 2019년 5월호)

<작은책> 20195월호

살아가는 이야기

돌모루댁의 살림살이


 

봄나물 잔치

윤혜신/ 밥 짓고 꽃밭 가꾸는 시골밥집 미당주방장, 착한 밥상 이야기저자

 

 

요즘 들어 우리 옆 동네에 자주 가게 된다. 작은 미술관이 문을 열고 목요일 저녁마다 수묵화반이 생겨서 작년 늦가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수묵화를 그리러 다닌다. 미술관 앞에 책방도 생겼다. 오래된 시골 이층집을 살짝 고쳐서 아담한 책방을 열었는데 시골이라 어디 갈 곳이 마땅찮다가 아담한 시골 책방이 생기니 신이 났다. 그런데 또 이러저러한 인연으로 내가 쓴 그림책 꽃할배를 알고는 작가라며 반겨 준다. 식당 주방장으로만 알고 있다가 그림책 저자라는 걸 알고 많이 놀랐다며, 갑자기 지역 작가로 우대를 한다.

어느 날, 늦은 오후에 세 명의 여성들이 밝게 웃으며 식당에 들어왔다. 서울에서 그림책방 주인장 소개로 왔다며 자기들도 모두 동화작가라 했다. 반가운 마음에 차를 대접하고 얘기를 나누는데, 내가 아는 그 시골 책방에서 강연도 하신단다. 어쨌든 세상이 다 하나로 연결된 느낌이다.

강원도에 사시는 선생님에게 봄날이 되었으니 한번 산에서 내려오시라 연락을 드렸다. 흔쾌히 놀러 오신다 해서 이번에는 책방 주인장과 동화작가들을 같이 초대했다. 선생님 내외분도 그림책 작가시니 이름만 대면 서로 아는 사이리라. 그리하여 어느 봄날 밤에 모두 모였다. 봄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그 비를 뚫고 다들 모여 앉았다.

나는 조금 특별한 봄 요리를 준비했다. 냉이를 다져 넣은 만두, 취나물을 갈아 쑨 죽, 방풍과 새우를 잘게 다져 넣은 전, 상수리묵과 묵은지, 취나물현미밥과 방풍조개된장국. 봄나물을 이용해서 색다른 맛을 냈다. 모두들 즐겁게 얘기를 나누며 맛있게 봄 요리를 먹었다. 예산 박 선생님이 작년 여름에 담근 술을 가져와서 입이 호강을 했다. 모두들, 냉이만두는 처음이라며 맛있게 먹고 신기해했다. 중동의 친구가 가르쳐 준 요리인 혼음, 내가 보기엔 만두는 만두인데 한꺼번에 크게 말아 쪄서 잘라 먹는 만두라 손쉽게 만두를 만들겠다 싶어서 내 방식으로 응용을 해 봤다. 먼저 밀가루 반죽은 거의 비슷하게 한다. 그런데 반죽을 밀 때, 우리나라 칼국수 반죽을 홍두깨로 밀듯이 커다랗게 밀고 그 위에 만두소를 골고루 얹어 돌돌 말아서 우리네 곱창같이 (순대같이) 둥그렇게 말아 놓고 찐다. 한 김 나가면 잘라서 접시에 담으면 된다. 나는 고기 위주인 그네들의 소 대신 양파, 부추, 냉이나물을 듬뿍 넣고 고기를 약간만 넣어 만든 소로 냉이만두를 만들었는데 냉이향이 향긋하니 맛난 만두가 되었다.

밥을 먹고 다시 집으로 내려와서 차와 다과를 먹으며 동화책 이야기랑 그림 이야기를 신나게 했다. 마침 송악에 살면서 그림책방과 그림책스테이를 준비하시는 감자꽃 선생님이 다음 날 놀러 오라고 초대를 했다. 몇 년째 그림책방을 준비 중이시라고. 우리는 꼭 가겠노라고 했다.

다음 날, 아침을 간단히 먹고 송악의 책방으로 놀러 갔다. 같은 당진이라지만 오지라고 할까. 가도 가도 시골길을 달려서 논밭 가운데 우뚝하게 서 있는 예쁜 책방. 높은 벽면 가득히 그림책이 꽂혀 있고 아직도 나무 냄새와 장작불이 타고 있는 동화 같은 집에 들어갔다. 한 사나흘 정도 이런 집에서 그림책만 실컷 보며 쉬었으면 하는 게 모두의 바램이다. 맛난 커피를 내려 주셔서 집안 구경도 하고 감자꽃 작가님의 책도 보고 즐겁게 놀다가 다시 면천의 책방 오래된 미래로 향했다.

책방에 들어서자 박수가 터지고 이담 선생님의 팬들이 책을 가지고 와서 기다렸다. 글쓰기 모임의 선생님과 제자라고. 역시 좋은 책을 쓰고 그리니 어딜 가도 팬들이 있다. 작은 책방을 천천히 둘러보고 나서 사인도 하고 담소도 나눴다. 책방 주인인 지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모두 책 선물을 했다. 예전부터 사려던 책을 딱 알아서 주시니 고마웠다. 예전에 우리 동네에 있던 작은 구멍가게들을 그린 그림책. 그 책장을 하나씩 넘겨 보며 마음이 따스해졌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다시 예산 슬로우시티 대흥마을로 가서 박 선생님이 하시는 수공예공방 짚과 헝겊에 갔다. 누님은 헝겊으로 가방, 모자, 손지갑, 생활용품을 만드시고 동생은 지푸라기로 짚공예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다. 특별히 이 공방은 예산에 사는 마을분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만을 판매한다고. 인형이며 브로치, 액자며 옷가지들이 정겹게 진열되어 있다. 선생님이 타 주신 꽃차를 마시며 예쁜 손물건을 구경하고 밀린 수다를 떨었다. 오후가 돼서 우리는 먼저 집으로 돌아와 저녁 장사를 했다.

자주 만나지는 않아도 가끔씩 얼굴 맞대고 사는 얘기를 진지하게 하고 살다가 실수한 거며 때론 일이 잘 안 풀려서 힘든 이야기며 부모자식 이야기를 나누니 핏줄이 아니어도 피붙이 같은 사람이 있다. 나도 남편도 집안의 첫째라 언니나 형이 없어서 의논할 사람이 없는데 어쩌다 만난(살림살이라는 책을 쓰다가 만남) 이분들은 내 친언니 친오빠같이 서로를 챙겨 준다. 가끔씩 만나면 너무 반갑고 안 보면 보고 싶다. 어제 하룻밤인데도 한참 전인 것처럼 느껴지고 빈자리가 허전하다.

어떻게 보면 우린 모두 이방인이고, 외지인이다. 강원도, 서울, 대구, 전주, 대전. 각기 자기 고향을 두고 여기서 살게 되었고 여기서 만났다. 외지인이라는 외로움이 우리를 더욱 친밀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서로 살뜰하게 살펴 주고 다독여 주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 괜히 이곳이 고향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내가 만든 새로운 음식들을 어색해하지 않고 맛있다고 색다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니 나는 또 용기백배하여 이것저것 요상한 조합으로 음식을 만들어 보며 신난다.

다음엔 꽃이 활짝 핀 따스한 날에 만나서 텃밭에서 나오는 재료들로 맛난 요리를 만들어 봐야지. 가지로 국을 끓이고 애호박으로 김치를 담가 볼까나?

 


냉이곱창만두

만두피 재료 : 밀가루 3, 따뜻한 물 1컵 반, 소금 약간

만두소 재료 : 다진 소고기(돼지고기도 가능) 300그램, 양파 1, 대파 2, 부추 100그램, 냉이 300그램

양념 : 소금, 후추, 참기름 2큰술, 다진 마늘 2큰술

그림_ 이동수


만들기

1. 만두피 반죽을 해서 비닐봉지 안에 넣어 숙성시킨다.

2. 양파, 대파, 부추는 다져서 소금에 살짝 절인다.

3. 냉이는 다듬어 씻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물기를 꼭 짜고 다진다.

4. 절인 채소를 꼭 짜고 소고기와 냉이를 넣어 양념한다.

5. 반죽을 다시 치대고 반으로 나눠서 최대한 얇고 큰 타원형으로 민다.

6. 길이로 펴고 소를 반으로 나눠 골고루 얹고 김밥 말듯이 아래부터 만다. 끝 쪽은 떨어지지 않게 잘 붙인다. 이렇게 2개를 만다.

7. 찜통에 젖은 보자기를 깔고 김이 오르면 순대처럼 둥글게 말아서 30분간 찐다. 5분 식혀서 한 토막씩 잘라 접시에 놓는다. 달래초간장을 곁들인다.

* 냉이뿐 아니라 취나물, 방풍, 원추리, 유채 등 어떤 봄나물을 데쳐 넣어도 된다.

posted by 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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