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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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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6.26 반지하에서 생기는 법률 분쟁

<작은책> 2019년 7월호

작은책 법률 상담소

 

반지하에서 생기는 법률 분쟁

김묘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더욱 주목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는 주인공 가족이 살고 있는 반지하 집이 등장합니다. 반지하 집은 빛이 잘 들지 않고, 통풍이 잘되지 않지만, 외부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고, 지하이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면 화장실 하수구가 역류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 속 반지하 집은 그런 단점을 현실 그대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영화를 본 관객 중에는 자신이 살았던 반지하 집의 추억을 떠올렸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하영 씨는 영화가 끝나면 현실의 반지하 방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영화 속 리얼한 반지하 집을 보고 나자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죠. 하영 씨가 반지하에서 겪었던 일은 무엇일까요.

 

하영 씨는 독립 후 첫 자취방을 알아보러 다니다가 본인 예산 안에서 가장 넓고 깨끗한 집을 발견하고 바로 계약을 했습니다. 반지하라는 게 신경이 쓰였지만 도배·장판이 깨끗하고 월세도 싸니까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몇 개월이 지나자 장판 밑에 물이 고이고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옷장 속까지 곰팡이가 펴서 몇몇 옷은 버려야 할 정도였습니다. 집주인은 하영 씨가 환기를 안 해서 생긴 문제라며 아무런 조치도 취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림_ 이동수

 

우리 법에는 집주인이 집을 빌려줄 때에는 세입자가 집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빌려주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민법 제623)”.

반지하 건물의 특성상 세입자의 생활 습관보다는 채광과 통풍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곰팡이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곰팡이 때문에 집을 집처럼 이용할 수 없다면 임대인은 당연히 수선 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다만, 세입자는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집주인에게 알려야 합니다. 만약 세입자가 집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집주인에게 신속히 알리지 않아 피해가 발생한다면 피해 비용 일부를 세입자가 부담하게 될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영 씨의 경우, 새로 도배·장판을 하고 입주한 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곰팡이가 생겼기 때문에, 곰팡이가 생긴 곳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잘 기록해두었다면 집주인에게 곰팡이 제거 시공 등을 요청할 수 있었고, 수선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반복되는 경우였다면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림_ 이동수

 

사실 하영 씨는 지난여름에는 더 큰 일을 겪었습니다. 큰비가 내려 하영 씨가 살고 있는 반지하 방으로 물이 넘쳐 들어왔습니다. 집주인이 장판과 창문 쪽 벽지를 교체해 주기는 했지만, 물에 잠겨 결국 버릴 수밖에 없게 된 가재도구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법적으로 따져 보면 침수 피해로 인하여 집에 생긴 피해는 집주인이 복구해야 합니다. 민법에서는 집주인에게 수리 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집주인의 의무는 임대 목적물인 집을 수리하는 것으로 한정되어 있고, 집 안에 있는 가재도구에 대한 피해 보상 책임까지 없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집 구조적인 하자로 인하여 가재도구에 대한 피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집주인에게 그러한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재난지원금

국가에서 침수 피해로 인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재난지원금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침수 피해를 본 당사자에게 지급됩니다. 이 때문에 집주인이 세입자가 받은 재난지원금을 돌려달라고 하여 종종 분쟁이 발생하는데, 침수 피해를 본 세입자가 이를 돌려줄 의무는 없지만 해당 지원금은 침수 피해 복구에 사용해야 합니다.

주택 침수 피해를 입고 재난지원금을 받은 세입자가 호우 피해로 인한 장판과 벽지 상태가 심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대로 지내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만약 해당 세입자가 재난지원금을 받고도 이를 침수 피해 복구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면, 계약 기간이 끝나 이사를 나가려고 할 때 집주인이 침수 피해로 인하여 하자가 발생한 장판과 벽지를 교체하라고 한다면, 재난지원금을 받은 세입자는 이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그림_ 이동수

 

주택법에서는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저주거기준을 설정·공고하도록 정하고 있고(5조의2), 2011년 마지막으로 공고된 최저주거기준에 의하면 주택은 적절한 방음, 환기, 채광 및 난방설비를 갖추어야 하고, 자연재해로 인한 위험이 현저한 지역에 위치해서는 안 됩니다. 하영 씨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최저주거기준이 지켜졌더라면 겪지 않았을 일을 겪고 있는 셈입니다

posted by 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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