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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 진보월간 <작은책>입니다. 1995년 노동절에 창간되었습니다. http://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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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1. 1. 16:46 기획 특집

<작은책> 2017년 11월호


<특집 _ 하승수 지상강좌>



몰랐어? 문제는 선거제도야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대표

 




제가 활동하는 단체가 비례민주주의 연대라는 단체인데요, 저는 선거제도 개혁 운동을 하기 전에 녹색당 창당 때부터 활동했고요. 그 전엔 제가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던 주제 중의 하나가 어린이·청소년 인권 문제였습니다.


지금 보여 드리는 자료는 유엔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세계 행복 보고서라는 자료예요. 2012년부터 발표를 해 오고 있습니다. 행복이라는 걸 가지고 비교해 보면 어떤 사회가 사람들이 더 행복하게 살아가기 좋은 사회인 줄 알 수가 있기 때문에, 그러면 그 사회가 뭐가 다른지 우리가 발견할 수가 있겠죠.


전 세계에 있는 나라들을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정리하면 1위에서 20위 사이의 나라들은 대체로 어디에 많이 몰려 있죠? 우리가 잘 알다시피 덴마크라든지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이런 북유럽에 있는 나라들, 이런 나라들이 행복도가 높고요,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런 나라들이 행복도가 높은 걸로 나옵니다. 영국, 미국, 캐나다도 10등 안에는 못 들어가지만 좀 나은 걸로 나오고, 호주, 뉴질랜드, 중남미의 베네수엘라, 코스타리카, 이런 나라들이 행복도가 높은 걸로 나왔어요. 2012년에 나온 자료입니다. 코스타리카나 베네수엘라, 중남미에 있는 나라들은 주관적 행복감이 높습니다. 그래서 물질적인 소득 수준은 떨어져도 행복도가 꽤 높은 걸로 나오고요.


여기서 주목할 만한 나라들이 한국하고 일본이에요. 한국은 2012년 첫 번째 발표된 보고서에서 56등을 했고요, 일본도 44등을 했어요. 소득 수준에 비해서는 굉장히 행복도가 떨어지는 걸로 나왔습니다. 이 보고서가 나온 다음에 우리나라 경제부처에서 이 보고서의 내용을 분석했어요. 왜 우리나라가 이렇게 떨어지는지 분석해 보니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유엔 행복 보고서에서 행복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뭐냐 하면, 사회 공동체가 건강하다, 예를 들면 시민들이 정부를 믿을 수 있고 기업도 투명하게 경영이 되고 사람들의 안전이나 자유 같은 게 잘 보장이 되고 이런 거예요. 또는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사람들이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느냐, 이렇게 물어보는데 그렇다고 대답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행복도가 높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행복도가 떨어지는 게 당연하고 일본도 떨어지는 나라입니다. 이 보고서에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덴마크예요. 사실 미국도 이 보고서에서 괜찮은 걸로 나왔지만, 다른 조사에서는 미국은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지는 걸로 나오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세계 행복 보고서는 양호한 편이고요, 지난번에 여론 조사 기관 갤럽이 조사한 걸로는 148개 나라에서 118등을 했습니다. 거의 바닥권이었죠.


그럼 덴마크는 어떻게 그렇게 됐을까. 스웨덴이나 이런 나라들은 어떻게 그렇게 됐을까, 그걸 추적하다 보면 결국 정치라는 문제가 나옵니다. 한 사회에서 사람들이 순간순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정치가 사람들의 삶의 문제를 잘 해결해야 되는 거죠. 교육의 문제라면 교육 문제, 사람들이 노동 시간이 길어서 그렇게 피로에 찌들어서 사는 사회가 안 되려면 노동 시간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사람들이 하루하루 너무 팍팍하면 어떻게 사람들에게 소득을 보장해 줄 것인지, 청소년들은 어떻게 하면 사회에 불안하지 않게 나오게 할 수 있는지,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게 정치의 역할입니다. 저는 우리보다 행복도가 높게 나온 나라의 핵심은, 그 나라 정치가 그 차이를 만든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차이를 만든 게 선거제도고요. 그래서 선거제도에 대한 관심까지 가지게 됐어요. 사실 어린이·청소년 문제에 관심 있는 분들은 진짜 선거제도 개혁 운동에 대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린이·청소년 행복 지수, 주관적 행복 지수입니다. 어린이·청소년만 놓고 비교해 봤을 때, 작년에 나온 결과인데, 한국이 꼴찌를 했어요.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어린이들의 주관적 행복감이 높은 나라는 스페인, 오스트리아, 스위스, 덴마크, 네덜란드, 아일랜드, 스웨덴, 노르웨이, 이탈리아, 그리스, 독일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여기에서 상위권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예를 들면 노르웨이까지 8등까지의 나라들의 선거제도가 뭐냐 하면, 대체로 비례대표제라는 선거제도예요. 우리가 하고 있는 선거하고는 다른 선거를 하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그 선거제도가 그 나라의 정치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흔히 선거제도라고 하면 우리나라는 선거권 문제부터 먼저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한국 사람들의 시야를 그렇게 좁혀 놓은 거예요. 물론 선거권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선거권 연령을 많이 낮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요. 그렇지만 이것은 선거제도의 아주 일부분일 뿐입니다. 중요한 게 뭐냐면, 선거권을 만 16세로 낮춰도 만 15세 이하는 선거권이 없잖아요. 그러면 그 청소년들은 정치에 참여할 수 없는 거냐, 투표권이 없으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냐, 그렇지가 않아요. 예를 들면 스웨덴이나 덴마크의 청소년들이 만 18세부터 선거권이 나오지만 사실은 그 청소년들은 만 18세 되기 이전부터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지금 교육부 장관이 1983년생이에요. 지난번 이준식 교순가? 그 양반이 60대였죠. 지금 정권이 바뀌었어도 김상곤 부총리, 그분도 연세는 많으시죠. 그런데 스웨덴은 1983년생이 교육부 장관을 하고 있어요. 그러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겠죠. 어떻게 30대 초반에 장관을 할 수 있냐, 교육부 장관을. 교육이 무지하게 중요한데.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30대 초반 정도가 장관을 해야지 청소년들하고 소통이 좀 가능하지 않겠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구스타프 프리돌린(Gustav Fridolin) 스웨덴 교육부 장관은 열한 살부터 정치를 했어요. 열한 살에 스웨덴 녹색당에 가입을 합니다. 당원이 되는 거예요. 그리고 8년 동안 활동을 하다가 당원들한테 인정을 받아서 19살에 국회의원이 돼요. 그리고 2011, 20대 후반에 당 대표가 되고 2014년에 서른한 살 나이에 교육부 장관이 되는 겁니다. 그러면 이 사람이 교육부 장관이 될 때 정치 경력이 20년 되는 겁니다. 나이가 젊은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리고 선거권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정치할 자유라는 게 보장이 돼야 합니다. 그리고 청소년들도 정치 활동할 수 있어야 돼요. 선거권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할 자유는 나이에 관계없이 보장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선거제도에서 중요한 핵심적인 문제로 들어가 보면 가장 기본은 뭐냐면 내가 던진 표가 어떻게 계산되느냐라는 문제입니다. 그게 선거제도의 가장 기본이에요. 예를 들면 제가 우리나라 선거 중에 극단적이었던 경우들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2014년 지방 선거를 했습니다. 경상남도에서 새누리당이 1등을 했습니다. 도지사도 새누리당이 당선됐고 홍준표 전 지사. 그리고 도의회도 새누리당이 1등을 했어요. 문제는 뭐냐면 새누리당이 1등을 하긴 했는데 받은 표는 59퍼센트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방의회 의석을 90퍼센트 이상 가져가요. 그러면 새누리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표의 가치가 1.5배로 뻥튀기 하는 거죠. 밑에 있는 정당(새정치민주연합)을 보시면 28퍼센트 받은 당이 있습니다. 28퍼센트를 받은 당이 몇 퍼센트 의석을 가져가냐 하면 3.63퍼센트 의석을 가져가요. 그러면 이 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표의 가치가 8분의 1로 줄어드는 거죠. 그럼 결국 한 표의 가치는 열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겁니다. 우리나라 선거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표의 등가성이라는 게 깨지는 겁니다. ‘표의 가치는 동등해야 한다라는 것이 표의 등가성이라는 건데, 표의 등가성이 지켜지지 않는 거죠. 그래서 어떤 정당을 지지한 유권자의 표의 가치는 올라가고 어떤 정당을 지지한 표의 가치는 8분의 1로 떨어지고. 또 여기 보시면 통합진보당이라고 5.3퍼센트를 받은 표의 가치는 제로가 되는 겁니다.


이게 어느 나라든지 간에 선거제도라는 걸 이야기할 때 가장 기본입니다. 사람들이 표를 던지는데 그 표의 가치가 어떻게 계산이 되느냐 이거죠. 이런 결과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2014년에 경상남도 의회에서 새누리당이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졌죠? 도지사인 사람이 무상 급식을 중단하겠다, 이래서 한참 논란이 많았죠.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4월에 총선을 했는데 그 당시 새누리당이 정당표는 제일 많이 받았어요. 33.5퍼센트의 지지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의석은 122, 40퍼센트 이상 의석을 가져갔죠. 33.5퍼센트의 표보다 더 많이 가져갔어요. 더불어민주당도 25퍼센트 받았으면 한 80명 정도 돼야 하는데 123석을 가져갔어요.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받은 표보다 적게 가져갔어요. 한국은 정의당 같은 정당이 진보적인 정당이죠. 진보정당은 역대 선거에서 늘 10퍼센트 안팎의 표를 받아 왔어요. 300명의 10퍼센트면 30석을 가져가야 하는데 5, 6, 이런 거죠. 작년에 정의당이 7퍼센트를 받았으면 21석 이상을 가져가야 되는 건데 여섯 석밖에 못 가져갔죠.


21석을 가져갔다면 정의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되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원내교섭단체가 되어야만 국회 안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 정의당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도 진보정당이 국회 안으로 들어가긴 들어가는데 늘 받은 표보다 적게 의석을 차지하기 때문에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선거제도가 잘못돼서 이런 결과가 초래되는 거예요.


전 세계에서 선거제도를 크게 보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다수대표제라는 게 있고 비례대표제라는 게 있어요. 다수대표제라는 게 우리가 가장 익숙한 겁니다. 소선거구제라고도 합니다. 1등 하면 되는 선거제도, 나머지는 다 사표. 우리는 너무 익숙하죠. 그렇게 하는 게 문제가 있습니다. 왜냐면 1등 찍은 표만 유효하고 나머지 사람들의 의사는 다 무시되는 거니까 민주적이라고 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이 선거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뭐냐, 반드시 표의 등가성이 깨집니다. 그러면 1등을 할 때 30퍼센트 받아서 1등 해도 돼요. 나머지 70퍼센트는 다 무효가 되는 거죠, 표가. 그러면 자연스럽게 표의 등가성이 깨지는 겁니다.


사실 선거의 역사를 보면 다수대표제가 먼저 시작된 선거제도예요. 미국이나 영국이 먼저 시작을 하고 영국의 식민지였던 나라들이 무비판적으로 도입을 합니다. 그게 문제의 시작이었죠. 그런데 유럽에서는 150년 전부터 1등만 되는 선거제도는 곤란하다, 이거로는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지식인들이 나타납니다. 그 사람들이 150년 전부터 비례대표제라는 걸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비례대표제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개발해 내요. 정당이 받은 표대로 나눠 가지자 하는 게 공통점이었어요.


이게 1900년에 벨기에에서 처음으로 채택이 됩니다. 그리고 1900년에서 1920년 사이에 유럽 대륙으로 확산이 돼요. 그 당시에 스웨덴, 핀란드,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스위스, 덴마크 등이 이 제도를 채택합니다. 사실 지금 그런 나라들이 복지국가가 된 거예요. 우리가 알고 있는 복지국가들, 100년 전에 이 승자독식의 선거제도가 아니라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나라들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복지국가들이 된 나라들입니다.


승자독식의 선거를 하면 할수록 지역구에서 1등을 할 수 있는 정당, 즉 거대 정당 중심으로 정치 구조가 고착됩니다. 그리고 그런 정당의 공천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만 국회의원이 될 수 있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국회가 특권 계급화 됩니다. 예를 들면 지금 우리나라 국회의원 평균 재산이 40억이 넘었습니다. 국회의원 평균 재산이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평균 모습하고 다른 국회가 만들어져요. 그리고 대표성이 파괴됩니다.


스웨덴 같은 나라는 30대 장관도 있고 19살에 국회의원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불가능해요. 왜냐면 이 승자독식의 선거를 하면 거대 정당의 공천을 받아야 지역구에서 1등을 할 수 있습니다. 거대 정당의 공천을 못 받으면 될 가능성이 없어요. 20, 30대 청년들이 그런 정당의 공천을 받을 수 있냐? 못 받는 거죠. 작년에 국회의원 총선을 했는데, 국회의원 당선자 중 만 20, 30대가 1퍼센트였습니다. 세계 평균은 13.5퍼센트 정도는 돼요. 왜 대한민국 국회가 청년들이 없는 국회가 됐을까. 그리고 평균 연령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어요. 작년 총선에서 우리나라 국회의원 당선자들 평균 연령이 만 55.5세였어요. 그전 선거보다 세 살이 올라갔습니다. 왜냐면 지역구에서 1등을 해서 당선이 되면 그 다음에 또 하려고 하잖아요. 포기하지 않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계속 재선, 삼선 이렇게 가다 보면 평균 연령은 계속 올라가게 돼 있어요. 지금 제도라면 다음번 국회의원 당선자들 평균 연령은 58.5세 정도로 올라갈 거고요, 그다음엔 60세가 넘겠죠.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회가 될 거예요. 국회만 그런 게 아닙니다. 지방의회도 마찬가지예요. 지방의원이 되려고 해도 거대 정당의 공천을 받아야 하니까 지방의원도 못 들어갑니다.


여성도,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중에서 여성 비율이 17퍼센트, 지방의원도 14~25퍼센트 이 정도밖에 안 되는데요, 이거 굉장히 낮은 겁니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30퍼센트가 넘는 나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이 나라들의 공통점도 선거제도가 비례대표제예요. 왜 비례대표제를 하면 여성들이 많이 들어가고 청년들이 많이 들어가느냐? 표를 받아야 하니까. 비례대표제를 하면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겁니다. 청년들 같은 경우는 청년 정책을 보고 찍고, 여성들은 성평등 정책, 여성 정책 보고 찍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정책만 보고는 사람들이 믿지를 않죠. 그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 후보가 있는지를 보게 됩니다. 청년들은 청년 후보가 있는지, 여성들은 여성 후보가 있는지. 비례대표제 선거를 하면 자연스럽게 정당들이 정책도 잘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후보자들도 다양하게 여성들, 청년들, 소수자들 다 공천하게 돼 있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국회 구성이 국민들의 표준적인 구성에 유사하게 되는 거죠.


우리나라처럼 선거를 하게 되면 표의 등가성이 깨지고 거대 정당 중심으로 정치가 흘러가고 그렇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정책이 중요하지 않은 정치가 됩니다. 왜냐면 대부분 지역구에서 1등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번에 내가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려면 열심히 지역구 관리를 해야 돼요. 국회에 앉아서 정책 토론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내가 국회에서 부실하게 해도 괜찮아요. 우리 지역에서 열심히 인사 다니고 행사 찾아다니면서 악수 많이 하고, 이게 다음번에 내가 국회의원 한 번 더하는 방법입니다. 국회의원들이 그걸 너무 잘 알아요. 그러니까 국회에서 정책 토론할 때에는 국회의원을 찾아볼 수가 없어요. 정책에 관심이 없어요.


국회 자체에서 하는 공청회에도 안 앉아 있어요. 제가 국회 공청회 때 몇 번 갔는데요, 깜짝 놀란 건 17명이 앉아 있어야 되는데 서너 명 앉아 있어요. 시작할 때는 좀 앉아 있는데 그다음에 없어져요, 사람들이. 저만 그런 줄 알았더니 다른 교수님들도 똑같은 얘기를 하더라고요. 심지어는 위원장과 다른 의원 한 명이 앉아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민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이 없는거죠. 이게 저는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정치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답은 나와 있습니다. 어떤 선거제도가 정말 우리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를 가능하게 하느냐, 그건 나와 있다고 생각해요. 100년 전에 승자독식의 다수대표제(소선거구제)라는 선거제도하고 비례대표제하고 갈라섰는데 100년 후 결과를 보면 민주주의가 잘되고 삶의 질이 높은 나라들은 대체로 비례대표제를 택했던 나라들이 많다는 거죠. 이 나라들이 100년 전에는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근데 100년 동안 정치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복지국가라는 걸 만든 거예요. 스웨덴이 100년 전에 복지국가가 아니었습니다.


핀란드도 100년 전에 매우 어려웠던 나라예요. 핀란드는 100년 전에 독립을 했습니다, 러시아로부터. 근데 1917년에 독립하자마자 우리로 치면 한국전쟁 같은 내전을 겪었어요. 좌우로 갈려서 총 들고 싸웠어요. 서로 죽였어요. 심각한 핀란드 내부의 갈등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그 갈등을 치유하고 지금 핀란드가 복지국가가 된 거예요. 그 원인이 뭐냐면 비례대표제라는 선거제도가 크게 작용을 한 겁니다. 총 들고 싸우던 좌파, 우파, 그리고 중도파 이런 사람들이 선거를 하게 된 거죠. 내전이 끝나고 선거를 하게 됐는데, 비례대표제로 하니까 받은 표만큼 국회에 들어가는 거예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좌파도 들어가고 우파도 들어가고 중도파도 들어갑니다. 받은 표를 가지고 국회 의석을 그대로 나눠 주는데 한 당이 50퍼센트를 받을 방법이 없어요. 그러면 서로 토론해 가면서 타협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서 그 심각한 내전이라는 내부 갈등을 치유해 나갔던 겁니다. 그러면서 핀란드가 지금 복지국가가 된 거예요. 전 세계 민주주의의 역사입니다.


비례대표제를 제대로 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아예 지역구라는 걸 없애는 거예요. 네덜란드는 지역구 선거라는 게 없습니다. 국회의원은 국가 일만 하라 이겁니다. 왜 국회의원이 지역 일까지 관여하냐 이거지요. 그래서 네덜란드는 다 비례대표입니다. 네덜란드 투표용지는 이렇게(왼쪽 사진) 생겼습니다. 제가 이 투표용지를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이걸 가지고 어떻게 투표를 하는 거냐. 알고 보니까 투표하는 방법이 너무 간단한 거예요. 우리나라보다 더 쉬워요. 어떻게 하냐면 제일 윗줄에 적혀 있는 게 네덜란드의 정당 이름입니다. 내가 지지하는 당을 찾으면 돼요. 세로줄로 적어 놓은 게 뭐냐, 이 당이 낸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입니다. 그러면 내가 이 명단을 보고 제일 마음에 드는 사람 이름 옆에 볼펜으로 체크하면 투표 끝이에요. 내가 지지하는 당을 찾은 다음에, 그 당에서 그래도 내가 지지하는 당이면 좀 아는 사람이 있을 거 아녜요? 평소에 좋아하는 사람 체크, 한 명만 하면 되는 거예요.



개표는 어떻게 하냐면, 이 당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받은 표를 다 합치면 이 당의 지지율이 나오는 거죠. 그러면 그 지지율대로 국회 의석을 나눠 줍니다. 150명의 국회의원이 있거든요. 150명을 정확하게 받은 표대로 나눠 주는 거예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국회가 다당제가 됩니다. 다양한 정당이 국회 안에 들어가요. 네덜란드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물을 위한 당도 국회에 들어가 있어요. 동물당! 올해에 네덜란드 총선이 있었는데, 의석이 5석으로 늘었어요. 대단하죠. 정말 다양한 정당들이 국회 안에 들어갑니다. 사람들이 뭘 보고 찍을까. 일단 그 당의 정책을 보고 찍는 거죠.


그리고 1등을 해 봐야 26퍼센트 받으니까 혼자선 아무것도 못해요. 어느 나라도 정당 중심으로 투표를 하면 한 정당이 50퍼센트 이상 얻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면 1등 한 정당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니까 소수 정당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연립정부라는 걸 구성해요. 안정적으로 정책을 펼치려면 다른 당들하고 공동 정부를 구성하는 거죠. 공동 정부를 구성할 때 치열하게 정치적으로 협상하는 거죠. 그래서 네덜란드가 유럽에서 손꼽히는 복지국가가 된 겁니다. 좋은 정책을 가지고 경쟁하고 서로 치열하게 협상을 합니다. 아무리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지만 이 당의 정책은 말도 안 돼, 그러면 같이 못하는 거죠. 그러니까 서로 말이 되는 토론을 해서 정책을 합의할 수밖에 없어요.


네덜란드는 전 세계에서 노동 시간이 가장 짧은 편이고,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도 높은 편이고 복지도 잘돼 있습니다. 노인들이 살기 좋은 나라예요. 노인 빈곤율이 1.6퍼센트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습니다. 노인 빈곤율이 지금 대한민국은 44퍼센트가 넘었어요.


네덜란드는 받은 표대로 공정하게 의석을 나눠 가집니다. 그리고 정당만 찍는 게 아니라 사람 이름까지 체크를 합니다. 우리나라는 비례대표 순번이 있죠. 1~10 순번이 있습니다. 만약 이 당이 열 석을 받았으면 1번부터 10번까지 되는 거죠. 그런데 네덜란드는 그렇지 않습니다. 10번보다 밑에 있는 사람이 체크를 많이 받았으면 순서가 바뀝니다. 정당이 순서를 정해서 내지만 밑에 있는 사람 표를 많이 받으면 이 사람이 위로 올라가고 위에 있는 사람이 떨어져요. 그러니까 누가 국회의원이 되는지도 그 정당 지지자들이 정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겁니다. 정당이 공천을 엉터리로 하면 유권자들이 바꿀 수 있는 거죠. 네덜란드는 비례대표제를 전 세계에서 가장 제대로 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정치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거죠. 저는 앞으로 네덜란드식 선거로 갔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당장은 좀 어렵다고 봅니다. 왜냐면 한국은 승자독식의 선거에 너무 익숙해서 네덜란드식으로 곧장 가자고 하면 아마 유권자들이 적응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비례대표제로 가려면 어떻게 할 거냐 관련해서 이야기되고 있는 게, 독일이나 뉴질랜드가 택하고 있는 방식이에요. 이 방식은 지역구 선거를 하긴 하는데 비례대표제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한국 사람이 적응하기가 매우 쉬워요. 투표는 지금하고 똑같이 하면 됩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국회의원, 지방의원 대부분을 지역구에서 1등 하면 되는 걸로 뽑지만 일부 비례대표 의석이 있습니다. 그래서 선거 때 보면 지역구 후보자 한 표 찍고 정당 한 표 찍거든요. 국회의원 300명 중에서 253명은 지역구에서 1등 하면 되는 걸로 뽑고 47명은 비례대표라고 해서 따로 뽑습니다. 그리고 지방의원도 90퍼센트는 지역구에서 뽑고, 10퍼센트는 비례대표, 이렇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12, 지역구 후보 한 표, 정당 한 표 찍는데, 독일과 뉴질랜드도 그렇게 투표를 해요. 투표를 할 때는 지역구 한 표, 정당 한 표 찍습니다. 우리하고 투표하는 방법은 똑같아요. 다른 점이 뭐냐면, 계산 방법이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지역구는 지역구대로 1등 한 사람 당선시키고 얼마 안 되는 비례대표 의석을 정당 지지율대로 나눠 주는 방법인데요. 독일이나 뉴질랜드가 택한 방법은 그게 아닙니다.


지역구 투표를 하긴 하지만 중요한 건 정당 투표입니다. 1단계로 정당이 얻은 정당 득표율만 가지고 계산하는 거예요. 가령 청포도당이 10퍼센트를 받았다, 그러면 300명 국회 의석의 10퍼센트는 무조건 주는 거예요. 그럼 30석을 받습니다. 그러면 청포도 당이 지역구에서도 후보를 냈을 거예요. 지역구에서 청포도당 20명이 1등을 했다고 하면 그 20명은 우선 국회의원이 되고 모자라는 10명은 비례대표로 채운다, 이게 독일식이에요. 만약 청포도당이 지역구에서 한 명도 안 되는 경우도 있죠. 그러면 청포도당은 30명 전체를 다 비례대표로 채우는 겁니다. 또 만약 지역구에서 30명이 다 됐다, 그러면 청포도당에는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해 주지 않는 거예요. 정당이 정당 투표에서 얼마나 지지를 받는지가 중요한 겁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인정해 주고 모자라는 건 비례대표로 채운다. 이게 독일이나 뉴질랜드가 하고 있는 방식이에요. 우리나라도 진보정당들이 독일식 비례대표제라는 걸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습니다.


한국의 유권자들은 그냥 지금처럼 투표하면 됩니다. 선관위에서 의석을 배분할 때 계산 방법을 다르게 하면 되죠. 아주 간단한 겁니다. 이것만 하면 한국 정치가 비례대표제로 바뀌는 거예요. 지금처럼 승자독식의 정치가 안 되는 겁니다. 네덜란드나 덴마크에 더 좋은 선거제도도 있는데, 한국이 워낙 엉망이니까 일단은 독일이나 뉴질랜드가 하는 방식 정도로 가자, 투표는 똑같이 하되 표를 계산하는 방법만 바꾸면 한국 정치가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다, 아까 보신 비례대표제 나라들처럼 다당제가 되고 그리고 표의 등가성도 지켜지고 청년들이나 여성들, 소수자들도 국회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실제로 이렇게 선거제도를 바꾸니까 그런 변화가 일어난 나라가 있어요. 뉴질랜드가 제가 지금 말씀드린 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보여 줬습니다. 뉴질랜드는 1993년에 소선거구제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꿨어요. 독일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그전까지는 뉴질랜드에는 비례대표제라는 게 없었습니다.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그냥 다 지역구에서 1등을 하면 되는, 영국식 선거제도를 도입했어요. 그런데 1993년에 바꿨습니다. 바꿨더니 한꺼번에 이런 변화들이 일어났어요.


원래 뉴질랜드는 노동당과 국민당이 정치를 장악하고 있었어요. 두 거대 정당이 서로 번갈아 가면서 집권하는 전형적인 양당제 국가였습니다. 뉴질랜드에서 1980년대에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노동당이란 정당이 신자유주의 노선을 택해요. 그래서 노동당이 앞장서서 복지 축소, 민영화, 이런 걸 추진합니다. 상대적으로 낫다고 생각했던 노동당이 배신한 거예요. 그 당시 뉴질랜드에서 노동자들이 노동당에서 집단 탈당하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그렇게 해 봐야 소용이 없어요. 왜냐면 뉴질랜드 정치는 두 정당이 번갈아 가면서 집권하는 정치니까. 그래서 선거제도 개혁 운동을 했던 겁니다. 뉴질랜드의 시민단체, 노동단체가 제도 개혁 운동에 올인을 했어요. 그래서 1993년에 바꿨습니다. 1999년에 선거를 했는데, 바뀐 선거제도에 의해 노동당이 1등을 해서 38퍼센트를 받았어요. 120명 중에 49석을 얻었어요. 그러나 그걸로는 아무것도 못하죠. 그러니까 밑에 있는 다른 정당보고 연립정부를 구성하자고 제안을 해요. 노동당이 동맹당이라는 정당 보고 같이 하자고 제안합니다. 동맹당은 뉴질랜드에서 진보정당이었어요. 그 정당이 뭘 요구했냐. 이거(91쪽 사진 내용) 받으면 같이 할게, 싫으면 말고. 노동당이 1등을 했는데 정부 구성이 안 되니까 동맹당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녹색당까지 협력해서 뉴질랜드에서 진보적인 연립정부를 구성하게 된 거죠. 그러면서 뉴질랜드가 신자유주의 모범국가에서 탈피하게 됩니다. 그래서 좀 전에 말씀 드린 최저임금 인상, 고소득층 증세, 임대주택 개선 이런 것들이 다 정책으로 채택이 되는 거예요. 선거제도의 변화라는 게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오는지를 뉴질랜드가 너무나 잘 보여 줬습니다. 외국에서는 뉴질랜드가 갑자기 바뀌니까 다 놀랐어요. 그걸 보고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영감을 얻었습니다.




우리나라 중앙선관위 공무원들도 뉴질랜드 선거제도 개혁 사례나 외국의 선거제도를 공부하다 보니까 이걸 한국에 도입하면 한국 정치도 획기적으로 바뀌겠구나, 이런 생각을 한 거예요. 그래서 20152월에 중앙선관위가 개혁안을 발표합니다. 시민단체들이 낸 개혁안보다 더 좋은 개혁안이었어요.


2015년 가을에 국회에서 토론이 벌어져요. 토론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그 당시 야당 대표였는데, 이걸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던 새누리당이 반대해서 안 됐어요. 사실 작년 촛불 때부터, 촛불의 결과물이 대통령 한 사람 바꾸는 걸로 끝나서야 되겠느냐,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선거제도, 우리 삶의 모든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이 선거제도를 안 바꾸고 무슨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있겠냐 라고 생각해서 올 1월부터 선거법 개혁 운동을 시작했고요. 국회의원들 중에서 제대로 된 국회의원들은 동의를 하더라고요. 거대 정당에 몸을 담고 있어도 선거제도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왜냐면 이분들도 국회의원다운 국회의원 해 보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국회의원들 중에서 한 30퍼센트 가까이 이 제도를 지지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희가 300명한테 다 질의서를 보냈거든요. 그랬더니 85명은 찬성한다고 답장을 보내셨더라구요. 나머지는 무응답입니다. 그러니까 300명 가운데 이 제도를 지지하는 국회의원이 있구나, 이걸 확인하게 된 거죠.


지금 딱 하나 걸림돌은 뭐냐, 선거제도를 개혁하려고 하다 보니까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야 하는 문제가 있어요. 뉴질랜드도 그랬는데 우리도 그렇습니다. 그거 하나만 해결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논리적으로는. 그냥 기득권이 자기 밥그릇 지키려고 하는 반발 말고는 없는데 유일하게 문제가 되는 건 국회 의석을 늘려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300명인데, 300명 가지고 이 제도를 도입하기가 매우 어려워요.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지금 253명을 지역구에서 뽑고 47명이 비례대표인데, 47명 가지고 독일이나 뉴질랜드처럼 하면 이게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시민단체들은 국회 의석 360명으로 을 늘리자는 주장을 하고 있어요. 253명 지역구는 그대로 놔두더라도 100명 이상의 비례대표가 만들어지면 우리나라도 선거제도를 개혁할 수 있다, 독일이나 뉴질랜드처럼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우리 세금으로 국회를 유지하고 있는데 똑같은 돈으로 300명보다는 360명 쓰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지금 국회 예산 가지고 360명 쓸 수 있냐, 쓸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국회의원 연봉이 14700만 원이거든요. 일단 연봉을 1억으로 줄이자 이겁니다. 물론 최저임금으로 낮추자는 분들도 있는데요(웃음). 14700의 의미가 뭐냐, 노동자 평균 연봉의 네 배입니다. 우리나라 노동자 평균 연봉이 3300으로 나왔어요. 14700, 정확하게 네 배 가까이 돼요.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유럽의 복지국가들, 덴마크, 스웨덴, 독일 이런 나라들 국회의원들 평균 연봉은요, 노동자 평균 연봉보다 조금 더 높은 편이에요. 조금 더 주는 이유는 노동 시간이 좀 길거든요. 국민들 노동 시간보다 국회의원 노동 시간이 두 배 정도 깁니다. 하루에 14시간씩 일해야 돼요. 3D 업종이에요. 국회의원이 돈도 많이 못 받는데 노동 시간이 길기 때문에 더 주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우리가 생각하기에 그렇게 일도 많이 안 하는 거 같은데 평균 연봉의 네 배를 받는 겁니다. 이거를 확 줄여야 되는 거죠. 1억 정도로만 줄인다고 가정을 하고요 지금 국회의원 개인 보좌진을 아홉 명 쓰고 있는데요, 독일 국회의원들은 우리 절반밖에 안 됩니다. 덴마크나 스웨덴 국회의원은 개인 보좌진이 없어요. 우리나라 국회의원 보좌진도 9명씩이나 둘 필요가 없지요. 좀 줄여도 됩니다.


국회에 보면 1년에 81억 원의 특수 활동비라는 예산이 있어요. 이거 다 현금으로 쓰는 거예요. 영수증도 안 내도 됩니다. 어디다 쓰는지 제가 좀 조사해 봤는데, 여당 원내대표는 월 5000만 원을 현금으로 가져갈 수 있어요. 야당 원내대표는 월 2000~2500만 원 정도 가져갈 수 있어요. 진보적인 정당은 원내교섭단체가 된 적이 없기 때문에 가져간 적이 없어요. 국회 상임위원장이 되면 월 천만 원 정도 가져갑니다. 현금으로. 우리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죠. 현금으로 가져가고 그 다음에 어디다 썼는지 보고할 의무가 없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원내대표 할 때 특수 활동비를 받았는데 쓰다 남아서 생활비로 보태 썼다고 자기 페이스북에 자백을 했어요. 근데 지난 정권에서 그게 무혐의 처분이 됐습니다. 말도 안 되는 거죠. 우리 상식으로는 공금을 개인 용도로 쓰면 횡령입니다. 그런데 그런 것도 처벌이 안 돼요. 하여튼 이런 예산들이 있습니다.


국회의원 연봉을 1억으로 줄이고 개인 보좌진 6명으로 줄이고 특수 활동비 없애면 지금 국회 예산으로 390명 써도 돼요. 그러면 국회의원 숫자 늘리더라도 선거제도 개혁하는 게 우리한테 훨씬 유리한 겁니다. 지금 어떤 상황이냐면요, 대통령 후보자들도 공약을 했기 때문에 국회에서 정치 개혁 특위라는 게 만들어져 있어요. 문제는 뭐냐면, 여기에서 합의가 안 됩니다. 6월에 만들어져서 몇 달 동안 하고 있는데 합의가 안 돼요. 밥그릇 싸움으로 보니까, 자기들의 입장에서는.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여론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국회에서는 상당한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지금 여당인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자, 이게 당론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찬성하지 않는 의원들, 소극적인 의원들이 여당 안에도 있습니다. 야당 중에서 정의당 같은 진보정당은 당연히 찬성이죠. 그리고 지금 국민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많아졌어요. 보수정당 중에 바른정당 일부 국회의원들도 이렇게 가는 게 좋겠다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국회 안에서도 정치권 안에서도 예전보다는 훨씬 더 지지세가 넓어졌어요. 근데 일부 기득권 세력들이 반발하는 겁니다.


이게 올해 12월까지 돼야 합니다. 그리고 내년 지방선거 때부터, 사실은 지방선거도 바꿔야 돼요. 그러면 지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활동하는 비례민주주의 연대 포함해서 전국의 시민단체들이 여기에 집중해서 활동을 해 보자고 제안을 하고 있어요. 1111일 광화문에서 대규모 행사를 할 예정이고요, 그다음엔 국회를 갈 예정이에요. 광화문 촛불이 아니라 여의도 촛불을 켜야 하는 시기다. 올해 말 아니면 늦어도 내년 초까지 되야 합니다. 왜냐면 내년 6월에 지방선거가 있고 지방선거 넘어가면 그다음 국회의원 선거 다가오니까 더 힘들어집니다. 1111일 광화문 집회를 시작으로 해서 정말 국회에 압력을 가해야 합니다. 지금은 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만 남아 있는 거거든요. 이미 법안들도 발의가 돼 있습니다. 1111일 광화문 집회를 시작으로 해서 여의도를, 진짜 국회를 둘러싸서라도 이걸 통과시키는 게 지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이 일에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는 분들이 참여를 해 주셔야 됩니다. 다행스러운 게 노동운동 쪽은 한국노총, 민주노총 큰 조직이 두 개 있는데 지금 다 참여하고 있어요. 비정규 노동단체들도 다 참여하고 거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습니다. 저는 제가 바라는 건 교육단체, 어린이·청소년 단체 다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이게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교육 문제도 인권 문제도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일에 좀 같이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 선거법이 정말 낙후된 선거법이에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가 없어요. 일본 거를 많이 베껴 와서 주권자인 시민들이 뭘 하려고 하면 다 금지돼 있습니다. 우리 집 앞, 대문 앞에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는 스티커를 붙이는 것도 선거 기간에는 불법이에요. 우리 집 베란다에 내가 지지하는 당이나 후보를 표시하는 것도 불법입니다.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닙니다. 그러나 가장 핵심인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뚫리면 나머지도 다 뚫릴 수 있어요. 어차피 다 밥그릇 문젠데, 결국에는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게 만들어야 돼요. 국회의원들 월급을 자기들이 정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아까 연봉도 올라가고 그런 건데, 그것도 안 내려놓는 거죠. 맨날 선거 때마다 특권 내려놓는다고 했는데 실제로 안 내려놓습니다. 그러니까 다 맞물려 있는 문제입니다. 결국에는 자기 밥그릇, 자기 기득권을 국회에서 내려놓게 만들면 선거제도 개혁, 필요한 것들 다 되고, 국회 개혁도 되고, 우리가 바라는 정치의 모습에 가까운 그런 정치가 저는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시기가 있는데 올해 넘기면 더 어려워집니다. 왜냐면 국회의원 선거가 2020년이기 때문에요. 2020년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선거 개혁은 어려워져요. 저는 이번 촛불은 반드시 시스템 개혁, 제도 개혁까지 꼭 이루어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잘 들어 줘서 감사합니다. 1111일 광화문 집회는 2시부터 사전 행사를 시작하고, 4시 반에 청소년 참정권 확대를 위한 사전 집회를 갖고, 6시부터 본행사입니다. 촛불 때처럼 할 겁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작은책